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정살이란 돼지의 목에서 어깨까지 연결되는 ‘목덜미 살’로 돼지 한 마리에서 200g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귀한 부위다. ‘모서리살’ ‘치마살’ ‘안살’ 등의 이름으로도 불리는 항정살은 사실 돼지고기다운 맛을 지닌 부위는 아니다. 오히려 돼지고기 같지 않은 맛이 항정살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4∼5년 전만 하더라도 목살에 섞어 팔아 고기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아니고는 일반인들은 알지도 못하는 부위였으나 얼마 전부터 특유의 쫄깃하고 고소한 맛으로 인기를 얻으며 항정살을 취급하는 식당들이 부쩍 늘었다. 항정살 전문 식당 중 고기 맛이 특히 좋은 몇 집을 골라보았다.
▲ 못이저 ― 오도독 씹는 안살 "쇠고기 안 부럽네 "
사실 이 집은 쇠고기가 전문이지만 안살이라 부르는 돼지고기 항정살이 가장 인기다. 주변의 기름을 말끔히 제거한 후 길쭉하고 도톰하게 썰어오는 안살은 오도독 씹히는 질감은 양깃머리요, 빨려나오는 육즙은 고소한 돼지고기의 맛이니 130g에 1만3,000원이나 하는 비싼 가격에도 안살을 시켜먹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참숯을 쓰는 것도 고기 맛이 좋은 이유 중의 하나지만 새콤한 소스가 고기 맛을 살려준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개발했다는 소스는 ‘삭은 고추로 만든 소스’와 ‘고추씨로 만든 소스’ 두 가지가 있는데 어느 것이든 안살과 맛이 잘 어우러진다.
못이저는 본래 영화배우 김보애씨가 문을 열어 한때 민속주점과 한정식집으로 유명세를 탔으나 지금은 딸이 물려받아 고깃집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데 소 양념갈비도 수준급이다. 위치는 논현동 건설회관 옆골목.(02-514-4587)
▲ 고릴라 ― 싱싱한 고기에 매콤달콤 소스 사르르
서소문 호암아트센터 맞은편 순화동 골목의 고릴라는 서소문 일대의 직장인들 중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고깃집. 가정집을 개조해서 드럼통 스타일로 꾸며놓아 제법 운치도 있어 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 한잔하기에 좋은 분위기다.
이 집의 주종목 또한 모서리살이라고 부르는 돼지고기 항정살. 먹기 적당한 크기로 썰어 고기 위에 맛소금만 살짝 뿌리고 이것저것 별다른 조리를 하지 않는다. 특히 이 집 고기는 싱싱한 돼지고기 비린내가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숨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래서인지 씹히는 느낌이 유별나게 탱탱하고 쫄깃하다.
매운 고추씨를 넣은 새콤한 양념장에 부추와 양파를 적셔 내는데 비릿하면서도 담백한 모서리살과 같이 먹으면 궁합이 잘 맞는다. 고릴라가 모서리살(항정살) 집으로 각광을 받자 매콤새콤하면서도 달콤한 뒷맛이 남는 이 집 소스는 여러 항정살집의 표준소스가 되다시피했다.
모서리살은 1인분에 7,000원. 고기를 먹은 후 나오는 된장찌개는 큼지막한 돼지고기를 듬뿍 넣고 끓이는 것이 독특하다. 순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커다란 그릇에 따라나오는 몇 가지 나물을 넣고 밥과 함께 비벼 먹는 사람들도 많다. 토요일,일요일은 휴무.(02-756-2003)
▲ 원조숯불 소금구이 ― 고기도 반찬도 굽는것까지 주인이 직접
화양리 골목의 이 집은 드럼통 탁자 6개가 전부인 허름하고 작은 식당이지만 먼 곳에서도 일부러 찾는 골수단골이 적지 않은 집이다. 자기집 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주인은 손님이 고기를 주문하면 그때부터 고기를 꼼꼼하게 포를 뜨듯이 발라가며 저며내는데 ‘항정살은 얇아야 맛있다’는 것이 주인장의 지론이다.
고기도 주인이 일일이 숯불에 직접 구워주는데 손님들에게 굽는 것을 맡기면 고기를 태우기 일쑤여서 고기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 그뿐 아니라 고기를 찍어 먹는 소스 하나,파무침 하나도 주인이 직접 만든다.
잘게 썬 파무침을 간장소스에 듬뿍 넣어 적신 후 잘 익은 고기와 함께 집어 맛을 보면 좋은 고기,소스,파무침이 엮어내는 맛이 기가 막히다. 그러나 간장 소스가 조금 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고기를 먹은 후에는 우거지와 멸치를 넣고 끓이는 우거지 된장찌개의 구수한 국물이 고기로 느끼해진 입안을 말끔히 씻어준다.(02-2205-0808)
▲ 떼부짱 ― 탱탱한 씹는 맛…씹을수록 고소한 육즙
압구정동 골목에서 소위 ‘물 좋은 고깃집’으로 통하는 항정살 전문식당. 젊은 손님들이 주류를 이루는 이 식당은 겨울이 되기 전까지는 마당에 드럼통을 놓고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하는데 실내는 10여개의 식탁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넓지 않은 공간이다.
식당이 생긴 지는 몇 년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몇몇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 이 식당을 자기 단골집으로 소개하며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가격도 적당하고 고기 맛도 좋은 데다 압구정동의 야리야리한 젊은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는 소문이 나며 저녁시간에는 조금만 늦어도 자리를 잡기 힘들 정도로 손님이 많다.
갈비살·안창살 등 쇠고기와,항정살·삽겹살 등 돼지고기를 함께 파는데 그중에서도 항정살이 단연 인기 최고다. 보기에도 육질이 좋을 것 같은 항정살은 한 입에 먹기에는 조금 큰 크기로 얇게 잘라 양간 조미를 해서 내오는데 구워지는 동안 살이 도톰하게 올라 탱탱하게 씹히는 맛이 좋고 씹을수록 배어나오는 고소한 육즙에서 항정살만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매운 고추씨를 넣고 만든 새콤,짭짤한 간장 소스가 항정살의 담백한 맛과 잘 어울리고 무채나물,상추 등의 야채와 버무려오는 파무침도 몇 번을 청해서 먹을 만큼 상큼하게 잘 무쳐 내온다. 흔하지 않게 참숯을 사용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180g 1인분에 8,000원.
고기를 먹은 후에는 살얼음을 띄워오는 새콤달콤한 김칫국의 김치말이국수(4,000원)나 김치말이밥(4,000원)도 괜찮다. 점심은 하지 않으며 오후 5시에 식당문을 연다.(02-514-8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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