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6]
자유 무역 이론의 토대 중 하나가 되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그리고 현대 자유 무역 이론의 기초가 되는 HOS 이론(헥셔-올린-새뮤얼슨 이론)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상품'의 비교 우위를 말하는데, 상품을 결정하는 데는 기술, 자본, 노동이라는 세 가지 생산 요소가 작용합니다.
그리고 상품의 이동은 '무역'을 통해서 자유로와집니다.
농수산물 생산을 포함한 봉제 인형이나 가발 등의 노동집약적인 산업, 자동차 같은 자본 집중의 산업, 반도체나 배터리 등 첨단 기술 산업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무역 패턴의 변화에 따라 이득을 보는 나라와 손해를 보는 나라가 있게 됩니다.
부자나라들(나쁜 사마리아인들)은 OECD나 WTO 등을 통해서 자기들에게 이익이 되는 패턴을 선취하고 그 나머지들은 개발도상국(저개발국가)에게 떠넘깁니다. 그러면서 win-win거래라고 선전합니다.
무역의 자유로운 거래를 막는 '관세'와 '투자 협정'에 있어서도 부자나라들은 일방적인 혜택을 얻습니다.
'평평한 경기장'은 '그들만의 리그'에서만 해당되는 말입니다.
가령, 영국의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인도가 영국보다 훨씬 많은 관세를 미국에 지불했으며, 프랑스의 3% 경제 규모에 불과한 방글라데시가 프랑스와 거의 같은 관세를 미국에 지불했습니다.
지적소유권의 경우도, 선진국이 판매자고 개발도상국은 구매자이므로, 지적소유권 보호를 확대하면 개발도상국이 전부 부담을 떠안게 됩니다.
또, 투자 협정의 경우에도, 가난한 나라들은 외국인 투자를 받을 뿐이지, 외국에 투자할 처지가 못 됩니다.
우리가 IMF 외환위기를 겪었을 때를 상기하면, 우리는 차관의 조건으로, 무차별 개방을 하게 됨으로써 무장해제가 되어 '외국인 투자 규제'는 커녕 외국인 투자에 아무런 보호 장치도 작동시킬 수 없었습니다.
한미FTA에서도,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역시 많은 피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양보를 강요받게 되었는데, 공업 관세 축소, 외국인 투자 규제 폐지, 지적소유권에 대한 관용적 입장 포기 등등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농산물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경우(농산물 자유화의 경우)에도, 개발도상국들이 '유치산업'을 장려할 수 있는 도구들을 포기하는 대가를 치러야만 하기에, 결국 자국의 미래를 팔아서 잠깐의 이익을 얻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기술 개발의 경우, '무역'이 없이는 기술 발전도 없고, 기술 발전이 없으면 경제 발전도 없습니다.
그러나 보호 장치 없이 국제 무역 전쟁 속으로 뛰어드는 것은 마치 불나방이 불 속으로 뛰어는 것과 같습니다.
보호와 규제를 필요로 하는 곳에는 정부의 개입이 있어야 하고, 발전을 오히려 해롭게 하는 과잉보호는 지양해야 합니다.
보호가 발전을 보증하지는 않지만, 보호 없는 발전은 결코 가능하지 않습니다.
선진국들도 그래왔고, 지금의 개발도상국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kjm / 2019.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