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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추웠던 날 밤시간까지 짬짬이 작업했던 쥬얼리박스들이 모두 내 손을 떠나니
많이 허전하더군요. 사실 전부터 밀린 작업이 있었지만, 시기적으로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쥬얼리박스를 4개씩이나 만들려니 시간에 쫓기게 되더라고요.
쥬얼리박스 작업과정을 소개하면요.
먼저 디자인 수정 및 프린트를 해두고요.
나무의 색감과 무늬를 맞추어 선별해서 자르고 대패질하여 집성합니다.
밴드쏘로 오려내고 서랍의 안쪽면을 샌딩한 후에 서랍 및 뒷판을 접착하고요.
본체 및 서랍들을 150방, 220방, 320방 순으로 각각 한번씩 사포질 한답니다.
유튜브를 보면 한번만 하고 넘어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생략한거지요.
사포작업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수록 퀄리티가 높아진답니다. 그러면서 윤곽선의
처리도 말끔히 하게 되고요. 마지막엔 400방 이상으로 겉면을 처리하지요.
이 사포작업도 4가지의 샌더기를 동원해서 용도에 맞게 작업하는데요,.
목공인들이 가장 힘들어 하고 또 하기 싫어하는 작업이랍니다. 시간만 잡아 먹는게
아니라 미세먼지까지 날리니 당연히 기피하게 되지만, 작품의 완성도가 여기서
좌우된다고 해도 될만큼 중요하답니다. 사포질을 다른 사람게게 시키지 않고 주인이
직접하는 공방에 가구를 맡겨라는 속설이 있을 정도니깐요.
다음은 스프레이로 눈매에 박힌 나무가루를 불어내고, 미네랄스피릿이라는 용제로
오일 칠하기 전에 깨끗이 닦아줍니다. 그러면 기본적으로 나타나게 될 색감을 보고
오일의 종류를 선택하기도 하지요.
옛말에 목수위에 칠수가 있다 – 목수가 술 사들고 칠수에게 굽신거린다 할 정도로
최종적으로 마감하게 되는 칠의 중요성을 일컫는 것이겠지요.
저는 현재 판매되는 모든 고급 우드오일중에 가장 비싼 천연오일을 쓰고 있습니다.
왜냐고요? 고퀄리티를 위해서지요. 물론 무해하기도 하지만요.
또 바니쉬(니스)나 페인트를 쓰지 않는 것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랍니다.
게다가 평소에 손이 많이 닿게되는 이런 박스는 당연히 최고급 오일을 써야겠지요.
집성용 접착제 역시 최고급을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니겠어요?
저는 주로 오스모라는 독일제 오일을 쓰는데 집안의 거의 모든 가구에도 썼어요.
최고급 오일을 쓰는 중요한 이유중 하나는 – 내꺼니까요^^
이제 오일을 바릅니다. 뭘로요? 면천에 적셔서 손으로 문지르듯 발라요.
그러면서 나타나는 원목의 본심을 보며 많은 생각을 떠올리지요.
그럼 한번만 바르냐고요? 어이구~ 그럼 오죽 좋게요.
페인트 바르듯 겉면만 붓으로 쓱싹쓱싹 칠하면 편하죠.
최소 세번 이상 바른답니다. 보통 하룻밤 재워서 마르면 손으로 400방 사포로
가볍게 문질러주고 다시 오일바르고 또 하룻밤 재워서 또 600방 사포와 오일.
최종마무리는 융으로 스스삭삭~~
이런 공정과정에서 공산품과는 많은 차이가 나게 되겠지요.
오일도 바를 때에는 재질 자체의 질감을 수수하게 내보이는 무광, 은은한 달무리
처럼 오묘한 빛을 보이는 반광, 그리고 반사되는 빛마저도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삐까뻔쩍 유광 이렇게 디자인이나 색조에 맞춰 감각적으로 골라서 마감한답니다.
이렇게씩이나 왜 하냐고요? 이 정도는 해야 오랜 세월동안 변하지 않지요.
사계절 지나며 온도와 습도의 극심한 변화를 이겨내려면 나무가 내성을 간직
하도록 외부를 잘 감싸 주어야하지요. 이렇게 문질러 바르면 수관과 체관안으로
오일이 스며들어 바니쉬나 페인트와는 비교가 안되게 내구성이 좋지요.
그뿐이라면 굳이 오일을 쓰겠어요? 주요점은 나무답게 보려한다는 것일겁니다.
나무의 본질을 이해하게 하는 나뭇결무늬하며 한 나무속에서 이루어진 색조의
변화 등등을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게다가 어루만지듯 마른 천으로 자주 닦아주면 최초의 광택과는 다른 주인닮은
아름다운 빛이 난다하네요^^
장인의 정신으로 한 공정씩 마치고나니 스스로도 만족스럽지만, 아이들뿐만 아니라
친척들까지 우와아~ 어머머머~~ 감탄사를 연발하며 좋아하는 것을 보니, 역시 대충
만들지 않은 선견지명의 처세를 자찬도 했더랍니다.
설연휴 동안 작업하는 것보다 더 힘든 명절여정을 마치고 나니 쉬고 싶어도 머리
속에서 왔다갔다 돌아다니는 다음 작업물이 재촉하는 바람에 작업장으로 갈 수밖에
없더군요. 바깥 바람소리를 뒤덮는 톱바람 소리와 먼지속에 나온 작품이 바로 위에
보인 저 작품이랍니다. 가능한 밝은 표정과 몸짓을 표현하려 했는데 괜찮은가요?
가운데는 일부러 비워두고 안에 빤짝빤짝 은하수 색전구를 넣어 시선을 잡으려고요.
설치 위치는 디자인보고 짐작한 분도 있겠지만, 처제네 가게의 창가에 있을겁니다.
작품을 올린 목공카페의 회원들의 찬사도 들으면서 좋은 아이템을 선택했다 싶었네요.
그래서 인터넷서핑 풀모드로 가동하여 살펴 본 결과 판매는 커녕 국내에서는 거의
만들지도 않고 있더라고요. 나무가 비싼 나라이다 보니 싼 나무나 합판 또는 MDF로
거의 모든 가구를 생산하는데, 고급스럽게 보여야 할 쥬얼리박스는 고급수종에 공정
시간 등을 따져보면 가성비가 맞지 않을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마치 전에 보여 드렸던 End Grain 도마처럼요. 아, 바로 이전에 만든 퍼플하트 들어간
엔드그레인 도마는 강남에 사는 조카가 이달 모임에서 경매로 붙인다고 가져갔네요.
이러다가 대박날까 무서워요^^
이 대목에서 잠깐 또 나무의 분별에 대해 간단히 언급할께요.
일반적으로 원목이라고 하여 가구나 소도구들을 판매하는데요.
태반은 부분적이든 전반적이든 무늬목을 교묘히 붙인거구요. 그 외의 것에 대해서
두가지만 살펴보면 가격을 제대로 주고 샀는지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있어요.
먼저 수종 즉 나무종류를 소프트우드와 하드우드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요.
소프트우드라 하면 주로 소나무계열의 침엽수를 말하고요. 성질은 가볍고 무르지만
무늬가 비교적 선명하고 가공이 쉬운데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가장 많이 사용하지요.
(예: 스프러스, 레드파인, 삼나무, 편백, 나왕, 미송, 뉴송, 홍송 등)
하드우드는 대체로 활엽수 계열인데요. 종류도 많고 그 특성도 각양각색이지만 단단한
만큼 가공도 어렵지만 튼튼하게 오래 보존할 수 때문에 고급가구류 등을 만든답니다.
(예: 오크, 하드메이플, 월넛, 체리, 애쉬, 느티, 참죽, 박달 등)
다음의 구분으로는 원목의 집성에 따른 구분인데요.
먼저 떡판 또는 우드슬랩이라 불리는 두꺼운 원목판에 철제로 디자인한 다리를 붙인게
최근 유행이지만, 수종 및 넓이와 길이에 따라 가격이 무지 사악해요 – 부르는게 값^^
통나무를 제재해서 대패질하고 몇개의 쪽으로 길게 붙여서 넓은 판재로 만든 것을
솔리드집성이라 하고 이것까지는 원목이라고 봅니다.
다음으로는 솔리드 등의 집성에 적합하지 않은 나무쪽들을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사이드
핑거와 프론트핑거 집성이 있는데요. 주변에 있는 가구들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어요.
나무 평면이나 옆면에 톱니무늬로 집성된 것이 보이거든요. 그렇다고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랍니다. 소중한 자원의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좋은 일이겠지요.
또한 이런 핑거집성목이 꼭 저렴하지만은 않아요. 나무의 특성상 크게 자라지 않지만
무늬나 색채가 특히 곱거나 단단한 특성이 있는 것은 이렇게 집성해서 이용한답니다.
단지 집성용 접착제를 진짜 친환경용을 쓰는지는... 우리나라는 E1등급도 친환경가구로
인정하는 가구회사에 아주 관대한 나라랍니다. 선진국에서는 아예 가구재로 못쓴다는...
이렇게 두가지의 지식만으로도 나무의 종류와 집성여부를 알고 나면 적당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겠지요. 물론 특별한 나무 즉 특수목이란 것도 있지만 일반적인 가구에는
사용하지 않는 편이고 주로 공예품등에서 볼 수 있는 고가품목이니 예외구요.
지금 작업중인 것으로는 제가 디자인한 우드혼 두 개를 만드는 중인데요.
이런 주작업외에도 이것저것 필요에 따라 다른 것도 틈을 이용해 만들고 있답니다.
저는 지금껏 만든 것들을 보셨다시피 하드우드를 기본으로 하고 디자인이나 포인트에
따라 특수목을 곁들여 자주 쓴답니다. 이번에 나무를 주문하면서 (직접 경기도까지 가서
구하기는 어려우니 전화나 쪽지로) 아예 쥬얼리박스도 몇개 더 제작하려고 하네요.
1차분으로 나무가 도착하면 무늬와 색상을 보고 아래 디자인 중에서 합당한 것을 우선
제작하려고 합니다. 여기 친구 몇분이 탐내시는 눈친데 혹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있어
의뢰하고 싶으시면 따로 쪽지주세요. 만들 때 같은 디자인으로 두개를 만들어 맘에 드는
것으로 보내드리고 하나는 소장하려고요. 아래 사진들 못지않은 작품으로 알아주시길...
한분씩 얼굴을 떠올리면 선물로 드렸으면 좋겠지만, 내공소모가 너무 극심해서요^^
이러한 공예품은 한꺼번에 여러개 같이 만든다고 경비와 시간이 절약되는건 아니거든요.
정교한 작품을 세심하게 한땀의 바느질처럼 정성을 다해야 퀄리티가 높아지니까요.
그래야 비록 비용은 지불했지만 받을 때는 선물을 받는 느낌을 드리지 않겠나요?
나무도 구입할 때 건조상태가 좋아야 해요. 아무리 좋은 재목이라도 건조되기까지는
몇년씩 기다려야 하기도 한답니다. 덜 갈라지도록 마구리면에 본드나 페인트를 칠해
놓고 쌓아 둔 목재상이나 공방들은 부자래요. 요즘은 고주파로 건조해서 나오지만,
긴 나무를 구입하면 벌레먹은 곳이나 부식되거나 금이 간 부분이 있기 마련이라서
부분적으로 선별하고 또 작품에 어울리는 무늬에 맞춰 잘라서 사용한답니다.
기나긴 나무놀이 얘기는 여기서 마치고요. 다음 작품이 나오는대로 또 올릴께요^^
환상적인 S-Line을 뽐내는 박스디자인
이전에 만들어서 선물로 보내고 소장용으로 간직하려는 디자인.
서랍앞면을 다른 색조의 나무로 대신하면 장식효과가 높아지겠지요?
2. 예쁜 조개같은 디자인
고급스럽고 매끈한 재질로 부드러움이 돋보이는 디자인으로 어루만져 줄수록
정을 담아둘 것 같지 않나요? 이 아이는 앞단추가 없는게 특징이고 멋이죠^^
3. 사랑스런 하트곡선 디자인
집성하는 목재에 따라 느낌의 변수가 많을 것으로 보이고요. 귀엽고 앙증맞은
스타일이나 열정적인 느낌을 표현할 수 있겠지요.
4. 나비효과
이 박스안으로부터 나비의 날개짓이 시작한다면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역시 수종의 선택과 약간의 패턴변경으로 사뭇 다른 느낌의 나비박스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5. 모녀의 정
품안에 아기를 안고있는 형상으로 비춰져 딸에게 선물하려고 점찍은 모델들인데요.
분위기로 보아 재질의 선택이 느낌을 많이 좌우하겠네요.
6.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귀요미 디자인
여러 디자인들 중에서 이런 비정형 스타일은 어린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좋다고 하네요. 정형화된 가구들이 즐비한 환경에서 이렇게 친근한 곡선의
조그마한 박스는 사랑받기 딱 좋은 아이템이지 않을까요?
아이가 좀 더 커서 가구가 필요할 즈음에 다른 비정형 스타일의 가구를
몇점 어울려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7. 웨이브 스타일 디자인
두 디자인을 놓고 선택 고민중. 고급재질로 문양매칭과 곡선미를 잘 살리면
실용성과 더불어 근사한 쥬얼리박스가 되겠네요.
8. Tree Design
역시 그 많은 나무모양의 박스중에서 선택한 모델로 재료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 보이는 스타일이지요.
9. 또 다른 서랍 두개짜리 쥬얼리박스
나무의 질감 및 색조의 혼합에 따라 뉘앙스가 많이 달라지는 디자인으로
색감과 무늬중 선택 순위에 의해 작품의 개성이 다르게 나타겠네요.
위 사진 등에서와 같은 재질은 구할 수 없는게 태반이라서요.
10. 쓰나미 디자인
파도치는 느낌을 살린 유명한 디자인으로 생동감 넘치는 작품으로
표현해 보려고 합니다.
11. 사이즈가 조금 크고 서랍이 많은 디자인
드레싱룸이나 파우더룸에 포인트로 올려놓을 공간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작품으로 장식해도
좋을 것 같네요. 이렇게 서랍이 많으면 비밀서랍도 숨어있답니다.
첫댓글 주얼리 콘솔 공방에 눈과 마음까지 훈훈합니다.
5번 무리에 한표
꾸준히 관심주셔서 고마워요^^
옴마야~~ 이게 뮈꼬 눈이 휘둥그래
겁나 이뿌죵? 저도 그래 반해서 모아 둔거랍니다^^
우와 대박! 전시회 않하시면 안되겠네요. 이거 미리 싸인한장 받아둬?
이런 종류만 만드셔서 특허따도 좋으실듯. 베스킨 라빈스처럼 독특한 이름들 붙이면 좋음.
예로, 언니는 화성인 ㅋㅋ
왜 가우디가 겹쳐질까용~?ㅋㅋ
어떻게 나무를 찰흙빚듯이 - 놀랍습니다 박물관 터도 가까운쪽에 잡아두셔야겠네요
너무 심혈을 기울이다가 아플까봐 살짝 걱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