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k 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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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pielle。
푸르른 하늘.
깃털처럼 길쭉하면서도, 부드러워 보이는 흰 구름들은 꼭 새파란 도화지에다가 페인트 칠을 한것만 같다.
여러모로, 너무 좋은 날이다.
손을 내뻗어, 잡아보려고 했다.
마치, 구름을 손에 넣을 수 있으면, 여태까지 잃어버린 모든것을 보상해 낼 수 있을 듯, 그렇게 아련한 마음으로 손을 뻗었다.
많은 일이 있었지.
녀석을 돌보아 준것에서, "그"가 가버린것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
그렇지만, 이곳은 변함없다.
아직도 푸르른 하늘은 보이고, 흔들리는 노란꽃들이 가득한 들판도, 똑같다.
"아앙, 리나 이모, 얼마 더 걸려요?"
옆에서 앙증맞은 목소리로, 금발 머리의 소녀가 칭얼댔고, 리나는 미소지었다.
예전에 그녀라면, 절대로 그렇게 웃으리라고 상상 안되는 미소였다.
가느다란 손은 작고 통통한 손을 꽉 쥔다.
"좀만- 좀만 더, 알았지, 리아?"
그녀는 여전할 지, 궁금했다.
"예고도 없이 오다니, 리나님도 너무 했어요."
햇살이 가득한 부엌.
리나는 턱을 괴며, 피리아가 불평하는 소리를 들으며 웃었다.
이미, 몇년이 지났는데, 피리아는 여전히, 그 빛깔 좋은 금발과 잘록한 허리를 가지고 있었다.
부산히 움직이는것도, 허리에 걸쳐진 분홍빛 앞치마도, 똑같았다.
"피리아는 아직도 처녀같구나~ 아아, 너무 불공평하다고!
이 천재 미소녀 마법사 리나 인버스는, 집에서 해파리 시중이나 듣고 있어, 손이 쭈글쭈글해졌는데 말야!"
리나는 장난 스럽게 떠들어대며, 피리아의 부엌을 빙그르르 둘러보았다.
일부러 그런것일까, 7년전이랑 매우 흡사했다.
벽에 걸려져 있는 체크 무늬 퀼트(quilt)라던지, 부엌 기구라던지.
메이플(maple)목 의자도, 테이블도, 창문옆의 흔들의자도 자리가 기억하던 그대로 였다.
피리아는 가볍게 눈을 홀기며, 리나를 바라보았다.
"뭘요, 리나님 손이 얼마나 예쁜데."
푸훗, 하고 웃음을 터트리는 그 둘이었다.
옛날, 여행했던 시절은 회상하면서 그들은 수다를 떨었다.
그러던 도중, 주전자가 휘파람을 불기 시작하자, 피리아는 화들짝 놀라며 불을 껐다.
부글부글, 속에서는 물이 끓는 소리가 들렸다.
"리나님, 뭐 마실래요?"
"나야 77년 제피리아산 포도주라면 환영이지만... 그런게 여기 있을리는 없을것 같고."
빙긋, 리나의 입이 곡을 그렸다.
피리아는 포도주는 없다는 듯, 설레설레 얼굴을 젓다가, 허브차를 하나 준비했다.
달그락, 흰 찻잔이 가지런히 식탁위에 차려지는 중, 뒷문을 열어제치고, 짧은 금발 머리의 꼬마가 총총걸음으로 리나를 향해 달려왔다.
"이모, 이모! 뭐 먹는거에요?"
깜찍하게 두눈을 번갈아가며 찡긋이며, 소녀는 근처의 의자에 몸을 걸쳤다.
턱에서 잘려, 흔들리는 금빛, 눈부신 머리카락.
묘하게 피리아의 것을 닮아있던 그것이었다.
리나는 대뜸 꿀밤을 하나 소녀에게 먹였다.
"리아, 들어와서 처음 하는 말이 그게 뭐니? 피리아 이모한테 우선 집에 오게 해줘서 고맙다고 해야지."
활짝, 밝게 입을 벌리는 꼬마.
그녀는 반짝이는 보라색눈을 크게 떠보이며, 목청껏 소리질렀다.
"고마워요오오오!"
리나는 불만이 가득찬 얼굴로 리아를 쳐다보았지만, 정작 리아 자신은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해고, 기쁘게 웃고 있었다.
피리아는 짧게 그녀를 바라보았다가, 얼굴을 돌렸다.
잠시, 아픈 눈빛을 담은것은 리나뿐이었을까.
리아는 피리아의 무신경에 상관안하는 듯, 아직도 생글생글 웃어대고 있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리나의 손앞에 허브차가 고인 찻잔이 놓아진다.
노란색, 맛있어보이는 카스테라와 함께.
카스테라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리아를 보며, 리나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자신의 포크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리아, 한조각 먹고 다시 뒷마당 가서 놀아라-"
"네에에엡!"
누구를 닮아, 저렇게 식욕이 좋은걸까.
우물우물, 맛있게도 카스테라를 씹어먹는 그녀였다.
그녀는 단숨에 빵을 다 먹어버렸다.
그래서 인듯, 살짝 목이 마른듯한 얼굴이었던 리아였다.
"피리아 이모, 죄송하지만 밀크티 한잔만 주시면 안되겠어요?"
리아 답지 않게, 정중한 말.
도대체, 언제 피리아의 찻잔안에 있는 밀크티를 본걸까.
리나는 옆에서 어린애가 그런걸 마시면 안좋다고 타일렀지만, 여전히 그녀는 먹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피리아는 아무 말도 없이, 네모난 우유곽을 뜯고, 붉은 빨대를 하나 꽂아넣었다.
건네지는 우유.
약간 실망한 얼굴의 리아였지만, 그녀는 금방 쾌활한 얼굴로 돌아와, 밖으로 달려나갔다.
"... 밀크티가 부족해서 어쩌나, 제로스가 알면 화낼텐데."
피리아는 홀짝, 한모금을 들이키며, 한숨섞인 말을 내뱉었다.
근심이 가득 찬 얼굴이었던 피리아는 얼굴을 쳐들며, 푸른 눈동자로 리나를 응시했다.
"리나님, 아세요? 제로스가 자꾸 저랑 안나가려고 해요.
쳇, 위험하대나, 뭐래나. 물론, 이곳도 좋긴 하지만, 맨날 제로스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니까 외로운걸요."
"..."
리나는 약간 굳어버린 표정으로, 차를 마셨다.
아직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재잘거리는 피리아.
"나참, 저보고 밀크티도 사러 가지 말래요. 밀크티를 그렇게 좋아하면서...
요즘 피곤해 보여서 사러갈거라고 우겨도, 그런말 할때마다 뚱뚱한 비만 도마뱀이라고 놀려대니!"
피리아는 완연히 싫은 얼굴을 했다.
그리고, 비밀을 말하듯, 약간 망설이는 얼굴이 되어, 리나를 응시했다.
"사실, 밀크티는 제로스랑 저밖에 안줘요. 친구들이 와도, 밀크티란건 저희 가족만의 특권이에요.
리나씨가 입양한 애도, 미안하긴 해도, 줄 수 없었어요..."
탁.
리나는 싸늘한 표정을 하며, 눈을 가리는 붉은 머리칼들을 뒤로 넘겼다.
불안한, 냉기 품은 두 눈동자.
그녀가 입을 열었을 때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가 되어있었다.
"가족? 리아는 네 딸이야."
피리아는 갑자기 얼굴을 어그러 트리며, 화난 얼굴을 했다.
"무슨 소리에요, 리나님. 리아는 리나님께서 입양한 꼬마잖아요."
잠시 정적.
리나는 눈을 내리 깔았다.
"그래, 입양했지. 너에게서."
고요한 리나의 붉은 눈.
피리아는 정말 그런 소리는 들어보지도 못했다는 듯, 얼굴을 내저었다.
뚱딴지 같은 소리를 듣는 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다.
"리나님, 왜 그러세요? 제로스와 전 애를 안 낳았다고요."
"피리아."
리나는 찻잔의 둥근 표면을 만지작거렸다.
"제로스는... 7년전에 실종 되었잖아. 죽은... 걸로 거의 확정되었던거, 기억 못해?"
벌떡.
의자를 밀고, 일어서보이는 피리아.
그녀는 창백한 얼굴이었다.
분홍빛의 입술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그녀의 푸른 눈은 의혹으로 커져있었다.
살며시, 햇빛의 빛깔인 그녀의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나, 그런거 몰라요. 리나님, 리나님도 혹시 신족과 마족이라고... 떼놓으려고 그러는거에요?
리나님은 이해해 주리라고 생각했는데. 실망이라고요!"
창문 밖에서, 리아가 풀밭에서 뒹구는것이 보였다.
사심없는 보랏빛 눈동자.
그것을 보고, 다른 사람이 생각 나버렸다.
언제나 웃을줄 알았던, 그러나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제로스.
"피리아... 그렇다면, 왜 그는 오지 않지?"
"그냥, 여행간 것 뿐이라고요! 분명 돌아와요! 돌아온다고...요."
가만히, 있을뿐이었다.
피리아의 얼굴이 변해가는 것을, 그저 조용히 응시할 뿐이었다.
더 이상, 자신이 도와 준다는것은 가능하지 못했다.
7년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피리아에게서 리아를 데려간 것만, 그것만을 자신은 해줄 수 있을 뿐이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씁쓸함이 느껴졌다.
세월은 왜 그들에게 이리 가혹했을까.
피리아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부정.
부정하고 싶지만, 이미 너무 오래 부정해왔다.
햇빛은 밝은 부엌의 벽에서 춤춘다.
날에 어울리지 않는, 슬픈 눈물이다.
"피리아."
다시 한번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리나의 시선을 피한 채,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속삭였다.
"나, 기다릴 거에요..."
멈칫.
피리아를 향해 건너가던 손은 허공에서 멈춘다.
"미안해요. 리나님..."
안타까움이 밀려오면서, 밖에서 리아의 까르륵 거리는 웃음 소리가 들렸다.
"가주세요."
자신은 요청을 들어주는 정도밖에 할수 없었다.
한참을 걸어가고 있었을까.
풀밭을 지나고, 평지로 나와, 또다시 길을 걷고 있는 작은 꼬마와 적빛 머리칼의 여자.
꼬마는 지친 듯, 여자의 등에 축 늘어져, 엎여있었다.
거의 잠에 든듯, 눈이 반쯤은 감긴 소녀였다.
묵묵히, 소리없이 걷던 중, 문득 생각 난듯이, 리아는 리나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리나 이모. 가기전에 피리아 이모가 나한테 뭐 줬다?"
피리아와의 대면에 몹시 지쳐있었던 리나는, 반은 말을 듣고, 반은 딴 생각중이었다.
리아의 무게까지 합해져,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내 주머니안에, 밀크티 한 컵을 넣어줬다? 착하지, 착하지!"
순간, 몸에 전율이 흐르는것이 느껴졌다.
잠이 다 깨며, 리나는 리아를 급히 땅에 내려놓았다.
"밀크티? 정말?"
베실베실 웃으며, 갈색 조그만 컵을 보여주는 리아.
그것의 뚜껑을 열어보니, 분명 밀크티로 보이는 액체가 있었다.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없었지만, 금발의 그녀는 없었지만.
"리아, 가자."
7년만의 평화가 마음에 자리잡았다.
BGM- 月と甘い淚 (달과 달콤한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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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라피엘입니다.
오랜만에 써보는 슬레단편.
에에... 물론! 즉석입니다..;;;;
즉석이라서 무지 어색한 곳이 많을 듯하군요.
노트에 쓰고 옮길 자신이 없어서 그냥 즉석에서 썼습니다^^;
마지막... 부분.
이해 안가시는 분들은 위를 다시 읽어봐주시길 바랍니다.
정말 해피는 오랜만에 써보는군요 :D
(과연 이것이 해피인가;)
으음- 오늘은 이 단편 하나 올리고.
내일은 아마, 다시 오리지날로 원상복귀.
감상주시는 분들은 모두 사랑해버릴래요//ㅅ//
모두, 감사합니다-!
첫댓글 단편 오랫만이다~ / ㅅ/ 멋져!
노래도 좋구 내용도 좋구요>_<
오오오오오오- 굿 b
제로스 어디로 사라진거야~
멋있다, 단편 오랜만이네~
어엇, 슬레 팬픽 구상이라는게 이런거였어? 멋지다@ 라피냥, 건필@
에에, 아니;;; 따로 그건 장편 있고... 이건 그냥 즉석 단편;;; 감상 주신분들, 고마워요//ㅅ//
아아! 라피엘님 그럼 단편하나를 새로 쓰실 생각이시라는 거에요? 멋지네요! 원츄해요 >ㅁ<// 기대할게요오~
라피엘님이 지금까지 쓰신 단편중에 이게 제일 맘에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