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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내용정리
1. 발단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김승현이라는 사람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체대교수(전직 유도선수)지만 사실 그는 다수의 룸살롱과 안마시술소를 소유하고 있는 그쪽 업계의 '큰손'이다. 그리고 여기 이 김승현을 죽이려고 하는 두 명의 남자가 있다. 한 명은 김승현과 동업자 관계에 있는 조직폭력배 두목 김태원이고 또 한 명은 김승현의 아내와 내연의 관계에 있는 은행과장 김정환이다. 김태원은 김승현이 자신의 내연녀와 바람을 핀 것에 대한 보복을 하기 위해서고, 김정환은 김승현의 아내를 차지하기 위해서 김승현을 죽이고자 하는 것이다.
태원은 김승현을 살해하는데 자신의 부하들을 이용하는 것을 꺼려한다. 자칫 잘못해서 일이 잘못되면 바로 자신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오른팔인 최실장을 통해 먼저 김승현의 운전기사를 매수한 후 그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살인청부를 하도록 하게 한다. 그러면 만에 하나 살인청부업자들이 경찰에 붙잡힌다 하더라도 그들은 자신을 고용한 운전기사의 존재만 알고 있을 뿐 그 배후에 태원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니 태원의 입장에서는 일이 끝난 후 김승현의 운전기사만 제거하면 자신과 자신의 조직을 노출시키지 않고 완벽하게 김승현을 죽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태원과는 달리 평범한 은행과장인 김정환은 김승현을 죽일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던 중 술자리에서 술에 취해 김승현을 죽이고 싶다는 말을 하게 되고 옆에 있던 조선족 웨이터가 이 말을 우연히 듣게 된다. 이 조선족 웨이터의 아내는 연변에 있는 면가의 애인과 절친한 사이라서 조선족 웨이터도 아내를 통해 면가라는 살인청부업자를 알고 있었다. 조선족 웨이터가 김정환에게 면가를 소개시켜 주게 되고 김정환은 이 조선족 웨이터를 통해서 연변에 있는 면가에게 살인청부를 의뢰하기에 이른다.
2. 전개
면가. 연변에서 낮에는 개장수를 하고 밤에는 노름을 하면서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는 백정같은 살인청부업자인 그는 뜻밖에 한국으로부터 한 건의 살인청부를 의뢰받게 된다. 그 일을 해낼 사람을 물색하던 중 눈에 띈 인물이 바로 택시운전사 구남. (아내의 한국행 비자를 마련하느라) 거액의 사채빚에 시달리고 있고 한국으로 돈 벌러간 아내와 연락이 끊어진 후 전전긍긍하고 있는 인물이다. 면가는 구남이 동기부여가 확실하고 연변에 있는 구남의 노모와 딸을 볼모로 잡고 있으면 한국으로 보낸다 해도 딴 마음을 먹고 도주할 우려가 없을거라 생각하고 구남에게 사채빚에 상응하는 거액이 입금된 통장을 내밀며 일을 맡기려 하고,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던 구남은 결국 한국으로 가기 위해 황해를 건너게 된다.
면가는 구남이 김승현을 죽이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구남에게 돈을 주거나 구남을 다시 연변으로 돌아오게 할 생각이 애당초 없었다. 구남이 김승현을 죽이고 살인범이 되고나면 자신이 밀항을 도와주지 않는 한 연변으로 절대 다시 돌아올 수 없고, 그러면 구남에게 주기로 한 돈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 되니까. 게다가 설사 구남이 경찰에 붙잡힌다 하더라도 구남은 의뢰인이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의뢰인이 노출될 염려도 없으니 면가에게 구남은 한 번 쓰고 버리기에 딱 좋은 한 마리 사냥개에 불과했던 것이다.
황해를 건너 서울에 도착한 구남은 아내를 수소문하는 한편으로, 김승현의 주변을 맴돌며 기회를 엿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계획대로 일을 시작하려는 바로 그 순간, 태원에게 매수당한 김승현의 운전기사가 고용한 살인청부업자들이 김승현에게 달라드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김승현은 격투 끝에 가까스로 살인청부업자들을 물리치지만 결국 자신을 배신한 운전기사의 칼에 맞아 숨을 거두게 되고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구남은 운전기사를 계단 밑으로 굴러떨어뜨린 후 죽은 김승현의 엄지손가락을 잘라서 품에 넣고 현장을 빠져나오려 한다. 그러나 이미 구남의 예상과는 달리 일이 너무 커져버렸고 어느새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은 구남을 살인범이라고 생각하고 구남을 잡으려 한다. 구남은 경찰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가까스로 현장을 벗어나지만 이 과정에서 다수의 경찰들이 죽고 부상을 당하게 되면서 이제 이 '김승현 살인사건'은 방송과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는 대형사건이 되고야 만다.
3. 절정
김승현 살인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태원은 뉴스를 통해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경찰까지 사망하면서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고 이제 자신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주목받게 될 것을 직감한다. 태원은 지금 경찰에게 쫓기고 있는 구남이 자신이 매수한 운전기사가 고용한 살인청부업자들 중 한 명일 거라고 생각을 한다. 현장에 있던 두 명의 살인청부업자들은 이미 그 자리에서 죽었고 운전기사는 혼수상태에 빠진 상태이니, 마지막 남은 한 명인 구남을 경찰보다 먼저 찾아 입을 막아야만 이번 일에 자신이 관련된 것을 완벽하게 은폐할 수 있을 거라고 태원은 생각한다. 어쩌면 구남이 자신이 운전기사의 배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만약에 그럴 경우 구남이 경찰에 붙잡혀 자신의 이름을 불기라도 한다면 자신이 운전기사를 통해 살인을 사주한 게 전부 드러나게 되니까 말이다. 급해진 태원은 자신의 부하들을 동원해 구남의 행방을 쫓게 하고 구남이 조선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조선족들을 추궁한 끝에 조선족들의 배후에 면가라는 살인청부업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면가에게 김승현의 살인을 청부했던 사람은 김정환인데,) 태원은 자신이 매수한 운전기사가 중간에서 돈을 빼돌리기 위해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고용할 수 있는 조선족 살인청부업자(면가)를 고용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기에 이른다. 즉 운전기사가 연변의 면가에게 살인을 청부해서 면가가 보낸 사람들 중 한 명이 구남일 거라고 착각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태원은 이제 구남뿐만 아니라 면가의 입도 막아야 한다. 이에 태원은 면가를 제거하기 위해 자신의 오른팔인 최실장과 부하들을 연변으로 급파하기에 이르지만, 오히려 태원의 부하들은 면가에게 당하게 되고 최실장은 면가에게 붙잡히고 만다.
자신을 습격한 태원의 부하들을 제압하고 최실장을 잡아 추궁한 면가는 그 때서야 태원의 존재를 알게 된다. 자신은 태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태원이 자신을 자기가 간접적으로 고용한 살인청부업자로 오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면가는 이걸 잘만 이용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한다. 태원이 믿고 있는대로 자신이 태원의 지시를 받은 운전기사로부터 살인청부를 의뢰받았던 것처럼 행세하면서 태원의 약점을 쥐고 흔들면 태원으로부터 돈을 뜯어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면가는 조선족 부하들을 이끌고 직접 서울로 가게 되고 태원을 만나 협상을 벌인다. 내가 대신 구남을 찾아 없애서 입을 막아주겠다고 말이다.
이건 면가의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의 일이다. 아예 구남을 자신의 손으로 없애버린다면 원래 자신의 의뢰인인 김정환에게 받은 돈을 구남에게 줄 필요없이 자신이 전부 독차지할 수 있고, 그와 동시에 태원에게도 거액의 돈을 또 뜯어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 태원과의 협상을 끝낸 면가는 이제 본격적으로 구남을 쫓기 시작한다.
한편 어찌됐든 김승현을 죽이는데 성공한 구남은 뒤늦게서야 면가가 자신을 이용하기 위해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구남은 면가의 부하를 통해 부산에서의 밀항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면가에게 적발되고 면가의 부하들과 사투를 벌인 끝에 가까스로 도망을 친다.
4. 결말
구남을 놓친 면가는 이제 다시 구남을 잡는 게 쉽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다시 태원을 불러 협상을 벌인다. '구남은 태원 당신의 존재를 모르고 있으니 상관없다. 대신 나만 입다물면 되지 않느냐. 그러니 나에게 돈을 주면 조용히 연변으로 돌아가 아무도 찾지 못하게 잠적하겠다.'라고.. 이에 태원은 일단 협상을 받아들이는 척 하고 면가가 방심한 틈을 타서 면가를 공격하지만 결국 면가를 죽이는데는 실패한다.
태원은 김승현과 바람을 피고 끝까지 그 사실을 숨긴 자신의 내연녀와, 혼수상태에 빠져서 병원으로 호송되었던 김승현의 운전기사의 살해를 지시한 후, 우연히 잡은 (자기가 김승현 살인사건을 저질렀다고 술 먹고 떠들고 다니던) 조선족 웨이터를 통해서 면가에게 살인을 청부한 사람이 자신이 매수한 운전기사가 아니라 김정환이라는 제3의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때서야 비로소 구남과 면가가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고 되려 자신이 면가에게 철저히 농락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편 살인범의 누명을 쓰고 면가에게 배신까지 당해 다시 연변으로 돌아갈 길이 막힌 구남은 그 와중에 뉴스를 통해 자신의 아내로 추정되는 여자가 내연남에 의해 토막살인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을 자포자기하기에 이른 구남은 마지막으로 자신을 이렇게 막장으로 내몬 살인청부 의뢰인이 누구인지 찾아내서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의뢰인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김승현의 집을 다시 찾아간 구남은 거기서 만난 김승현의 아내에게 자신이 잘라간 김승현의 엄지손가락을 되돌려주면서, 자신은 살인범이 아니며 자신이 김승현의 살인을 사주한 의뢰인을 찾아서 복수해주겠다고 말을 한다.
구남이 의뢰인인 자신을 찾아 죽이려 하는 걸 (김승현의 아내를 통해) 알게 된 김정환은 또다른 조선족들을 고용해 구남을 죽이고자 한다. 구남은 죽은 운전기사의 동료를 추궁해 최실장의 존재를 알아내고 최실장을 찾아가 그 배후에 태원이 있음을 알아낸다. 태원을 찾아가기 위해 최실장의 집을 나오던 구남은 김정환이 고용한 조선족들에게 납치된 후 겨우 그들을 물리치고 그들의 차에서 김정환의 명함을 발견하게 된다. 구남은 이제 태원과 김정환의 관계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 태원을 찾아가기에 이른다.
(김정환이 구남이 자신을 노린다는 것을 알았다는 건, 김승현의 아내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구남은 그 얘기를 김승현의 아내에게만 했으니까. 그렇다면 김승현의 아내는 사전에 김정환과 남편의 살인을 모의했거나, 최소한 김정환이 자신의 남편을 죽이려 했던 의뢰인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자신을 기습한 태원의 부하들을 겨우 물리친 면가 역시 보복을 하기 위해 태원을 찾아가게 되고 격투를 벌인 끝에 면가와 태원 모두 죽음을 맞는다. 뒤늦게 도착한 구남은 태원이 죽은 것을 발견하고, 이제 마지막으로 김정환이 일하고 있는 은행을 찾아간다. 거기서 구남은 김승현의 아내가 김정환과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김정환은 구남을 보고 깜짝 놀란다. 구남은 그제서야 김승현의 부인과 김정환의 관계를 알게 되고, 김승현의 아내와 자기 아내의 유골함을 한 번 번갈아 본 후, 김승현의 아내와 김정환에게 복수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은행에서 나온다. (바람난 김승현의 아내를 보며, 순간 구남은 그 김승현의 아내를 살해당한 자신의 아내와 동일시하게 된 거라고 생각됨. 여기서 구남의 아내와 김승현의 아내의 외모가 서로 많이 닮아 있던 점은 과연 우연의 일치였을까?) 그리고 연변으로 돌아가기 위해 황해를 건너던 중 구남은 숨을 거두고 아내의 유골과 함께 황해에 던져진다.
구남의 아내는 과연 죽었을까?
정황상 내연남에게 살해당한 조선족 여자가 구남의 아내일 확률이 높다고 보지만, 감독은 이 부분을 애매모호하게 처리함으로써 여지를 남겨둔 듯 싶다. 구남이 고용한 사람이 영안실에서 시체와 사진을 대조해 본 후 사진 속의 인물과 시체의 인물이 동일인이라는 것을 확신하지 못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을 보면 그렇다. (물론 구남에게는 돈을 받기 위해 동일인임이 확실하다고 거짓말로 둘러대지만)
그리고 마지막 엔딩 장면. 연변으로 돌아온 구남의 아내가 기차에서 내리는 장면.
주변에 아무도 없이 구남의 아내가 혼자 기차에서 내리는 장면은 (극도의 리얼리티를 내뿜던 이전 대부분의 장면들과는 동떨어진) 상당히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으로 보이는 장면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은 늙은 어부에 의해 황해에 내던져진 구남이 완전히 죽기 바로 직전에 무의식중에 꾼 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끝까지 아내의 죽음을 부정하고 싶은, 그래서 아내가 살아서 돌아와주기를 바라는 구남의 마지막 희망을 보여주는.. 혹은 영화 초반부에 구남이 상상했던 아내가 바람피는 장면에 대한 항변의 의미였을런지도.. )
여기서 바로 그 이전의 장면을 한 번 떠올려보자. 배에서 구남이 의식을 잃기 전에 아내가 한국으로 떠나기 전 기차를 타면서 손을 흔들던 모습을 생각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구남은 의식을 잃게 되고 그 다음 장면이 바로 아내가 돌아오는 이 장면이다. 연이어 나오는 이 두 장면이 명징하게 대칭이 되지 않는가? 그래서 아내가 돌아오는 마지막 장면 역시 구남의 의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 장면이 아니었나 하는 추론을 해본 것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견해일 뿐, <인셉션>의 마지막 장면처럼 영화를 본 각자가 생각하기 나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