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든여섯에 입적하신 선모께서 살아겠실 때
혼자서 텔레비전을 보시다가 세상과 대화를 자주 하셨습니다.
"인두겁을 쓰고 어찌 저런 일을 할 수 있노?"라고요.
사람 얼굴인 살가죽을 쓰고 짐승보다 못한 짓을 한다는 의미였지요.
오늘 이야기는 '가죽'과 '거죽'입니다.
이 두 말을 혼동하는 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동물의 몸을 싸고 있는 껍질이나, 벗긴 껍질을 무두질 한 것을 '가죽'이라 하고,
(사람의 피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죽이라 하지 않습니다.)
식물이나 무생물의 몸체를 감싸고 있는 부분을 '거죽'이라 합니다.
이 두 말은 같은 뿌리에서 온 같은 형태의 말입니다.
모두 '긋(ㅡ는 아래아)'에서 온 말입니다.
'가죽'은 '긋'이 '갓' - '갇' - '갖'으로 변하고, '갖'에 접미사 '욱'이 더해진 말입니다.
'갖바치', '갖신'이라는 말 아시죠?
'갖'은 다시 '갗'으로 변해서 피부를 '살갗'이라 합니다.
'거죽'도 마찬가지입니다.
'긋'이 '것' - '걷' - '겆'으로 변하고, '겆'에 접미사 '욱'이 더해진 말입니다.
'겆'은 다시 '겉'으로 변했죠!!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속이 형편없는 게 많습니다.
어제는 덥다고 느낄만큼 포근했습니다.
오늘은 좀 시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무슨 변덕인지....
거죽을 뚫고 돋아나는 새싹들의 힘겨운 탄생으로
온 세상이 환해지는 봄의 한복판에서
사람다운 하룻길 걸으시기를 비손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