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탐실 교과서에서 파스퇴르의 생물 속생설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기원전 4세기부터 유구한 전통을 따라 발달한 자연 발생설이 결국 역사적 실험에 따라 도태되는 과정을 보며, 현대의 과학도 시간이 많이 지나면 새로운 이론들과 가설들로, 그 시대의 맥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게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던 중, 서점에서 흥미로운 제목을 가진 책을 발견했다. 게다가 이 책의 제목은, 마치 물고기가 아니라 새로운 분류체계가 생긴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호기심을 절제할 수 없던 나는 무심코 그 책을 결제하고 읽어 보았다. 이 책은 저자의 존경의 대상이자 롤모델이었던 19세기의 분류학자, 데이비드 스타조던에 대한 경외심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분류학의 매우 열정적인 대가였으며, 낙관주의를 지지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낙관주의를 방패삼아 본인의 의견을 비판하는 과학적 논리조차 거부하며, 남은 생을 우생학에 빠져 지낸다. 데이비드가 왜 이토록 변화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던 저자는 결국 그 기점을 찾아내는데 성공한다. 박테리아에서부터 시작해 인간까지, 더 나은 계층으로 향하는 신성한 구조. 그에게는 ‘자연 속 계층의 사다리’가 진리이자 신념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그의 모든 연구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리로 반박한다. 이 뜻은, 어류라는 것이 분류학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어떤 것은 포유류, 어떤 것은 양서류에 포함되며, 통틀어 어류라는 명칭으로 아우를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가장 하층 계급인 물고기의 심도 깊은 이해를 통해, 신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노력했던 데이비드의 철학, 우생학, 우월한 존재, 자연의 사다리를 철저히 부정하였다. 철학적인 내용이 많아서 인상깊었지만, 그것보다는 책의 내용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했다. 왜냐하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아직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책이 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어떤 사회 문화적 가치를 전달하려 하는지, 나에게는 여전히 의문이 맴돌았다. 그래서, 이 책의 구조를 간단하게 요약하면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의 중요한 키워드 세 가지를 추려내 보기로 했다. 이 책을 가장 잘 묘사할 수 있는 세 키워드는 자연의 사다리, 물고기, 민들레인 것 같다. 자연의 사다리는 데이비드가 고난을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는 연료가 됨과 동시에, 여러 비판들을 무시하고 그것에 대한 관념을 고수하게 한다. 그 사다리는 데이비드, 그의 생애와 업적들을 상징한다. 물고기는 그러한 신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이 글의 제목에도 들어가 있는 가장 중요한 핵심 키워드인 것 같다. 예시로, 연어, 폐어, 소가 있다면, 그 중 가장 이질적인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일반적인 답변으로 소를 내놓겠지만, 사실, 비늘이 달려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연어가 가장 이질적이다. 폐어와 소는 폐, 후두개라는 공통된 기관이 있으며, 심장의 구조 또한 서로가 유사하다. 말하자면, 물고기는, 그 외피를 제외하면 그렇게 서로 가깝지 않은 존재들이며, 데이비드 스타조던은 그 외피만 보고 그들을 어류로 묶어 분류했지만, 사실 그것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이렇게 저자는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하나의 정답이 없고 논리 정연하다 여겨지는 과학도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한다. 획일화된 정답은 없다. 이것을 저자는 민들레를 통해 설명한다.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 하여 눈을 건강하게 하는 기법이다.”, “그리고 인간들, 우리도 분명 그럴 것이다. 우생학적 비전의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금세 사라질 점위의 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무한히 많은 관점 중 단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저자는 결국, 이 키워드를 통해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게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그어놓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처음에 표지를 보고, 책을 사고, 책을 펼 때는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나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책 안팎에서 답을 찾아나가며 비로소 이 내용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 넘어를 긋는 것이 좋은 과학,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들은 나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생물학적 분류의 경계를 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었다.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나는 기존의 분류 체계나 분류의 기준을 재고하고, 이를 넘어서서 생물학적 특성에 따른 더 넓고 유연한 분류 방식을 제시하는 추가 활동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데이비드 스타조던처럼 물고기들을 비늘이라는 그 외피에 맞춰 분류하는 것이 아닌, 생리학적 특징이나 유전적 유사성 등을 바탕으로 더 포괄적이고 유연한 분류 체계를 만들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