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이었던가요? 제가 뉴논스톱 연기자들과 저녁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 민우와 영준은 스케줄이 있어 못오고, 양동근 조인성 두 친구들과 폭탄주를 돌리며 이런 생각을 했었지요.
'아직 뉴논스톱의 인기는 별로이지만, 머잖아 이 두 친구로 인해 뉴논스톱의 위상이 달라질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서 한 생각...
'뉴논스톱을 사람들의 눈에 띄게 한 남자, 양동근
뉴논스톱이 사람들의 가슴에 남게 할 남자, 조인성.'
양동근 식 시트콤 연기가 물이 오르고, 박경림의 합류로 콤비 코미디가 나날이 재미를 더해갔지만, 작년 초 뉴논스톱의 시청자 반응은, 여전히 고만 고만이었습니다. 청춘 시트콤으로서 색다른 코미디의 개성은 자리잡았지만, 무언가 화제가 될만한 뉴페이스가 없다는 게 자체 진단 결과였지요.
역시 청춘 시트콤에는 시청자가 보고 싶어 하는 새로운 청춘 스타가 나와야 하는데... 그래서 찾아낸 재목이 '조인성'이었습니다.
청춘 시트콤 '점프'에서 킹카 브라더스 3인방 (박광현 이재황 조인성)으로 데뷔하고 '학교'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으나, 아직 지명도는 신인에 가까운 편이었던 조인성.
단회 출연했던 '옛친구' 편에서 놀라운 코미디 감을 보여주어, '어 저 친구, 아직 가능성있다'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죠.
물론 조인성이 뉴논에 합류하자마자, 대단한 인기 선풍을 불러온건 아닙니다. 처음에는 한동안 타조알 영준이와의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며, 기숙사 친구 중 하나였을 뿐이죠.
조인성이라는 연기자의 스타성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어냈지요. '너희가 조인성을 아느냐' '예스터데이' '황홀한 사랑'... 스튜디오에서 대사 플레이를 하기에는 아직 미숙했기에, 야외에서 강렬한 이미지 연출을 위해 영화 패러디에 많이 집중했었구요. 그럼에도, 조인성 군에 대한 주위 반응은 시들했답니다. (당시 제가 친지 몇을 만나, 뉴논스톱에서 요즘 밀어주는 친구, 봤어? 하면, '그 친구 마스크는 좋은데, 연기는 별로던데... 민다고 다 뜨는건 아니잖아?' 하더군요. 물론 몇달뒤에는 저더러 조인성 싸인 한 장만 받아달라고사정하게 되었지만...)
'예스터데이' 편에서 뉴논의 모든 여자 주인공과 연기 호흡을 맞춘 조인성... 저희는 편집 시사를 하다, 의외의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얌전한 여고생 박경림과 터프가이 조인성의 투 샷이 괜찮다는 걸... 그래서 이 두 사람이 만약 커플이 된다면 어떨까?
당시로서는 너무 파격적인 생각이었기에 상상을 통해서라도 커플이 된 두사람의 모습을 한번 보자... 그래서 나온 대본이 '황홀한 사랑' 재벌 2세 조인성과 박경림의 드라마 패러디였습니다. '황홀한 사랑'을 통해, 조인성의 멜로 연기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한 뉴논 제작진은 바로 작전에 돌입합니다. 이름하여, 인성 경림 커플 만들기...
그 후의 일은 여러분이 이제껏 지켜본 그대로입니다.
기숙사에 들어온 모범생 조인성, 타조알 영준과의 엉뚱한 우정, 많은 걸들의 상상 속 애인 조인성, 그러다 자판 박경림을 도와주는 백기사가 되고, 경림과 우정을 쌓아가는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사랑에 빠진 남자.
조인성 캐릭터 절정기는 작년 여름, 경림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 ('생존의 법칙' '해피 버스데이 2유') 남몰래 경림을 돕고, 조금씩 중독되어가다 ('그녀의 목소리''외기러기 경림''해결사 인성') 자신의 사랑을 발견... ('경림의 빈자리' '비밀만들기') 경림에게 마음을 고백하기 ('사랑할까요' '인성 고백하다')까지의 과정입니다.
그 이후 '사랑이 머무는 풍경'에서 맺어진 후, 그의 캐릭터에는 이제 짝사랑이라는 드라마적 긴장이 사라지게 되었죠. 그래서 이제 드라마에 코미디 연기를 더하기 위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삐져서 엎드리기도 하고 경림에게 떼를 쓰기도 하고 말입니다.
요즘 저는 인성이를 부를 때, '어이 개그맨 조인성!'하고 부릅니다. 시트콤이라는 열린 장르가 가진 애드립 연기의 맛을 알아버린 조인성. 그의 오바 연기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요.
저는 조인성이라는 캐릭터가 뉴논스톱 안에서 변화해온 과정은 '한 남자가 사랑에 빠지면서 겪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남자는 바라보면서 사랑을 느끼고, 백기사처럼 지켜보는 사랑을 하다, 드디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그런 다음 그 멋있던 백기사가 이제는 질투도 하고 삐지기도 하고... 나중에는 점점 사랑을 위해 광대가 되어가는 모습...
만약 뉴논스톱이 미니시리즈였다면, 인성과 경림이 사랑이 이루어지는 순간, 마무리를 지었겠지요? 하지만 끝이 정해지지 않은 시트콤이기에 인성군의 캐릭터는 그후로도 조금씩 코믹을 더해가게 되었습니다. 한편 아쉽기도 한 시트콤의 단면이지만, 그런 망가져가는 코믹 연기도 열심히 잘 살려준 조인성이라는 연기자에게 연출자로 고마움을 느낍니다.
시트콤을 통해 발견한 조인성... 이제 그는 한국 방송계, 나아가 영화계의 큰 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