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연의 시간
나의 전생은 청동빛 너울을 걸친 다리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건너서
물의 사리가 쌓이는 재인폭포로 들어갔다
절벽에서 살아가는 돌단풍은
첫서리가 내리도록 오지 않았고
누군가 쌓아올린 돌탑은 공룡 알처럼 부화하지 못하고
물속에서 화석이 되어 갔다
길의 끝을 붙잡고 있던 내 몸에서는
씨방도 없는 녹물 꽃들이 피어났다
내 속을 훑고 가는 것들은 모두 강으로 흘러갔다
어느 가을
길을 잃은 한 사람이 내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되돌아 나가지 못한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여우의 귀와 낙타의 눈을 그려놓고
사막으로 가는 길을 찾고 있었던 것일까
이미 사라진 지 오래전이라는 말은 하지 말자
내 속에 나는 없고 온통 오래 머무는 것들만 가득하다
푸른 터번을 두른 사람이
내 안으로 점점 더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 김경성 -
첫댓글 재인폭포? 연천의.재인폭포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