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풍취(春日風趣)> 2016년. 서거정(徐居正), 권근(權近), 조식(曺植).
1) 춘일(春日) / 서거정(徐居正 1420∼1488), 권근(權近)의 외손자.
金入垂楊玉謝梅 황금은 버들로 들고 옥은 매화를 떠났는데
小池新水碧於苔 작은 못의 새 물결은 이끼보다 푸르구나
春愁春興誰深淺 봄 시름과 봄 흥취 그 어느 쪽이 더 깊을꼬
燕子不來花未開 제비는 오지 않고 꽃도 피지 않으니 말일세.
황금이 버들로 든다는 것은 곧 버들 싹이 노랗게 터져 나온 것을 이른 말이고, 옥이 매화를 떠났다는 것은 곧 하얀 매화가 다 졌음을 의미한다. 작은 연못에 일렁이는 물결은 봄바람에 너무나 푸른데 화사한 봄날이 가버리려는 애달픔과 완연한 봄날 흥취가 서로 교차해서 상념을 일으킨다. 아직 제비도 오지 않았는데 왠 시름부터 먼저 들까? 이 아름다운 봄날에.... 조선전기 관인문학의 화려한 꽃을 피운 서거정은 온갖 경물의 변화에 따른 의미를 부여코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2) 춘일 성남 즉사[春日城南卽事] / 권근(權近,1352∼1409)
春風忽已近淸明 봄바람 문득 그치니 청명이 가까워라
細雨霏霏成晩晴 가랑비 부슬부슬 하더니 늦어 날이 개는구나.
屋角杏花開欲遍 집 모퉁이 살구나무 꽃을 두루 피우려
數枝含露向人情 몇 가지가 이슬 머금고 사람 향해 반기네.
봄바람(春風)이 갑자기 잔잔해진 것으로 청명(淸明)이 가까움을 느끼는데 오후 늦게야 가랑비 기분좋게 부슬부슬 내리더니 그치고 날이 갠다. 집 모퉁이 살구나무가 꽃을 피우려고 구석진 곳에서 부끄러움을 타는 듯하다. 핑크빛 살구꽃은 청춘남녀의 사랑을 떠오르게 한다. 이러한 정감에서 이슬비 머금은 살구꽃이 나를 향해 연정을 보내는 듯하다. 봄날의 서정성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멋진 작품이다. 권근은 학자로서 조선의 성리학을 열었고, 경세가로서 새로운 국가 이념의 기초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따뜻하고 섬세한 마음을 지닌 작가의 진면목을 이 시에서 전해주고 있다.
3) 춘일즉사[春日卽事] / 조식(曺植 1501∼1572) 七言絶句
朱朱白白皆春事 붉고 희고 한 것이 모두 봄철의 일이라
物色郊原得意新 만물의 빛이 때를 만나 들녘에 새롭구나.
自是東皇花有契 봄의 신은 스스로 꽃과 기약이 있는 듯한데
髥君於汝豈無恩 소나무 너에게는 어찌하여 은택 없는고.
울긋불긋 화창한 봄날에는 온갖 꽃들이 교언영색(巧言令色)하는 모습인지라, 봄날 들녘의 봄빛이 참으로 화려하다. 이러한 봄빛은 봄 신의 뜻이라, 해마다 어여쁜 수를 놓고 있다. 하지만 소나무는 사계절 언제나 변함없이 늘 그 모습 그대로이니 사실 네가 더 아름답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남명 선생은 산림처사(山林處士)인 자신의 모습을 우회적으로 소나무에 비견하며,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있는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