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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작품 ‘흰’이란 책이 일본 기타 센주의 한 서점에 전시된 모습. ⓒ이원무
갑진년이 이제 역사의 한켠으로 저무는 느낌이다. 올해는 기쁘고 즐거운 일이 있긴 했지만, 화나고 슬픈 일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한 해였다. 갑진년 막판에 어수선한 시국을 맞이했기에 감정이 복잡하고 힘든 채 연말을 맞이하고 있지만 말이다. 먼저 기쁜 일 하니까 10월 10일 당시 스웨덴 한림원에서 들려온 한강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떠오른다.
이 소식은 한일 신경다양인 교류회 참석 겸 일본을 방문했던 때 알게 됐다. 축구계 비리로 우울했던 내 마음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신경다양인 교류회 당일에는 아는 동생이자 지인과 함께 도쿄 기타 센주에 위치한 서점에 있는 한강 작품 코너를 들렀던 기억이 난다. 우리 문학의 우수성이 세계에 알려진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에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은 풀렸었다.
일본에서 귀국 후엔 ‘한강’ 작품 중 하나인 ‘소년이 온다’를 사서 1장만 읽어봤다. 아직 다는 읽지 못했지만, 시간 나는 대로 읽을 계획인데, 1장만 봐도, 44년 전 광주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생생하게 느껴졌고, 고통받는 존재들의 고통과 불안함을 조금은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 같았다. 이 책을 통해 광주 민주화운동 진상이 더 알려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또한, 얼마 전 12월 19일엔 장애인 인권사에 의미 있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있었다. 소규모 매장에 경사로 등의 편의시설 설치 의무 미부여로 장애인 접근권 제한 시 국가가 당사자들에게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 말이다. 원고 측이 투썸플레이스, GS리테일 등과 대한민국에 차별청구 구제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 후 6년 8개월 동안의 질긴 싸움 끝에 나온 판결이다.
1998년부터 시행된 ‘장애인등편의법’에서 편의시설 설치 의무는 바닥면적 300㎡(90평) 이상의 건물에만 적용돼 휠체어 이용인들은 소규모 건물의 턱 때문에 건물 접근을 차단당해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 관련해 1·2심에선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미개정이 위법해도, 국가의 고의과실을 묻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2년 전 바닥면적 50㎡부터 편의시설 설치 적용하는 것으로 의무 강화했지만, 건축 시기 제한 폐지 등이 없어, 실효성이 별로 없었다.
이 때문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단법인 두루 등의 시민단체가 3심 대법원까지 항소하면서 탄원서도 제출했고, 지난 10월 23일엔 대법원에서 이와 관련된 공개변론도 열렸다. 결국, 국가를 상대로 한 끈질긴 싸움 끝에 얻은 승리인지라, 질긴 놈이 승리한단 속설을 다시금 봤다. 아울러 장애계는 ‘장애인등편의법’ 개정하라는 장애인권리위원회 2·3차 권고 이행을 요구할 실마리·동력을 마련했다. 건물 접근권을 통한 모든 이들의 행복추구권 증진을 위해서 말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가 지난 12월 19일 장애인차별구제 3심 선고 이후 대법원 앞에서 환영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그 전날인 12월 18일엔 발달장애인 선거권에서도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투표 시 후보자 사진과 정당 로고 등이 박힌 투표용구를 제공하라는 법원 판결 말이다. 그림투표용지 전면도입과 알기 쉬운 선거공보의 제공까지 판결에 나왔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지적·자폐성 장애인에겐 선거권 보장을 위한 첫 통로가 열린 거라 의미 있는 일로 보고 싶다.
올해는 전 세계 지구촌 축제인 파리올림픽이 열린 해였다. 40여 년 만에, 우리 올림픽 남자축구 대표팀이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등, 여자핸드볼 빼놓고는 대한민국 구기 종목이 전멸해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선수단이 최소규모인 데다, 양궁 외에 확실한 금메달 종목이 보이지 않아, 메달 전체 순위 15위만 해도 잘한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사격대표팀이 올림픽 결선방식에 맞춘 훈련을 철저히 해서였을까? 여자사격에서 하계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을 포함해 금메달 3개를 획득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왔다. 여기에 리우올림픽에 이어 8년 만에 양궁 전 종목 석권, 태권도 부활에 펜싱 남자 사브르 활약,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의 활약에 힘입어 당초 예상을 비웃듯 금메달 13개, 종합 8위의 성적으로 파리올림픽을 마쳤다.
한국 사격의 멋있는 활약은 파리 패럴림픽에서도 이어졌다. 패럴림픽에서도 사격은 금 3개로 도쿄 때보다 더 좋은 전체 성적을 거두는 밑거름이 됐다. 탁구와 보치아에서도 선수들의 투혼으로 금메달이 나왔고, 태권도 등의 종목에서 값진 메달들이 나왔다. 패럴림픽 사격을 보니 그 나름대로 경기가 박진감이 넘쳤다. 앞으로는 패럴림픽 중계가 더 활성화돼 올림픽과 똑같이 시청자들이 밤샐 정도로 중계했으면.
제33회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 결선에서 슛오프 끝에 하계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을 획득한 17세 여고생 반효진 선수의 모습(좌측), 제17회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남자 50m 소총 SH1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진호 선수가 환호하는 모습(우측). ⓒKBS 스포츠 Youtube 동영상 캡처
그런데, 이런 기쁜 소식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를 화나게 하는 소식들은 너무도 많았다. 올해 1월 중순 당시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이 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의 부양 부담 가중 현실에 공감하려다 “발달장애인에게 죄가 있다면 안 낳았어야 하는데, 왜 낳았노”라 했다. 부모 항의에 구청장은 사과했으나, 발달장애인은 태어날 가치도 없다는 의미의 이 말로, 발달장애인을 인간 이하로 취급한다는 느낌, 여기에 부양의무제 전면 폐지 없는 현실까지 떠올라 분노가 치솟았다.
올해 여름엔 부천 W진병원에서,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하려고 입원한 A씨가 부당한 격리·강박으로 사망한 게 알려져 심리사회적 장애인들이 충격받았다. 평소 정신의료기관의 격리·강박 관련 독립적 모니터링과 가해자 엄중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것, 비강압적 방안 부재 등이 쌓여 발생했기에, 장애계엔 심리사회적 장애인 옹호체계 마련이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그럼에도, 심리사회적 장애인은 의료인이 될 수 없다는 결격조항 존치 현실 속에 10월 당시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정신질환 의료인 현황을 발표하고 의료인의 자격검증 절차 마련을 주장해 장애계는 장애인차별·혐오 발언이라고 거세게 그를 비판했다. 올해 6월엔 심리사회적 장애인이 단 1명밖에 없는 구색 맞추기용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출범도 있었다. 잊을만하면, 차별·혐오 발언과 격리·강박 사태 등을 통해 정신적 장애인을 인격체 아닌 증상 덩어리로만 취급하는 이 사회 현실을 올해도 다시 목도하니 분노와 씁쓸한 웃음만이 남는다.
지난 8월 9일, 부천 W진병원 앞에서 정신병원 내 사망사건에 대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결의대회 도중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치훈 소장이 발언하는 모습. ⓒ이원무
지난 10월 29일 당시엔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연금·노동·교육 개혁 등 4대 개혁에 힘을 쏟겠다 공언했다. 하지만 비급여 전면통제 계획 미비, 공공의료 활성화 대안 부족, 개인의료정보 보호 사실상 부재 등의 자칭 ‘의료개혁’안에, 연금보험료는 더 내고 보험금은 덜 받는 데다, 장애인의 연금보험료 경감 및 연금 조기 수령 방안 등이 부재한 ‘연금개혁’안이라 답답함이 밀려왔다.
‘교육개혁’이란 것도 사교육 팽배와 입시위주 교육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근절시킬 구체적 방안을 찾아보기 힘들고, ‘노동개혁’에선 법치라는 기준에서 노조에 불공정하게 적용하는 것과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대한 실질적 방안을 찾아볼 수 없는 등, 시민의 삶 증진을 기대하기 어려운 4대 개혁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일각에선 사회적 합의가 부재했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보건의료시민단체와 노동조합으로 이뤄진 무상의료운동본부가 공공의료체계 강화를 정부에 촉구하며, 지난 3월 16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의정대립 속에 실종된 ’공공의료‘ 찾기 시민행진’을 개최한 모습. ⓒ이원무
2년 동안 계속되는 서민 예산 감축, 장애인 권리 침해, 이태원 참사 등의 시민안전 위협에 책임지지 않는 모습 등으로 인한 정부 실정을 심판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 올해 4월 10일 제22대 총선이 치러졌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참패했고,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범야권은 300석 중 192석을 차지했다. 그로부터 약 6개월 후 올해 10월에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있었다.
첫 국정감사에서 ▲복지부 소관 공공기관 11곳에서 장애인식개선교육 미이행과 실효성 미비한 교육, ▲활동지원 시간 부족으로 인한 개인예산제 포기 비율 50.4%, ▲낮은 장애인고용률과 기초생활 수급에 대한 문제 등이 드러났다. 편의점, 소매점 등의 편의시설 설치 의무 면제, 정신병원에서의 인권침해 등의 이슈도 다뤘고, 이를 통해 장애인 삶의 질 증진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고 장애인차별이 팽배한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 한국 사회의 민낮을 다시금 확인하게 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 사진 오른쪽)이 지난 10월 21일 열린 한국장애인개발원 국정감사에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개정에도 여전히 편의점에 접근할 수 없는 장애인의 현실을 지적하며, 이경혜 한국장애인개발원장에게 질의하는 모습. ⓒ국회방송
가을로 접어드는 무렵 1인 안마원을 운영한 시각장애인 A씨에게 한 시청이 A씨가 활동지원사에게 잡무 도움을 받은 게 활동지원 부정수급에 해당한다며, A씨를 낙인찍자, A씨는 상당한 압박감에 결국 목숨을 끊었다. 이와 관련해 근로지원인 제도는 A씨와 같은 1인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고, 업무지원인 제도도 예산 부족 등의 요인으로 제대로 서비스 제공되지 않는다.
그래서 장애인 당사자들 가운데는 A씨 상황이면 A씨와 같이 활동지원사에게 잡무를 맡기도록 선택했을 거란 의견이 적지 않았다. 결국, 활동지원 부정수급을 하게 만드는 제도운영이 A씨의 사회적 타살을 부추긴 셈이다. 활동지원 부정수급을 부추기는 제도를 개선해야 함은 물론 장애인을 둘러싼 제도, 사회가 장애인에게 상당히 냉혹함을 알려준 이번 비극이었다.
올해 서울시 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통과시키고 ‘탈시설 지원조례 폐지’를 시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작년 서이초 사건의 근본 원인은 교사, 학생, 학부모 간의 갈등과 분쟁을 적절히 중재하는 교육·학교 당국의 사실상 책임 부재이다. 게다가 학생인권조례 있으면 교권 침해 사례 수가 적어진다는 교육부 통계자료가 있음에도 서울시 의회는 이를 무시하며 폐지안을 통과시켰다. 앞으로 장애 학생 등 학생들의 인권침해가 더욱 우려되는 바다.
서울시 의회에서 가결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항의하기 위해 올해 5월 3일 시민사회 단체들이 항의집회를 하는 모습. ⓒ이원무
‘탈시설 지원조례 폐지’도 통과시켰는데 이와 관련해 대안을 만든 게 ‘탈시설’ 용어의 삭제이고, 구체적인 자립 지원 방안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탈시설에 대한 제동은 물론 인간의 존엄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먼 시설사회로의 방향으로 가는 거라, 장애인 인권의 퇴행을 부추기는 만행인 건 당연한 거다.
더군다나 올해 7월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의 대한민국 정부심의 직전,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등의 시민사회에서 시설수용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 참상을 증언하는 비공개 회의가 개최되었다. 고문방지위원회는 시설수용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련 내용을 들은 후 정부를 심의했고, 이후 정부에 사회복지시설, 고아원 등에 수용된 모든 피해자들이 공식적 진정 제기 없어도, 보상, 재활 서비스 등을 포함한 효과적 구제·배상을 받도록 보장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그럼에도 정부는 탈시설을 이행하려는 의지가 지금도 거의 없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제6차 대한민국 정부 심의장 전경. ⓒUNWebtv 동영상 캡처
올해를 종료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분위기로 가득 찰, 12월 3일 ‘장애인의 날’이 끝나갈 무렵,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다행히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을 해제시켜 내란사태가 됐고, 시민들의 끈질긴 싸움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 대행을 맡았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까지 진행돼 다행이지만, ‘내란사태’로 인한 여파는 장애인 포함한 서민 삶에 큰 충격이었다.
정치적 불안정성 때문에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물가는 오르고 이 때문에 서민들은 물론 최저임금이나 생계비로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경제환경은 더욱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수화통역도 없었고, 계엄 해제 후에도 헬리콥터 소리가 들리는 등 장애인들에겐 공포의 연속이었다. 계엄을 통해 함부로 사람을 때리거나 죽여도 된다는 생각이 자랄 우려가 생기니 정신병원 증가 우려 등 시설수용 유지나 강화 쪽으로 갈 거란 예상까지 들어 끔찍했었다.
이외에도 올해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에 4강 졸전 끝 패배는 물론,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3세 이하 아시안컵 8강에서 인도네시아에 승부차기 패로 올림픽 본선행 좌절 등을 지켜보며, 축구팬인 필자로선 착잡하고 우울했다. 그런데 이게 감독선임 과정과 대표팀 운영에서의 비리로 인한 것임을 알게 돼, 필자로선 축구협회에 분노와 불신감이 깊게 들게 되었다.
장애인권리위원회의 2·3차 정부심의 전날 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연대에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이었던 로버트 조지 마틴 경에게 30분 동안 대한민국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권리 현실에 대해 알리는 장면. ⓒ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연대
한편, 올해는 세계 장애계의 큰 별들이 우리 곁을 떠나는 순간들이 있었다. 지적장애인 최초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이었고, 성년후견 및 시설수용 폐지와 쉬운 정보의 필요성, 장애인 당사자의 정치참여를 강조했던 로버트 조지 마틴 경이 4월 30일 우리 곁을 떠났다. 제30차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세션 때만 해도 정정하셨는데, 갑자기 황망하게 떠나셨단 소식에 필자는 충격을 받았고, 동료들을 포함해 장애계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슬픔 속에 애도했다.
6월 초에는 피플퍼스트 뉴질랜드에서 로버트 마틴 경을 추모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여기엔 지적장애인과 그 가족의 글로벌 단체인 인클루전 인터내셔널의 나가세 오사무 이사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로즈마리 카예스(Rosemary Kayess) 위원도 영상으로 함께 했다. 카예스 위원은 로버트 마틴 경이 장애인 인권사에 중요한 사람이었고, 자신에겐 친구라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반인권적인 정신보건 시스템 개혁에 헌신했던 국제 장애인단체 TCI-Global의 바가비 다바르 사무총장, 10년 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대한민국 정부 1차 심의 때 보고관이었던 몬티안 분탄(Monthian Buntan) 전 위원도 올해 별세했다. 장애인 인권의 역사에 크게 공헌한 세 분의 타계 소식에 나 자신은 슬프고 우울했었다.
축구경기 관람을 좋아하는 필자로선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월드컵 우승을 경험했던 장본인인 브라질의 마리오 자갈로(Mario Zagallo)와 독일의 프란츠 베켄바워(Franz Beckenbauer)가 올해 초 별세했다는 소식에 SNS로 애도하는 심정을 표현했던 기억도 난다. 베켄바워의 경우엔 “고마워요, 프란츠(Danke, Franz)”란 문구가 아로새겨진 상태의 빨간색 추모 조명이 대표팀 중앙수비수 김민재가 소속된 FC 바이에른 뮌헨 홈구장인 알리안츠 아레나에 밝혀졌다. f
올해 1월 9일 타계한 세계축구의 리베로 레전드인 독일의 프란츠 베켄바우어(Franz Beckenbauer)에 대해 FC 바이에른 뮌헨 홈구장인 알리안츠 아레나에 ‘고마워요, 베켄바워’란 말을 새김과 동시에 빨간 불빛으로 추모하는 모습. ⓒMBN 뉴스 Youtube 동영상 캡처
22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던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일용엄니로 활약했던 배우 김수미 씨, 7년 전 방영됐던 드라마인 ‘우리 갑순이’의 남자 주인공 송재림 배우의 별세 소식도 올해 있었다. 이들을 좋아했던 많은 팬들은 슬픔에 잠겼고 필자도 조금은 슬픈 감정이 밀려왔다. 우울했지만 그래도, 배우 김수미 씨의 인간미 넘치는 연기는 뇌리에 오래 남는다.
개인적으로 분노에 화가 나는 소식과 주위의 죽음 등 슬픈 소식까지 너무도 많아 우울감이 많이 밀려왔지만, 그래도 올해 ‘제2회 한일 신경다양인 교류회’에 참석하고 일본 도쿄와 후지산, 시코쿠섬, 큐슈지역 등을 여행하며 우울함과 스트레스를 푸는 순간이 있었다. 일본 큐슈 지역의 사쿠라지마에 위치한 유노히라 전망대와 기리시마 근처의 이누카이 폭포를 구글 지도를 이용해 나 혼자서 도보로 방문하며, 사진을 찍었던 건 올해 가장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는다.
‘제2회 한국 신경다양인 교류회’ 전경. ⓒ이원무
올해 일본에서 도보로 방문했던 기리시마 근처의 이누카이 폭포(좌측)와 사쿠라지마섬에 위치한 유노히라 전망대(우측) ⓒ이원무
나로선 이렇게 갑진년에 기쁨, 슬픔, 분노, 즐거움 등의 감정들이 많이 교차했다. 그랬던 갑진년도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 속으로 저물어간다. 장애계와 나라 전체에 우여곡절이 많고 힘들었던 갑진년이 저물어가고, 을사년 새해가 다가온다. 나라 전체가 탄핵정국에 최근 제주항공 사고까지 겹쳐 우울함에 기운조차 나지 않는 분위기지만, 그래도 우리 시민들의 위대한 단결력이라면 이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바라기는 내년에 내란수괴 윤석열의 탄핵이 인용돼 나라가 제 궤도를 찾았으면 하며, 지금의 윤석열 정권이 출현하게 된 근본 원인인 혐오 팽배와 팍팍한 민생을 더는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을 정도가 되도록 모두가 함께 치열하게 방안을 찾아 나가고, 이게 실천으로 이어지는 내년이길 바라는 바다. 장애인권리협약 이행도 작은 실마리를 마련하는 내년이길 바라며.
이제 갑진년을 과거로 보내련다. 어수선한 시국이지만, 그래도 슬기롭게 위기를 헤쳐나가고자 하는 움직임에 나 자신도 조금이나마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해보며, 내년 1월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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