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온산공단 안에 있는 대한유화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됐다.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공장 굴뚝 불기둥 사건’에 대해 진작
소상히 알리고 인근 주민들에 이해를 구했으면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진 않았을 것이다. 온산 지역 주민들과 시민들이 공장의 직접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울산시는 시설 개선 명령을 내렸고 낙동강유역 환경청은 형사고발을 검토 중이다.
지난 11일부터 공장 굴뚝에서 10 미터 이상의 불기둥이 치 솟았지만 대한 유화는 “생산량을 늘리는 공사를 마치고 시운전 중 인데 기술적
문제로 발생한 불량제품을 태우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 말을 가만히 뜯어보면 ‘기술적 문제’를 언급해 두루 뭉실
넘어갈 모양새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기술적 문제를 잘 모르는 당신네들은 가만히 있어라’는 소리로 들린다. 대한유화에서 그 동안 왜 그토록
사건사고가 빈번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11년 탱크 폭발 사고로 4명이 사상한 것은 차치하고 올해 들어서도 폭발사고와 화재사고가 이어졌다. 지난 4월 배관 보수 중
폭발사고가 터진데 이어 5월에는 이틀 새 화재 사고가 4건이나 발생했다. 오죽했으면 노조가 “회사의 안전대책이 부실하다”며 집회까지 열었을
정도다. 이런 회사 굴뚝에서 수십 미터짜리 불기둥이 치솟는데 불안해하지 않을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돌이켜 보건대 대한유화 공장 자체에 문제가 있었음을 상정할 수 있다. 대한유화는 처음에 수일 안에 불길이 잡힐 것처럼 말했다.
이후에 민원이 빗발치고 관련당국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여전히 불길을 잠재우지 못했다. 자신들의 의지로 일을 해결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사태를 그 지경에까지 이르게 했을지 모른다. 이 ‘무엇’을 관련 당국은 철저히 조사해 밝혀야 한다.
그 동안 불기둥과 소음, 공해로 인근 주민들이 건강상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도 이참에 밝힐 일이다. 공장 굴뚝에서 분출되는 불기둥
속에 유해 물질은 없었는지, 있었다면 그 것이 인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 공표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에 그에 따른
책임도 추궁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유화는 앞으로도 기술적 문제 운운하며 자신들의 실책을 변명하려 들지 모른다.
기사입력: 2017/06/20 [15:08]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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