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하고 있었는데, '카톡' 소리가 울렸다.
이런 시각에 웬 카톡? 하면서, 누굴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바로 열어 보니,
'우체국 택배'였다.
군산에서 부친 김치가 오늘 오전 중에 배송된다는 안내에,
'배달 희망 장소'를 물어왔기에, '현관 앞'으로 정한 답을 보내주었다.
어제 오후에 군산에서 온 전화를 받아서 택배가 올 줄을 알고는 있었지만,
무슨 택배 안내를 이렇게 일찍 한담? 하면서 시계를 보니, 7시 40분이 돼가고 있었다.
일을 마무리한 뒤 아침을 챙겨 먹고 있었는데, 또 카톡이 울렸다.
그래서 시계를 보니, 8시 20분 경,
오늘은 아침부터 웬 카톡이 이렇게 울린담? 하면서도, 확인해 보니,
'배송 완료' 안내였다. 그러니,
이렇게나 빨리? 하면서도 아침을 마저 먹고 난 뒤에야 문을 열어 보니,
아닌 게 아니라 택배가 도착해 있었다.
아침 8시 반 경에 택배배달까지 끝난(받고 난 뒤) 상태다 보니,
(평소 10시 이후에나 택배를 받아왔던 것 같은데)
참, 속전속결이네!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요하기만 했던 내 아침 시간에(9시 이후라면 또 모를까), 그래서 더더욱 크게 울렸던 카톡 소리에 놀라기까지 했기 때문에,
이 아침 시간에 누가? 급한 소식일까? 하는 마음으로 열어봤던 카톡이라서.
그런데 10시 넘어 또 한 번의 카톡이 울렸다.
이번엔 사람일까? 누굴까? 하는 심정으로 열어 보니,
이번은 은행에서 온, '전자 문서 서비스' 문자였다.
그래서 열어보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3시 40분 경에 또 다시 카톡이 울렸다.
이번은 사람이겠지? 하면서 확인해 보니,
'카카오 페이'였다.
아이, 짜증나! 하면서 그것도 열어보지 않았다.
젊은 시절 외국생활을 많이 했던 나는,
편지를 참 많이도 썼고(외국생활을 하다 보면, 편지 한 통을 받는 게 '더운 날 마시는 청량제' 같을 정도로 그 가치가 크다.), 또 그만큼 많이 기다리면서 한 시절을 보내다가(아마 1996-7년까지. 편지는 한 번 써서 보낸 뒤 그 답장을 받기까지 적어도 20여일에서 한 달은 걸렸는데, 그래서 목(눈)이 빠져라 기다리곤 했는데, 그러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편지는 내가 (훨씬 많이)써야만, 그나마 몇 통이라도 답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터넷'이 일상화 되면서 '이 메일'이 등장하면서는(1998-9년 경),
이 보다 더 좋을 수가! 하면서, '개인 간 통신수단의 혁명'으로 받아들였었다.
이제는 맘대로 사람들과 메일로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어, 상황에 따라서는 하루에도 몇 차례 통화가 가능할 것이었기 때문에.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되어가지 않는 것 같았다.
편지 쓰는 것 보다 훨씬 간편하고 쉬운 메일인데도, 의외로 사람들과의 교류는 그 이전보다 적어지는 듯했다.
나는 그런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안타깝기도 섭섭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삐삐'가 잠시 등장했던 것 같은데,
그건 잠시 있다가 사라진 느낌이고,
'휴대전화(핸드폰)' 시대가 열렸다.
세상이 너무 홱 홱 바뀌는 것 같긴 했지만, 그것 역시 통신수단의 혁명이 분명했다.
이젠, 언제 어디서든 사람들과 통화가 가능했기 때문에.
사람들과 약속을 해도, 자신의 위치를 확인시켜가면서 만날 사람을 찾아가는 일이 가능해진 세상이, 놀랍기만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사람들은 그 이전보다 상호 교류(통화)가 적어지는 쪽으로 흐르는 것 같았다.
대신, '문자'가 대세를 이루는 것 같아,
경제적인 면에선 참 좋구나!(통신비 부담이 줄어드니) 하게 되었는데,
세상은 좀 더 진화해, 이제는 '스마트폰 시대'가 되었고,
통신수단도 '와삽'이네 '카톡'이네... 하는 식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한 것 같았는데,
이제 영상까지도 그 즉석에서 보내는 세상이 되었고, '단체 채팅'도 가능해졌고, '동영상'을 주고 받는 것까지, 그리고 '영상통화'도 얼마든지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처음엔,
문명의 이기를 정말 원없이 이용하면서 사는 시대가 되었구나! 하면서 나도 그 세태를 만끽했던 것 같기도 했는데,
이것도 어떤 '단계(진화?)'가 있는 걸까?
작년? 아니면 올해?
'카톡' 소리가 울려 받아 보면,
사람한테 오는 것보다 이런저런 '안내'거나 '광고성'이 주를 이루고(거의 대부분),
사람에게서 오는 건 '가뭄에 콩 나듯'한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통신 환경'이 좋(나)아지면 좋(나)아질수록, 통화를 꺼려하는 것 같고(그 양이 줄어드는 것 같고),
점점 각박해지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나는 오늘, 내 '카톡 계정'을 열어 한 번 확인해 보기로 했다.
내가 언제 카톡을 받았다지? 하면서 보니,
가장 최근에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카톡은, 2월 8일이었는데, 그 것도 문자가 아닌 '이모티 콘' 하나로,
그렇다면 보름 동안 사람들과의 교류가 전혀 없었다는 얘기고,
그동안에 나에게 울렸던 카톡 소리는 전부가 스팸성이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외국인들로부터 받는 '와삽'은 더러 있다.)
사람들도 나에게 간단한 한 줄 문자도 안 쓰지만,
나 역시 안 쓴다. 요즘엔......
그러면서도 나는, 옛날... '편지 쓸 때'가 아련하게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