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 생황 유머
책 없는 세상엔 미래도 없다
매경 2024-11-22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역사가는 뒤늦게 말하지만 작가는 언제나 미리 말한다.
역사가가 일어난 사실만을 다룬다면 작가는 일어날 법한 사실을 다루기 때문이다. 작가는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까지 이어지는 길을 그려낸다. 문학을 읽지 않는 사회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
'화씨 451'은 책이 불타기 시작하는 온도인데, 1953년 발표된 이 작품은 책을 발견하면 모두 불사르는 사회를 다룬다. 권위주의 권력이 틀어쥔 이 사회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책이다. 가장 내밀한 미디어인 책은 지배 권력에 저항해 내면을 형성하고 자유를 촉발하는 까닭이다. "책이란 옆집에 숨겨놓은 장전된 권총이야. 태워야 해. 무기에서 탄환을 빼내야 한다고.“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정보는 인간을 바보로 만든다. 의미를 담은 통찰, 지혜를 간직한 사유가 없을 때 영혼은 충만함을 상실한다. 책을 불사르고 화면에 매달리는 인간은 인생에 공허의 잿더미를 쌓는 것이나 다름없다. 70년 전에 브래드버리는 이런 삶의 위험을 경고했다. 미래를 알려면 문학을 읽어야 한다.
진시황이 실용서를 제외한 사상서를 불태우고, 유학자를 생매장한 분서갱유.
조선총독부가 조선의 역사책 20만 권을 불태운 제2분서.
책 대신 볼 화면도 없던 시절, 독재자와 식민지배자는 사람들의 생각을 고정시키고, 역사를 제 맘대로 칼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