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에는 조카들의 대학입학 기념으로 쥬얼리박스를 선물하기로 했다.
만들 것은 머릿속에 항상 가득 차있는데, 시간부자인 내가 시간에 쫓긴다.
여유있는 일상을 시기했는지 평일에 아주 특별한 업무를 떠맡다보니 갑자기
블랙홀현상이 나타난다. 결국 이번 강추위에도 틈만 나면 작업을 해야했다.
따뜻한 날 골라서 공작하던 때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밴드쏘를 이용하는 주작업이 별로 없다가 이제야 쥬얼리박스를 만든다.
역시 인터넷을 통해 모아둔 자료들을 보며 마음에 드는 걸로 골랐다.
남들은 살 것을 고르는데 난 만들 것을 고르니 이 또한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국내에서는 아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는지 이런 박스는 파는 곳도 없다.
하긴 잔손거리가 많은 공작물이니 가성비가 안나오겠구나 싶기도 하고...
그렇지만 희소성으로 보아 선물의 굿아이템으로 손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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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쥬얼리박스 모듬
소파 등받이 위에 줄줄이... 이렇게 올릴 때마다 우리집엔 왜 괜찮은 찍사가
하나도 없는지 상당히 아쉽다. 부족한 부분을 편집으로 때울 수밖에...
하나씩 만들면서 이건 누구를 주면 좋을까 등등 그 애들에 대한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을 하는 것도 즐겁다. 각각의 주인은 즈그들이 알아서 정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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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박스를 만들면서 갑자기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서랍을 파내고 남은 자투리의 활용으로 우드스피커를 추가로 안에 넣어주면
깜짝선물이 되겠다 싶었다. 그럴려니 박스사이즈를 조금 더 크게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력적인 무늬에 잘 마른 통원목을 구하기 어려우니 집성은
필요불가결하다. 본딩 및 오일 칠하는 작업장은 3층(실은 다락)이다.
이전 작업까지는 평일업무의 특성상 2층 홀에서 했었는데, 이제 눈에 안보인
곳으로 가란다. 감히 누가? 누구긴 마이 우드마니뱅크인 우여사지...
쪽소리없이 아예 작업장에 있던 클램프들까지 가지고 올라가는데, 징하게
무겁다. 내가 많이 늙었나? 괜히 서럽다.
밴드쏘는 저번에 3D 애니멀들을 만들면서 손도 풀었으니, 적당한 크기로
프린트해서 앞면에 붙이고 라인대로 따라 오려갔다.
영하의 추위에 기계는 잘돌아 가는데 내 손이 안돈다. 정신일도하사불성!
흠~ 그래 내가 기계다루는 소질이 있긴 하단 말이지.. 그러다가 예전에
손꾸락 날라 갈 뻔한 사고를 떠올리며 경각심을 곧추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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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또 지름신이 무지 친절하게 기기명칭을 하나 귀뜸하고 간다.
그거이 스핀들샌더기라나... 이 지름신은 어디 출신이간디 맨날 영어로만
지껄인다냐... 지금껏 대용으로 벨트샌더에 지그만들어 쓰고 드럼사포를
드릴에 물려서 쓰는데, 이 박스를 만들다 보니 스핀머시기가 훨씬 효용성이
있겠다 싶어 지름신에게 윙크는 해두었다. 설 쇠고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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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박스
이 놈이 고래냐 떡붕어냐...
사이즈를 변경했더니 모양이 겁나 중후해진다.
이거 줄때는 보석함이라고 줘야하나?
그냥 손톱깎이나 배터리를 넣을지도 모르는데...
우드스피커를 만들려는데 또 갑자기 이상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아니? 왜 모두들 동심원상으로만 만드나? 이걸 좀 비뚤어보면 어떨까?
포스너비트 큰 것부터 시작해서 다음것 부터는 한쪽으로 몰아서 뚫었다.
호오~ 조금 다른 것을 성취함에 미묘한 만족감으로 생기는 썩소~^^
소리는... 다들 아다시피 그저 그렇다. 조금 커지고 두터워지고...
음량음색음질에 민감해져야 할 때는 따로 있으니 이런건 대충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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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박스
이거 만드는데 잡생각으로 점철하다가 실수를 했다.
순서에 의해 뒷판을 먼저 잘라 놓아야 하는데 걍 오려버렸던 것이다.
얇은 판으로 오려 붙여도 되지만, 본딩시간 또 걸리지 언밸런스하지...
아따~! 꼬라지난거 뒤풀이 좀 하고나서 옹색한 짓으로 마무리했다.
뒤에 보면 이거이 딸라 표시잖냐.. 외화 많이 벌라는 뜻이여. 잉~?
뭐.. 뒤로 볼 일이 있겠냐마는, 혹시 거울 앞에 둘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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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박스
레드오크로는 앞뒷면을 그리고 가운데 집성을 자작합판과 뉴송으로 하고
오일을 발랐더니, 의외로 느낌이 우아하고 차분한 박스로 자태를 보여준다.
그려.. 집성의 묘미가 바로 이런데 있는게 아니겠는가.
거친 세상을 헤치고 살아온 중년여인의 여유로움이 등선을 타고 넘는다.
누구도 좀 저랬으믄 쓰것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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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박스
이 디자인은 처음 보았을 때 눈에 확 띄었었다.
S라인으로 서너칸 이상 올려진 박스도 있었는데, 단 하나의 S라인인데도 끝처리가
심플하게 날라서 맘에 들었다. 그래서 최우선 공작순위로 꼽았던 디자인이었다.
월넛테두리에 Burl단판으로 서랍 앞판을 장식하니 솔찬히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
불현듯 나만 그렇게 느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왜 드나... 약도 없는 체병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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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박스는...
디자인 아이디어만 컨닝해서 표절창작품으로 스페샬제작 진행중인께 거 머시냐
투비거시기할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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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명절 즐겁게 쇠고 오세요 – 저도 1000Km 행車합니다 >
첫댓글 딸라박스가젤로멋지네~
이뻐해주니 고맙네야 ^^
흠~ 빛가람마님 공방에서 전시도 하고 판매도 하시면 좋을 것 같다는 저의 안건이요~
우드마니뱅크여사님께 빛가람마님 '기'도 쪼끔 살리시고^^
캬~~ 은거중인 날 자극하시넹?
이런 작품이 가격이 없다요. 만들자말자 가져간다는 사람은 많아도 거시기준다고는 안해서 전시용이라고 안주고 버팀.땡큐^^
@빛가람마 멋진 작품들 기대합니다.^^
내눈에는 1번이 가장 품격있어보잉마. 윗선이 잘 빠졌어요. 예술이당.
전시회 준비하시는 듯.
@땅바닥 1번 같은 모델은 우드스피커를 만드니라고 서랍이 커요^^
@빛가람마 그러니 더 멋진듯.
@땅바닥 사이즈가 큰게 250×150인데, 쥬얼리박스론 오히려 큰편이죠
@빛가람마 차보관박스는어때요.
@땅바닥 디자인 모르는데요.
@빛가람마 먹는차 봉지 보관박스
@땅바닥 아. 밀폐박스요. 그건 나중에요. 그런건 나무 색감이나 문양에 따라 형태도 따라가거든요.
@빛가람마 오호라!
@땅바닥 주로 특수목으로 만드는데, 구하기가 힘든데다 엄청 비싸요^^
@빛가람마 비싸도 구할수만 있다면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가보가 될건디요오~~~
@amie 그럴땐 두가지 방법중 선택하라하지요.
1. 의뢰자가 어디서 본 디자인대로 주문
2. 제작자에게 전적으로 의뢰 ㅡ 이 경우 크기나 색감은 그것이 자리할 곳에 따라 의뢰시 주문할수도 있지만, 참 어려워요^^
쥬얼리박스는 서랍이 많아야 하는 고정관념을 깨부순 작품들 이어요 하나쯤 소장하고픈 욕심이 나네요
엇! 제껀 다 욕심을 내시네요^^
곡선미를 어떻게 부각시키는가에 촛점을 두고 만들려고요.
설 복 많이 주고받고 하셨지요? 건강한 무술년되십시다~
다 좋지만 난 4번 박스가 맘에 들구만유 ㅎㅎ 보석색이 나지않수?ㅎ 누군가 특정인을 생각하고 집념할 수 있다는건 세상 젤 좋은일 같습니다
그렇지요? 누군가를 위한 작품일때 정성이 배가되겠지요.. 늘 건강하시구랴~~^^
예술 작품이네요
조카들이 넘 좋아하겠어요
난 4번 에스라인 품고싶어요
설 복 많이 받으셨지요?
이쁘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이제 전시용으로 몇개 더 만들어 보려구요.
건강하고 즐거운 시간보내기요~^^
나는 3번이 너무 좋다.
그렇찮아도 소장도 해야겠고 특별 주문도 하나
들어와서 다음 박스만들 재료준비중이라요^^
@빛가람마 제 것도 주문 받아주나요.
@혜경46 이번주중으로 뭣 좀 올릴께요^^
@빛가람마 고맙습니다.
나는 다 좋다..ㅋㅋ
곡선 주얼리박스라~~
근데 왜 막 약이 오르지??
오용도 남용도 말아야 할것을 왜 차오를실까? 혹시 닮은꼴 발견?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