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숲의 나라다. 남부에 들어찬 울창한 숲을 두고 독일인들은 슈바르츠 발트(검은숲)라 부른다. 전나무의 질종인 탄넨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쭉쭉 뻗어 있는 이 숲에서 독일인들은 자연을 배운다.
독일의 묘지주변에는 울창한 숲이있다. 도심속에 있는 묘지도 마찬가지다. 아예 숲속에 묘지를 만들기도 했지만 묘지에 공들여 녹지공간을 조성했다. 그래서 독일의 묘지는 묘지의 유형별 분류에서 항상 삼림묘지의 전형으로 나온다.
프랑크푸르트시내 한복판에 있는 프랑크푸프트시립중앙묘지. 시내 36개 묘지중의 하나로 쇼펜하우어 알츠하이머 등이 묻혀 있는 곳이다.
묘지정문에 들어서면 무덤은 거의 보이지 않고 나무들만 빽빽이 서 있다. 면적이 70만㎡로 삼림욕도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다.
1828년 조성된 이 묘지는 당초 시가지에서 10km가량 떨어져 있었으나 시가 확장되면서 시내로 편입됐다. 묘지 주위는 빌딩과 주택가 등이 들어서 있다. 묘지를 이전해 달라는 민원이 있을법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묘지가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데다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위생문제를 감안해 법적으로 묘지와 주택가의 거리를 최소 30m로 제한하고 있을 뿐이다.
이묘지는 관리인만 3백여명에 이른다. 시민들이 자주 찾는묘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이유 대문이다.
독일의 인구구성비는 전형적인 선진국형으로 노년층이 25%를 차지한다. 이들은 죽음을 염두에 두고 자신이 묻힐 곳에 대해 관심을 갖는 층이다. 묘지의 관리상태는 이들의 정서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고 이들은 다른 아닌유권자들이다.
수목원을 방불케하는 묘지 전체의 경관과는 달리 무덤 하나 하나는 오히려 투박한 편이다.
프랑크푸르트 중앙묘지에서의 매장과 화장의 비율은 9대1정도다.
화장재는 납골항아리에 넣어져 대부분 가로 세로 80cm의 납골묘에 묻힌다. 납골당에 안치하거나 뿌리는 경우는 드물다.
1인묘와 가족묘의 비율은 3대1정도. 가족묘는 깊이 2m30cm에 제1구,1m70cm에 제2구를 사망순서대로 매장한 뒤 옆으로 계속 확장한다.
가족묘는 연장이 가능한 대신 가격이 3천마르크로 3백마르크인 1인묘보다 10배나 비싸다. 별도의 장례비용은 가족묘 3천2백75마르크, 1인묘 2천7백35마르크다.
시당국은 가족묘와 1인묘의 가격차이를 10배나 둠으로써 재사용이 가능한 일반무덤의 시용을 유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족묘는 1인묘보다 공간이용의 효율성이 높은 게 분명 하지만 묘지를 재사용하는 것만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곳에는 1백만명 이상이 묻혔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수용이 가능하다. 묘지를 재사용하는 시한부 묘지제도 덕분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독일 전체의 묘지 면적이 국토의 0.1%가 안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독일에서는 화장하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의 경우 10여년전만해도 매장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들어 화장률이 13.5%까지 늘었다. 베를린은 68.2%, 도르트문트 37.8%, 함부르크 58.8%, 쾰른 25.4%, 뮌헨 41.3%로 대부분의 도시지역에서 화장률이 높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