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까이서
예루살렘 성전 재건하면 영광의 시대가 온다
- 하까이 예언자는 기원전 520년 8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활동하면서 바빌론 포로생활에서 귀환한 유다인들에게 예루살렘 성전을 재건하라고 호소했다. 하까이 예언자 이콘.
구약 성경 제1경전 「타낙」의 히브리어 ‘하까이’는 우리말로 ‘나의 축제’라는 뜻입니다. 이를 음차해 헬라어 구약 성경 「칠십인역」은 ‘Αγγαιοs’(하까이오스)로,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Aggaeus’,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발행한 우리말 「성경」은 ‘하까이서’로 표기합니다.
하까이 예언자는 “다리우스 임금 제이년 여섯째 달 초하룻날”(1,1)에 활동한 예언자입니다. 다리우스 1세는 기원전 522년부터 기원전 486년까지 페르시아를 통치한 임금입니다. 하까이 예언자는 기원전 520년 8월 27일부터 12월 사이에 약 4개월 동안 예루살렘에서 예언자로서 활동합니다.
하까이 예언자는 에즈라기(5,1; 6,14)에도 등장합니다. 에즈라기에 따르면, 하까이는 키루스 칙령 이후 18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방치돼 있던 예루살렘 성전을 서둘러 재건하라고 즈루빠벨과 예수아에게 권고한 인물입니다. 유다 총독 즈루빠벨은 기원전 597년 네부카드네자르에 의해 바빌로니아로 끌려간 남 왕국 유다 여호야킨 임금의 손자입니다.(2열왕 24,8-17; 25,27-30; 1역대 3,17) 그는 페르시아에 의해 유다 지방의 행정권을 위임받아 예루살렘 재건에 힘썼죠. 예수아는 기원전 587년 네부카드네자르에 의해 처형된 스라야 대사제의 손자입니다.(2열왕 25,18-21) 그는 바빌론 포로 생활에서 돌아온 후 예루살렘 귀환 공동체에서 대사제로 활동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하까이 예언자에 관한 정보는 성경 어디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성경학자들은 하까이서가 신명기계 문서와 에제키엘 예언자의 영향을 받은 것을 토대로 하까이 예언자가 바빌로니아 유배지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율법과 제사 의식 교육을 받았으며 예루살렘 귀환 후 성전 재건에 관한 예언직을 수행했다고 추정합니다.
기원전 538년 바빌론을 점령한 페르시아의 키루스 임금은 칙령을 반포해 유다인들을 포로생활에서 해방시켜 고향으로 돌려보냅니다. 세스바차르를 대표로 한 1차 귀국단입니다. 이들은 폐허가 된 예루살렘을 복구하고, 하느님 현존을 드러내는 성전을 재건함으로써 올바른 예배를 드리고자 합니다. 그들은 귀환 다음 해에 성전 기초 공사에 착수합니다.(에즈 3,8 참조)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이미 예루살렘에 살고 있던 주민들의 강력한 방해로 성전 재건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예루살렘 성전 재건을 반대한 이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바빌론 포로로 끌려가지 않고 예루살렘에서 남의 집과 땅을 차지하고 살고 있던 유다인들입니다. 두 번째는 신바빌로니아의 통합 정책으로 남 왕국 유다 땅으로 이주해와 유다인들과 피를 섞은 이방인들입니다. 이들은 야훼 신앙이 아닌 이방 종교를 믿고 있었기에 주님의 성전 재건을 당연히 반대하였습니다. 역대기계 문헌들은 이들을 ‘사마리아 집단’이라 부르면서 그들이 성전 재건에 가장 큰 방해자였음을 밝히고 있습니다.(에즈 4,1 이하) 결국 예루살렘 성전 재건 사업은 이들 두 부류의 반대로 18년째 답보하게 되고 맙니다.
기원전 522년 캄비세스 임금이 죽은 뒤 왕좌에 오른 다리우스 1세 임금은 집권 초기 격렬한 내부 혼란을 겪습니다. 페르시아 제국의 이러한 정치적 불안정은 예루살렘에도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하까이와 그 뒤를 잇는 즈카르야 예언자는 이 혼란을 유다인들을 일깨우는 기회로 삼습니다. 이들은 지금 겪는 빈곤과 흉작이 하느님 경배에 소홀한 벌이며, 신앙의 열성을 되찾고 주님께 합당한 집을 지어 드리는 공사를 재개하면 많은 복을 받고 구원의 시기가 결정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외쳤습니다. 예언자들의 말을 들은 유다인들은 예루살렘 성전을 다시 짓기 시작합니다. 이때가 기원전 515년입니다. 이들 두 예언자의 호소로 마침내 예루살렘 성전은 재건됩니다.(에즈 1-6장 참조)
하까이서는 2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를 내용에 따라 ‘성전 재건 호소’(1,1-15), ‘새 성전이 받을 영광’(2,1-9), ‘전례 문제’(2,10-19), ‘즈루빠벨을 향한 메시아적 신탁’(2,20-23)으로 구분합니다.
하느님의 신탁을 받은 하까이는 이기적인 생각에 빠져(1,4) 성전 재건 사업을 게을리한(1,2) 대사제와 귀환자들을 질책하면서 즈루빠벨 유다 총독과 예수아 대사제에게 성전을 재건하라고 재촉합니다. 하까이의 말을 들은 즈루빠벨과 예수아, 그리고 유다 백성들은 회심하여 “여섯째 달 스무나흗날”(1,5)에 성전을 짓는 일에 착수합니다.(1,12-15)
하까이는 “그해 일곱째 달 스무하룻날”(2,1) 성전 재건을 시작하고 거의 한 달이 지났을 때 다시 하느님은 성전 재건을 독려하시며, 하느님께서 그 집을 영광으로 가득 채우시고 평화를 주시리라고 약속하셨다”고 격려합니다. 그러면서 성전 재건이 완료되면 메시아의 구원 시대가 올 것이라는 희망을 선포합니다.(2,1-9)
하까이 예언자는 성전 재건을 시작하고 꼭 석 달 후인 “아홉째 달 스무나흗날”(2,10) 곧 기원전 520년 12월께 사제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전에는 백성 모두와 그들이 하는 일, 그들이 바치는 재물이 모두 부정했지만, 성전 재건을 시작함으로써 이제 그 모든 부정을 씻고 축복과 구원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알립니다.(2,10-19) 성전을 짓는 일이 그들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까이는 다윗 가문의 후손인 즈루빠벨에게 세상의 왕국과 왕좌의 권세를 꺾고 그를 당신의 인장 반지처럼 만들어주시겠다는 하느님의 약속을 전합니다. 즈루빠벨에 대한 하느님의 특별한 선택은 새로운 성전 시대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영광의 시대이며, 메시아를 통한 하느님의 구원이 도래할 시대라는 희망을 고취해주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새로운 영광의 시대를 희망하며 성전 재건에 온 마음과 힘을 다하라는 것입니다.
- 가톨릭평화신문 / 리길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