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코드 / 설혜원 / 지금이책
코로나 19 (COVID-19)으로 도시봉쇄조치가 시작되고 늘 미루었던 책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그 책은 분량만큼이나 내용이 주는 무게도 만만치 않다. 깨끗하게 비어있는 시간 같으나, 정리되지 않은 시간의 틈을 깊은 생각을 요구하는 내용의 책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내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으로 대신한다.
24시간 텅 비어있는 하루이지만 대가 없이 채울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인간이 머물던 자리를 옮기는 행위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리고 인간이 행하는 모든 행동에도 대가가 요구된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 그 어떤 일도 행할 수 없다. 누군가의 도움이나 희생, 또는 응원이 필요하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머릿속에서만 무엇을 도모한다면 그것은 주변의 사람이나 물질 또는 환경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뿐더러 주지도 않는다. 입 밖에 꺼내지 않고 생각에 기인한 어떠한 움직임도 없는데 나 아닌 다른 것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정말 생각과 현실을 별개로 나눌 수 있을까? 구별할 수 있을까?
책에는 7편의 단편 소설이 있다. 설혜원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안내와 함께 "섬세한 심리묘사와 반전, 눈을 뗄 수 없는 흡입력과 통찰력으로 무장한 본격 심리 스릴러!"라는 글귀가 어우러져 있다.
심리묘사의 턱월함은 잘 모르겠으나 흡입력은 대단하다. 가슴이 둥둥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전체 작품을 통해 작가의 의도나 생각은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현대인이 가진 인간관, 인간관계 그리고 사회에 대한 사고방식을 일반인부터, 심각하지 않은 경증부터 중증의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내세워 고발하는 소설로서 섬뜩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클린코드
잘 돌아가는 사회처럼 보이지만 오류투성인 사회를 고발한다. 놓친 부분은 누가 어떻게 정죄할 것신가? 기능한가?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카피가 떠오르다. 언제부터 그들은 그들의 행동이 악하다고 생각했을까?
선하게 살면 손해 보고 악하게 살아야만 빛날 수 있는데, 나보고 어쩌란 말이야! 69
모퉁이
모퉁이만 돌아서면 내가 원하는 세상이 있을 것만 같아 꿈속에 머물기 원한다. 꿈속에서 단지 마스크를 쓰고 뛰었을 뿐인데 그는 괴한이 되었고 꿈은 현실이 되었다. 모퉁이를 돌아야 하는데...
독서실 이용자 준수사항
아파트 미화원 아주머니의 사연을 통해 인간을 성찰해본다.
"아들이 엄마한테 그랬잖아? 이유 없이 굽신대지 말고, 이유가 있으면 단호하게 할 말을 하라고. 그래서 엄마, 805호 처녀의 나쁜 짓을 바로잡아주고 왔어. 이제 나, 연체동물처럼 이래도 굽신 저래도 굽신 안 거려. 그러니까 아들, 빨리 일어나. 응?" 126
셀프큐브
융의 말처럼 정신과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들은 자기의 환상을 세계와 공유하는데 실패한 사람이다. 현실에서 승인 받지 못한 환상은 병증으로 낙인 찍힌다. 157
자동판매기 창고
어머니를 돈을 제공해주는 자판기 정도로 정의한 자녀로 인해 발생하는 상상하기도 힘든 이야기이지만 현실에서 발생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더 무서운 ...
메르피의 사계
인간성이란 인간이란 어디서 오고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가.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어떻게 인간을 정의할 것인가. 미래 공상 소설. 무서운 이야기다.
월광
중독을 벗어나기 위해선 다른 중독이 필요한 거야. 삶의 괴리를 잊기 위해선 감각을 사로잡는 새로운 마비가 필요하거든. 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