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이 인간이 어디 놀러가서 사진 올리냐고 하실지 모르겠는데... 이 사진들에 나온 지형들의 공통점은 모두 용암대지 내지는 현무암이 있는 곳입니다. 즉 추가령 단층대 중에서 임진-한탄강 지역인데 여기서 전곡현무암과 차탄현무암의 연대측정을 위해 현무암 샘플을 채취하려고 일본 지질학자와 같이 가서 샘플을 떼왔습니다...
즉 저 무언가 위험해 보이는 곳에 가서 오함마와 락해머, 크로우바(빠루), 벽돌지게를 지고 가서 현무암 바위를 떼려부수고, 길이-두께 30cm 이상(심하면 길이 1m 정도) 남겨두고 암석 현미경 같은 것으로 감람석(olivine 초록빛을 내는 투명한 광물로 얘네가 풍화에 약하기 때문에 얘네가 많으면 신선한 것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확인한 다음에 신선도를 파악하고 가져갔습니다.
저는 주로 지게에 그 돌들을 차까지 가져가는 역할을 했는데, 망치질의 경우 저는 너무 쎄게 하거나 빠르게 해서 돌을 산산조각 내는 경우가 있어서 그냥 지게질만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정상적으로 다니는 길로 다닌 경우가 거의 없어서 무릎이 아파 죽겠네요...
참고로 뒤에서 2번째 사진은 뭔가 절벽인 것 같이 보일텐데... 실제로 절벽이고, 일본인 지질학자분이 철물점에서 산 밧줄을 간단히 매듭지어서 그 줄에 의지해 내려가셨습니다 ㅡ.ㅡ;;; 다행히 남자중에서 저는 몸무게가 무거워서 현무암 절리들이 무너질 수 있는데다() 위에서 바위를 끌어올려야 하는지라 대기했습니다.(
실제로 일본인 지질학자분이 줄타고 올라올 때 절리들이 무너졌습니다. 진짜 큰일날뻔...참고로 이분은 암벽등반이 처음인데다. 60대 정도로 보이는 노인인데도 열정만으로 길을 만들어서 가는 걸 보면 ㅎㄷㄷ
사실 이과의 진정한 전투종족은 물리학자가 아니라 지질학자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참고로 저 주상절리-판상절리 절벽들은 일반적인 암벽등반과 달리 쉽게 무너지기 때문에 정상적인 등반이 어렵고, 실제로 저희들이 망치로 떼어낼 때도 위에 있는 절리들이 무너질까봐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안전모를 썼지만... 그걸 써도 살아남는다는 보장을 못하니...)
일단 현무암 샘플은 성공적으로 확보했습니다만... 진짜 몸이 파김치가 되도록 일한 것은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근데 오랜만에 포터를 수동으로 운전했던게 더 힘들었던게 함정... 그것도 이거 운전한 건 하루만인데)
추신: 3번째 사진은 고문리 양수장에서 찍은 사진으로 옛날 자갈 퇴적층과 용암이 만나는 부분이 잘 남아 있습니다. 가끔 방송에서 이 장면을 보여주면서 강과 용암이 만나고 용암이 급격히 식으면서 저렇게 많은 기포가 남았다고 하는데... 이번 답사에서 지질학자분들에게 들어보니 급격히 식으면서 기포가 많이 남은 것은 맞는데 아마 강과는 만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가 용암이 강에 닿기 전에 아마 강이 먼저 말라버렸을 거라고 하더군요 흠좀무...(이걸로 재앙영화 찍어도 될 듯, 한반도 중부를 강타하는 용암의 공포! 한국판 볼케이노!! 근데 문제는 만약 실제로 일어나면 영화 볼케이노 따위는 그냥 애들 장난일 정도의 재앙이 될 듯 하지만요 왜냐면 의외로 이곳 현무암을 살펴보면 용암량이 좀 장난이 아닌지라)
추신2: 이번조사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지질학자들도 야외조사시에는 현지 지명과 주민들이 믿고 있는 지역전설에 꽤 관심을 가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공과 계열에서 이렇게 인문-지리적 자료를 참고하면서 조사하는 것도 꽤 흥미롭더군요
첫댓글 절벽이라...생소한 지형이군요
옛날에 추가령 지구대라고 불렸던 이 지역은 워낙 생소한 지형인지라. 사실 지질학적으로도 밝힐게 많고, 구석기 고고학에서도 연대 측정 문제로 중요한지라... 백의리층, 철원 용암대지 등등은 지질학, 고고학, 심지어는 관광학에서도 꽤 연구되고 있죠
지질학과셨나요... ㄷㄷ
아니요 고고학과요... 구석기 고고학은 지질학의 도움을 많이 받고 지질조사를 많이 갑니다
고고학과는 갈아야제맛? 수고하셨네요. 고고학이 아무래도 지질학과 관련있군요. 우리나라에도 흑요석이 나오나요?
백두산에서 나옵니다 대체로 중부지역에 나오는 흑요석 석기는 백두산 산지 것입니다 연천지역은 흑요석이 나오는지 확실한게 없지만 최근 흑요석 석기가 통현리에서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