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에 다시 보니 어찌나 반가운지... 그토록 혼내가면서 함께 지내도 완이녀석하고는 미운정 고운정이 아주 깊어졌는지 반가움을 넘어 밉지만 귀여운 자식 만난 것같은 느낌이 더 듭니다. 완이에 대한 이런 감정은 완이녀석 제 뜻대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에 더 애틋해진 듯 합니다. 이 녀석도 저한테 중독된 양 다시 만나니 반가운 미소를 흠뻑 날립니다.
그래도 일주일 보충제 안 먹었으니 입안쪽이 두 군데나 헐어있습니다. 완이는 정말 비복합 보충이 반드시 필요한 체질이라고나 할까요? 차에 태우고 일단 속부터 채워준 후 얼른 요플레에 비복합 하나 섞어서 먹였습니다. 뉴비기닝스 비복합제품이 워낙 고용량이라서 요플레에 희석해도 그 맛이 꽤 지독한데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먹습니다. 이 녀석 몸이 꽤 그리웠나봅니다. 몸은 다 알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준이입니다. 집안에 이미 준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지니 샤워부터가 문제입니다. 그래도 집에 보내면 준이아빠가 이발도 시켜주곤 했는데 이런 신변처리를 해줄 사람이 없으니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거기에다 경기약물도 안 먹었으니 지독한 두통에 머리 가운데에서 손을 떼질 못합니다. 집에서도 계속 그랬다는데 엄마의 정신과적 증세는 더 심해져서 준이를 지독하게 다그치고 힘들게 했다니 없던 두통도 도질 지경일 것 같습니다.
혹시 몰라 오늘 태균이 약처방하면서 구매한 진통제가 있어 그거라도 먹였더니 머리는 더 이상 잡지않습니다. 머리가 좀 나아지니 혼잣말 작렬인데 말투를 보아하니 준이엄마가 했던 말들의 재반복인 듯 합니다. 아무리 수 백번을 해주어도 제 말을 따라서는 하지만 자발어에는 반영을 못하고, 애니메이션에서 듣었던 말이나 엄마가 했던 말들은 단편적이긴 하지만 수없이 재탕을 합니다. 이런 문제는 준이가 자발어를 할 수 없는 중대한 뇌구조를 보여줍니다.
상동행동까지 보이니 빨리 경기약을 구해서 먹여야하는데 방법이 하나 생각나긴 했는데 잘 먹히길 바래야 합니다. 지금 준이에게는 너무 절실하게 필요한 약물이고 약물을 하는 동안 경기로 인한 이상행동은 확연히 없어집니다. 지금은 과도하게 꿈틀대는 뇌신경망들의 자극제인 전기신호 과부하를 다스려주는 게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간질약 뿐입니다.
뇌신경망 자체를 튼튼하게 해주는 것은 보충제가 분명히 도와주지만 어차피 뇌신경망이 제대로 가동할 수 없는 뇌신경발달장애가 우리 아이들의 결정적 문제이니, 취약한 뇌신경망에 전기신호가 과도해지면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겠지요. 전기신호 과열현상은 대표적으로 상동행동, 폭력성, 극심한 편두통, 의식단절 등으로 나타납니다.
제주행 새벽 1시 배는 저녁 9시반부터 승선이 가능한데다 우리들만의 독립룸을 주니 편하게 갈 수가 있습니다. 여러가지로 고마운 배려입니다. 언제 잠들지 알 수 없지만 계속 지그재그로 수없이 방을 왔다갔다하는 완이. 아직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준이. 이 시간 되어서야 잠에 들어가니 아직은 멜라토닌의 도움이 필요한 때입니다. 일주일이나 집에만 있었으니 더할겁니다.
하긴 도시의 날씨라고는 낮에도 먼시야 분간이 아득한 미세먼지와 공해물질, 겨울의 먹구름이 뒤섞여 탁한 청회색 공기가 사방에서 대기를 눌러댔으니 밖의 사정도 별반 그렇긴 했습니다. 승선하기 전 목포에 들러 맥도널드로 저녁을 해결하는데... 자기몫의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그토록 빠른 속도로 먹어치우는 것이 처음입니다. 준이녀석 분명 힘들었던 집에서의 일주일 생활이었던 듯 합니다. 준이가 그걸 온 몸으로 보여주는 듯, 힘겨운 두통에도 자꾸 웃어대니 마음이 짠합니다...
첫댓글 준이 완이 하루 빨리 안정되길 바랍니다. 겨울 제주가 즐겁길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