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를 실력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실력은 개인의 노력과 투자만으로 늘지는 않는다. 그 사람을 이끌어주는 리더의 역량도 매우 중요하다. 이는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다. 사실 아마추어와 프로 오케스트라 구성은 똑같다. 둘 다 같은 악기 연주자들로 구성되고, 연주자들이 사용하는 악보 역시 같다. 그러나 음악의 퀄리티 차이는 매우 크다. 연주자들이 각자 역할을 얼마나 잘하는가에 따라 이런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각 단원이 본인의 역할을 잘하도록 만드는 것은 지휘자의 리더십에서 나온다.
지난 1일 매일경제신문과 매경닷컴이 공동 주최한 `더 MBA 포럼(The MBA Forum)`에서 서희태 지휘자는 `마에스트로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하며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주인공 `강마에`의 실제 모델인 그는 "연주자들은 리더십을 의미하는 지휘봉에 따라 연주한다"며 "때문에 지휘자(리더)들은 디테일한 지휘를 하며 연주자(직원)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희태 지휘자는 지휘자 역할을 네 가지로 정의했다. 첫째, 지휘자는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다. 둘째, 본인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할 단원을 선택할 수 있고, 그 권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셋째, 자신이 선택한 연주자가 어떤 상태인지 잘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연주자를 배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선택한 연주자를 믿어야 한다. 이는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리더에게 적용된다고 서 지휘자는 말했다.
뉴욕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였던 주빈 메타의 이야기는 이런 지휘자 역할을 잘 보여준다.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 공연 3막에서 일어난 얘기다. 메타는 지휘 도중 당시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던 만리코 역할을 한 테너를 향해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최고음을 낼 수 있겠느냐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테너는 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신호를 받은 메타는 갑자기 오케스트라 연주를 끊었다. 테너의 노래 소리가 관객에게 잘 들리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메타의 판단은 성공적이었고 공연이 끝난 후 우레와 같은 박수가 이뤄졌다.
사실 오케스트라 연주를 끊은 메타의 선택은 큰 모험이었다. 만약 오케스트라 연주가 멈춘 상태에서 테너가 노래를 하다가 음이탈을 했으면 어땠을까. 지휘자는 무대에 다시는 설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연주를 끝까지 마쳐야 하다는 의미를 담은 악보, 즉 `매뉴얼`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테너를 신뢰했기에 메타는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지휘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은 아니다. 무려 19년 동안 이탈리아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에서 음악감독을 하던 리카르도 무티는 연주자들에게 최악의 지휘자였다. 2005년 약 700명의 단원과 직원들은 무티에게 다음 내용이 담긴 편지 한 통을 보냈다. "당신은 위대한 지휘자입니다. 그러나 함께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임해 주십시오. 당신은 우리를 파트너가 아닌 악기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음악하는 기쁨을 빼앗아 갑니다."
무티는 두 가지 이유에서 이 편지를 받았다. 첫째, 연주자가 아닌 자신만이 돋보이려고 했다. 예로, 솔로 연주자가 현란한 기술을 선보이는 `카덴차(cadenza)`를 못하게 막은 것이다. 둘째, 과장된 지휘자의 모습 때문에 관객들은 연주자가 아닌 지휘자만 보게 되었다. 오케스트라에서 단 하나의 소리도 내지 않는 지휘자의 `악기`는 다름 아닌 오케스트라인데, 이런 오케스트라를 돋보이게 하지 않고 자신만 시선을 받으며 연주자들의 기쁨을 가져간 것이다. 결국 무티는 신임투표에서 800표 중 단 2표의 지지를 얻으며 라 스칼라에서 사임했다.
흥미롭게도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를 관찰하면 연주하는 도중에 지휘자를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단원들은 악보를 보고 연주한다. 그렇다면 지휘자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악보에 없는 한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정도, 즉 `얼마큼`이다. 얼마큼 빨리, 느리게, 크게, 작게 연주해야 하는지는 지휘자 머릿속에서 나온다. 때문에 서희태 지휘자는 "연주자들이 악보를 통해 정확한 연주를 하다가 본인의 리더십과 지휘를 필요로 할 때 굳건히 지휘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을 좋은 지휘자라 설명했다.
이 밖에 이날 포럼에서는 김기영 숙명여대 교수가 `디자인 브랜드 마케팅`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브랜드를 분해하면 색깔이 나온다. 전 세계 대기업의 90% 정도가 빨강 파랑 초록 주황색으로 이뤄져 있다. 때문에 브랜드 포지셔닝을 할 때 어떤 색깔을 사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