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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추산 정상에서, 왼쪽부터 도~자, 金錢無, 드류, 메아리, 앞줄 오른쪽부터 신가이버, 더산,
한계령
해님의 길일레라
접시꽃 바라보고 섰네
오월 장마 비
日の道や葵傾くさ月あめ
――― 미츠오 바쇼
※ 장마 비에 젖어서 접시꽃이 피어있네. 해는 빗속에 가려 없지만, 아마 접시꽃이 바라보는
곳에 해가 있으리라.(김정례 역주)
▶ 산행일시 : 2013년 7월 20일(토), 맑음, 오전에는 바람, 오후에는 불볕
▶ 산행인원 : 8명(영희언니, 드류, 金錢無, 더산, 한계령, 메아리, 신가이버, 도~자)
▶ 산행시간 : 11시간 28분
▶ 산행거리 : 도상 15.3㎞(1부 12.6㎞, 2부 2.7㎞)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시간별 구간
00 : 1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4 : 06 ~ 05 : 10 -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동초밭 부근, 산행시작
※ 경기도 광주에 사는 도~자 님이 토요일 당일 산행인 줄 알고 집에서 자고 있는 것을 깨우
고 기다리느라 경안IC에서 20분 기다림
05 : 40 - 682m봉
06 : 35 - △961.6m봉 전위봉, 아침식사
07 : 00 - △961.6m봉
07 : 58 - 1,086m봉
08 : 46 - 1,261m봉
09 : 16 - 아리랑산(1,342m)
09 : 32 - 노추산(魯鄒山, △1,322m)
10 : 42 - 사달산(士達山, 1,182m)
11 : 20 - 1,098m봉
12 : 40 - 계곡
13 : 40 ~ 14 : 15 - 정선군 여량면 구절리 수이동, 1부 산행종료, 점심, 이동
14 : 30 - 여량초교 구절분교, 구절교, 2부 산행시작
15 : 47 - 855m봉
16 : 38 - 정선군 여량면 구절리(九切里) 유천1교, 산행종료
1. 사달산 가는 길
▶ 노추산(魯鄒山, △1,322m)
“한 량 달랑 정선선(증산~구절리) 타고 물굽이 산굽이 100여리. 백두대간이 품속비경 하나하
나 꺼내 보여준다.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좋다. 차창 밖 천하절경, 그저 넋 잃다 깨어 한바탕
꿈이라 해도 좋다. 새마을호 타곤 갈 수 없는 곳, 비둘기호 갈아타야 갈 수 있는 곳, 정선아라
리 도원경.” (1999년 2월 27일자 경향신문). 우리는 그곳을 캄캄한 밤으로 간다.
송천(松川) 따라 정선 구절리 돌고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로 들어가는 산모퉁이 차안에서 떼로
늦잠을 자버렸다. 무박산행의 매력이자 맛과 멋은 마빡불 켜고 산속 어둠을 헤쳐 나아가는 것
인데 잠결 산비둘기 구구대는 소리와 송천 여울 큰물 흐르는 소리에 눈을 뜨니 날은 이미 훤
하게 밝았다. 밤이슬인가? 길섶의 풀숲은 담뿍 젖었다.
산모퉁이 한 차례 더 돌아 가락동에서 오르면 등고선이 덜 촘촘한데 굳이 당초 선 그은 능선
을 붙들려 한다. 인적에 연연할까? 첫발부터 수직사면이다. 선등은 신가이버 님. 낙석의 위험
도 있지만 앞사람이 미끄러지거나 구르기라도 하면 함께 떨어질까 봐 지그재그 식으로 오른
다. 자갈 사면이라 성긴 잡목이지만 홀더로는 훌륭하다. 팽팽한 긴장감 일어 암벽 오르는 기
분이 난다.
한 피치 올라 능선 마루 잡았어도 가파름만 약간 수그러들었을 뿐 인적은 없고 듬성듬성한 바
윗길로 잡목이 무성하다. 내친걸음 682m봉에서 가쁜 숨 돌린다. 가락동 쪽에서 오른 인적이
언듯 보였다가 금세 사라진다. 능선은 초원을 잠깐 지나고 된 가파름으로 이어진다. 고도
350m 남짓을 도상거리 0.95㎞로 곧장 올라야 한다.
송천(松川)인 이유를 알겠다. 송천 주변의 산에 아름드리 적송이 즐비하다. 보기 좋다. 그 기
(氣)를 받아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하게 내딛는다. 암릉이 나온다. 처음에는 좌우 사면으로 돌
아가며 넘었다가 중간쯤에서 암릉을 직등한다. 돌부리 더듬는 손맛 본다. 아까 682m봉 오를
때 더산 님이 살모사를 두 마리나 보았다고 하여 겁이 난다. 머리 위 바위 턱을 팔 뻗쳐 잡는
다고 바위에 똬리 틀고 있을지도 모를 살모사를 잡지나 않을까 해서다.
햇빛이 난다. 모처럼 보는 햇빛이다. 영화 ‘워터월드’에서 마리너(케빈 코스트너 분)가 흙을
보듯 햇빛을 본다. 능선에는 미처 땀 흘릴 새 없이 시원한 솔바람이 연신 불어댄다. 산행하기
딱 알맞은 날씨다. 너른 초원인 △961.6m봉 전위봉에서 요기로 아침식사를 대신한다. 비록
요기이지만 행동식이 아닌 바에야 성찬이다.
△961.6m봉. 삼각점은 ‘486 재설, 77.9 건설부’다. 등로가 여전히 사납다. 풀숲 우거진 너덜길
이거나 잡목 울창한 바윗길이다. 풀숲은 방금 비온 듯 젖었다. 암릉을 간다. 슬랩은 이끼가 낀
데다 빗물에 젖어 있어 아주 미끄럽다. 1,086m봉 넘고 다시 한 번 된 오름이 기다린다. 선두
인 신가이버 님의 쭉쭉 빼는 견인으로 오른다.
1,261m봉. ‘新韓國登山路’라는 방향표시 팻말이 보이지만 등로 상태는 조금도 더 나아지지
않는다. 이제 심한 오르내리막은 없다. 초원 풀숲을 헤친다. ┣자 갈림길. 오른쪽 종량동(4.7
㎞)에서 오는 노추산 주등로와 만나고 비로소 오지 잡목 숲에서 풀려난다. 1,342m봉. 노추산
주릉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돌무더기 위에 ‘아리랑산’이라는 표지석을 세웠다.
아리랑산 지나고 이성대 바로 위다. 오른쪽 사면 샛길에 유독 금줄 치고 ‘탐방로 아님’이라는
표지판을 달아놓았다. 맹구 하는 짓 같다. 너덜 길 밧줄 잡고 내렸다가 헬기장 지나면 노추산
정상이다. 커다란 오석의 정상 표지석과 2등 삼각점이 있다. 구정 23, 2006 재설. 동남서쪽으
로 조망이 훤히 트였다. 나는 ‘노추산’이라는 산 이름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산의 동쪽 사달산에서 수도하던 설총이 공맹을 기리고자 남의 나라인 공자가 태어난 ‘노
(魯)’나라와 맹자가 태어난 ‘추(鄒)’나라에서 따왔다고 하니 그렇다. 혹시 그 당시 신라는 백제
나 고구려도 노추와 같은 이국(異國)으로 여기지나 않았을까?
2. 길섶에 핀 달맞이꽃(Oenothera odorata), 바늘꽃과의 두해살이풀, 월견초, 야래향(夜來香)
3. 등로 주변에 즐비한 아름드리 적송
4. 신가이버 님의 아침식사, 샌드위치와 냉커피
5. 고목가지 틈에서 자라는 기린초(麒麟草, Sedum kamtschaticum),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
6. 도라지모싯대Adenophora grandiflora),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
7. 여로(藜蘆, Veratrum maackii var. japonicum),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8. 노추산 정상에서 조망, 가야 할 산릉이 요연하게 보인다. 멀리 하늘금은 백두대간의 석병
산, 자병산 연릉
▶ 사달산(士達山, 1,182m)
1부 산행은 앞으로의 등로가 탄탄할 것이지만 그 거리가 꽤 길다. 노추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사달골 건너편의 중동교로 내리는 능선이 줄달음하여 내릴 법하게 미끈하다. 사달산 가는 길
은 세 번의 완만한 내림과 오름이다. 하늘 가린 숲속 길 초원이다. 더러 멧돼지가 곳곳을 파헤
쳤지만 헷갈릴 염려가 전혀 없는 외길이다.
바람까지 분다. 바람소리부터 시원하다. 아마 노추산 주릉 중 가장 걷기 좋은 구간이리라. 이
런 초원은 아무데나 함부로 누벼도 좋다. 물기 털어 바지자락이 휘감기지만. 사달산이 금방이
다. 사달산 정상은 그리 넓지 않은 묵은 헬기장이다. 사방 나무숲 둘러 조망을 가렸다. 이 사
달산에는 네 명의 득도자가 나오리라는 전설이 있는데 의상, 설총, 이이가 그중 셋이고, 나머
지 한 명이 남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달산을 우리말 ‘사달’의 뜻인 ‘사고나 탈’이 나는 산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중동교로 빠지는 능선을 잘 잡아야 한다. 완만한 내림이다. 1,172m에서
의 오른쪽 지능선은 사달골로 빠진다. 내가 선두로 나선다. 노추산 정상에서는 그렇게 분명하
게 보이던 지능선이 숲속에 드니 오리무중으로 답답하다.
지나쳤다. 그런 줄 모르고 1,098m봉에서 오른쪽 사면으로 쏟아져 내렸다. 뒤따라오던 도~자
님의 GPS가 이를 추인했다. Y자 지능선이 분기하는 1,010m봉에서는 오른쪽으로 내렸다가
도~자 님의 GPS가 왼쪽 지능선을 타야 된다기에 뒤돌아 트래버스도 했다. 945m봉 내리면서
골 건너 맞은편의 △986.9m을 수상히 여기고 예의 검토 분석한 결과 우리가 대형알바에 들어
섰음을 알아챘다.
아무리 오지산행이라지만 이런 때 이성적인 판단이라면 앞길 사정을 전혀 모르니 당연히 뒤
돌아서 정상 등로를 잡아야 했다. 산행도 도박이다. 골로 떨어져서 가자는 데 이의 없다. ‘골
로 떨어져 길이 없다면’은 생각하지 않는다. 참말로 골로 가는 수가 있다. 엄청 가파른 사면이
다. 골로 가기도 힘들다. 낙석! 하는 다급한 외침보다 낙석이 먼저 비산한다. 칡덩굴만한 더덕
줄기가 보여도 다 놓아둔다. 그걸 캐느라 돌멩이 들어내거나 건들면 또 다른 낙석을 만들게
되므로.
어렵사리 골에 다다른다. 운이 좋았다. 호호탕탕 흐르는 계류 가까이 산기슭으로 길이 뚜렷하
게 나 있다. 그러나 기뻐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계곡을 내려갈수록 길 사정이 나빠진다. 산기
슭이 가파른 곳에서 길은 자주 유실되었다. 계류를 자연 징검다리로 건너고 건너기를 반복한
다. 개활지는 묵밭이다. 그야말로 쑥대밭이고 개망초밭이다. 묵밭의 불규칙한 이랑을 고려하
여 키 넘는 쑥대를 헤쳐 나아가기란 너덜 사면의 울창한 잡목 숲을 뚫는 것 못지않다.
기진맥진하여 너른 농로에 이른다. 수이동 수이교 건너고 오막살이집 한 채 지나 콘크리트 포
장도로가 이어진다. 땡볕 아래 허기져서 더 못가겠다. 산모퉁이 그늘 드리운 길바닥에 주저앉
는다. 두메 님에게 차 몰고 오시라 전화 걸고, 잠시 후 그 자리에서 점심 먹는다.
9. 앞은 고비덕, 오른쪽은 옥갑산봉
10. 앞 산릉을 놓치고 그 뒤의 골로 갔다
11. 노추산 정상에서
12. 사달산 가는 길
13. 짚신나물(Agrimonia pilosa var. japonica,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과 잠자리.
사달산 정상에서
14. 솔나리(Lilium cernuum),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멸종위기 2급, 취약종으로 희귀식물
▶ 855m봉
1부 산행 막판의 대형알바로 데미지가 매우 컸다. 2부 산행 인원은 4명(드류, 더산, 영희언니,
신가이버)으로 반타작이고 산행코스는 이삭줍기다. 2부 산행을 폐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
라 폐했다가 그 비난을 두고두고 어찌 감당하랴. 시늉이라도 한다. 당초 계획했던 산행코스를
대폭 줄여 고비덕 연봉 그만 두고 855m봉만 오르기로 한다. 축척 25,000분의 1인 지형도에
등고선 주곡선 41개가 삼각뿔 모양을 입체적으로 그린 아름다운 봉우리다.
여량초교 구절분교(2013년 3월 1일 폐교) 뒤로 오른다. 낙엽송 간벌지대 지나고, 개벌하여 엄
나무와 두릅나무를 재배한 사면으로 오른다. 오전과는 다르게 바람 한 점 없다. 무지하니 덥
다. 숨만 쉬는 데도 땀이 줄줄 흐른다. 다시 낙엽송 간벌지대. 어렵게 지나니 이번에는 덤불숲
을 만난다. 지면에 납작 엎드려 뚫는다. 후끈한 지열로 숨이 막힌다.
산에 대한 내 욕심이 지나쳤다. 그냥 남는다고 할 것을 후회막급이다. 지금쯤 그들은 어느 계
곡 소에서 알탕을 즐기고 있을까 생각하니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괄괄 대던 수이동
계류가 어른거린다. 내가 맨 뒤로 처졌다. 도대체 이토록 힘들게 산을 오른 적이 있었던가 싶
다. 855m봉 오르기 전 안부. 널브러진다. 점심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뜩이나 부른 배에
찬물만 자꾸 들이킨다.
855m봉 주릉에도 인적은 보이지 않고 풀숲만 무성하다. 855m봉까지 고도 80m 남았다. 잡목
숲과 덩굴이 밀림으로 우거져 뚫기 어려우니 이 또한 준봉이 아닐 수 없다. 이리저리 돌아보
지만 괜한 발품만 더 들일 뿐이다. 덩굴 숲에 갇혔다. 덩굴을 스틱으로 쳐내기에는 턱없고 한
가닥 한 가닥 꺾어가며 뚫는다. 고지가 저긴데 이대로 물러 설수는 없다.
855m봉 정상. 넙데데한 덤불숲이다. 산 높이를 우뚝 솟은 우람한 적송의 높이까지 계상한다
면 1,000m가 간단히 넘을 고봉이다. 하산. 2부 산행으로 할애된 2시간이 빠듯하다. 북서방향
잡는다. 우선은 북쪽 사면이 부드러워 쭉쭉 내리쏟았는데 너무 급박하게 떨어지기에 왼쪽 너
덜 사면으로 대 트래버스 한다.
672m봉을 돌아 넘고 약간 어설픈 암릉이다. 그렇지만 이끼 낀 슬랩에 몇 번 미끄러지고 바위
모서리에 정강이를 몇 번 차이고 더구나 수 미터 앞서가는 더산 님이 또 독사를 두 마리나 보
았다니 걸음걸음이 사뭇 조심스럽다. 산줄기가 거의 맥을 놓을 때까지 그런 암릉이다. 무덤
지나고 소 축사 내려 유천1교다. 두메 님과 일행은 근처에서 우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알탕 즐긴 얼굴이 해끔하다. 우리는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었는데…….
15. 솔나리
16. 개당귀
17. 수이동으로 내리는 계곡
18. 노추산, 사달산 연릉, 855m봉 오르면서
19. 855m봉 정상
20. 구글어스로 내려다 본 산행로(노란 선)
첫댓글 거시기에 눈이 어두워 알바를...그래도 좋았던 날이었습니다...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속에..무더위속에 2부산행. 고생많으셨습니다^^
노추산 진드기 무서버요.ㅎㅎ
백미님, 노추산에서 언제 진드기에 혼났었나 보군요......
작년에 갔다가 귓배기 물려 혼낫어요.ㅎㅎ
1부는 살랑 살랑 바람이 있었나 본데, 2부는 엄청 더웠나 보군요,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