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소속의 클럽들은 UEFA 가 주관하는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 최악의 부진을 보임으로서 많은 팬들을 실망스럽게 했다. '분데스리가의 자존심' 바이에른 뮌헨이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예선에서 4위로 탈락하며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역시 16강에서 탈락하며 8강 문턱에 오르지 못한 것이다. UEFA 컵에 진출한 팀들도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독일 클럽들이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 8강에 한 팀도 올려놓지 못한 것은 20여년만의 일로, 독일팬들은 물론 유럽의 많은 축구 전문가들의 '분석 거리' 로 한동안 화제를 집중 시킬 정도였다.
올 시즌도 상황이 좋아질 조짐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챔피언스리그 3라운드에서 일찌감치 탈락함으로서 UEFA 컵으로 강등되었고, UEFA 컵에 진출한 헤르타 베를린, 함부르크 등 역시 조기 탈락함으로서 분데스리가 명성에 큰 흠집을 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독일 축구팬들의 축구사랑은 여전한 듯 하다. 최악의 부진을 보였던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40년 사상 처음으로 천만 관중(10,450,000 여명) 을 동원하며 경기당 34,150 명의 관중수를 기록한 분데스리가는 올 시즌 관중동원면에서 지난 시즌에 비해 약 1,500 여명이 증가한 36,492 명(11월 초 기준)을 동원하고 있다.
이것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관중동원 능력에서 유럽 최고를 자랑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11월 초 기준으로 34,816 명) 를 앞지르는 기록으로, 분데스리가가 유럽에서 가장 많은 관중들과 함께 호흡하는 리그가 된 것을 의미한다. 분데스리가와 프리미어리그에 이어, 스페인 프리메라리그(29,345명), 이탈리아 세리에-A(26,084명) 가 뒤를 따르고 있는 상황인데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의 칼럼 리스트 존 캘린은 당분간 분데스리가가 관중 동원 능력면에서는 유럽 제일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분데스리가가 최고의 관중 동원능력을 자랑하게 된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지난 시즌까지 약 66,000 명의 관중을 동원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어 유럽 제 2의 관중동원능력을 자랑했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홈 구장 베스트팔렌 슈타디온의 확장이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정원이 68,600 명인 축구 전용구장 베스트팔렌 슈타디온은 지난 시즌까지 사각의 구조에 양 모서리 부분이 비어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휴식기간동안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대비해 비어있던 모서리 부분을 관중석으로 개조, 확장함으로서 83,000 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구조로 바꼈고 이것은 도르트문트 홈 관중수의 증가와 직결되어 분데스리가의 평균 관중수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 도르트문트는 홈 경기당 78,000 여명을 동원,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하는 구단으로 발돋움했다.
그 다음으로는, 1부리그로 승격된 팀들의 관중 동원 능력이 올 시즌 2부리그로 강등된 팀들의 그것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2부리그로 강등된 에네르기 코트부스, FC 뉘른베르크, 아르미니아 빌레펠트는 관중들의 열기가 그렇게 높지 못한 팀들이었다. 코트부스와 빌레펠트의 경우, 2만여명을 갓 수용하는 규모의 홈 구장을 가지고 있는 클럽들이었고 뉘른베르크의 경우 프랑켄 슈타디온이라는 비교적 큰 규모의 종합 구장을 홈 구장으로 삼는 클럽이었지만 남부 독일의 특성, 즉 바이에른 뮌헨에 열광하는 지역 구조상 많은 팬들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클럽임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1부리그로 승격된 팀들은 비교적 높은 관중 동원력을 가지고 있는 팀들이다. 프랑크프루트는 독일 뿐만 아니라 유럽의 핵심 도시 중 하나로 비교적 많은 인구와 독일내에서도 알아주는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프루트라는 명문 클럽을 소유하고 있는 바, 관중들의 열기가 높은 팀이다. 쾰른의 경우도 마찬가지. 분데스리가 원년 우승팀이라는 자부심과 높은 팬들의 열기, 그리고 서부 지역에 많은 클럽들이 몰려있는 분데스리가의 특성상 인근 클럽과의 라이벌 의식(쾰른은 레버쿠젠과 묀센그라트바흐와 인접해 있는 도시이다) 이 맞물려 비교적 많은 관중을 동원하고 있다. 2년만에 1부리그로 돌아온 프라이부르크 역시 마찬가지. 비록 도시 규모는 작지만 독일 남서부에서는 유일하게 1부리그에 몸담고 있는 클럽으로, 프라이부르크의 홈 구장 드라이잠 슈타디온(25,000 명 수용)은 연일 만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쾰른의 경우에서 이미 언급된 부분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지역 간의 라이벌 의식도 경기장에 많은 관중들을 불러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흔히 말해 '루르(Ruhr) 밸리' 라고 부르는 지역에는 도르트문트와 샬케, 그리고 보쿰이 위치하고 있는데 양 지역의 거리는 고작 20~30km 일 뿐이다. 이러한 것은 도르트문트와 샬케간의 '베스트팔렌 더비', 도르트문트와 보쿰간의 '루르 더비'라는 빅매치들을 양산시킴으로서 팬들을 경기장으로 모으고 있는 것이다. 또 묀센그라트바흐, 레버쿠젠, 쾰른 등 인접 연고지를 가진 클럽들간의 경기 역시 연일 경기장이 가득 채워지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과 1860 뮌헨과의 '뮌헨 더비' 는 논외로 치더라도, 함부르크와 브레멘의 '북독 더비', 바이에른 뮌헨과 슈투트가르트간의 '남독 더비' 등도 팬들의 높은 관심을 얻는 경기들이다. 독일 내에 뿌리깊게 박힌 지역감정이, 오히려 축구에서는 득이 되는 셈.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대비해서 경기장들이 차분히 보수되거나 신축되는 경향도 무시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베스트팔렌 슈타디온을 비롯해,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대비해 완공한 초현대식 돔구장 아레나 아우프샬케(샬케 04, 03/04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치뤄질 장소이다) 의 경우에는 연일 만원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볼프스부르크의 새로운 홈 구장 폴크스바겐 아레나 역시 3만여명의 초현대식 구장으로 신축되어 전 보다 더 많은 관중들을 불러모으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분데스리가의 평균 관중수가 더 늘어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2006 독일 월드컵의 개막전 장소로 유력한 뮌헨의 경우, 2억 유로라는 천문학적인 공사비용을 들여 뮌헨 올림피아 슈타디온을 대체할 새로운 축구 전용 구장(60,000 여명 수용, 세계적인 보험회사 알리안츠의 스폰서를 받아 이름도 알리안츠 아레나로 결정되었다) 을 건설하고 있다. 2006 독일 월드컵의 결승전 장소로 결정된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의 경우, 현재 76,000 석의 좌석을 확보하기 위해 한창 개보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 프랑크프루트의 발트 슈타디온, 하노버의 AWD 아레나 등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함부르크나 쾰른 처럼 아예 현대식의 새로운 구장을 짓는 도시들도 월드컵 후의 더 늘어날 관중 수입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2002 한-일 월드컵을 개최함으로서 축구 인프라 부분에서 큰 발전을 이뤘듯이, 독일 역시 2006년 월드컵 이후의 발전된 축구 환경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로서는, 입장료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이유도 있다. 베스트팔렌 슈타디온의 경우, 6파운드(한화로 약 12,000원)만 지불하면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으며, 가장 비싼 자리라고 해봐야 약 30파운드에 불과할 뿐이다. 분데스리가 대부분의 클럽들이 책정하고 있는 입장료는 A급 좌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0파운드 안에서 책정되고 있으며, 이것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에 비해서 저렴한 가격이다. 최근 실업 문제, 경기 침체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독일 경제지만 그래도 유럽에서 가장 잘 산다는 독일의 물가를 감안했을때도 이러한 입장료는 그리 비싸지 않은 편. 이것은 축구를 사회체육의 한 분야로 생각하는 독일의 환경과도 연관이 있는 부분이다.
월드컵 이후 K-리그 활성화 붐이 불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월드컵 이후 리그와 국가대표팀이 별다른 활력소(?)를 주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평균 관중수가 상승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는 우리에게 부러움으로 다가올 만 하다. 비단 독일 뿐만 아니라,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4대리그들의 평균 관중수가 계속 늘어가는 추세를 보면서, 리그 경기에서는 한 경기에 만명을 동원하기도 힘들지만 국가대표팀의 경기에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이 만원을 이루는 우리의 모순된 모습이 아련하게 그려지는 것은 필자 한 사람의 생각만은 아닐 듯 하다.
- 사커라인 김태우 -
-저는 사커라인 기사를 좋아합니다.
-출처는 당연히 사커라인(www.soccerline.co.kr)
첫댓글 평균관중이 7만에 육박하다니 -_-;; 비싼입장료일텐데도.. 정말 부럽다..
음... 도르트문트의 78000이 세계최대면 레알인가? 바르샤의 90000 정도되는 구장은 게임상에서만 그런건가요?
폭동이라도 나면..끔찍하겠군요-_-;;;;;;
envec님의 말씀대로 평균관중수일겁니다.
대단하군 도르트문트 평균 관중 78000명 이라니 ㅡ.ㅡㅋ 허미 티켓 수입 장난아니것네;;
정말 부럽네요.. 경기력도 있지만 우리나란 나라 규모에 비해 프로스포츠가 많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되네요.. 아무튼 빨리 K2리그에 활성화로 강등 승격제도가 만들어 지기를....
바르샤는 실제로 10만 넘어갈껄요?? 안정상의 이유로 90000으로 제한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레알도 비슷한 수준이구요..그리고 실제로 구장이 넓다고 해서 다 관중이 오는 건 아니잖아요^^ 도르트문트는 꾸준히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세계 최고죠
바르셀로나 03/04 시즌 현재 관중 평균 5만 6천명입니다. 호나우딩요 영입으로도 메꿀수 없는 빈자리..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