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 해제] “내 비밀이니까 아직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야!” 어린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다정한 동화 어린이를 바라보는 따뜻하면서도 섬세한 시선과 군더더기 없는 수려한 문장으로 사랑받는 황선미 작가가 『찰랑찰랑 비밀 하나』로 돌아왔다. 이 책은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 나만 알았으면 하는 비밀이 있는 어린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다정하고 따뜻한 작품이다. 열한 살 봄인이는 다섯 살 때 엄마 아빠가 아프리카로 의료 봉사를 떠나면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그런데 할머니마저 갑자기 요양원으로 떠나면서 봄인이는 데면데면하게 지내 온 삼촌과 함께 살게 된다. 자신을 돌봐야 할 책임이 있는 어른들이 왜 그러는 건지 진짜 이유를 몰라 화가 나지만, 봄인이는 엄마 아빠도 할머니도 선뜻 말하기 어려운 비밀이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런데 삼촌과 함께 사는 순간부터 그 비밀이 자꾸만 찰랑찰랑 마음을 불안하게 흔들더니 금새 얼굴을 드러내고 만다. 하지만 아직은 아무리 친한 친구에게도 왜 삼촌이랑 사는지 말하고 싶지 않다. 내 비밀은 내 거니까, 비밀을 말하든 말하지 않든 내 마음이니까. [책 소개] “누구에게나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지.” 위로와 공감을 건네는 황선미표 문학 『들키고 싶은 비밀』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빛나는 그림자가』 등 비밀이라는 주제를 통해 어린이의 내밀한 마음과 눈부신 성장을 그려 온 황선미 작가가 『찰랑찰랑 비밀 하나』로 돌아왔다. 이 책은 ‘찰랑이’라는 별명에 담긴 경쾌함처럼 당차고 똑 부러진 듯하면서도 여리고 눈물 많은 봄인이와 혼자 살다가 갑자기 아빠 역할을 해야 하는 삼촌이 진짜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을 밝고 경쾌하게 그린다. 또한 봄인이가 삼촌에 얽힌 자신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이 끝까지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마치 가득 찬 물이 찰랑찰랑 흘러넘치듯 비밀은 아무리 꽁꽁 숨겨도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얼굴을 드러내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그렇다고 그 비밀을 누구나 말해도 괜찮은 걸까. 이 책의 주인공 봄인이는 하루 아침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미덥지 못한 삼촌과 살게 된다. 백수로 보이는 데다 뭔가 수상한 비밀이 있는 삼촌이랑 같이 살아도 되는 건지 영 불안하기만 하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삼촌의 비밀이 존재감이 점점 커지더니 진짜 얼굴을 드러내 봄인이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아직은 아무에게도 왜 삼촌이랑 같이 사는지 진짜 이유를 말하고 싶지 않다. 작가는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가 아직도 교감 선생님인 척, 아프리카에 가서 다른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 아빠가 미우면서도 존경하는 척, 아빠 노릇 잘하겠다는 삼촌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봄인이의 이중적인 마음을 섬세하게 그리며 누구에게나 조금씩 비밀이 있으며 그 비밀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도록 숨 고르는 시간이 필요함을 보여 준다. 그 비밀을 품었던 시간만큼 우리의 마음도 더 단단하게 자랄 테니까. 그러기에 때로는 비밀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 주는 다정한 마음이 필요하다. 나에게도 비밀이 있어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으니까 말하고 싶어질 때까지 말하지 않을 거예요. 때로는 비밀이 마음을 키워 준다고 나는 생각해요. _작가의 말 중에서 문학이 선사하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는 ‘나’를 위로해 줄 뿐 아니라 경험하지 않은 ‘너’까지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이 작품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비밀과 품위를 지키고 싶은 어린이의 마음이 잘 담겨 있어 어린이를 존중하고 사랑해야 할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할 작품이기도 하다. “누가 나한테 맞는 보호자인지 선택은 내가 할 거야!” 오래오래 이야기될 매력적인 어린이 캐릭터 탄생 이 책의 주인공은 우리 어린이문학에서 주목할 만한 자기 목소리를 가진 매력적인 캐릭터다. 봄인이는 겨우 다섯 살에 엄마 아빠와 떨어져 할머니랑 살다가 할머니마저 요양원으로 들어가면서 별로 친하지 않은 삼촌과 함께 살게 된다. 어른들은 봄인이에게 아무것도 차근차근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인이는 불편하고 낯선 삼촌 집에서 아홉 시 등교 시간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아침마다 토스트와 우유만 주는 삼촌에게 어린이가 먹어야 하는 영양가 있는 식단을 건넨다. 또한 사람은 난처할수록 똑 부러지게 굴어야 한다는 할머니의 가르침대로 산발이 된 머리로 놀림 당하는 순간에도 턱을 빳빳이 들고 엉뚱한 이유를 밝히며 자신의 품위를 지켜 낸다. 어린이들은 가정에서조차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어른들의 결정을 그대로 따라할 때가 많다. 봄인이처럼 불편하고 낯선 환경에 놓인 어린이라면 자기 목소리를 내기란 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아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잃고 지냈던 건 아니다. 입 다물고 말 잘 듣는 아이들을 원하는 세상에서 거침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삐삐라는 여자아이가 탄생했던 것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당찬 어린이는 어떤 모습으로든 늘 존재해 왔다. 집안일을 시키는 할머니에게 “신데렐라는 어려서 어머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당했더래요.”라고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고, 자기 땅이라는 이유로 꽃을 마구 뽑아 버리는 집주인 할아버지에게 당당히 꽃의 목숨값을 내겠다고 말하고, 감당하기 힘든 비밀을 확인한 순간에도 “누가 나에게 맞는 보호자인지 선택은 내가 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봄인이야말로 우리 어린이문학에서 오래오래 이야기되어야 할 매력적이고 당찬 어린이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또한 밝고 맑은 그림에 인물의 감정을 얼굴 표정에 섬세하게 담아 내는 김정은 작가가 강한 듯하면서도 여리고 눈물 많은 봄인이와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은 말랑말랑한 삼촌의 캐릭터를 특유의 생동감과 사랑스러움으로 그려내 책을 읽는 내내 독자들을 미소 짓게 한다. [추천사] 황선미 작가의 동화 속 어린이를 만나면 언제나 탄성이 나온다. 많은 이들이 어린이답다고 여기는 평면적인 캐릭터에서 언제나 한 발 나아간다. 그래서 생생하다. 작가의 아이들은 허투루 울지 않는다. 어려울수록 마음을 다잡고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쓴다. 만만하게 보이면 지는 거니까. 『찰랑찰랑 비밀 하나』에 등장한 열한 살 소녀 ‘찰랑이’ 역시 똑 그렇다. 어른들이 누구인가. 당최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아프리카로 의료 봉사를 떠난 부모도, 갑자기 요양원으로 가 버린 할머니도, 느닷없이 함께 살게 된 백수 삼촌도 찰랑이에게는 난데없다. 앞뒤 사정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어른은 아무도 없다. 이 지점에서 찰랑이와 집주인 할아버지는 통하는 점이 있다. 둘 다 미리 말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나 있다. 어린이는 이 상황에서 두 손 놓고 가만히 있지 않는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고, 울음을 꾹 삼키고 멋진 어른이 되어 복수하겠다고 다짐도 한다. 가만 떠올려 보면 어른이 된 우리 역시 이런 시절이 있지 않았나. 비밀이 생기기 시작한 찰랑이, 자기 세계를 만들기 시작한 찰랑이를 응원한다! 한미화 어린이책평론가 어린이가 마음속에 비밀을 간직할 수 있다는 건 아직 자랄 공간이 충분히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비밀은 중력처럼 우리를 이 세상에 단단히 붙잡아 두면서 한 사람이 어른이 되고 큰 나무로 자랄 때까지 보이지 않는 존재의 중심을 묵묵히 지탱하기도 한다. 작은 비밀은 실수처럼 들키는 일이 흔하고 들킨 뒤에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잘 살아가지만 큰 비밀일수록 보이지 않는 곳에 깊이 묻어두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비밀 없이 이 하늘 아래 서 있을 수 없고 자랄 수 없다. 이 동화는 말 못 할 커다란 비밀을 가슴 속에 품고 있지만 찰랑찰랑 봄바람처럼 건강하게 자라나는 봄인이와 그 친구들의 얘기다. 뿌리가 단단한 성장 서사다. 봄인이의 목소리는 세상에 아무 비밀도 없는 아이처럼 밝고 명랑하다. 투덜거림조차 햇빛 아래 내놓은 것처럼 환하다. 찰랑거림 뒤에 감춰진 봄인이의 묵직한 고민을 이해하게 된 순간 우리는 봄인이와 진짜 친구가 된다. 떠나온 자신의 집을 향해서 봄인이와 친구들이 모험을 떠나는 장면은 이 작품의 숨은 의미를 보여 준다. 비밀을 감당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자기 자신을 향해 갈 수 있다. 성장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라면 봄인이와 친구들은 그 여행의 성공적인 종착점에 다다른 셈이다. 각자 커다란 비밀을 그 여행의 경비로 지불했다는 것은 물론 비밀이다. 김지은 문학평론가 [본문 내용] 바람이 삼촌의 머리카락을 마구 흩트리고 지나갔어. 백수들은 머리카락도 저렇게 길러야 하나 봐. 회사에 안 다니고 돈도 못 벌고 집에만 있는 사람이 백수야. 이건 할머니가 혀를 차면서 했던 말이지. 나도 이 삼촌 별로야. 날 보기만 하면 괜히 어쩔 줄 모르고 덤벙대거든. 꼭 얼간이처럼. 그래도 올 때마다 뭘 사다 주기는 해. 그게 죄다 인형 놀이 세트나 온통 분홍색 물건들이라 좀 그렇지만. 그런 건 꼬맹이 때나 좋아하는 거라고. 7쪽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어. 할머니 말대로 삼촌이 백수가 맞나 봐. 비록 할머니랑 살았지만 난 동네에서 가장 큰 집의 아이야. 떨어져 살지만 엄마 아빠는 둘 다 의사란 말이야. 난 교감 선생님이었던 할머니의 하나뿐인 손녀라고. 다 떠나 버렸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가난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그런데 별안간 불쌍한 가난뱅이 애가 된 기분인걸. 24쪽
나는 입도 뻥끗 안 했어. 턱만 쳐들고 도도하게 걸었지. 내가 여기서 저런 사람이랑 새 학교에 가야 하는 건 악몽이야. 악몽보다 더 끔찍해. 이게 다 어른들 때문이야. 엄마 아빠부터 할머니까지. 우리 집 어른들은 도무지 책임감이 없어. 두고 봐. 언젠가는 다 갚아 줄 테니까. 난 아주아주 멋지게 자라서 짠 나타날 거야. 그때는 붙잡아도 소용없어. 이렇게 딱 말해 줄 거야. ‘난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에요. 어차피 날 버리셨잖아요.’ 더 멋진 말이 떠오르면 그걸 써먹어야지. 32-33쪽 삼촌이 방에서 자고 있는 거야. 도대체 언제 들어왔을까. 나 모르게 저녁에 들어왔다가 한밤중에 또 나갔다가 새벽에 들어온 거잖아. 수상해. 보통 사람은 밤중에 돌아다니지 않아. 혹시 삼촌이 나쁜 짓 하는 사람이면 어떡하지? 도둑이나 강도처럼. 삼촌 앞으로 온 편지 이름도 좀 수상했어. 삼촌 이름은 김경제야. 그런데 편지 봉투에 ‘블랙 K’라고 적혀 있더라고. 딱 봐도 보통 이름이 아니잖아. 뭘 숨기는 사람들이 그런 걸 쓰지. 혹시 할머니는 다 알고 있었나? 그래서 삼촌만 보면 뭐라고 했을까? 삼촌한테 막 잔소리하는 사람은 또 있어. 엄마. 그럼 엄마도 삼촌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거네. 그게 뭐든 좋은 건 아냐. 그랬으면 사이도 좋았을 테니까. 도둑. 강도. 블랙 K. 48쪽 아줌마가 손거울로 내 뒷머리를 비춰 주었어. 그게 큰 거울에 되비쳐서 목덜미 쪽 엉킨 머리카락이 다 보였는데, 아주 덩어리져 있더라고. 그래서 손가락으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던 거야. 그럴 수밖에. 여기 와서는 머리를 감은 적도, 빗질한 적도 없으니까. “여기에 껌인지 젤리인지 끈적한 게 딱 달라붙어 있잖아. 이게 아니라도 좀 잘라야 해. 혼자서도 잘 만질 수 있게.” 순간 가슴이 뜨끔했어. 숨겼던 걸 들킨 기분이야. 나한테는 이제 머리 빗겨 줄 사람이 없다는 걸 알고 말하는 것 같잖아. “그니까, 자르시게요?” 내가 울상이 되자 아줌마가 가위처럼 싹둑 말했어. “떡진 머리 뭐에다 쓰게?” 나는 입술을 쭉 내밀었어. 어른이라 대들 수 없지만 이건 옳지 않아. 나도 내 머리가 엉망인 건 알지만 내 머리라고. 69쪽 “전철에서 내려 초록색 3번 버스를 타고 나서야 나는 안심했어. 내가 아는 동네가 나타나기 시작한 거야. “너, 우니?” 분홍 리본이 나를 힐끔 보더니 말했어. 나는 눈물을 재빨리 훔치고 시치미를 뗐어. 하지만 할머니랑 다니던 시장이랑 불가마 목욕탕, 곰보네 빵집 같은 게 보이니까 그냥 눈물이 나오지 뭐야. 할머니, 나 집에 왔어…….. 104쪽 [작가 소개] 글 황선미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과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습니다. 1999년 『나쁜 어린이 표』에 이어, 2000년에 출간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16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미국 펭귄출판사를 비롯해 해외 수십 개 국에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2012년 한국 대표로 국제 안데르센 상 후보에 올랐고, 2014년 런던 도서전 ‘오늘의 작가’, 2015년 서울국제도서전 ‘올해의 주목할 저자’에 선정되었고, 2017년에는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통령 표창을 받으며 명실상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작품으로 『내 푸른 자전거』 『푸른 개 장발』 『주문에 걸린 마을』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건방진 장루이와 68일』 『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 『내가 김소연진아일 동안』 『나에게 없는 딱 세 가지』 『지옥으로 가기 전에』 『세상에서 제일 달고나』 『빛나는 그림자가』 등이 있습니다.
그림 김정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느꼈던 즐거운 마음이 보는 이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그린 책으로 『오늘도 수줍은 차마니』 『여름이 반짝』 『분홍문의 기적』 『광명을 찾아서』 등의 동화와 『쥐눈이콩은 기죽지 않아』 『레고 나라의 여왕』 등의 동시가 있습니다.
[차례]
자물쇠를 채우고 장미는커녕 머리 아픈 새것들 혹시 도둑이세요? 쥐와 정원 그리고 거북이 심술쟁이 영감 내 열쇠 몰래 쥐를 찾아서 할머니 두 번째 나쁜 일 4층으로 가는 버튼 조금씩은 비밀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