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을 세움에 있어서 한 걸음 더 높고 크게 보다 확고하게 세우지 않는다면 먼지 끄덩이에서 옷을 털고 흙탕물에서 발을 씻는 격이니 어떻게 초연할 수 있겠는가
세상에 처함에 있어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겸허하게 자기를 낮추지 않는다면 부나비가 촛불로 날아들고 숫양이 울을 들이받는 격이니 어떻게 안락할 수 있겠는가
그렇습니다 사람은 제 얼굴을 보지 못합니다 거울을 통해서만 볼수 있지요 사람의 거울이 무엇입니까 맞습니다 다름 아닌 주변입니다 주변이란 거울이 깨끗할 때 자신의 모습이 고스란히 비추지만 주변이란 거울이 더럽다면 아무리 좋게 비추고자 하나 깨끗하게 비춰질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곧 해인삼매입니다 화엄의 해인삼매 이미지를 빌어 해인사가 명명된지 일천이백년 하고도 열몇 해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이 청정한 해인삼매를 혼탁하게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남의 단점을 조장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네가티브작전을 일삼아 해인삼매라고 하는 징명한 거울의 이미지를 혼탁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해인사 방장을 모시는 일에 흑색선전이 난무한다면 그런 거울은 깨끗한 얼굴에 티끌만 더할 뿐이니 차라리 방장후보께서는 이를 걷어치우심이 좋을 것입니다
어쩌다가 보니 얘기가 옆으로 빗나갔습니다 내 재적본사가 해인사고 해인사에서 5년간 수행한 인연으로 지역을 떠나 나는 우리절을 해인사 말사로 등록하였습니다 여기 경기 남부는 용주사 말사로 등록함이 맞는데 무엇 때문에 멀고 먼 합천 해인사로 등록했겠습니까
1995년10월7일 나는 우리절을 개산하고 이듬해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요사채와 사찰 부지를 등록하였고 그후 관음전과 관음전 부지 주변의 사찰 부지까지 토탈 2,950여평을 2005년3월5일 모두 해인사에 등록했습니다 그만큼 나는 해인사를 사랑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겨울 법전 방장스님께서 열반하셨고 제9대 방장을 추대해야 하는 중차대重且大한 때가 되었습니다 격조있는 인품은 물론 지혜와 덕과 선과 율을 겸비한 훌륭한 방장후보들이 나오셨는데 무슨 흑색선전이 이리도 많은지 절집에 들어온지 40년이 넘어가지만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어려서 열댓 살 때 읽은 책이라 내용은 다 기억나지 않지만 내게 풀이를 부탁한 것이 홍자성의《채근담》이 맞다면 거기서는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그대 입신을 얘기하는가 남보다 더 높은 이상을 가져라 그대여, 처신을 논하는가 겸허하게 한 발짝 물러서라."
방장스님께서 비록 훌륭하시다 하더라도 주변이 혼탁한 이들로 채워진다면 밝은 태양이 먹구름 하나로 인해 빛을 잃는 것과 무엇이 다르오리까 방장스님께서 비록 청정하시다 하다라도 주변거울이 오염되었다면 방장스님의 청정한 모습이 과연 그대로 비추겠나이까
누구 못지않게 나는 해인사를 사랑합니다 스승께서 머무신 곳이 해인사고 노스님 용성선사사리탑이 경내에 모셔져 있습니다 나는 내 40년 세월을 오롯이 담아 해인사에 고스란히 바쳤습니다 나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방장추대자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는 간곡히 염원합니다 방장스님을 모시되 흑색선전을 꾸미는 이들이 그들 자신부터 깨끗하게 정화해가는 그런 풍토가 되었으면 하는 소박하고 간절한 염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