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에 들어간 우리집
이미 그집은 우리집이 아니었다.
차디찬 냉기가 젖혀진 창문사이로 온 집안을 휘젓었고
제자리를 찾지못한 이불이며 옷가지들은
주인잃은 개마냥 볼상스런 모습으로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우리집은
아침일찍부터 보글보글 끊는 냄비의 지즐거림과
그안에서 내뿜어진 음식내음으로
어머니의 사랑의 향기를 대신하여 우리의 단잠을 깨웠었다.
이런 저런 성화의 목소리로 온 집안을 들썩이던
어머니의 재촉의 목소리를 이제는 들을 수 없는 것인가?
지금 내 앞에 죽음앞에 처절하게 신음하며 진땀을 흘리고
입안 가득 새어나오는 피물을 시원스레 밷지 못하며
이미 그 힘을 잃은 기침으로 힘들어 하시는 어머님이 누워 계신다.
우리집이 우리집이 아닌 이유
바로 어머니가 그 안에 계시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그 집을 어머니만큼 채울 수 없다.
아니 어느 누구도 어머니만큼 그 집을 채울 수 없다.
언젠가 내가 나의 집을 채울 날
비로서 나는 깨달을 것이다.
어머니 어머니 바로 그분의 존재의 이유를....
카페 게시글
포도나무 새벽 묵상
우리집이 우리집이 아닌 이유(어머니의 병상에서)
김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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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0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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