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 선생님께서 향년 95세로 별세하셨습니다.
어떤 한 명의 방송인이 아니라 마치 가까웠던 친척이 돌아가신 거 같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선생님은 KBS <고맙습니다 송해>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노래자랑을 할 때마다 어떤 게 소중하냐, 땡이 좋으냐 딩동댕이 좋으냐는 질문을 받는다.
당연히 딩동댕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땡을 맞아보지 않으면 딩동댕의 정의를 모른다.
그래서 전국노래자랑을 통하여 늘 내 인생이 딩동댕이라는 것을 남기고 싶었다."
사실 알고보면 그의 인생은 깊은 상처를 간직한, 마음에 쓸쓸함을 간직한.. 그런 인생이었습니다.
송해는 그의 진짜 이름이 아닙니다. 원래 본명은 송복희인데 6.25 때 상륙함에 실려서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망망대해를 헤매면서 이름을 다시 지었다고 합니다.
바다 해(海) 자를 따서 송해(宋海)라고..
그는 황해도 출생인데.. 6.25 피난길에 어머니와 여동생과 생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내 마음엔 언제나 어머니가 계신다. 꿈에라도 한 번도 오시지 않는 어머니..
하기야 불효자식이 뭐가 보고 싶으시겠나? 그러나 이 자식은 어머니가 간절하다."
그리고 그의 나이 58세에 아들을 오토바이 사고로 잃어야 했습니다.
급히 연락을 받고 달려갔는데 수술실에서 들려오는 소리 "아버지, 저 좀 살려주세요."
그리고 6일 동안 의식을 잃고 있다가 사망하였는데 "정신 차려라 한 마디도 못 해보고 보내.."
그는 당시의 고통을 말하면서 "천지가 무너지고 나 자신이 없어지는 거 같았다"고 회고하였습니다.
그런 그를 다시 방송으로 이끈 것이 지금의 <전국노래자랑>이었습니다.
당시 프로듀서가 배우 안성기씨의 형 안인기씨였는데 그를 찾아와 진행을 맡아달라고 설득했던 것입니다.
그의 부인은 2018년 먼저 세상을 떠나셨고, 유족으로 별세 전까지 모셨던 따님 한 분이 계시다고 합니다.
그리고 '91세에 숨겨 놓은 늦둥이 딸'이라고 방송에서 소개한 가수 유지나씨..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고 그리움으로 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 아픈 가족사에 공감하면서 수양딸로 삼았다고 합니다.
정말 송해 선생님은 인터뷰에서 말씀하신 대로
스스로는 '인생의 땡' 같은 깊은 고통을 겪었지만 그 아픔을 승화시켜
수많은 사람에게 웃음과 위로와 격려를 선사한 '딩동댕 같은 삶'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렇게 똑같은 프로그램을 수십 년 하다보면 쉽게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그 연세에도 매번 진행할 때마다 최선을 다해 세심하게 준비를 하곤 하셨다고 합니다.
인생의 큰 고통을 겪어 보았기에 더욱 그 소중함과 감사함을 알기에 그러지 않으셨을까..
땡을 맞아보지 않으면 딩동댕을 모른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음미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