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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소년원 여학생들이 소년원 내 설치된 자체 시험장에서 제빵기능사 검정 실기시험을 치르고 있다. |
ⓒ 최원훈 | 관련사진보기 |
최근 언론에 보도됐던 포항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의 가해 학생 5명 중 3명은 학교전담경찰관이 관리하는 '위기청소년'이었다. A양 등 가해 여중생들은 피해자인 B양에게 조건만남을 강요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A양 등 5명은 지난 7일 포항시 한 건물 옥상에서 또래 여중생 B양을 집단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양 등은 지난 4월 28일 B양에게 조건만남을 강요한 혐의로 포항남부경찰서에 사건이 접수된 상태였다. 집단 폭행 사건은 B양이 A양 등이 제의한 조건만남을 거부하고 경찰에 신고한 데 따른 보복 폭력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은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로 언론보도에서 많이 봐왔던 기사이다. '촉법소년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또래를 잔인하게 집단폭행하고 성인들과의 조건만남을 강요한 사건.' 언론은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보도하고, 대중은 과거와 달리 10대들의 범죄가 영악해지고 흉포화되었다는 점에 분노하며 엄벌을 요구한다.
소년범죄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반복되는 소년법 폐지나 처벌 강화를 위한 소모적인 논쟁은 재범 방지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엄벌주의는 소년범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재범을 예방하는 정책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적극적·선제적 대응 관점에서 포항 사건을 가정해 재구성하면 이렇다.
4월 28일, 학교전담 경찰관이 관리하는 '위기청소년' A양 등 여중생 5명이 평소 알고 지내던 또래 여중생 B양에게 조건만남을 강요한다. B양은 포항남부경찰서에 신고했고 경찰은 A양 등을 조사한다. 무리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A양을 집으로 돌려보낼 경우, 재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 경찰은 가정법원 소년부에 동행영장을 신청하여 A양을 임시조치로 법무부 소년분류심사원에 4주 동안 위탁한다.
즉, 4월 28일 A양이 B양에게 조건만남을 강요한 혐의로 경찰서에 사건이 접수되었을 때 임시조치로 A양을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했다면, 5월 7일에 발생한 집단폭행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행 소년사건 처리 절차에서 이러한 선제적 개입을 통한 범죄예방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 성인범의 경우 도주의 우려나 재범의 위험이 있을 경우 구속하여 재판까지 구치소에 수용한다. 그러나 소년범죄는 소년이 경찰 입건 및 검찰 수사를 거쳐 법원 심리를 위해 소년부 법정에 서기까지 평균 6~7개월이 소요된다. 경찰·검찰 조사를 받게 되더라도 조사가 끝나면 보호자에게 돌려보내기 때문에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재범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재범을 많이 저지르는 문제점이 심각하다.
적극적 개입의 필요성
우리나라의 소년사법 시스템은 소년이 범죄를 저지른 후 소년부 재판에서 보호처분을 결정하기 전 재판을 연기하여 소년분류심사원에 3~4주 동안 수용하는 조치 외에는 이렇다 할 개입 수단이 없다. 따라서 수사 중일 때도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하여 비행환경과 차단하는 임시조치를 강화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소년분류심사원은 소년을 비행 환경으로부터 차단한 후 소년에 대한 가장 적정한 처분을 위한 분류심사 자료를 작성하여 법원 판사에게 제출한다. 또한 비행 예방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교육과 상담을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 재범 방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소년사범은 2009년 11만 3022명에서 2018년 6만 6142명으로 약 47% 감소했다. 반면 소년사건의 재범률은 2010년 35.1%에서 2019년 40%로 약 4.9% 증가했다. 특히 3범 이상 재범 비율은 최근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전체 소년범죄는 줄어들고 있지만, 소년범죄가 점점 상습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소년범죄의 재범률이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는 앞서 언급한 소년사건 처리 절차의 문제점과 공범 범죄, 스마트폰 세대라는 시대적 특성 때문이다. 2018년 기준 소년범죄 중 공범이 있는 범죄는 41.7%이다. 가정과 학교에서 일탈한 소년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폭력과 절도 등의 범죄를 반복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하면서 범죄를 모의하고 신속하게 실행한다.
이러한 소년범죄 동향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은 비행 초기 단계, 수사 단계에 있는 위기청소년에게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비행 원인을 진단하고 재범을 방지하는 것이다. 가장 신속한 개입은 임시조치로 소년분류심사원에 수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소년분류심사원은 수도권에 1개가 전부이고, 지방은 소년원에서 위탁 기능을 대행하고 있어 법원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비행 초기 단계 소년의 선도와 비행원인 진단의 내실화를 위해 현재 한 곳 밖에 없는 소년분류심사원을 광역권별로 증설해야 한다. 또한 소년원의 수용환경과 교육과정을 혁신하여 비행성이 심화된 범죄소년의 재사회화를 통한 재범 방지 및 사회정착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마지노선, 소년원
A양 등 5명의 집단 폭행 및 조건만남 강요 사건은 소년사건에서 비교적 흔한 사건이다. 위에서 언급한 소년범죄가 상습화되는 원인 때문에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것이다. 9호, 10호 처분을 받은 수많은 A양과 A군이 소년원에서 교과교육과 인성교육, 직업훈련 교육을 받으며 수용 생활을 하고 있다.
소년사법 시스템에서 언급했듯, 소년원 처분 등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들은 경찰 및 검찰 수사 단계를 거쳐 법정에 서기까지 가정과 학교에서 일탈하여 재범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중 여학생들은 가출하여 생활비를 벌기 위해 조건만남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소년범죄가 언론에 등장하면 죄질이 나쁜 소년범을 교도소에 보내지 않고 소년원에 보내는 것은 너무 가벼운 처분이라는 비난 여론이 빗발친다. 하지만 성장기에 국가시설에서 최대 2년 동안 자유를 박탈당한 채 수용되는 것이 가벼운 처분은 아니다. 중학생인 소녀와 조건만남 성매매를 하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을지도 모를 수많은 성인들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집단 폭행 사건의 초점은 언제나 '요즘 10대들의 잔혹성'에 맞춰진다. 여론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조카뻘, 딸뻘, 손녀뻘 되는 소녀들에게 돈을 주고 자신의 성욕을 채우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조건만남 성 매수자들 중에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멀쩡한(?) 어른들이 많아서 그런 것일까?
몇 년 전, 법무부 청소년꿈키움센터에서 근무할 때 있었던 일이다. 청소년꿈키움센터는 학교 부적응 학생과 비행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안교육이 주 업무이지만, 일반 학교 학생들의 체험활동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었다. 학생회 간부인 회장, 부회장 학생들의 체험활동과 캠프도 운영했다.
당시 안양소년원 여학생 15명이 특별활동 체험을 위해 센터를 방문해서 도예 체험 수업에 참가했다. 10년 동안 센터에서 도예 수업을 진행하던 강사가 수업이 끝난 후 이렇게 말했다.
"(소년원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왔고, 일반 학교 학생들인 줄 알고 수업을 했다면서) 제가 10년 동안 수많은 학생들과 수업을 했지만, 오늘 학생들처럼 착하고, 예의 바르고, 인상이 선하며 집중해서 열심히 하는 학생들을 본 적이 없어요."
소년범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소년들이 어른들에게 당한 폭력과 학대, 차별을 만날 수 있다. 소년법을 폐지해서 교도소에 보내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며 미래의 성인범으로 만드는 것보다 소년원 학교에서 제대로 교화해서 사회로 돌려보낸다면, 사회가 더 건강해지고 성숙해지지 않을까?
소년법에 따라 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돕는 보호처분의 마지노선이 소년원 학교이다. 소년원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얘기 중 하나는, 소년원에 오기 전까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진심으로 대해주는 어른과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 스승님들"
지난 14일, 법무부 안양소년원(정심여자중고등학교)에서는 스승의 날을 맞아 '감사 데이 ♥ 해피 러브 데이 행사'가 열렸다. 행사 도중 한 학생이 선생님들께 감사의 편지를 낭독했다.
"처음 10호 처분을 받고 이곳에 왔을 때는 선생님들이 규칙적이기만 하고 차가우실 줄 알았는데, 선생님들과 같이 지내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어떤 선생님들보다도 저희를 위해 주시고 정말 따뜻한 분들이란 걸 많이 느꼈습니다. 여기가 소년원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학교 선생님들보다 더 열정적이시고 더 진심으로 저희를 응원해주시고 아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선생님들을 만나기 전에 저만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나만 잘 살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지냈는데 선생님들께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으로 대하시는 모습을 보고 '여기는 더불어 살아가는 조그마한 사회구나'라는 걸 깨닫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에서 제가 느낀 어른들의 시선은 항상 따가웠습니다. '쟤들 양아치 아니야? 피해야지'라는 시선을 받고 자랐습니다. 근데 여기 와서 보니 '따뜻한 어른들이 정말 많구나, 내 생각이 짧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들 모두 저희에게 뭐라도 챙겨주고 싶어 하시고 아프면 어디가 아프냐 걱정해주시고 기쁘면 같이 기뻐해 주시고 저희를 공감해주시는 선생님들의 모습들이 정말 존경스럽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정심에 계신 모든 선생님들, 선생님들 덕분에 제가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생겼고 힘이 들 때 가장 큰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선생님들을 만난 게 제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저의 10대의 마지막을 빛내주셔서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립니다."
행사 진행을 맡은 음악 선생님은 학생의 감사 편지를 들으며 눈물을 보이셨다. 평소 학생들의 정서를 순화하고 감성을 깨우기 위해 열정적으로 음악 수업을 하시는 젊고 멋진 남자 선생님이다. 학생들이 휴일에는 음악 선생님의 근사한 음악 수업을 못 듣는다고 슬퍼하기까지 할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마지막으로 정심학교 선생님들 잊지 않겠습니다.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 스승님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첫댓글 소년원에 오기 전까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진심으로 대해주는 어른과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ㅜㅜ
진심으로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어 제 마음이 다 기쁘네요^♡^
우리모두가 따뜻한 어른으로 기억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