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3월 13일에서 14일. 일본철도의 작으면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수많은 추억이 담긴 침대열차와 구형 열차들이 은퇴하고 새로운 신간선과 노선이 개통하며 전 열도를 뒤흔들었다. 필자가 처음 일본에 발을 들인 2004년 1월 폐지 마지막날의 도큐전철 도요코선의 사쿠라기쵸역을 방문했을 때 좁은 승강장에서 사진을 찍고 녹음을 하고 승차권을 구입하는 사람들을 보며 왠지 환상의 세계에 온것만 같은 느낌을 받은지 10년이 지난 지금. 더 많은 사람들이 철도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것을 보며 한번 더 놀라게 된다.
- 분명 2000년도 초반 노무라경제연구소에서는 일본의 철도팬 규모는 3~5만 규모를 예측했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의 철도팬 수는 14만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시기 필자는 일본철도 문화의 성장은 여기서 정체될거라고 예상했는데 말이다. 이 10년동안 무슨일이 있었나 싶었는데 2007년 이후부터 철도가 미디어에 본격적으로 녹아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전 철도관련 미디어물을 이끌었던 게임 "전차로 고!" 시리즈나 음악관의 "트레인시뮬레이터"는 물론이고 드라마 "특급 다나카 7호", 만화/애니메이션 "테츠코의 여행", 캐릭터상품 "철도 아가씨(무스메)", 라이트노벨도 다수 등장했으며 2014년에는 특촬물 "열차전대 토큐저", 라이트노벨/애니메이션 "RAILWARS!"등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철도를 주제로 하지 않더라도 미디어에 철도가 등장했다면 그곳은 성지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예능프로 등에서도 철도가 상당부분 부각되면서 철도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가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 이런 증가치는 철도 애호인층과 그렇지 않은 층의 경계선을 허물고 있다. 자기가 철도 애호인이 아니라도 철도 여행을 즐기고 철도 사진을 찍으며 철도 승차권을 어느샌가 모으고 있다. 철도여행문화 자체도 그것에 맞게 변화했다. 단체관광 중심에서 혼자, 최대 4명이 단란하게 여행을 할 수 있으며 그 목적과 테마가 철도에 있는 여행문화를 만들어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각지방의 테마열차와 대규모로 리뉴얼한 JR 각회사의 철도박물관들이 그것을 말해준다. 철도여행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바꿔나갔고 일반인도 철도 애호인도 구분없이 이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성과 가족단위가 철도애호인의 숫자를 넘어섰을 것이다. 철도 애호인의 신조어로 "마마테츠"라는게 생겨서 철도를 좋아하는 자녀를 데리고 여행을 하다보니 자신도모르게 철도를 좋아하게 되어 자녀가 철도에 흥미를 잃었음에도 자신은 여전히 철도를 좋아하게 되는 학부모를 일컫기도 한다.
- 오늘 SBS에서는 이런 철도팬의 범람을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보도가 나왔다. 분명 철도팬들이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어떠한 눈앞의 이익을 두고 벌이는 쟁탈전이 아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는 보지 않는다. 마치 우리가 허니X터칩에 열광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오히려 철도 운영회사도 안전에 위협이 되는 행위만 아니면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아... 대한민국 같으면 직원이 먼저 화딱지가 날 것이다.
- 이런 철도문화를 보면서 필자는 "일본의 철도 문화는 철도 그 자체를 순수하게 즐기는것을 중심으로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허나 우리나라는 어떨까. 철도문화 하나에도 계산적이고 이타적이며 이익을 생각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시작은 순수했겠지만 점점 이타적으로 생각하다보니 눈앞에 무언가 얻어지는것이 아니면 관심을 갖지 않게되는 부분도 생기고 결국은 철도문화에서 점점 멀어진다. 삶이 빡빡해서가 아니다. 철도운영기관이 철도애호인에게 관심을 잘 주지 않는것도 서로 무언가의 이익이 맞아 떨어져야 손발을 맞출려고 하다보니 결국 멀어진다. 철도 애호인들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지갑을 열어주지도 않을것 같다. 애호인으로서 13년을 지냈고 직원으로서 3년을 지내봤는데 언제나 우리는 제자리에 있는것 같다.
- 일본 사람들이 이타적이고 계산적이지 않다고 말하긴 그렇지만 사라지는 철도에 대한 아쉬움, 새로 생기겨나는 철도에 대한 기대감은 확실하다. 우리처럼 운임이 비싸지느니 시설이 불편하다느니 하는 쓸데없는 걱정은 일단 뒤로 미뤄둔다. 그것이 바로 순수함이라는 것이 아닐까. 결국 일본의 철도 애호인들이 퇴역하는 열차의 마지막 고별운행에서 떠나는 열차를 향해 "지금까지 고마웠어!" 라고 외치고 피켓을 들고 손을 흔드는 모습을 우리는 이해하기 힘들거라 생각한다. 아니, 우리도 이제서야 이해하고 그것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게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 결국 어떻게 하면 저렇게 철도에 열성적일 수 있을까 하는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공유받기 위해 나는 올해도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거 같다. 이제는 그런 방향으로 여행의 방향이 정해지고 있고...
※ 어제 오늘 "대격변"을 보며 우리나라 철도팬 그리고 언론 등 일반인까지의 반응을 되씹어보며 이리저리 써봤습니다.
(나중에 매니아 칼럼으로 옮길 예정)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3.15 01:09
첫댓글 참고로 일본에선 취미가 철도면 취업에 제한이 생긴다는 썰이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제 경험이지만 아는 일본인 철도 매니아 분들은 대체적으로 적절한 직장에 취업해 잘 일하고 계십니다.
단순한 도시전설급 얘기지요.
오히려 우리나라가 더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만....... 취미나 다른 일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많은 직장에서 좋아하지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