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봄볕 화창한 휴일을 맞아 훈훈(?)하게 여러 방송국의 트롯 열풍을 좀 씹으려고 합니다.
예전에도 한번 지적한 바는 있는데, 그 우락부락한 방송국 피디들은 끔쩍도 하질 않네요.
우리나라 KBS는 세계에 딱 세 개밖에 없는 공영방송 중 하나입니다.
그런 KBS가 자꾸 실수를 하니 지상파방송이 따라갈 밖에요.
며칠 전 뉴스에 MBN과 TV조선 트롯 경연 소식을 띄우면서 '트롯'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거듭 얘기하지만, '트롯'이 아니라 '트로트'입니다.
KBS 사람들이 모두 '트롯'과 '트로트'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다만, 꼼꼼하지 못한 거죠.
좀 심하게 말하면 타 방송국은 존중하면서 시청자들을 만만하게 본 것이고요.
외래어 아시죠?
외국어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글이나 말처럼 쓰이는 걸 외래어라고 합니다.
문법적으로는 이것도 우리말에 속합니다.
당연히 맞춤법 규정을 따라서 표기해야 합니다. 그 규정이 외래어표기법입니다.
이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manual은 '매뉴얼'이고, highlight는 '하일라이트'가 아니라 '하이라이트'입니다.
이 외래어표기법에 두 가지로 읽는 낱말이 몇 개 있습니다.
cut, type, trot이 그런 낱말인데요.
그제 KBS가 실수한, trot도 '트롯'과 '트로트' 두 가지로 씁니다.
영어 trot은 동사로, 속보로 달리다, 명사로 속보...등의 뜻이 있습니다.
말이 경쾌하게 달리는 것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이 뜻이 변해서 가요 트로트가 나온 것 같기도 합니다...(제 생각에...)
어쨌든 지금은,
trot를 '트롯'이라고 쓰면 승마용어로 말이 총총걸음을 걷는 것을 뜻하고,
'트로트'라고 쓰면, 대중가요의 한 종류가 됩니다.
당연히 국어사전에 '트롯'과 '트로트'가 올라있습니다.
'트롯 우승자 상금 '이 아니라, '트로트 우승자 상금'이어야 맞습니다.
KBS는,
쥐뿔도 모르는 놈이 감히 방송국을 씹는다고 뒤대기 전에,
시청자의 눈이 매섭다는 것을 알고, 자막을 좀더 꼼꼼하게 확인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MBN이나 TV조선이 트롯이라고 우길 때에 KBS만은 우리말을 살려야 하지 않을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
보태기)
1. 트로트는 일본어 연가(演歌, えん-か[엥까])에서 온 말입니다.
옛 일본에서 자유·민권 운동가들이 그 주의·주장을 노래로 만들어 거리에서 부르던 노래가 변해서 연가가 되었고,
그 곡조가 변해 요즘 트로트의 음계로 쓴다고 하네요.
'트로트'보다는 '성인가요‘라고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2. 씹다 : (속되게)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의도적으로 꼬집거나 공개적으로 비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