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경 / 아트플랫폼 누아트 디렉터
[앵커]
미술품 경매를 통해 우리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진귀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경매 역사상 가장 비싸게 팔린 명작에는 무엇이 있는지 오늘 '사이언스 in Art'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오늘도 온라인 아트플랫폼 누아트 박수경 디렉터와 함께 합니다. 어서 오세요. 지난 방송에서 미술 시장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오늘은 미술품 경매의 대표적인 사례들을 소개해 주신다고요. 먼저 경매 역사상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 작품부터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네, 2017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최고가에 낙찰된 작품이 있는데요. 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 '살바토르 문디'입니다. 살바토르 문디를 번역하면 '구세주'를 의미하고요, 1500년에 제작된 작품입니다. 경매 당시에 약 4억 5,000만달러 낙찰됐는데요, 한화로 약 5,73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고요. 모나리자와 마찬가지로 스푸마토 기법이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여기서 스푸마토 기법이란, '연기처럼 사라지는'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인 '스푸마레'에서 유래됐고요. 연기가 자욱할 때처럼 인물과 배경이나 색상의 경계가 흐릿해 보이도록 만드는 회화 기법입니다. 살바토르 문디 작품에서도 스푸마토 기법이 적용됐고요. 한때 복사본으로 여겨졌다가 2006년에 복원되면서 다빈치의 기법이라던가 특징들이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합니다. 경매에 나오기 전까지는 약 5년 동안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전시됐고요. 최종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가 낙찰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앵커]
구매자가 사우디 아라비아 왕자라고 하니까 뭔가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가로 아직 경매 시장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 가치가 1조 원에 달하는 작품도 있다고 하던데, 이것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인 거죠?
[인터뷰]
네, 미술품 중에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 '모나리자'가 가치를 매기자면 가장 비싼 작품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사실 이 '모나리자'는 값어치를 매길 수가 없는 작품이고요. 또 프랑스 법에 따라서 취득하거나 거래할 수 없기도 합니다만, 만약에 금액으로 환산을 한다면 얼마일까 하고 전문가들이 예측을 해보기도 합니다.
작년에는 약 8억 6,000만 달러로 추정됐고요. 물가 상승률이라던가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올해 모나리자의 가치는 9억 달러 이상, 한화로 약 1조가 넘는 금액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이 작품이 케이크 테러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었죠.
[앵커]
그림 한 점이 1조 원이 넘는다니, 그 가치가 정말 어마어마한데요. 올해 초에는 앤디 워홀의 작품이 20세기 미술품 중 역대 최고가로 팔렸다면서요?
[인터뷰]
네, 올해에도 미술 시장에 기록이 세워졌죠. 앤디 워홀의 '샷 세이지 블루 메릴린' 작품인데요. 지난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출품됐고요. 1억 9,500만 달러, 한화 약 2,500억원에 낙찰돼 이슈가 됐습니다.
이 작품은 1962년 8월, 굉장한 스타였던 메릴린 먼로가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지 2년 후에 제작됐는데요. 앤디 워홀의 대표적인 기법인 실크 스크린 방식으로 제작된 시리즈 중 한 점으로, 크리스티 경매사 측에서는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는데요. 이 작품의 경우에는 메릴린 먼로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란색 머리와 파란 아이 섀도우 컬러, 또 빨간 입술이 잘 표현됐기 때문에 현존하는 가장 희귀하고 초월적인 이미지라고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이 작품이 낙찰되기 전까지 20세기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으로, 2015년에 한화 약 2,300억원에 낙찰됐었습니다.
[앵커]
경매시장에서 1,2억은 너무 흔한 돈이고 1000억 ,100억 이렇게 가는 것 같은데 또 최근 중남미 미술품 사상 최고가에 낙찰됐다고 하는 작품이 있다고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역대 미술품 경매 기록으로 손꼽히는 정도의 낙찰가는 아니지만 중남미 미술품 중에서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해서 미술 시장에서 화제가 됐는데요. 작년 11월 뉴욕 소더비에서 열린 경매에서 멕시코의 대표적인 화가 프리다 칼로의 '디에고와 나'라는 작품이 약 3천 490만 달러, 그러니까 한화로 413억원 정도에 낙찰됐습니다.
이 작품은 프리다 칼로가 사망하기 5년 전에 마지막으로 그린 자화상이고요. 남편이자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이기도 했던 디에고 리베라로 인해서 힘들었던 시절에 고통을 녹여낸 작품이기도 합니다. 프리다 칼로의 머리카락이 목을 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눈물을 흘리고 있거든요. 특히 이마에 디에고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데, 눈이 3개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디에고는 복잡한 여성 편력으로 프리다 칼로를 힘들게 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 당시에도 프리다 칼로의 친구이자 영화배우였던 마리아 펠릭스와의 삼각관계였던 부분이 묘사된 것으로 봅니다. 당시 소더비에서는 한화 약 300억원에 낙찰을 예상했는데요, 훨씬 높은 금액인 413억원 정도로 낙찰이 됐고요. 유명 컬렉터이자 부에노스아이레스 미술관의 설립자가 소장했다고 합니다.
[앵커]
조 단위가 예상되는 모나리자 부터 그 이후에는 수백억, 수천억 작품까지 알아 봤는데 그렇다면 국내 화가의 작품 중에 최고가는 뭔지 궁금합니다.
[인터뷰]
네, 얼마 전에 이 작품이 국내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굉장히 화제가 됐는데요. 바로 한국 추상 미술의 선구자로 잘 알려진 김환기 화백의 '우주'라는 작품이죠. 이 작품은 2019년 11월에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8,800만 홍콩 달러로 낙찰됐고요. 당시 한화로 약 131억 8,75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한국 미술품 경매가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크게 이슈가 됐었습니다. 바로 이 작품의 낙찰자가 바로 세아그룹의 김웅기 회장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요.
국내 미술 시장에서 특히 김환기나 이우환 화백의 경우에 탑티어 그룹에 속하는데요. 2015년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단색화 붐의 주인공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단색화를 주제로 한 전시가 열렸었는데요. 2년 뒤인 2014년에 윤형근, 박서보, 정상화 같은 작가들의 국내 경매 총 낙찰액 약 56억원을 기록하면서 점점 단색화 열풍의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이후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김환기의 작품이 연일 최고가를 기록했는데요. 김환기 화백 작품의 최고가 기록이 2007년 30억에서 2015년 45억 6천만원으로, 이후에도 계속 최고가를 경신하다가 가장 최근인 2019년 11월에 '우주'라는 작품이 약 132억원에 낙찰됩니다.
[앵커]
당시에 저희가 이거를 기사로 소개해드렸던 기억이 나는 것 같은데 이 '우주'라는 작품이 알려지기까지 김환기 화백의 절친이었던 '김마태 박사'의 역할도 컸다고요?
[인터뷰]
네, 이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김환기 화백의 오랜 절친이자 후원자이면서 또 주치의이기도 했던 김마태 박사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지금 화면에 나오는 사진은 김환기 화백의 생전 모습인데요. 뉴욕에 있던 김마태 박사 자택에서 촬영한 것으로, 벽에 걸려 있는 사진이 바로 우주 작품입니다.
1971년에 김환기 화백이 작품 '우주'를 그리게 되는데, 김마태 박사와 부인이 이 작품을 구매하고 40여 년의 긴 기간동안 쭉 소장했다고 합니다.크리스티 경매 당시 발간된 도록에도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인터뷰에 따르면, 둘은 한국 전쟁 시기였던 1950년대에 부산의 한 커피집에서 처음 만났다고 하고요. 이후 절친이 되면서 우정을 돈독히 쌓았다고 합니다. 이후 김마태 박사는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수집하고 또 후원했다고 합니다.
[앵커]
미술품 경매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저도 한번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뭔가 수천억원,왠지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지긴 하거든요, 그들 만의 리그 같은 생각도 듭니다.
[인터뷰]
아닙니다. 미술품 경매는 의외로 굉장히 오픈 되어 있고요. 특히 최근 1~2년 새에 미술 시장이 핫해지면서 신규 컬렉터나 경매 참여하는 고객들이 대폭 증가했거든요. 출품되는 작품들의 가격대도 범위가 무척 넓은데 이 부분도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아예 0원부터 시작하는 제로 베이스 경매부터, 일이십만원대로 시작하는 작품들도 많습니다.
지난 방송에서 말씀드렸던 번호판으로 된 패들을 들면서 하는 경매의 경우에는 작품가가 높은 편인데요. 이런 경매의 경우에도 직접 방문해서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의 열기를 느껴보시려면 경매 참관도 추천 드리고요.
또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경매 회사에서도 전시가 굉장히 활발하다는 건데요. 미술품 경매는 2차 시장이기 때문에, 누군가 소장하고 있던 작품을 구매한다는 특성이 있어서 경매 회사에서도 실물을 직접 보고 응찰할 수 있도록 경매에 출품되는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경매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유명 작가들의 명작들도 생각보다 자주, 또 많이 출품이 되거든요. 보통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볼 수 없는 그런 작품들도 출품되기 때문에, 경매 프리뷰 전시에 방문하시면 좋은 작품들을 많이 보실 수 있어요. '억' 소리 나는 작품들을 무료로 쉽게 볼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고요. 이제 막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좀 적은 금액대로 작품을 구매해보고 싶다 할 경우에는 좀 더 낮은 금액대부터 시작하는 온라인 경매라던가, 온라인 아트 플랫폼 또는 작가들의 SNS 계정 등을 통해서 내 취향에 맞는 작품들을 직접 리서치 해보고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앵커]
네, 오늘 수천억원 1조원에 달하는 작품까지 보면서 눈호강 했던 시간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누아트 박수경 디렉터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