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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장, 신숙진의 임신을 가장 반기는 것은 황여인이다. 이제 아들의 가정에 더 이상의 바람을 불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며느리의 임신에 하늘을 나는 기분이 된다. “어멈아! 정말 고생이 많지? 네가 그렇게 고생을 하는데 내가 도움을 주지 못해서 어떻게 하니? 이제 윤서를 유아원이라도 보내면 네가 조금은 편해지지 않겠니?“ ”어머님! 이제 세 살인데 아직은 너무 어리지 않을까요? 차라리 도우미를 불러서 빨래와 청소를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것이 더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해라! 네가 몸이 편안해야 태아에게도 좋을 것이니 내 눈치 볼 것 없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고맙습니다.” 신숙진은 모든 것을 이해를 해 주시는 시어머님이 늘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시어머님의 그런 마음이 아니었다면 남편의 마음이 자신에게도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신숙진은 마음처럼 자신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겉으로는 이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 보이는데도 신숙진 자신은 행복하다는 마음이 아니다. 남편은 이따금씩 부부로서의 의무를 다 하려든 듯이 자신을 안는다. 허지만 그럴 때마다 단 한 번도 뜨겁고 따뜻한 밀어들도 없다. 그저 남편으로 의무를 다 하려는 듯이 자신의 행위만을 끝내고 나서는 돌아 눕고는 이내 잠이 들어버린다. 그럴 때마다 밀려오는 마음의 공허함을 무엇으로도 채울 수가 없다. 남편의 따뜻한 사랑의 밀어들이 한없이 그립다. 예전에 그토록 자주 해 주던 밀어들이다. 뜨겁고 따뜻하던 남편의 마음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저 의무적인 부부의 성행위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신숙진은 늘 마음의 공허함을 느낀다. 박주혁은 아내가 다시 임신을 하자 마음이 더욱 평온해진다. 이제 진심으로 자신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서 새롭게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세심한 신경을 써주려는 마음이 든다. 그러나 겉으로는 자신의 그런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다. 신숙진은 첫 아이 때보다 더욱 심한 입덧을 한다. 친정에서는 다시 임신을 한 딸을 위해서 축하도 하고 선물도 보내준다. 첫 아이 때 해주지 못한 것을 늦게라도 해 주며 마음을 풀어주려는 친정 부모님과 형제들이 보내주는 사랑이다. 그러나 신숙진은 그 모든 것들이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고 늘 자신을 얕보고 깔보는 것만 같아서 그 모든 것들이 시들해진다. 언제 다시 자신을 향해서 비수를 꽂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있기에 친정에서 보내는 관심들이 반갑지 않다. 신숙진은 입덧을 하면서도 남편에게 먹고 싶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첫 아이 때에는 한 밤중이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일어나 나가서 사오곤 하던 남편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싶지만 지금 남편의 마음이 예전의 그 마음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입을 다물어 버린다.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해 줄 것만 같다. 남편의 그런 마음이 신숙진은 점점 더 서운해져 온다. 진정 자신만을 위한 남편의 사랑이 그립다. 신혼 초의 그런 뜨겁고 진솔한 남편의 사랑이 그리운 신숙진이다. 매일 밤 뜨겁게 달아오른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자신에게 쏟아 부은 그런 정성과 사랑이 그리운 신숙진이다. 얼마나 황홀했고 얼마나 행복했던가? 오직 자신만을 사랑하고 자신이 첫 여자인 남편이 몹시도 그립다. 남편이 첫 순결 자신에게 주었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감격했었던가? 평생을 남편만을 바라보며 살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순결을 경시했던 신숙진이다. 그까짓 순결쯤이야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그때그때 기분대로 살아왔던 신숙진은 결혼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순결이라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임을 깨닫는다. 자신이 지키지 못한 순결을 고스란히 지켜온 남편이다. 그런 남편이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그 마음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신숙진이 남편인 박주혁에게 향하는 그 마음은 사랑을 넘어 존경에 가까운 마음이었다. 그런 남자에게 오직 한 사람의 여자로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고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자랑스러운 마음이었다. 자신의 과거가 영원히 묻어질 줄로만 알았다. 남편은 자신이 처녀가 아니었다는 것을 평생을 모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행여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라도 있을까 싶어서 최대한 외출을 삼가고 살아가던 신숙진은 모든 것이 들통이 나자 마음이 우울해진다. 남편과 시어머님께서 용서를 하고 자신을 받아드렸지만 이미 남편의 마음은 자신에게서 멀어져 갔다는 것을 실감을 한다. 아무리 잡으려 해도 이미 잡혀지지 않는 남편의 마음이다. 그저 남편으로서의 의무만이 남아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하며 늘 한숨을 쉰다. 황여인은 며느리의 표정이 늘 밝지 못하다는 것을 느낀다. “애미야! 어디가 아프냐?“ ”아니요! 아픈 곳이 없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참으로 다행이다마는 임신을 한 네 표정이 하나도 반가운 기색이 없고 근심이 가득한 모습이구나!“ ”어머님! 제가 표현력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윤서에게 동생이 생기는 일인데 어찌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 입덧이 심해서 그런 모양이구나! 무엇이라도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애비에게 사 달라고 해라! 윤서를 가졌을 때에도 애비가 다 해 줬지?“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신숙진은 한 마디도 부탁을 하지 않는다. 박주혁은 그런 아내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그저 입덧이 순한 모양이라고만 생각을 하며 아내가 아무것도 부탁을 하지 않기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승진을 하고 나서 더욱 바빠진 회사 업무에 온 신경을 다 쓴다. 아내의 입덧에 대해서 신경을 쓸 시간이 없다. 늘 늦게 들어가는 박주혁이다. 게다가 아침 오찬모임이 잦다. 회장님을 모시고 오찬모임에 참석해야 할 일이 많다. 새벽에 눈을 뜨면 바로 단장을 하고 집을 나온다. 아내와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다. 남자로서 한창 일을 할 시기인 박주혁이다. 게다가 이제는 평사원이 아닌 간부로서 회사의 많은 업무를 파악해야 하고 할 일이 넘친다. 집안은 평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회사 일에 전념을 한다. 신숙진은 그런 남편을 더욱 서운하게 생각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지만 이미 우울 증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을 해도 즐겁고 좋은 것이 하나도 없다. 아들인 윤서가 재롱을 부려도 그것이 하나도 사랑스럽고 즐겁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볼 뿐이다. 황여인은 그런 며느리가 몸이 무거워지면서 너무 힘이 들어서 웃음 끼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애비야! 회사일이 그다지도 바쁘냐?“ 밤늦게 들어온 아들을 보며 말을 한다. “네 엄마! 눈코 뜰 사이가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래! 남자가 밖에 일이 바쁘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허지만 애비야! 시간을 만들어서 라도 애미가 몸이 무거워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아는 척이라도 하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거라! 요즘은 애미가 통 웃는 것을 볼 수가 없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시간을 내어서 집사람을 데리고 바람이라도 쏘여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말처럼 쉽게 시간이 나질 않는다. 주말이 되자 조회장님께서 경제인 모임에 함께 가자는 지시가 내려진다. 박주혁은 어머니의 말씀을 잊는다. 집안일을 신경을 쓰며 보낼 시간이 없다. 지금은 집안일보다는 회사가 우선이고 먼저인 것이다. 신숙진은 이제 남편에게 기대고 바라는 것이 없이 모든 것을 포기를 한다. 달이 차고 배는 점차 불러져 간다. 황여인은 그런 며느리를 위해서 도우미를 매일 부른다. 또한 이제는 윤서를 어린이 집에 보낸다. 애미를 힘들게 하고 귀찮게 하고 있기에 몇 시간이라도 며느리가 편안하도록 어린이 집에 윤서를 보낸다. 당신 자신이 하루 종일 윤서를 돌봐줄 힘이 없다. 말을 하지 않지만 점점 더 몸의 기운을 잃고 있는 황여인이다. 며느리의 출산을 앞두고 신경을 쓰게 하고 싶지 않아서 표현을 하지 않고 그대로 견디고 있는 황여인이다. 박주혁은 아내가 산고의 진통으로 신음하는 소리를 듣는다. “왜 그래요? 진통이 시작이 된 건가?“ ”아이구 배야! 배가 너무 아파요.“ 신숙진은 첫아이 때와는 달리 신음소리를 마음껏 토해낸다. 참으려 하지 않고 큰 소리로 신음소리를 내며 아파한다. 황여인조차도 며느리의 산고의 고통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 건너온다. “언제부터 시작이 된 것이냐?” “어머님! 너무 아파요. 저 좀 살려주세요.“ ”오냐! 아범아, 어서 병원으로 데리고 가거라!“ “네! 준비를 시켜주십시오. 차를 바로 가져다 대기를 시켜놓겠습니다.“ 박주혁은 차고에서 차를 가지고 온다. 원래는 아침 출근 시간이 되면 기사가 와서 박주혁을 태우고 가는 승용차다. 그러나 이 시간에 기사를 부를 수가 없다. 더구나 사적인 일로 회사의 기사를 쓸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는 박주혁이다. 황여인은 미리 준비를 해 놓았던 출산용품이 들어 있는 가방을 꺼내고 며느리가 옷을 갈아입는 것을 도와주고 나서 며느리를 데리고 나선다. 어머니가 데리고 나오는 것을 보자 박주혁은 차의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아내를 태운다. “아파도 조금만 참아 주시오. 기사가 없으니 내가 직접 운전을 해야 하기에 당신을 보살필 수가 없는 것을 이해를 해 주시오.“ 신숙진은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신음소리를 내며 몹시 힘들다는 것을 나타낸다. 운전을 하면서도 박주혁은 아내에게 온 신경이 다 가있다. 너무나 아파하는 그 모습이 안쓰럽다. 곁에서 다독이며 안아주지 못해서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다. 병원에 도착을 하고 나서 잠시도 아내의 곁을 떠나지 않고 돌봐준다. 소식을 듣고 친정엄마가 와 준다. 그래도 첫 아이 때보다는 많은 기다림 없이 무사히 또 아들을 순산한다. “고생이 많았소!” 박주혁은 아내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하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 준다. 첫 아들인 윤서는 태어나는 순간을 보지 못했기에 박주혁은 꼬박 기다려 작은 아들의 탄생의 순간을 함께 맞이하며 기쁜 마음이 된다. 이제 두 아들의 아빠가 되었다는 것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뿌듯해진다. 이제 가족이 늘어난 만큼 어깨가 더욱 무거워짐을 느끼며 더욱 일에 매달리며 모든 열정을 쏟아 나간다. 조회장님은 이제 박주혁이 가정적으로 안정이 되어 더욱 실력이 늘고 일을 추진하는 추진력에 자신감과 박력이 있음을 본다. 더욱 박주혁에 대한 조회장님의 신임은 두터워져 간다. 황여인 또한 손자가 태어난 것을 대단히 기뻐하고 있다. 당신의 대에서 오직 아들 하나만을 키워 늘 불안하고 조상님들을 뵐 면목이 없다는 생각을 해 오던 황여인이다. 이제 자손에 대한 더 이상의 욕심은 없다. 황여인은 며느리의 해산바라지를 위해서 사람을 쓴다. 산모를 전문으로 돌봐주는 도우미를 쓰면서 행여 윤서가 엄마를 힘들게 할까 싶어서 늘 윤서와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한다. 또한 늘 늦게 귀가를 하는 아들에게 일찍 들어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아내에게 많은 신경을 써주어야 한다는 말을 누누이 해 준다. 박주혁 역시 어머니의 말을 못 알아 듣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회사에서의 위치도 있고 조회장님의 신임이 워낙 두텁기 때문에 가정일로 해서 집에 일찍 들어오는 것이 쉽지가 않다. “내가 늘 늦게 들어와 정말 미안하오. 당신이 힘들겠지만 조금만 이해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소.“ “내 걱정을 하지 말아요. 난 아무렇지도 않아요.“ 신숙진은 늘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감추고 표현을 하지 않는다. 표현을 해봐야 달라질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신숙진은 삼주간의 몸조리를 끝낸다. 몸은 날아갈 듯이 가볍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워낙에 전문가로서 산모의 모든 것을 보살펴주었기에 산후조리를 제대로 한 것이다. 첫 아이인 윤서 때에는 산후조리는커녕 밥도 제대로 먹지를 못하고 불안한 나날을 보냈던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우울해진다. 오기로 버텼던 나날들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그때와 달리 모든 것이 편안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 한 편이 허전하고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이 반드시 남편의 마음을 모두 얻지를 못해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왜 그런지 자신도 모른다. 신숙진이 몸조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황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힘들어 한다. 신숙진은 그런 시어머님께 온 정성을 다해서 보살펴드린다. 그러나 황여인의 상태는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상태가 좋지 않다. 병원에 입원을 시키며 집과 아이들 그리고 병원을 오가며 분주하고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는 신숙진이다. 이제 돌이 되지 않는 둘째를 맡길만한 곳이 없기에 둘째인 민서를 업고 병원을 오가며 시어머님의 병간호를 한다. 박주혁은 그렇게 힘들게 보내면서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는 아내가 고맙다. “어미야! 너를 이렇게 고생을 시켜서 정말 미안하구나!“ “어머님! 그런 말씀을 하시지 마세요.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를 하는 것입니다. 얼른 일어나셔서 우리 민서의 돌잔치를 보셔야지요.“ ”아니다! 난 이제 그만 편안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 싶구나! 그동안 너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속 좁게 군것이 참으로 미안한 일이다.“ ”어머님! 이제 그 모든 것을 다 잊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저희들 곁에 더 남아주셔서 윤서와 민서가 자라는 것을 지켜봐주시며 기둥으로 저희를 보호해 주셨으면 합니다.“ 신숙진은 아직은 시어머님과 헤어진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참으로 따뜻하고 인자하신 분임을 잘 안다. 그런 어머님이 계셨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한다. “어미야!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나가 버리는 법이다. 앞으로도 힘든 일이 있으면 지금처럼 참고 견디어 주기를 부탁한다. 훗날 반드시 그 보상을 받으며 웃으며 살날이 있을 것이다.“ “네, 어머님! 늘 어머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면서 기억을 하겠습니다.“ 황여인은 그렇게 입원과 퇴원을 번갈아 하면서 그해 겨울을 힘겹게 보낸다. 이제 민서도 돌이 지나 온 집안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는 말썽꾸러기로 자란 것을 누워서 보면서 희미한 웃음을 웃을 뿐이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