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끊어지게 아픈 통증을 느낀것은 며칠전 마지막 노지 양식장 800평의 풀을 장장 이틀간 예초기로 풀을 전부 깎은 직후이다. 연변출신 농장직원들이 낫만 가지고 깔짝거리는것에 못내 나는 성에 차지 않았나보다. 그러나 내가 사십대인가 삼십대인가.. 무식하게 연속 이틀간을 예초기를 휘둘러 댔고 그 넓은 팔백평 풀을 다 해치운후 나는 그렇게 일어날수가 없었으니..
그 순간..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마라라는 성웅 이순신 장군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아야~라는 외마디 비명소리를 끝내 부르지도 못한채 나는 주저앉은채,아~여기서 그냥 주저 앉는단 말인가? 도저히 그럴수는 없는일이고, 그 순간 쓰러진 나의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기때문이었으리.. 나자신..믿기지 않는 이런 나의 모습을 애써 감추려 다시한번 일어나려해도 도저히 일어날수 없었다. 멀리서 일하는 농장직원에게 손짓으로 구조 요청을 보낸다.
간신히 집에 돌아와 파스를 붙인채 뜨거운 매트에 허리를 지져대면서 한나절을 보내고나도 소용이 없었다. 약간의 무리로인한 허리통증쯤이야 생각을 했었다.
아야~~아야~~나좀 일으켜줘요~
원래 약간의 엄살기가 있다고 평소에도 생각했던지라, 아내는 이런나의 모습을 보고도 무심하기만 한것같다.
엄살이 아니야~ 야속한 녀인.. 무정한 아내야~~
아픈것을 안아프다고 할수없는노릇이고,ㅡ더우기 아내의 그런 무관심에 더욱 억울한 마음에 더 큰소리로..
아얏~~아얏~~아아아아얏~~~나 화장실..
그제서야.. 아내는 다가와 손을 내민다.
정말 아프긴 아픈거유~ 병원에 갑시다.
손을 잡고 간신히 일어서며.. 여보..나 이대로 못 일어나면 농장 잘 이끌어갈수 있수??
내참.. 당신은 날 버리고 가도..우렁이는 절대 버리고 갈사람이 아니네요.. 엄살 그만 피우고 빨리 볼일이나 보시지요.
거실에 붙어있는 화장실이 왜 그리 먼지...발걸을 조차 뗄수없는 나에게 무심한 아내의 말이 야속하다못해 외롭고 쓸쓸하게만 느껴진다. 다 소용없어~~나 아프면..아~불쌍한 남자의 일생!!
무정한 당신...나 정말 아프단 말야.. 내가 지금까지 너무 건강하게 살아왔나?내가 아프다는것을 통 믿지를 않으니... 안되겠다..병원 가자..차 빼.. 한의원이 좋겠지?
젊디 젊은 한의사님은 며칠 무리하게 일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었다는 나의 말을 듣고 허리를 몇번인가 쿡쿡 찔러보더니..
선생님.. 기가 허하시네요..
허리 뒤에 붙어있는 신장이 약해서 기가 빠지면 갑작이 허리 요통이 오는경우가 있습니다. 특히,선생님의 경우에는 계속된 피로가 겹쳐 몸에 무리가 온경우로서 당분간은 몸을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충분한 휴식과 보약을 좀 먹으면서 푹 쉬시면 될듯싶습니다.
아!!그래요..잘 알겠습니다.
여보!! 나 보약 먹어야 된대...알았지? 특히 아래쪽 기가 빠진다는데 어떡해? 침을 머리통에 다섯개..허리쪽에 열개를 꼽고 찜질을 해준다. 이것이 물리치료인가? 아 시원하다..몸둥이 온몸을 두들겨패는 요술방망이같은 전신 안마기로 안마를 받고.. 그려..바로 이것이여...일만 할것이 아니라..병원에도 자주 다니는것도 좋은거야.. 의료비를 물으니 수납직원 아가씨는 사천원만 내라한다..아니 왜 이렇게 싼겨?
그렇게 이틀을 한의원을 다녔다. 병원문을 나오니 장마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오늘은 정말 아무생각없이 쉬고 싶었다. 그러나 오늘이 바로 촬영이 약속된 날이 아니던가? 에스비에스...씨제이비..고향지킴이인가 뭔가라는 프로..몇번인가를 연기한끝에 약속한 일정이라서 어쩔수가 없었다.안오기를 바라는 마음였지만 어찌하라.. 양식장 안에 들어가 리포터 아가씨와 우렁이 잡이 빗속의 촐영을 마치고 탈피기앞에서도 촬영을 한다. 오늘이 그렇고보니 올해의 첫수확이네요. 아~~그러십니까?축하드립니다.첫수확.. 그렇다. 오늘이 첫수확이다. 대장정끝의 첫수확.. 허리아픈 진통은 오늘의 첫수확을 위해 쉴틈없이 부딪히며 달려온 이 작은 육신의 세레모니인듯..그 순간 허리 통증도 잊어본다. 오늘부터 가을 마지막 낙옆이 떨어지는 그날까지..내가 뿌린 저 들녁의 땀방울을 거두어 드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또 아플 시간이 없을것이다.아파서도 안될것이다. 어제 하루종일 촬영에 쉴틈이 없었고, 첫수확 탈피기 조작요령을 직원들에게 일러주느라 쉴틈이 없어 아픈허리는 쉴틈이 없었지만,농부의 마음은 지금부터 시작되는 수확의 기쁜마음을 애써 감출수는 없나보다.
오늘은 서울 가는날.. 아침일찍 또 침을 맞고 따끈한 물리치료를 받아야지.. 의사님은 일주일 정도 받아야 한다는데..열흘이상은 다닐까 생각해본다. 내가 사는 시골에 이런 한의원이 있는줄은 처음 알았다.
보약!! 보약도 먹어야 한다는데.. 특히,아랫쪽 기가 빠진다고 의사샘은 강조하시는데... 누군가 정말 보약한첩을 해줄지 지켜봐야겠다. 나만 좋다고 먹는 보약일까? 한첩에 얼마냐고 물어봤다. 한 이십만원이면 됩니다. 이십만원?? 아~멍멍이 스물댓근값인데.. 중복날 중캐한마리가 더 낫지 않을까?ㅎㅎ
그러나.. 열심히 일한 당신.. 어서 일어나 힘내세요~ 보약한첩 드시와요~~라는 말을 꿈속에서라도 들을수 있다면 금새 아픈허리가 금새 나을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