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가을 마라톤 대회 참가 의지가 별로 없었다.
2025 동마 신청이 좌절되며 보복 신청??
더구나 신청 시간이 샤모니에서 새벽 시간인데도 운 좋게 접수되었고,
일철에서 마라닉으로 함께 가보자는 타잔 회장님의 제안에 잘됐다 싶었다.
부담없이 달림이 종사자로 그냥 가을 축제를 즐겨보자고 생각했다.
군산 대회 끝나고, 알프스 몽블랑 트레킹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그 무더운 여름을 견디게 해준 것은 주 3회 달리기였다.
솔직히 열심히는 아니고, 그냥 습관처럼 달리는 거였다.
그래도 더 중요한 산행이 있다면 산행이 우선이었고...
나의 다리가 산을 오르든, 호수 공원을 달리든 뭔가를 하고 있으면 됐다고 생각했지만,
가을 대회 날이 가까워지니 자연스럽게 달리기에 집중하게 됐다.
그러던 중, 가고 싶어했던 말레이지아 키나발루 산행 일정이 나와 바로 신청했는데,
알고 보니 춘마 일주일 전.. ㅠㅠ
살짝 고민했지만, 그냥 가기로 마음 먹고 평소 하던대로 훈련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제외하고 아시아 최고봉이라는 키나발루 산은 4,100미터 높이다.
산행은 그냥 무작정 올라가는 건데, 문제는 고산증이었다. 후유증도 남기에 조심하며 올라갔다.
왠지 대회 일주일 남기고 빡세게 근력 운동한 느낌이었다. ㅋ
일주일간 회복 잘하고 맞은 춘마 대회날!!
3주 전에 33키로 달렸던 국제 평화마라톤 대회 날 처럼 몸 상태가 가볍거나 자신감이나 의지가 충만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고산 산행 여파가 있구나 싶어, 목표를 조정해서 3시간 45분으로 잡았다.
새벽 버스에 올랐을 때 반갑게 맞아주는 소연씨와 조이의 인사를 받으니 마음이 찡했다.
후배들의 예쁜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일찍 도착해 자리 잡고, 여유있게 대회 준비하고, 화장실 시간도 충분히 갖고 출발선에 섰다.
날은 좀 흐리고 기온도 높지 않아 좋았다.
E그룹에서 아는 사람들을 만났지만 다들 목표 기록이 다르니, 출발선에서만 같이 서있을 뿐 각개 전투임을 깨닫는다.
갑자기 무사히 잘 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혼자서 오롯이 4시간 가까이 견뎌야 한다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출발하자 마자 다들 흩어지고 앞 사람들 뚫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달렸다.
첫 1키로는 언덕이었는데도 5분 5초가 나온다. 천천히 가자고 했지만 내리막이니 또 5분 7초가..
이거 아닌데 하며 숨을 고르며 처음 목표에 집중하며,
코스가 오르락 내리락 하니, 1키로 기록 체크 보단 5키로에 26:30 내외로 가기로 정했다.
5키로 체크 후엔 그 다음 5키로 누계 기록을 예상하며 달리는데,
힘이 나는건 아닌데 간신히 5키로씩 기록을 달성하며 계속 달렸다, 신기하기도 했다.
코스는 익숙한 곳이 아니어서 그런지 지루하고 같은 장면이 계속 반복되는 것 같아 표지판을 봐야 몇 키로인지 알거 같았다.
그 와중에 신매대교는 하프 지점이어서 그런지 응원객도 많고 분위기가 업되었다.
멀리 보이는 곳에 사람들이 안달리고 멈춰 서있다, 아니 왜?
박사 초등학교를 지나며 가까이 가니 빨닥 서 있는 짧은 언덕이었는데 다들 속도가 느려지니 그렇게 보였나보다. ㅋ
춘천 댐 오르는 중에 대회 전에 인사 나눴던 노종남씨의 딸이 응원하며 서 있는 것을 보고 아는체해서 나도 응원도 받았다.
어쩜 그리 예쁘고 달리기에 진정인지...
32키로 지나면 언덕은 없고 평지일거라 다독이며 달렸다. 어느새 시내로 나오고 복잡하지만 도심을 달리는 것에 익숙한 내게는 더 편한거 같았다. 문제는 아까 부터 스멀스멀 느껴지는 쥐..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달래며 달렸다.
35키로에서 동률을 만나 함께 갈 사람 만나서 좋다 했는데, 없어지고 바로 노종남씨를 만나 몇 키로 함께 달렸다.
어찌나 힘이 되던지.. 고마웠다.
39키로 즘 부터는 혼자 달렸다. 옆 사람들의 가쁜 숨을 내쉬는 소리를 들으니 내가 편하게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남은 3키로즘은 헉헉대며 달려야지 하며 속도를 올리는 순간, 아~ 번개가 내 종아리를 친다.
휘청하며 넘어질 뻔, 다행히 중심 잡고, 그냥 이 속도로만 가자 했다.
시계를 보니 3:43분 정도는 할거 같아 조금만 버티자며 다리를 달래며 달렸다.
피니쉬 라인이 가까워지니 주변에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고 아는 얼굴과 인사도 주고 받았다.
본격적인 쥐가 올라오기 전에 마침내 끝났다. 다행이다.
피니쉬 라인에선 조이가 예쁘게 사진 찍어줘서 무척 고마웠다. 사진 보니 바로 1분 전 까지 쥐 때문에 고생한거 맞나 싶다.ㅋㅋ
지난 봄 동마 대회 기록 보다 3분 정도 단축했다.
천천히 캠프에 걸어오며 다 풀렸나보다 했는데 자리에 앉아 뭘 좀 먹으려니 다리 부터 몸통 까지 꼼짝 못하게 경련이 와서 고생 좀 했다. 그래, 나 최선을 다한거 맞아!!
월요일도, 화요일도 근육통은 커녕 단풍 산행을 너무나 잘해, 최선을 다한게 아닌 것 같아 좀 당황스러웠지만 그 순간엔 충실했던 거로.. ㅋㅋ
대회 접수된거만으로 만족해 기록 제출을 안했더니 무기록자 E그룹에서 출발.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나가며 페메 풍선에 20번도 더 맞은거 같다. 기록 제출 잊지 말자!!
나중에 사진 보니 B그룹 정도만해도 널널했던거 보니 많이 아쉬웠다.
예전에 몰랐는데 누군가와 함께 동반주하는게 얼마나 좋은지,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익숙하지 않은 코스에 집중도 안돼고 좀 힘들었다.
지난 동마 때 함께 달려준 강빵 선배에게 새삼 고마움을..
거의 20년 전에 춘마 대회 후에 목욕탕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ㅋ
좀 귀찮았지만 저녁 식사할 때 깔끔해서 좋았고, 무엇보다 집에 도착해서 바로 잠 잘수 있어 더욱 좋았다.
닭 갈비 저녁 식사도 여유있게 잘 먹고, 대회 후의 즐거움을 한껏 누렸다.
대회 며칠 전에 우연히 들었던 "내가 제일 잘 나가", 이 음악이 머릿 속에서 맴돌아 웃음이 계속 났다.
10회, 20회 완주하신 최종두님, 정영대 선배님,
개인 최고 기록 세운 강석씨, 축하드립니다.
저도 몰랐는데, 이번 춘천 대회가 5번째이고, 기록 갱신 중이더군요. 저도 5번 남았네요,ㅋ
뒷풀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신 홍성조 선배님, 감사드립니다.^^
때 지난 후기를 올리는 이유는
많은 분들이 자원 봉사해주셨는데, 고마웠고 덕분에 잘 달렸고 즐거웠다고 인사하기 위해서 입니다.
카톡방에서 인사하는 것 보다는 뭔가 더 오래 남기고 싶어서요.
이렇게 올해 공식 대회는 마무리 되는군요.
잠시 쉬시고, 다시 호공에서 만나요.^^
첫댓글 멋진 풍광의 호반을 사뿐사뿐 달려가는 선배님 모습이 저절로 그려집니다.
"런너는 페이스로, 기록으로 말한다"는 문구처럼, 완주기는 자기자신의 성찰을 담은 현재의 나와 앞으로 다가올 내 모습을 그려보는 시간이 맞나 봅니다.
앞으로도 늘 건강하신 모습으로 멋진 후기 부탁드립니다.
유니스 !
축하 드리오
환갑 !
대부분의 사나이들도 접는다는 나이를 뛰어넘어 버린 의지 !
역시 나이는 숫자 !
잘 관리해서 오래도록 함
꼐 하기를 바라는 1인
축하축하 드려요!!!
역시 명불허전 대단하셨습니다
꾸준한 노력이 좋은결과를 만들었네요. 축하드려요^^~.
완주와 호기록 축하드립니다^^ 한 여름 주3회 달리기 국제평화마라톤부터 차근차근 준비해나가신 노련함과 꾸준함 배울게 많은 선배님 리스펙합니다 늘 느끼지만 후기도 잘쓰셔요~^^
사진마다 함박 웃음이네요.
웃는 얼굴 너무 멋지네요.
저는 주로 내내 긴장하고 인상쓰고 마지막 피니쉬까지 찡그렸지만
멈추고 나서는 웃음을 멈출수 없었답니다. ㅎㅎ
완주 축하드리고 축하 감사드립니다~^^
일철과 함께한 춘마 PR 잊지 못할 가을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자봉천사님들 함께 잘해주신 일철 회원님들 고생하셨고 감사드립니다!
계속해서 기록 갱신인 선배님 너무 멋져요! 완주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