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6.20이후 적용 자세한사항은 공지확인하시라예
출처: http://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date=20140217&rankingSectionId=107&rankingType=popular_day&rankingSeq=1&oid=064&aid=0000003982
상화 1,000미터 경기를 응원하러 갔다 왔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상화가 자기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해 속상했다. 1,000미터가 상화의 주종목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좋은 기록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나중에 얘기를 나눠보니 감기 기운이 있다고 했다. 얼른 뜨거운 물로 씻고 누워야겠다며 숙소로 돌아갔다. 그래도 상화는 매 경기에 최선을 다했다. 그 모습이 상당히 대견스럽다
우연히 장홍 선수를 만났다. 여자 1,000미터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따내 선수촌에서도 큰 관심 |
선수들은 메달이 없으면 면목도 없다. 올림픽엔 메달을 따러 오는 것이니까. 국민들이 서운해 하기 전에 자기 자신이 너무 실망스럽고 죄송스럽다. 카메라가 다가오면 어쩔 수 없이 웃으면서 인터뷰를 해도 속은 말이 아니다. 1년이면 3, 4회의 빙상 경기가 있지만 태릉선수촌에 발을 들인 선수라면 누구나 4년간 이 경기 하나만을 바라보며 산다. 올림픽이 가져오는 크나큰 두려움. 그리고 그를 극복해야 하는 심적 부담감. 이렇듯 부담감과 두려움을 극복한 선수들만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상화가 500미터에서 우승해 금메달을 목에 건 올림픽파크 메달프라자 앞에서 기념촬영. 상화와 나의 에이전트인 브리온 컴퍼니 임우택 대표님, SBS 배성재 아나운서, 금철 선배와 함께 |
하지만 모든 경기에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있다. 부상을 입을 수도 있고, 감기나 시차 적응 실패, 수면부족 등으로 컨디션이 떨어질 수도 있다. 자신의 실수 또는 다른 사람의 실수로 넘어질 수도 있다. 4년간의 노력이 잠깐의 실수나 변수 때문에 무너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같은 운동선수로서는 너무나 가슴이 아픈 일이다. 어제도 쇼트트랙 경기에서 넘어지는 사고가 생겨서 얼마나 놀라고 속이 상한지…. 그 심정은 말로 다 못한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500m 금메달, 1000m 동메달을 거머쥔 시미즈 히로야스 선수와 인사 |
올림픽도 벌써 일주일 넘게 진행되었다. 경기가 끝난 선수들이 하나 둘 한국으로 돌아갈 여장을 꾸리고 있다. 그런데 비행기표가 없단다. 누가 먼저 돌아가게 될지, 누가 나중까지 남아 있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미리 티케팅을 할 수 없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은 보통 폐막식까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메달 획득을 못한 선수들은 미리 확보해 둔 티켓을 가지고 일찍 복귀하곤 한다. 메달 획득 여부를 떠나서 타지에 오래 있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자나 중계팀 아나운서들과도 이제는 친구 같은 관계가 되었다. MBC 김성주 아니운서와 손세원 해설위원 |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항공편이 많은 편이라 비행기표가 없어서 못 돌아온 적은 없었다. 그런데 소치는 여의치가 않다. 소치와 인천을 연결하는 직항이 없는데다 여러 나라 선수와 응원단들이 동시에 움직이다 보니 모스크바로 나가는 것조차 편치 않은 상황이다. 집에 빨리 돌아가 꿀맛 같은 휴식도 취하고 느긋하게 여유도 부려보고 싶다. 얼마 만에 맘 편히 가져보는 휴식인지. 할머니가 운동할 때마다 챙겨주시던 집밥도 정말 그립다.
500미터에서 경기가 끝난 선수들은 벌써 일주일째다. 소치가 휴양도시라고는 해도 선수들은 어디 관광을 다닐 상황도 아니라 숙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마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것이다.
선수들에게 올림픽은 처신이 참 어려운 기간이다. 평소에는 누가 함부로 들어올 수도 없는 선수촌에서 하루 종일 운동만 하며 살다가 이런 큰 대회에 나오면 갑자기 수많은 사람과 카메라에 노출된다. 운동선수들은 대부분 처세에 능하거나 사람들의 시선을 유연하게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관심과 사랑에 때론 부담스럽다. 이렇듯 깜짝 사랑을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조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축제 분위기에 젖어 생각 없이 움직이다간 얼토당토않은 헛소문에 휘말리거나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큰 배움 주시는 금철 선배, 허승욱 스키 해설위원. 허승욱 선배는 올림픽에 5번이나 출전한 '스키 지존' |
특히 국가대표 선수에게 올림픽 같은 큰 무대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시험장인 것 같다. 그 동안 갈고 닦은 기록과 기량을 시험 당하고, 경기에 임하는 담력을 시험 당하고, 다른 선수와 경쟁하는 공정한 태도를, 예측할 수 없는 결과에 승복하는 겸손한 마음을 시험 당한다. 곧 자신의 삶, 인생을 시험하는 무대가 올림픽인 것이다.
나는 20년간 6번의 중간점검을 받았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좌절을 통해 희망을 일구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이제는 그 열매를 찾아 나설 단계다. 지금까지 올림픽 금메달만 바라보며 살아왔다면 이제는 내 인생의 진정한 금메달을 찾아 나서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후배들은 인생의 금메달 이전에 올림픽 금메달을 먼저 땄으면 좋겠다. ^^ 이제 연아도 들어왔다는데, 슬슬 후배들 응원이나 나가볼까?
SBS 최기환 아나운서와 함께 기념촬영 한컷 |
첫댓글 어쩜 글도 이렇게 잘쓰신대? 타지생활 힘들겠당 ㅠㅠㅠ
그동안수고하셨어요!메달이없어도 영웅이에요 당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