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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지난 2009년 6월에 걸렸던 구안와사(구안괘사) 치료기간 중에 적어 두었던
메모들과 기억들을 살려 기록한 장문의 경험담 입니다.
부디 구안와사에 걸려 심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계신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2009년 6월 1일 월
몸살
지난 주는 주말과 평일을 통틀어 내 생애 손꼽을 만큼 피곤한 한 주 였다.
경제상황이 그렇다보니 이것저것 생각할것도 많고 고민되는 것도 많아
스트레스에 심신이 지쳐있었던 데다가 주말에 아이들이 조르는 바람에
놀이공원까지 끌려다니다시피 해서 뭔가 느낌상 불길하더니
정확히 첫 출근때 몸살이 시작되었다.
2009년 6월 7일 일
귀 뒷머리가 뻐근하고
뜨거운것에 데인 듯 혀가 얼얼하다
귀 뒷쪽이 약간 뻐근한게 귓속에 염증이 생겨 그런건지 영 불쾌했다.
지금까지 고막염, 외이도염 등등 귀 관련 자잘한 질환들을 겪어 봤지만
이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아주 아픈 정도는 아니지만 신경이 쓰일정도의 통증이었다.
그리고 혀도 약간 얼얼한게 묘한 느낌이었다.
얼마전부터 찌개류가 갑자기 좋아지면서 예전엔 기겁을 하던 뜨거운 국물까지
먹게 되어버린탓에 나도모르게 어떤 찌개를 먹다가 혀를 데었나보다 했다.
혀가 얼얼해서 맛도 이상하게 느끼게 된다.
이번 몸살은 길기도 길고 증상도 별나구나 싶었다.
2009년 6월 8일 월
눈물이 나고, 물이 입옆으로 새며,
소리가 증폭되어 들린다
보통 야근을 아주 많이 했을때나 어떤 눈병이 생겼을경우가 아니면 웬만해서는
눈이 뻑뻑해지지 않는 편인데 이상하게 오후 2시쯤부터 심하게 눈이 피곤했다.
컴퓨터의 모니터를 지속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울만큼 눈이 따가웠고 그상태에서 눈물까지 흘렀다
업무는 아니었지만 혼자 만들어가던 프로젝트(?)가 있어서 눈을 비비며
저녁까지 계획된 분량을 해내기 위해 버티고 있었는데
퇴근시간 무렵 후배들이 햄버거를 사먹고 잔여업무를 하겠다기에
햄버거 저녁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그런데 햄버거를 먹는 느낌이 좀 이상했다.
뭔가 씹는 내 입의 느낌이 낯설었고 혀가 얼얼해서인지 맛도 이상했다.
게다가 난 음료수를 마시는 도중 입옆으로 음료수를 흘리는 엽기적인 실수까지...
여러가지로 느낌이 이상했다.
육감적으로 난 집으로 돌아가 쉬어야 겠다는 생각이 엄습했고
바로 퇴근을 준비하고 회사문을 나서며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내일 못나올수도 있을것 같다는
일종의 ‘예고’를 전하고 집으로 향했다.
또하나의 신기한(?) 증상은 귀의 ‘청각과민’증상이었다.
평소 차에서 볼륨 15~19 정도의 다소 큰 소리로 음악을 감상하는 편이었는데
이때는 볼륨을 5이상 도저히 올릴수가 없었다.
음악소리는 칼처럼 귓속을 푹푹 찔러댔고 주변의 트럭이 경적을 울려대면
머리가 웅~~ 하며 울려댈정도로 증폭의 고통이 컸다.
집에 돌아와 양치질을 해보니 여지없이 물이 샌다.
잠들기전 인터넷으로 찾아본 나의 증상은 정확히 '구안와사'의 증상들과 일치했다.
2009년 6월 9일 화
한의원과 신경외과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한것이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을 본것이다.
무표정인 상태에서는 얼굴에 어떤 변화가 생긴건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입을 이리저리 실룩거려보니 차이가 확연해졌다.
입이 마음대로 안움직인다는 것이 이렇게 불편하고 불쾌할 줄이야....
게다가 잘 생기지도 못한 얼굴이 더 보기싫게 찌그러지다니.....
구안와사에 특화된 병원을 찾아보겠다고 이리저리 뒤지니
한방이 효과적이라느니 일반 병원이 더 낫다느니 의견이 가지가지였다.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의 의견은 한방이 압도적.
일단 아파트상가의 한의원을 찾아갔다.
한의원
심신이 약해져서 면역력이 약해지고, 그에따라 바이러스가 신경으로 침투해
손상을 일으켜 마비가 시작되는 병이니 무조건 푹쉬어야만 한다고 한다.
(난 한방이라면 기의 흐름이 어쩌고 혈이 막혀서... 이런 얘기들만 할 줄 알았는데
바이러스라니.... 내가 한의원이 처음이라....)
그리고 현재 나의 경우는,
전조증상이 일어난 후 며칠 안되어 바로 마비가 상당부분 진행된 경우라서
예후가 그다지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꽤나 나쁜 소식이었다.
치료는 당연하겠지만 침치료. 내 생애 처음 맞는 침들 이었다.
게다가 한두개도 아니고 얼굴에 열개도 넘는 침들이 공포영화 주인공처럼 온 얼굴에 심어졌다.
신경외과
한의원 치료를 마치고 인터넷에서 검색해 둔 옆동네 신경외과로 갔다.
구안와사는 발생원인이 다양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는것은 사실상 힘들고
원인에 따른 특별한 치료법이 있는것도 아니어서 굳이 원인을 찾는것이 의미 없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바이러스 침투에 의한것이라고 단정 지을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귀 뒷쪽에 있던 뻐근함은 예후가 안좋을 확률을 높인다고 한다.
역시 나쁜 소식이다.
게다가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마비 바로 다음날 병원을 찾았는데도)
마비 진행이 빠른 편이어서 더더욱 예후가 안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비 진행 정도가 눈에 띄게 빨라서 이마 부분의 경우 한의원에서만해도
아주 약간이라도 움직일 수 있었는데 신경외과 치료를 받고 나서 보니 아예 움직이질 않게 되었다.
그 사이에 그만큼 진행이 되어버린 것이었었다.
마비가 되었을때 오히려 구안와사 증상과 달리 이마를 ‘완전히 움직일 수 있다’’면
뇌손상인 일명 ‘풍’일 수도 있어서 더 위험한 경우라고 한다.
즉, 구안와사라면 이미까지 다 마비되는것이 정상이라고 한다
처음에 신경외과 치료를 받은 후 마비가 더 심해져 혹시 치료를 잘못 받은것은 아닐까
무서운 생각이 들어 전화 상담을 했더니 현재 마비는 계속 진행중인거니 치료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여기서 더 굳어질것이라니...
신경외과 치료는 이렇다.
구안와사 증상을 얘기하자 바로 엉덩이 주사를 맞았고
(그때야 아무생각 없이 맞았었지만 아마 지금보니 스테로로이드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한방의 침과는 다른 ‘전기 바늘’로 근육의 약 7군데 정도 신경부위에 꽂아
전기를 이용한 자극을 주어 치료를 한다. 10여분간의 자극이 끝나면 귀 뒤쪽으로 일종의
마취제를 주입하는데 주입후의 느낌은 약간 뜨거운 느낌과 더불어 얼얼한 느낌이다.
전기자극은 처음엔 상당히 자극적이어서 따끔거리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
안면마비는 ‘감각신경’이 아니라 ‘운동신경’이 마비되는 것이어서
느낌은 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단지 움직일 수만 없는 것이다.
즉, 자극치료 자체의 모든 느낌이 다 느껴지게 된다는 것이다.
주사제 주입은 귀 뒤쪽이라는 위치상의 끔찍함 때문이지 주입 자체의 고통은 별로 없다.
신경외과의 처방은 소량의 스테로이드제와 나머지 한두가지의 신경계통 약이라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안약과 안연고, 안대를 처방 받았다.
구안와사가 오면 눈거풀을 움직이는 근육도 마비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가 눈을 감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결막염에 걸리는 경우도 많으니
잠들때는 안연고로 눈을 붙이고(?) 안대로 보호하며 잠들어야 할것이라고 한다.
회사에서 눈이 뻑뻑했던 것도 이미 눈거풀에 약간의 마비가 진행되었었던 모양이다
2009년 6월 10일 수
한의원 치료와 신경외과의 설명
얼굴은 자꾸만 더 비뚤어져 가고 있었다.
왜 구안와사에서 ‘와’자가 달팽이 ‘와’ 인지 알겠다. (정확히는 '구안괘사'가 맞다고 하지만...)
보통 '입이 돌아간다'고 표현 하는데... 입이 옆으로 돌아가는것도 맞긴 하지만
반쪽이 마비된 입을 움직이면 어떤 모양이 될까 유심히 보면
입이 회오리 처럼 입의 중심으로부터 달팽이 집 모양으로 돌게 되기 때문인것 같다.
하여간 '거울을 볼수록 스트레스만 쌓이니 절대 거울을 보지마라' 라고 얘기들을 하지만
사람이 어디 그런가.
만지면 아픈데도 자꾸 상처를 만지게 되고, 이상한 냄새가 나면 자꾸 맡게되고,
문제가 있을수록 걱정이 되어 자꾸 확인하게 된다.
예후가 좋지 않을거라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안좋게 된다는 건지
궁금한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진료가 있는 날 각각 병원에서 다시한번 '구안와사'와
예후에 관한 몇가지 질문을 하고 설명을 들었다.
한의원의 설명
한의원의 원장의 답변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안면근육의 운동을 관할하는 신경계의 단계는 3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바이러스의 침투로 손상을 받아 마비가 일어나는 것도 따라서 '3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입부분 주위의 마비가 오고 다음 눈주위, 다음 이마 순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1단계인 입에 첫 증상을 느끼고 나서 단 하루, 이틀만에
3단계인 이마까지 마비가 빠르게 진행 되었다는 것으로 보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에서 거의 속수무책으로 공격을 당했다고 봐야한다.
이런 경우는 손상도 심하기 때문에 빨리 치료를 시작하거나 (거의 증상이 처음 오자마자)
모든일을 중단하고 치료에만 집중해야 그나마 회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게다가 귀뒤의 통증으로 첫 증상이 시작되거나 혀끝미각의 손실(혀가 얼얼한), 청각과민등의
증상을 동반하고 급격히 진행된 구안와사는 대부분 예후가 안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내가 그 경우로 보이기 때문에 예후의 부정적 소견을 얘기한 것이다.
예후가 안좋다는 것은 불완전한 회복으로 회복기간이 종료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완전히 안돌아오게 되는 것을 말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아주 시간이 오래 되어서도 돌아온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기대할 만한 경우는 아니다.
양의학 치료를 병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기 어렵다.
환자 본인이 선택할 문제이다. 보통 환자들은 불안해서 병행하는 편인것 같다.
원인은 바이러스이고 심신이 허약해져서 공격을 당했으니 기력을 되찮고
안정을 취하며 회복을 돕는 치료를 지속하면 낫는 시일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난 자세가 구부정한 상태라 척추 건강이 좋지 않고 이 것이 원인이 되어
간도 안좋고 위도 안좋고 매일 목도 뻐근하고 늘 피곤하며 결국 구안와사까지 오게 된것이다.
(실제로 높은 간수치와 얼마전 발견된 위장병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척추교정을 병행하며 당분간 매일 침치료를 꾸준히 받으며 경과를 보는것이 좋겠다.
척추교정은 7회 37만원이고 이 기간동안은 침치료가 무료이다.
또한 도움이 되는 약재를 함께 사용하면 기간은 더 단축될 수 있을 것이다. "
(--;;; 어째 돈 냄새가 쫌...)
신경외과
신경외과 원장의 답변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안면근육의 손상은 바이러스, 림프 질환, 편도관련 염증, 뇌신경 손상 등 여러원인이 있다.
솔직히 구안와사의 경우는 딱히 특별한 전문 치료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치료를 해도 계속 진행이 되고 치료를 안해도 시간이 경과되면 자연치유가 시작된다.
마비의 순서는 입부분에서 시작되어 눈주위, 이마 순으로 진행되고 마비가 풀리는 것은
보통 역순이긴 하나 눈이 먼저 풀리고 이마가 풀리고 입으로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현재 전기자극치료의 목적은 근육의 마비가 계속되면 운동기억을 잃어
회복을 더디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어 근육의 운동능력을 지켜주기 위함이다.
현재 약물도 함께 투여되고 있고 환자의 연령도 낮은편이니 분명 좋아질것이다.
회복기간은 약 3개월 정도로 생각된다.
증상의 진행정도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상당히 빠르기 때문에 예후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한방 치료를 병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말리고 싶지 않다.
어차피 침치료나 전기치료나 근육을 자극하는 원리는 통하는 곳이 있다고 본다.
환자 본인이 편하게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약의 경우는 문제가 좀 다르다. 치료는 병행하되 양약과 한약을 함부로 혼용하면 안된다.
한약의 성분과 양약의 성분을 다 꿰고 있는 의사가 처방하지 않는 한
오히려 좋지않은 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일주일에 3회 치료, 1회 전기치료 비용은 2만2천원이다. "
(커헉... 매일 오라면서... 열번만해도 22만원인데... ㅠ.ㅠ)
2009년 6월 11일 목
한의원 척추교정 시작
일단 구안와사 치료와 증상 회복에 도움이 될것이라는 희망에
결국 한의원의 권유를 받아들여 척추교정 시작.
안마한번 제대로 받아 본적이 없는 순수 자연산 뻣뻣몸인데
그걸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고, 생전 들어본적도 없던 '우두둑 뚝' 소리가 목에서 나고 등에서 나고....
2009년 6월 12일 금
구안와사 증상 정리-1
입의 마비
입모양이 둥글게 말리고 입중 절반이 움직이지 않으므로
말을 하거나 어떤 동작을 위해 입에 힘을 주면 굳어있는 부분은 가만히 있고
정상인 부분은 힘이 들어가 자연스럽게 입이 한쪽으로 몰린다.
웃게 되면 '썩은미소'를 짓게 되는데 정상인 부분은 입끝이 올라가고
마비된 부분은 가만히 있게 되므로 입은 정상인쪽으로 돌아가는것처럼 보인다.
양치질할때 물을 입안에 넣으면 정상인 쪽은 입술에 힘을 주어 입안의 물을
가둘수 있지만 마비된 쪽은 입술을 움직일 수 없어 물이 그냥 새어 나온다
그냥 표정없이 가만히 있을때는 입술의 힘이 없어도 턱의 힘으로 물이 새지 않도록
버틸 수 있지만 몸을 기울이거나 물을 뿜으려 입안에 힘을 주게되면 바로 새어 나온다.
구강상태
뭐 일단 입주변 근육의 마비가 시작되면 당장 먼저 느껴지는 것이 물이 새는것과
음식물이 입안에 낀다는 것이다.
이빨에 끼는 것도 아니고 ‘볼’안에 끼는 것이다. (내가 다람쥐나 햄스터도 아니고... 쩝. --;;)
음식물 찌꺼기가 볼안에 끼어있는 느낌은 정말 찝찝하고 싫다.
볼을 잡아당기고 움직이는 근육이 마비된다는것이 이런 불편함을 주게 될줄은 몰랐다
하루 이틀 정도는 그 불쾌감이 싫어 양치질을 하던, 손가락으로 긁어 빼내던 하지만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귀찮아 진다.
치아 관리가 잘 되어 있는 사람들은 괜찮지만 약간이라도 치주염이나
충치가 있는 사람들은 주의해야 한다. 그 찌꺼기가 입안에서 상해 세균들이 번식하게 되면
기존에 발생되어 있던 구강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또 한가지 입주변의 마비증상 때문에 짜증나는 것은....
음식을 먹다가 입안의 볼 안쪽 살을 자주 씹게 된다는 것이다 (아악~!!)
볼살이 약해 흐물흐물한 편인 사람들은 음식을 먹을때 살이 이빨 안쪽으로
움직이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나는 깨문곳을 연속 네번이나 또 깨물어 밥먹다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른적이 있다. ㅠ.ㅠ
미각 손실
청각과민과 더불어 이 증상이 없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경미한 마비로 끝나고 회복도 빠르며 예후도 대부분 좋다)
마비가 진행되기 이전에 이미 있었던 증상으로
이것이 마비의 전조증상인지 동반되는 증상인지는 잘 모르겠다.
만일 동반되는 증상이라면, 이미 내가 느끼기 전부터 마비가 시작되어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인터넷상의 자료들에는 ‘혀끝의 미각손실’이라고 하던던데
내 느낌은 정확히 혀도 반쪽이 마비된 느낌이었다.
단 움직이는 마비가 아니라 맛을 느끼는 기능이 마비된듯 했다.
맛에 대한 느낌은 아주 정확히 예를 들것이 하나 있다.
초콜릿을 먹으면 짠맛이라고 느껴진다. --;;;
짠 콜라, 짠 초콜릿, 짠 아이스크림, 짠 설탕.... 단맛 뿐이 아니다
기타 여러가지 맛들이 다 이상하게 느껴진다.
(단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차이가 극명하게 느껴지는 것이라 단맛을 예로 든거지
단맛만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님.)
(나중에 회복이 되어가는 와중에도 이 미각손실은 다른 부위의 회복보다
월등히 더디게 회복이 진행 되었다)
결막염 및 안과 질환
안면절반의 마비는 눈거풀 역시 포함되어 있어서 황당하게도 눈을 감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두눈을 감으면 마비된 쪽의 눈은 3분의 1쯤 떠진 상태에서 더이상 힘을 주어도 닫히지 않으며
눈동자는 이미 위로 올라가 눈에 흰자위만 보여 볼썽 사나운 꼴이 되고만다.
어릴때 한번쯤 눈(eye)싸움을 해봐서 알지만 눈을 깜빡이지 않는다는게
얼마나 눈물나게 괴로운일인지 경험해 봤을것이다.
바로 그 상태로 24시간 있게 되는 것이다. ㅠ.ㅠ
낮에 눈떠있는 동안이 아니라 자는 동안에도 눈을 감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안약과 안연고, 안대를 이용해 결막염을 예방해야 한다.
결막염 자체의 고통이 염려되어서가 아니다.
구안와사가 오면 치료에 필요한 약물 복용을 해야 하는데
결막염의 약과 함께 복용할 수 없기 때문에 결막염 치료가 뒤로 밀릴수밖에 없다.
그런데 구안와사 치료가 하루이틀도 아니고 보통 두달 가량 되기 때문에
결막염 치료를 위해 구안와사 치료제 투약을 미루거나,
구안와사 치료를 위해 결막염 치료를 미루어야 한다. 둘 다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괜한 합병증(?)으로 고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눈꺼풀의 마비로 생활이 불편한 것 중 가장 불편한 것은 역시 ‘운전’이다.
애꾸눈 상태로 운전하거나 한쪽손으로 눈꺼풀을 잡고 인공적으로 눈을 깜빡여 줘야 하기 때문에
운전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가장 좋은 것은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지만 그게 어디... --;;
청각과민
마비가 느껴지던 당일 바로 함께 시작된 증상이다.
안면 마비는 안면, 즉 보이는 부분만 문제가 생길 줄 알았더니 혀, 청력까지 문제가 생길 줄이야...
나에겐 이제 29개월이 되는 딸아이와 초등학교 1학년인 8살 아들이 있다.
둘다 조금만 신나면 꽤액~ 하고 소리 지르는 것을 즐긴(?)다.
증상이 시작되고 나서 '아프고 불편한 아빠'를 위해 늘 조심 조심행동하는 아들녀석이 불쌍해서
그동안 갖고싶던 장난감을 사줄테니 마트로 가자고 했다가...
'급흥분'을 감추지 못한 아들녀석의 '꺄악- 만세~!!!'비명소리에 그만 귀를 잡고 바닥에 주저앉았었다.
길거리 자동차 경적소리, 마트나 음식점에서 아이 우는 소리, 복도의 여자들 구둣소리는 물론이고
심지어 어느 새벽엔가는 작은 벽시계의 초 바늘 움직이는 소리가 ‘척 척 척’ 하고 들려 깬적도 있다.
느낌상 평소 들리는 것보다 260%가량 인것 같았다.
'청력의 ‘향상’'과는 좀 다른 것이다.
청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전반적으로 안들리던 것이 들리고,
흐릿하거나 탁하게 들리던 것들이 또렷하게 들리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만
이 증상은 일단 보통때와 같이 들리다가 거리가 가까워지거나 소리가 커진다거나 해서
일정 데시벨 이상 커지면 갑자기 그 차이가 엄청나게 '증폭'된다는 것이다.
정말 깜짝 놀라서 몸이 들썩했던게 한두번이 아니다.
백화점 엘리베이터에서 다른사람 재채기 소리에 놀라 어깨가 흠칫하는것을 보고
그 사람이 어찌나 미안해 하보던지...
(내 귀 반경 1미터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소리는 대충 그 소리의 일반적 크기보다
세배가량 크게 느껴진다. 귀옆에서 내는 갑작스러운 재채기 소리는 거의 폭발음에 가깝다.)
이마 보톡스 효과?
구안와사로 인한 안면마비의 최종단계는 '이마'라고 한다.
이마에 마비가 오면 희안하게도 주름하나 없는 빵빵한 이마를 오랜만에(?) 만나게 된다
주름이라 해도 뭐 나이가 나이인지라 아직 선명할 정도의 것이 있어본 적은 없지만
어쨌든 그간 이마에 탄력이 사라지고 약간씩 잔주름이 생겼다고 느끼던 부분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단, 이 빵빵이마 증상은 마비가 풀리면 다시 원상복귀 된다는 것.
그리고 완전 빵빵이면 보기 좋겠지만 반쪽 이마만 뽀송뽀송 맨질맨질한 모양이어서
부자연스럽고 어떻게 보면 부어보이기도 한다.
안면근육들의 경련
생애에 이렇게 많은 경련을 경험해 보긴 처음이었다.
그것도 얼굴에 집중된... 경련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잘때도, 운전할때도, 밥먹을때도, 화장실에서도...
항상 내 얼굴 어딘가는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튀고 있었다.
일주일 이상 넘어가니 어느 순간 경련이 멈추면 서운하기까지 했다. --;;;;
한참 심할때는 누가 볼까 창피할 정도로 눈이며 입이 혼자 이리저리
실룩거리고 틱틱 튀고...
한때는 이 경련증상이 회복의 신호가 아닐까 기대도 했었는데
신경외과 원장은 전혀 상관 없다고.... ㅠ.ㅠ
경련과 마비는 같은 증상이고 마비가 되었기 때문에 경련이 있는 것이라는
매몰찬 분석을.... ㅠ.ㅠ
잠
원래 새벽에 잠들고 약간 늦게 일어나는 스타일이다.
일이 많으면 밤새는 것에 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잠자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주 늦게까지 잠을 즐기는 편도 아니다. 어쨌든 일찍 잠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무지하게 잠이 쏟아진다.
내가 복용하고 있던 약물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내가 알기로 수면제성분이 있는 약은 없었는데...)
하루에 잠을 8시간씩 두번을 잔적도 있고 한번에 16시간을 잔적도 있다.
(물론 ‘오래 잠자기’ 기록과는 비교가 안되지만 평소 내 수면시간에 비하면...)
잠이 늘어난 원인에 대한 첫번째 추측은 갑작스러운 눈꺼풀의 마비로 눈이 뻑뻑해져서
쉽게 피로를 느껴 자주 졸리게 된것이다... 이고, 두번째 추측은 이번 구안와사로 인해
건강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몇년간 미루어오던 '금연'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는데
금연 중 겪게 되는 금단현상 중 불면증과 더불어 평소보다 잠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는데
혹시 그 '금단현상'이 아닐까 싶기도.....
2009년 6월 13일 토
마비의 진행
마비는 계속 진행중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엔 움직일때만 입모양이 이상했는데 이젠 가만히 있어도
얼굴 반쪽이 기울어 확연히 비뚤어져 보였다.
치료를 해도 진행, 안해도 진행이라니 뭐...
그렇다고 멈출수도 없고... 변화가 보일때까지 밑빠진 독 물붓기라 해도
치료는 계속 되어야 할것 같다.
만일 치료를 안해도 마비가 진행되고 치유도 진행된다는 말만 믿고
치료를 멈추었다가 얼굴이 안돌아오면 누구에게 하소연 하겠나...
어쨌든 지난 일주일은 한의원과 신경외과를 매일 다니며 꼬박꼬박
성실하게 치료를 받았다.
2009년 6월 14일 일
두통의 재발
알려진 구안와사의 전조증상 중 대표적인 것이 귀 뒷쪽의 통증이다
‘전조증상’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보통 마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나타나는 증상인 것이다.
또한 나역시 귀 뒷부분의 머리가 아팠던 증상을 이미 겪었었는데...
갑자기 다시 그 두통이 시작되었다.
근데 이상한 것은 그 아픈 부위와 아픈 성격(?)이 이전과는 좀 다르다는 것이었다
예전엔 귀 뒷쪽이 뻐근하다는 느낌의 통증 이었는데 이번엔 무슨 전기고문을 받는듯
귀 뒤쪽에서 시작된 통증이 순식간에 머리 꼭대기 정수리까지 쭉 타고 올라가
머리위에서 욱신욱신 약 2~3분간 지속된다.
아픈부위를 꾹꾹 눌러주면 약간 통증이 덜한 느낌을 받다가 다시 귀뒤에서 또 쫘악-
통증이 타고 올라와서 3분간 고통.... 또 쫘악- 또 쫘악- 또 쫘악-
하루종일 이 통증으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저녁이 되자 덩달아 귀 안쪽까지 욱신거리고... 귀안에는 뭐가 났는지 가렵기도 하고
따갑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다.
2009년 6월 15일 월
대상포진???
한의원의 침치료를 받고 나오다가 보니, 예전엔 눈여겨 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한의원 바로 옆에 이비인후과가 있는게 보였다.
어제보다는 약간 나아졌지만 귀 통증이 여전히 있어서 진단을 받아볼 겸
이비인후과 문을 열고 들어갔다.
원래는 내가 단골(?)로 자주 가는 이비인후과가 있었는데
한의원 바로 옆이니 그냥 통증에 대해 물어볼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나이도 젊어보이는 그 의사. 내 증상에 대한 얘길 듣고 나서 하는 말.
‘제 소견으로는 대상포진에 의한 구안와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 이게 뭔소리야 대상포진이라니... ?
내 귀에서 따끔 거리던 것이 터져서 상처가 되었는지 ‘귀에 상처들이 있다’고 했다
귀 안쪽을 들여다보며 기구 같은 것을 넣는데 어제 욱신 거리던 것 때문에 아프다고 했더니
‘많이 아프실 것’ 이라고 하며 몹시 측은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견디기 힘드시면 진통제 드시고 기존 신경외과 약이 있으니 따로 약처방은 안하겠다.
이틀 후에 봅시다.’ 그러고는 진료가 끝났다.
그렇게 통증이 심한건가? 내가 참을성이 대단한 건가? 근데 이틀 후에 보자구?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대상포진에 의한 구안와사는 정말 ‘큰일’이라고 생각을 해야할 만큼 무서운 것이었다.
더 심각한 것은 예후가 정말 제대로 불량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왜 대상포진일까...? 열도 없고... 그 포진도....
귀 안쪽의 그 몇개의 동그란 상처? 그 짜증나는 두통?
그것들이 내가 대상포진으로 인한 구안와사라는 증거라고?? 이상한데?
의사가 대상포진이라니 일단 그렇다고 치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부모님들 께서는 그야말로 ‘난리’가 나셨다.
당장 입원시키라고 하시고... 병원 알아보신다고 친구분들께 전화 돌리시고....
일단 원래 다니던 이비인후과에 내일 가서 한번 더 물어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정말 잠이 안오더군... 대상포진 맞다고 하면.... 어우... 후유증 장난 아니던데... ㅠ.ㅠ
2009년 6월 16일 화
이비인후과의 진료.
구안와사를 이비인후과에서 진료한다고?
신경외과에서 전기치료를 마치고 바로 원래 다니던 '이비인후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의사가 내 얼굴을 보더니 ‘엇??!!’ 하시더군.
지금까지의 일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구안와사 전조증상부터 조금 전 다른 이비인후과의 소견까지.
그랬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내 귀와 귓속을 보며
‘아닌데~ ... 아닌데~’ 계속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볼땐 알려진 대상포진 구안와사는 아닌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러게... 내 생각에도 아닌것 같다니깐....
정 불안하시면 진료의뢰서를 작성해줄테니 대학병원을 가보는게 좋겠다는 의견에
바로 의뢰서를 받아 곧장 대학병원으로 직행했다.
다행히 스케쥴이 맞아 담당의사(교수님?)분께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결론은 ‘이건 대상포진 아닙니다’ (휴우...)
귀에 있던 따끔거렸던 그 무언가의 상처 때문에 착각을 한것 같고 기타 통증을 얘기하니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고... 자신의 경험으로는 이건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곳에서도 그간의 전조증상부터 주~~욱 모든 과정을 다 설명했는데...
역시 예후에 대한 불안한 결과를 얘기한다.
바쁜 대학병원의 진료 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알차고 많은 분량의 설명과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대학병원의 ‘3분진료’에 내심 긴장을 해서 이미 가는길에 물어 볼 질문 내용과 요점들을 추려
짧은 시간안에 다량의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해 갔었는데
놀랍게도 능숙한 솜씨로 기다렸다는 듯이 그 수많은 내용의 질문들에 일일이 답변을 하며
간략하고 알아듣기 쉽게, 게다가 빠른 속도로 전달해주었다.
그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이비인후과의 설명
(위 그림은 구안와사의 증상을 발생 순서별로 정리한 것입니다.
뇌에 가까운 부분을 공격당할 수록 1~4번 순서로 증상들이 진행 됩니다.
예를 들어 저처럼 초반부터 3번 증상이 동시에 진행되면 꽤 깊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또다른 예로 최초 증상 후 2~3주 이상이 지나도 2번 이상 진행이 안되면
의외로 몸이 잘 버티고 있으며 비교적 빨리 나을 수 있다고 보셔도 되겠습니다.)
"안면신경은 운동신경이어서 감각을 느끼는 데엔 문제가 없다.
안면신경마비는 Bell 마비, 이성대상포진, 심리적 강박증과 같은 스트레스로 인한 마비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중추성 마비와 기타 몇몇 다른 질병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마비종류가 있다.
현재 증상으로 보아 ‘Bell 마비’로 보이며 원인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마비의 진행은 대부분 수일내로 진행이 완료되어 다소 빠른 편이다.
마비로 인한 증상들은 눈을 감을 수 없고, 이마에 주름이 없어지며 입에 있는 물이나 침이
옆으로 흐른다.
기타 증상으로는 눈물이 흐르고, 귀쪽의 통증과 청각과민(hyperacusis), 미각의 일부 소실,
안면의 경련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 회복이 된다고 보고되고 있으나 약 10~20% 정도의 환자들은 예후가 불량하다.
통상적으로 짧은 시간내에 마비가 완료된 경우, 회복속도가 더딘 경우, 치료시기가 늦었을 경우,
60세 이상의 노인환자일 경우, 귀의 통증이나 얼굴의 통증이 동반될 경우, 미각이 소실된 경우,
당뇨병, 고혈압등의 질환이 있는 경우, 근전도 검사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모두 예후가 불량하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스피디한 마비 진행이었고, 치료시기는 며칠 늦었다고 들었고...,
귀와 얼굴의 통증이 있었고, 혀가 얼얼한 미각손실도 있었고... 커헉.... ㅠㅠ)
사람들은 안면마비가 오면 일단 신경외과나 한의원을 우선적으로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신경외과, 한의원, 이비인후과 모두 구안와사의 치료는 담당할 수 있다.
하지만 원인이 대상포진일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대상포진으로 인한 구안와사의 경우는 이비인후과에서 전문적인 진단과 약물처방을 받는것이 맞다.
또한 일반적인 원인미상의 벨마비일지라도 이비인후과의 초기약물치료를 제때에 받게된다면
더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자신에게 갑자기 찾아온 구안와사가 일반적인 벨마비인지 대상포진으로 인한 것인지
누가 알 수 있다는 말인가? 일단 이비인후과로 부터 원인에 대한 진단을 받고나서
치료과정에 대해서는 환자 본인이 판단해도 될것이다.
현재 신경외과의 치료를 받고 있고 가져온 신경외과의 약처방 내용을 보니
현재 이곳 이비인후과에서 처방하는 약과의 용량 차이가 크다.
성분은 같으나 이비인후과에서는 고용량을 투여한다.
신경외과 약을 계속 복용할지, 이비인후과의 약으로 교체할지는
환자 본인이 결정할 문제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입원하는것이 관리나 안정면에서 나을듯 한데 입원을 고려하는 것은 어떤가?
일단 입원에 관해서는 내가 거부했다. 비용도 비용이고 안정을 취하기 위해서라면
집에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약은 이비인후과의 처방을 선택하기로 했고 차후에 들은 얘기지만 고용량의 스테로이드제가
투여되며 보름간 투약되고 뒷부분은 테이핑이라는 ‘점차 줄이기’ 방법으로 약을 끊는다고 한다.
기존의 신경외과에도 사실대로 말하고 (양다리... --;; 아니 한의원 까지 하면 세다리...)
절대 약은 중복 복용하면 큰일난다고 했다. (나중에 안것이지만 스테로이드... 이거 정말
무서운 약이더만... ㄷ ㄷ ㄷ )
일단 명쾌한 설명을 듣고 나니 속이 다 후련했다.
하지만....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에 상당부분이 내 증상과 같아서 영 마음이 무거웠다. ㅠㅠ
2009년 6월 18일 목
대인관계
(난 분명 '만족'스러운 상태의 표정이었지만
그 누가 이 표정을 보고 '만족의 상태'로 보겠는가? --;;;)
마비가 시작된지 열흘이 넘어간다.
평온한 사람들에겐 그냥 흘러가는 열흘이었겠지만 내겐 꽤나 길게 느껴지는 열흘 이었다.
또 집에만 있다보니 슬슬 좀이 쑤시고 눈거풀 때문에 늘 눈이 따갑다보니
책을 읽는다거나 영화를 보는것은 포기해야 한다.
그저 라디오 듣거나 그냥 자는 게... ㅠ.ㅠ
그 와중에 너무 답답해 뭘 핑계로 외출을 해볼까 하다가
삼일전에 현대차 사업소에 리콜건으로 예약을 해두었었다.
드뎌 집에서 병원 거리는 넘어서는 첫 장거리 외출~
눈이 서서히 따끔거려 괴로웠지만 그래도 집이 나서서 길게 달리니 좋더구만...
요즘 서비스센터들은 친절도에 관해서는 나름대로 꽤나 점수들이 좋다.
서비스의 퀄리티를 떠나서 일단 고객응대 태도가 좋다는 얘기다.
정비가 완료되고 정비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는데...
설명을 하던 정비반장 나를 잠깐 보더니 하는 말.
‘저.. 고객님 불편하시거나 마음에 안드시는 부분이 있으시면 말씀 하십시요.’
‘네?’
아... 내 표정이 좀 더러웠나보군...
내가 구안와사로 안면마비가 되어 표정이 언짢아보이겠지만 표정만 그런거니
신경쓰지 말라고... 정비내용 마음에 든다고 정비반장에게 설명해 주었다.
(당연하지 공짜로 해줬는데... ^^ )
구안와사 다 낫기 전까지는 웬만해서는 사람들 안만나는게 좋을것 같다. --;;;
2009년 6월 23일 화
눈썹에 힘이...
처음 갔던 한의원에서는 3개월 정도...
신경외과에서는 6개월...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에서는 일년...
나의 구안와사 증상을 듣고 내린 의사들의 회복예상 기간들 이었다.
물론 기간을 넉넉히 잡고 조급해 하지 말라는 의미도 다소 깃들여 있음을 알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나 가혹한 예상기간 이었다.
원래 잘나지 못한 외모인데다 모든 ‘일’이라는 게 어찌 되었든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뭔가가 만들어지고 협의가 되는 과정들인데
이 비뚤어진 얼굴로 1년여를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니...
(물론 1년 예상이라도 회복과정이 포함 된 것이니 1년 내내 지금과 변함없는 얼굴은 아니겠지만...)
어떻게든 회복기간을 앞당기는데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불안감이
커지고 있을 무렵...
나도 모르게 얼굴에 힘을 주는 도중 눈썹이 아주... 아~~~~~주 약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당연하겠지만 눈썹이 움직이면 이마도 따라 움직이게 되어 있다.
이게 이마도 아주 약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하자
그럴수도 있겠지만 아마 착각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의사가 보기엔 아직 안움직인다고..... --;; 희망을 가지라더니.. 절망을 주네... ㅠ.ㅠ
2009년 6월 25일 목
회복의 불씨.
오랜만에 출근을 했다. 물론 눈이 따가워 오래 있지는 못하고 오후 두시경에
조기 퇴근을 하고 말았지만....
누군가 베트맨의 ‘투페이스’ 같다는 농담을... 허헛.... ^^;;
분명한 건 직원들 조차 내 이마가 약간씩 움직이는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내가 힘을 줄때마다 아주 미세하게 움직인다고...
내가 주목하던 놀라운 변화는 이마에 주름이 다시 희미하게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희망의 불씨는 다시 화라락~~~
단기간 급진행 마비의 구안와사 환자중 최단기간 회복의 기록을 세워보자!!!! 아자잡!!!!!
2009년 6월 27일 토
눈거풀과 입끝의 반응, 청각의 변화
이마의 반응은 결코 나의 착각이 아니었다.
아침부터는 심지어 입끝까지 아주 미세하게나마 힘을 주어 움직일 수 있었다.
신체 중 어딘가 마비가 되어본 사람들은 이 기분을 알것이다.
마치 가위에 눌려 움직일 수 없는 그 상태와 흡사하다.
아주아주 굉장히 힘을 많이 주면 아주 쪼~~끔 움직이는 정도....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화가 나고 답답해 짜증이 난다.
하여튼 뭔가 마비가 풀리기 시작했다는 것이 육감적으로 전달된다.
마비가 될때는 그렇게도 빨리 진행되더니 풀리는 건 이렇게나 더딘가 보다
이마, 눈, 입 순서로 차례차례 풀릴줄 알았더니
눈(이마) 2% 풀리고 입 0.5% 풀리고 다시 눈 쫌 더 풀리고.... 뭐 이렇게
왔다갔다 풀리려나 보다.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얼마전 부터 귀의 심각한 청각과민 증상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이제야 아들녀석도 맘껏 크게 웃고 떠들 수 있으며
나역시 음악도 영화도 큰소리로 감상 할 수 있어 너무 좋다
2009년 6월 30일 화
약물 투약 종료
그동안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처방받은 약의 투약이 다 끝나서
예약된 날짜에 다시 대학병원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담당 교수의사분이 보더니 깜짝 놀란다.
굉장히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다고... 다행이라며
초기 증세가 좋지 않은 예후들을 보였던 경우와 흡사해
역시 그럴줄 알았는데 환자가 아직 젊은 나이여서 그런지 예상외로
빨리 회복이 시작되었다며 좋아하셨다.
정말 믿기 힘들 정도로 요 근래 3~4일 동안 무척이나 빠른 회복을 보였다.
눈거풀은 심지어 완전하진 않지만 깜박일수도 있게 되었고
이마도, 입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자유 제어 정도 : 이마 40% 눈 30% 입 20%)
마비 시작 2일만에 마비가 이마까지 진행되고
3주만에 회복이 시작되어 4주차에 절반가량 회복 되었다다
와~~ 이거 생각보다 완전 초스피드다.
그리고 한가지....
지금까지 투약되었던 약의 성분이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라 부작용들이 이제부터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고 이비인후과의가 예고했었다.
몸에서 약물성분이 완전히 사라질때까지는 한달 정도 기다려야 하며
그때까지는 술이며, 담배, 기타 다른 약조차 먹으면 안된다고 했다.
최근 많이 하는 예방 접종도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니 한달뒤로 미루어야 한다는데...
최근 A형 간염과 신종플루가 유행이라 무진장 쫄고 있다.
원래 스테로이드 부작용중에 '면역력 약화'도 있기 때문이다.
면역력이 약해지니 전염병이 무섭고, 그래서 백신을 맞으려니 면역력이 떨어져
그것도 위험해서 안된다니.... 나더러 어떻하라고... ㅠ.ㅠ
2009년 7월 1일 수
치료약물(고용량 스테로이드)의 부작용
공개된 의학문서를 인용한 인터넷의 의사분 답변에 의하면 구안와사의 치료 방법중에
현재까지 가장 효과있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 발병 초기의 고용량 스테로이드제의 투여가 있다.
비록 나는 아주 초기는 아니었지만 일주일이 지난 후 바로 고용량 스테로이드제가
이비인후과 처방으로 투여 되었는데 투여기간 동안 아주 낯선 경험들을 해야했다.
피부의 고(高)지성(脂性)화
난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피지가 많아 사춘기때엔 심한 여드름에 시달리기도 했던 원초적인
'지성피부'를 타고났다.
그런데... 약물 투여기간 중 초기의 약 일주일간은 아주 얼굴이 난리도 아닌것이다.
얼굴에 기름이 좔좔 흐른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지저분하게 그런것이 아니고.... 막 목욕을 끝내고나면 얼굴이 약간 익은듯이 되는....
그 시기에 날 만난 사람들은 나보고 어디 바닷가 놀러갔다 왔냐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이 고지성화된 상태의 내 피부를 만져보면 우리 세살 딸아이의 피부느낌과 큰 차이가 없었다.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탄력있고 촉촉한 아기피부 같은 느낌이었다.
심지어 내 까만 얼굴이 하얘졌다는 말까지 들을 수 있었다.
예전에 하루 담배 두갑을 꼭 꼭 피우던 나의 거친 피부가 이렇게 변하다니...
또한 내 등엔 칙칙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색소침작 부위가 있었다.
그런데 이 부위의 색소 또한 깨끗하게 사라져 버린것이다.
오... 최후의 치료제라고 불린다더니 부작용이 무섭긴 해도 효과는 놀랍군.
물론 피부가 좋아지는 느낌은 아주 오래가진 않았다.
등의 색소침작은 어부지리로 치료되었지만 아기피부 증상(?)은 일주일 정도 유지 되더니
서서히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
여드름
난 애초에 ‘스테로이드’ 하면 떠오르는게 피부치료제 였다.
그래서 였는지 한동안 피부가 좋아져 꿩먹고 알먹고 라며 좋아했는데 효과가 줄어들다가
결국 원상태로 돌아가더니 그 다음 주부터 또 다른 종류의 '난리'가 시작 되었다..
바로 온몸에 돋기시작한 여드름들이 그것이다.
특이한것은 얼굴보다 등이나 어깨에 꽤 많은 여드름이 갑작스럽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 여드름은 보통 트러블이 일어난 피지를 짜낼 수 있는 일반적인 여드름과 좀 달랐다.
마치 안에 뭐가 있는듯한 느낌이 들어 짜내어 보면 나오는 것은 결코 없고
극심한 고통만 뒤따른다 ㅠ.ㅠ
뭔가 들어있고 그것때문에 볼록해진 것이 아니라 살 자체에 염증이 생겨
살 덩어리가 볼록해져 있는 것 같다.
아픈 정도는 여드름과 똑 같은데 결코 아무리 짜도 나오는 것은 없다
체중증가
원래 복부비만과 지방간은 검사할때마다 흔하게 나올 정도 였다.
체지방 비율도 높아 늘 경고(?)를 받았었는데...
스테로이드제 복용 기간 중 살이 또 쪘다.
특히 복부가 눈에 띄게 살이 붙었다. 얼굴 역시 동그래졌다. (달덩이 얼굴)
밥도 무진장 맛있어진다. --;;;
고혈당
잠깐 회사에 들렀던 열흘 전쯤 회사에서 ‘건강정기검진’을 한다는 것이었다.
마침 전날 저녁부터 공복이기도 해서 함께 검진을 받았었다.
그리고 결과가 나왔는데.... 나혼자 뻘건줄이.... 당뇨병 소견이라고 나왔다.
근 시일내에 다시 재검을 받으라는....
아니 그렇게 최종 문진때 내가 ‘구안와사에 걸려 약 복용중’이라고 말을 했거늘... --;;
어쨌든 불안하기도 해서 (할머니가 당뇨 이력이 있으셔서... --;;)
최종 약효가 다 빠졌다고 진단을 받을 즈음 다시 혈당검사를 받아볼 계획이다.
면역결핍
일단 주변의 각종 세균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난 장염바이러스에게 지대로 당했다. --;;
초등학생 아들녀석에게 옮은것 같은데 아들은 삼일 앓더니 끝났고 아내와 세살 딸아이는
아무 기별도 없이 넘어갔건만... 나혼자 두주일을 쫘아아악 쫙 ㅠ.ㅠ
최근 간염바이러스가 유행해 무진장 떨고 있다.
백신을 맞고 싶어도 스테로이드제와의 다른 문제가 생길지도 몰른다며 의사가
다른 백신 접종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이 미세한 바이러스를 어떻게 피해 다녀야 할지.... 일단 걸리면 끝장인거다. ㅠ.ㅠ
우울증
일반적으로 스테로이드의 후유증으로 우울증을 얘기하는데... 난 우울증을 느낀적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아내의 친구들이(나의 과 후배들 이기도 하다) 집에 놀러와 깔깔대며 재미난 얘기를 할때
난 마음껏 웃을수가 없었다.
‘마음껏 웃는 사람들이 부럽다... ’라는 생각을 해본게 우울증이었을까....?
2009년 7월 3일 금
기타 치료 종료
한의원 40만원 정도, 신경외과 40만원, 이비인후과 15만원 가량을 지금까지의
총 치료 비용으로 쓴것 같다. 대충 백만원....
여기서 참 답하기 어려운 질문 하나가 가슴을 후벼판다.
과연... 이 세가지 치료 중 어떤것이 나의 구안와사를 치료한 것일까?
다 일까? 아니면 셋중 하나일까? 아니면 모두가 아닐까?
치료하는 과정에서도 늘 이런 류의 궁금증은 있어왔다.
‘이쯤에서 신경외과 치료를 그만둘까?’ (전기 자극이 끔직해서 싫긴 하니까... --;;)
’얼굴이 마비되었는데 왜 난 척추교정을 받고 있는 거지? 이미 선불이라 돈을 냈으니
하긴 하는데... 이거 도움이 되고 있긴 한걸까...?’’
‘다 그만두고 가만히 낫기를 기다려 볼까?’
하지만 그 어떤 사람이 자기 얼굴의 안면마비를 가지고 궁금증을 실험해 볼 용기가 있을까?
그러다가 잘못 되기라도 한다면...? --;;;
그런데... 이제 회복의 낌새가 강하고 회복 양상이 상당히 스피디하게 진행됨에 따라
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솔직히 어쩌면 진작에 내렸어도 크게 문제가 없었겠다 싶다.
우선 신경외과의 치료를 그만 두기로 했다. 물론 병원엔 나의 결정을 통보하지는 않았다.
(솔직히 비전문인인 ‘환자’ 혼자 선택한 결정에 대해 긴 반대 의견을 굳이 듣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래도 될것 같아서 라는 빈약한 논리가 전부였기 때문에...
게다가 아주 솔직해 보자면... 난 이 빠른 회복의 주된 공신은 이비인후과의 처방이었던
고용량 스테로이드제의 결과라 믿기 시작한지 오래 되었던것 같다)
그리고 한의원 역시 척추교정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바로 침치료도 그만 두었다.
과연 나의 모험일까?
치료를 중단했음에도 이미 '회복기'로 접어든 상태여서인지
얼굴의 회복 정도는 하루하루 정말 눈에 띄게 달라져 가고 있었다.
2009년 7월 14일 월
약간의 안면통
마비가 시작된지 벌써 한달반, 6주차이다.
현재 회복정도는 타인이 볼때 거의 마비를 못 느낄 정도이다.
물론 대화나 기타 활동할때의 모습을 포함해서이다.
내가 느끼는 자유 제어 가능정도는 이마 100% 눈 98% 입 90%이다.
아직 입은 양치질할때 아주 세게 물을 뿜으면 옆으로 좀 샌다.
하지만 이정도면 거의 나았다고 자신해도 될만하다.
딱 한달 반만에 이렇게 호전 되다니 정말 다행이다.
다만... 예전에 없던 약간의 안면통증이 새롭게 생겼다.
세수를 할때 얼굴을 누르면.. 특히 볼의 움푹 들어간 곳을 누르면
광대뼈 아랫쪽이 약간 아프다. 나으려고 이러는 거겠지.
2009년 7월 28일 월
미완의 회복
마비가 시작된지 두달째가 되어간다.
거의 99% 나았다고 자신할 정도이다. 일주일 정도 느껴지던 얼굴의 약한 통증도 사라졌다..
내가 느끼는 자유 제어 가능정도는 이마 100% 눈 99% 입 99%이다.
양치질도 이상 없다.
다만... 잃은게 하나 있다.
난 이제 예전처럼 정말 기쁘게 활짝 웃을 수가 없다.
앞으로 계속 이럴지 이러다 예전처럼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이런 기분을 남들이 알 수 있을까 싶은데...
마음은 활짝 웃고 있는데 표정이 활짝이 아니다.
분명 근육은 활짝 웃을 수 있다. 거울을 보고 활짝 웃어보면 아무 불편함 없이
활짝 웃어 보일 수가 있다. 그런데... 막상 웃긴 상황에서는 활짝 웃는 표정이 안 된다.
마치 예전엔 어떻게 웃었는지 잊어버린것 같다.
근육이 웃음에 대한 기억을 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현재 나의 웃음은 최대한 예전에 가깝게 흉내를 내고 있을 뿐
예전의 내 웃음과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다르다
의학적으로는 99% 회복이 되었다고 자신하는데....
이게 뭔가 남은 1%의 느낌이 이건가 보다....
어쩌면 그 1%를 되찾는데 걸리는 시간이 이비인후과의 예측처럼 1년이 걸리는건 아닐까?
2009년 8월 5일 수
The End.
지난 6월 초 구안와사에 덜컥 걸려 잠도 못자고 걱정속에서 뒤척였던 밤들을 생각하며
혹시라도 나같이 정보를찾아 인터넷을 헤매는 분들에게 경험담이 도움이 될까 싶어
한참 지났지만 다시 기억을 더듬고 그간의 일기형식의 메모들을 꺼내어 기록을 정리해 봤다.
나역시 의학적 답변들이 빼곡한 전문자료들 보다는 개인들의 경험담이 더 많은 위안이 되고
도움이 되었었으니까...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희망을 갖게 해준 블로거 ‘awful’님께 감사를 드리며
그분의 구안와사 경험담을 링크한다.
(http://footoo.com/267)
초등학교 3학년생도 구안와사가 와서 내 옆에서 얼굴에 침을 맞고 있던
나이성별 가리지 않는 구안와사!!
바이러스일 수도 있고 스트레스성일수도 있고 다른 질병이 원인일 수도 있는 정체불명의
마비질환. 구안와사!!!!
다 지나서야 하는 소리지만... 구안와사는 결국은 언제가 되었든 회복이 시작될 것이고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회복기간과 속도가 달라질 뿐 회복은 분명 이루어진다고 본다.
구안와사가 오면 꼭 건너야할 산이 있는데 한의원으로 갈까 병원으로갈까 하는 문제이다.
내가 과감히 건넨 질문에 한의원과 신경외과, 양측(?)은 꽤나 곤혹스런 표정으로 서로 즉답을 피한다.
내 느낌엔 어느 측도 구안와사에 특효한 치료법을 갖고 있지 못하게 때문으로 보인다.
도움이 될만한 각측의 의사개인 능력별 치료법을 행할 뿐
학계에 발표될만한 뾰족한 ‘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나의 경우엔 이비인후과에서 다루고 있는 약물 치료가 경험적으로 가장 주효했다고 본다.
또한 신경외과의 전기자극이나 마비부위의 요소들을 자극하는 한방의 침 역시
공헌을 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솔직히 다시 구안와사가 온다면(그러면 안되겠지만...) 이비인후과의 약물치료를 배제하고
한의원이나 신경외과 진료에만 의존할 수 있겠는가? 라는 질문엔 결코 긍정적으로 답할 수가 없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도움’과 ‘주효’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게다가 생업이 연관 되어 있는 성인의 경우 시간과 비용이 이 문제와 직결 되어 있기도 하기 때문에
효용성면에서 볼때 타인의 짧고 무책임한 조언을 쫓아
무조건 한의원으로 달려간다던가 신경외과로 가는 것은 바른 과정이 아닌것 같다.
분명한 것은 ‘구안와사’는 이비인후과 소속(?)이라는 것이다.
일단 이비인후과의 진단으로 구안와사를 확진 받은 후 약물치료 처방을 받고 나서
나머지 직접 근육자극에 대한 치료법(전기 자극, 침)을 병행할지를 고민하는게
맞는 순서인것 같다는 것이 나의 잠정적인 결론이다.
구안와사는 마비형태는 같아도 원인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심지어 '벨마비는 원인불명'이라고 공공연히 말해지고 있으니 --;;)
이비인후과로부터 다른 부위의 이상은 없는지 진단을 받고 단순 벨마비인지
림프나 후두의 다른 원인이 있는지를 이비인후과 의사가 보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냥 환자가 아무병원이나 찾아갈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애매한것은 한의사는 그렇다치고 '신경외과'의 경우는 모르고 찾아 온 환자에게
'이비인후과'의 언급을 아예 안했다는 것이다. 안할걸까? 피한 걸까? 잊은 걸까?)
보통 ‘누가 구안와사가 와서 A병원에서 두달을 치료 받았는데 안낫더니
B한의원에서 침을 맞고나서 일주일만에 나았다’는 얘기들을 흔히 들을 수 있다
혹은 ‘C한방병원에서 한달간 낫지도 않고 돈만 까먹고 있다가 D병원으로 옮긴 뒤
한달 후 다 나았다.’는 종류의 얘기를 듣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내가 보기엔 다 타이밍의 문제라고 본다.
결국 두달만에 회복될 사람은 마지막에 있던 두달째에 머문 병원이 해결해 준게 된다는 얘기다.
나을때가 되었을때 마침 치료받던 병원은 결국 그의 구안와사를 치료해준 고마운 병원이 되는 것이다.
구안와사에 특별한 치료법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이런 애매한 치료기관의 혼재가 계속 될 것이다.
안면마비니 신경외과가 명칭상 맞는것 같고...
어른들의 경험론에 의하면 마비에는 침이 잘 듣는다고 알려져 있고...
종합병원에 가면 이비인후과진료담당이라고 하고.... --;;;
치료법이나 약처방이 비슷한것도 없이 완전 병원마다 제각각이고....
(한의원 : 침 & 척추교정 & 한약 / 신경외과 : 소량의 스테로이드와 신경계 약 & 전기자극 물리치료 /
이비인후과 : 고용량 스테로이드 처방 뿐.)
모두 병행하자니 시간과 비용 그리고 치료들간의 간섭문제나 호환(?), 충돌(?) 문제가 걱정되고
선택을 하자니 한사람이 자신의 얼굴에 대한 미래를 두고 관련지식이 전무한 상태로
너무 가혹한 선택을 해야하고...
결국엔 본인이 믿고자 하는 병원에 자신의 얼굴을 맡기는 수 밖에...
(구안와사의 원인 중 ‘대상포진에 의한 구안와사’의 경우 병의 진행이나 기타 회복의 진행상태가
본인의 경우와 판이하게 다를 수 있으므로 대상포진 관련 검색으로 이 글을 보게 되신 분들은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대상포진에 의한 구안와사의 경우는 이 포스팅 내용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구안와사 증상 자체는
중복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치료법이나 증상의 진행은 차라리 별개의 질환이라 보셔도 되고
이글에서 참고 하실것이 전혀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특히 마지막 제 글 내용에서 대상포진에 의한 구안와사는 제외입니다. 대상포진 ㄷ ㄷ ㄷ ㄷ )
(중풍과 구안와사는 얼핏 안면마비라는 부분에서는 비슷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질환이니
잘 구분해야 합니다. 일단 이마 주름이 잡히면 중풍일 가능성이 높답니다.
또한 중풍은 신체 다른부위의 마비도 동반되며 눈을 감을때 구안와사는 눈동자가 위로 올라가지만
중풍은 그렇지 않다는것이 대표적인 차이라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