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무렵 상하이는 존재감 없는 어촌마을 이었다. 우리가 지금 아는 상하이는 크고 화려한 경제 도시이다. 결과는 이렇지만 상하이가 이렇게도 거듭나는 ‘과정’은 굴욕적이기도 했고 피눈물나게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웃기게도 그 수난들이 상하이를 발전시킨 것이다.
아편전쟁에서 중국이 영국에게 패배하고 영국은 중국에 무역을 하고 본국민(영국인)들이 거주하며 그 나라의 법(청나라법)을 적용받지 않는 구역, 조계를 만들었다. 그걸본 다른 서양국가들도 영국을 따라 상하이에 들어섰다.
처음에 서양인들은 중국인들이 조계에 출입하지 못하게 했지만 부패한 청나라 정부에 대한 반란이 일어나고 피난민들이 생겨 안전하다 생각되는 조계로 중국인들이 몰려들었고 그곳에서 외국인들과 중국인들이 공존하게 되었다.
서양인들은 남의 땅에서 자기들의 법대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기에 그곳을 마구마구 발전시켰고 발전됨에 따라 사람들이 모이며 상하이는 경제와 문화의 요충지로 성장해갔다.
화려한 인프라와 문화수준 빛나는 그 이면에 고통받는 중국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법의 더 엄격한 적용을 받았고 그것을 넘어 누명을 쓰기도 했다.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해서 가난하고 열악한 상황속에서 아편에 빠져 피폐한 삶을 사는 경우도 많았다.
한편 청나라는 지도층의 부패와 무능때문에 혁명이 일어나 멸망했고 중화민국이 수립되었지만 준비된 정부가 아니어서 군인들에게 장악당했다.
나라가 이렇게 시끄럽자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였고 그렇게 공산당이 창당했다. 공산당은 농민과 노동자들에게 큰 지지를 받았고 몸집을 키웠다.
공산당은 이전에 중화민국을 세웠던 세력인 국민당과 손을 잡았다. 하지만 국민당의 리더가 죽고 그 다음을 잇는 사람은 공산당이 러시아와 손잡고자 하는 것을 반대하며 두 세력의 의견이 합쳐지지 않아 둘은 갈라섰다. 갈라선 국민당은 공산주의자들은 학살했고 상하이에도 피바람이 불었다. 그 후로 약 10년간 상하이에 평화가 찾아오고 문화가 크게 발전하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중일전쟁이 일어나며 평화는 깨졌다. 전쟁으로 인해 상하이는 폐허가 되었다. 중일전쟁이 끝없이 이어지다 일본이 2차세계대전에 패하며 끝이났다.
이젠 그 안에서 또 다시 내전이 시작됐다. 공산당과 국민당이 다시 힘을 겨룬 것이다. 농업국가에서 농민들의 지지를 받던 공산당의 힘이 막강했고 공산당의 승리였다.
공산당을 이끄는 마오쩌둥이 중국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상하이에 있던 외세들은 공산당이 완전히 자리잡자 모두 물러났고 그 후의 덩샤오핑이라는 지도자가 중국 경제의 모델을 상하이로 삼으며 상하이가 다시 활성화되었다.
역사책을 싫어하는데 이 책은 나쁘지 않게 집중해서 읽었다. 시간흐름대로 사건이 쭉 나열되는 책들은 이해를 못하고 넘어가면 다음것도 이해가 안된다. 그래서 그 두꺼운 책을 앞부분에서만 진을 한참 빼다가 그냥 포기한다.
앞뒤로 연결되지 않고 각 챕터별로 다른 굵직한 사건들을 다루는 이런 책이 내용은 자세하지만 오히려 진입장벽이 낮은 것 같다. 흥미로운 사건만 발췌독 할 수 있고 한가지 사건을 자세하게 다루다보니 오히려 사건의 핵심적인 내용 외에도 재밌는 이야기들이 나와서 읽기 좋다.
공산당이 처음에는 소작농들에게도 공평하게 땅을 배부하는 원칙을 세운것, 노동착취 당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운동을 돕고 교육을 제공했다는 것이 뭔가 신기했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기도 하고 분단국가인데 양쪽의 통치이념이 다르니까 게다가 주변의 공산주의 국가들은 모두 독재주의와 같으니까 공산주의 하면 낯설고 그냥 평생 낯선게 나을 것 같고 너무 깊게 알면 이상한 심지어 좀 절대악 같은 이미지다. 근데 사실 그것도 결국엔 당연지사 변질된 것일뿐 초심이 있었고 처음 추구하던 가치와 정신이 있었다는게 새삼 느껴졌다.
어떤 역사를 봐도 어느곳의 현실을 봐도 높은 곳에 갔을 때 여전한 처음 마음, 그대로는 아니여도 뿌리는 그곳에 두는 것 조차 보기 어려운 것 같다. 솔직히 그냥 어려서 하는 소리지만 답답하고 나 같으면 그렇게 안할 것 같다. 그게 그렇게 힘든가 그렇게 큰 뜻이 있어서 거기까지 올라갔으면서 한눈 안팔고 가던길을 계속해서 가면 안되는건가 싶다.
근데 또 그렇게 뜻을 품고 악바리로 큰 결과를 내는 사람들이 성향 자체가 야망있고 욕심이 있어서 약간만 뒤틀려도 좀 탐욕스러워지기 쉬워서 그런것일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래. 생각해보면 쉬운일이 아닌게 맞는 것 같다. 가만히 갈 길만 가면 안되나 라고 했지만 가만히 갈길만 가서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자꾸 상기시키고 생각하고 노력해야 초심을 지키는거지 어디 그게 쉽나.
상하이의 성장 스토리를 쭉 읽어보면서 가장 1차원적으로 느낀것은 서양사람들이 참 얄밉고 파렴치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구축한 것들이 상하이를 발전시킨 것, 아니 거의 창조한 수준이기에 윈윈이기도 하다.
그런데 역사속 윈윈은 ‘이런이런 손해가 있었지만 반면에 이런이런걸 얻었다’ 라는 것은 그 역사를 살아가던 사람들과 아예 다르다. 왜냐면 역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아주 간추린 요약, 큰 흐름을 보는 것이니까, 작게 요약된 그 사람들의 인생을 보면 대부분 이런이런 손해가 있었지만의 손해를 맡는 사람과 이런이런걸 얻었다의 얻었다를 맡는 사람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우리가 그 이야기들을 역사로 볼때나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인 것이지 한명 한명의 인생 전체를 봤을 때는 애초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던게 나았을 사람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역사의 팩트 자체에서 더 나아간 뭔가는 함부로 얘기하기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