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변화 - LG전자의 음성결재 시스템을 배워라
고졸 출신 조성진 부회장이 CEO로 부임한 이래 LG전자의 조직문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LG전자는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수평적, 창의적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오는 7월부터 기존의 연공 중심 5단계 직위를 역할에 따라 3단계로 바꾸고, 매주 월요일을 회의 없는 날로, 매주 금요일을 캐주얼 데이로 운영하며, 음성결재 시스템을 이용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사실 직위 체계의 변경과 회의 없는 날, 캐주얼 데이 운영 등은 이미 많은 기업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특별하지 않다. 다만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음성결재 시스템'이다. 이는 기존의 전자결재 시스템에 '음성을 추가한' 것인데, 얼핏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큰 변화로 읽힌다. 왜냐고? 그 이유는 텍스트만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과 음성을 덧붙여 커뮤니케이션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잘 알려진 '메라비언의 법칙(Law of Mehrabian)'으로 설명할 수 있다.
* 음성결재 시스템: 전자결재 시스템에서 텍스트를 작성하고 음성 첨부 버튼을 선택한 후 PC나 노트북에 딸린 마이크를 이용하여 음성을 녹음하면 된다. 결재자의 코멘트도 음성으로 첨부 가능하며, 첨부된 음성 파일은 텍스트와 함께 일정 기간 보관된다.
메라비언의 법칙(Law of Mehrabian) '메라비언의 법칙'은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언어가 7%, 청각이 38%, 시각이 55%에 이른다는 법칙이다. 이는 UCLA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이 1971년에 출간한 저서 《Silent Messages》에 발표한 것으로, 커뮤니케이션에서 매우 중요시되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에서 말의 내용, 즉 텍스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7%로 그 영향이 미미한 반면, 목소리의 톤이나 음색처럼 언어의 품질과 관계되는 청각의 비중이 38%, 자세와 용모, 제스처 등 시각의 비중이 55%를 차지하여 사실상 '말의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요소가 93%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음성결재의 효과앞에서 설명한 '메라비언의 법칙'에 근거할 때 가장 이상적인 결재 방식은 '면대면(face-to-face)'이다. 그래야 100% 온전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그런데 소규모 조직이면 몰라도 규모가 큰 조직의 경우 면대면 결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부분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전자결재 시스템을 활용하는데, 이는 정확도에 문제가 있다. 텍스트로만 이루어져 있어 사실상 정보의 7%밖에 전달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에 음성이라는 청각 요소를 추가하면 45%(7+38)를 전달할 수 있다.
그렇다면 LG전자가 채택한 '음성결재 시스템'은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을까?
1. 문서 작성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문서, 그중에서도 결재를 받는 문서는 작성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내용은 물론 표현 및 맞춤법 등 세세한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음성결재 시스템을 이용하면 텍스트로는 핵심 내용만 간단히 기록하고 세세한 사항은 음성으로 첨부하면 되므로 문서 작성 시간이 매우 짧아진다.
2. 내용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
앞의 '메라비언의 법칙'에서 언급했듯이 텍스트만으로는 결재를 받고자 하는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 무엇이 핵심인지,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을 텍스트로 표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텍스트로 표현하기 어려운 내용을 음성으로 담으면 내용을 훨씬 더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
3. 의사결정 스피드가 빨라진다
앞에서 말한 2가지 이유, 즉 문서 작성 시간이 단축되고 정보 전달의 정확도가 높아지는 만큼 의사결정 스피드가 빨라진다. 정보 전달이 정확하지 않아 문서가 반려되고, 다시 보고해야 하는 등의 일로 인한 스트레스 감소는 덤이고.
일부 기업에서는 이미 이러한 음성결재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 LG전자의 적용을 계기로 보다 많은 기업이 이 시스템을 활용했으면 좋겠다. 이토록 간단하고 효율적인 방식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글: 곽숙철
LG그룹에서 30여 년 근무하면서 LG그룹 혁신학교장, LG전자 창조혁신학교장 등을 역임했다. 퇴직 후 2007년부터 CnE 혁신연구소 대표로 재직하고 있으며, 경영 혁신 전반에 걸친 연구와 강의,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펌핑 크리에이티브], [경영 2.0 이야기에서 답을 찾다], [Hello! 멘토], [그레이트 피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