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룰러 메모리(Celluar Memory*)
이선
나의 젖가슴은 보름이면 살이 오르고
조금 때는 살이 빠진다
해와 달, 별이 내 줄기 세포를 키우는가 보다
누군가 나를 지었다
작은 키, 급한 성격, 갈색 눈, 예민한 입맛,
가는 목소리, 큰 창자 길이와 작은 창자 길이
누군가 내 유전자를 조립한 거다
내 정신의 줄기 세포는 어디에서 이식받은 것일까?
페이지가 접혀,
뇌혈관 어디쯤 파묻혀 있을 니체, 보들레르, 토스토예프스키,
이사도라 덩컨, 까미유 끌로델, 열기와 헛소리...
내 피는 샤갈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가?
파랑색 스카프, 파랑색 가방, 파랑색 원피스
나의 시도 파랑색이다
착하지도 부지런하지도 않은 나의 시
나의 시에는 적도의 피가 들끓고 있는데
러셀의 연예론보다 더 겁쟁이인 불쌍한 나의 시
감염되지 않은 단어가 내 시에 한 줄이라도 있을까?
내 생각의 껍질까지, 타인의 유전자가 흐른다
(어머니의 눈으로 본 아버지)
(언니의 코로 맡은 돈 냄새)
내 몸의 세포 조직엔 적도의 바람과 햇빛이 녹아 있다
(한국인의 조상은 동남아인이라고 흥분하던 케비에스
9시 뉴스 앵커, 내 두툼한 입술과 주먹코는 분명 남방계다)
하늘은 초록색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나무들 밑둥 잡고, 땅에다 오늘도 열심히 글씨를 쓴다
제 생각을 뿌리째 땅속에다 모두 이식하고 싶은 거다
나뭇잎의 떨림을 이식받아
바람 앞에 내 줄기가 떨리듯
내 굴절된 파장이
혹, 누군가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할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당신의 심장 한쪽을 떼어
내 할딱이는 심장에 붙여주고 갔듯이
지금, 나는 누구의 푸른 눈동자로 응고되어 가는 너를 보는가?
*셀룰러 메모리: 장기 이식 후 기증자의 성격과 습관까지 전이되는 현상. 아리조나 주립대학 심리학과 교수, 게리 슈왈츠(Gary Schwartz)가 처음 발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