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국가의 통치구조의 원리를 규정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국가의 최고법으로 볼 수 있다. 헌법에는 정치성은 물론 이념성, 역사성을 사실적 특성으로 하는바 이 때문에 헌법은 기타 다른 법보다 비교법적 차원에서의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대륙법계에 속하는 우리의 법체계전반이 독일의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헌법분야는 독일헌법은 영향이 지대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독일헌법을 우리 헌법과 상호 비교해 봄을 통하여 우리 헌법을 보는 시각을 한층 더 폭 넓게 할 수 있을 것이다.
II. 독일헌법의 역사적 배경
1. 프랑크푸르트(Frankfurt)헌법
독일은 프랑스혁명의 영향을 받아 19세기 초엽에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을 제정하려 하였다. 1848년 3월에 국민의회의 소집을 준비하기 위하여 프랑크푸르트에 모여든 대표들은 통일독일의 헌법을 제정하기 위하여 약 830명의 의원들로 구성된 독일국민의회(Die deutsche Nationalversammlung in der Frankfurter Paulkirche)가 1848년 5월 18일 마인강유역의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파울교회에서 개원되었다.
사상적으로는 자유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은 헌법제정국민의회는 상당히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인 ‘독일국민의 기본적 권리’가 포함된 독일제국헌법을 1948년 3월 28일에 결의하였는데, 이를 프랑크푸르트헌법이라 부른다. 이 프랑크푸르트헌법은 시행되지 않고 실효되었지만, 그 이념과 사상은 각 영방의 헌법과 후일의 독일헌법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이 헌법은 ‘국민주권주의의 입장에서 상세한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한 독일 최초의 헌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2. 프로이센(Preu en)헌법
프랑크푸르트의 국민의회는 프로이센의 강력한 저항에 의하여 해산되었다. 약 100명의 의원들이 독일남부의 슈투트가르트에 옮겨 회의를 하였으나 1849년 6월 18일에 무력에 의하여 그 도시에서도 추방되었다. 이러한 자유쥬의자들의 패배와 보수주의자들의 세력확장중에 프로이센국왕은 1848년 12월 5일에 흠정헌법(왕이 민든 헌법을 흠정헌법이라고 함)을 제정하였다. 이러한 보수주의적 헌법의 기초위에 비스마르크가 등장하여 1862년 10월 8일 프로이센의 수상이 된다. 프로이센의 주도권장악은 자유주의에 대한 보수주의의 승리를 의미하며, 독일통일이라는 가치가 선순위를 차지하게 되고, 독일시민계급이 그리던 통일이 아닌 군사적 힘에 의하여 이루어진 시민계급이 없이 이루어진 독일통일이었다.
3. 바이마르(Weimar)헌법
1919년 8월 11일에 제정된 독일공화국헌법으로 제1차 세계대전 후의 독일혁명에 의해 독일제정이 붕괴된 후, 보통·평등·직접·비밀·비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민의회가 7월 31일에 의결하고 8월 11일 공포한 헌법이다. 국민의회가 독일동부의 문화중심지인 바이마르에서 열렸다 하여 바이마르헌법이라 부른다. 이 헌법은 종래의 비스마르크의 프로이센헌법과는 달리 민주주의원리의 바탕 위에서 독일국민의 통일을 지도이념으로 하고, 다시 사회국가적 이념을 가미한 특색있는 헌법이다. 즉 국민주권주의에 입각하여 보통, 평등, 비밀, 직접, 비례대표의 원리에 의거한 선거에 의한 의원내각제를 채택하면서 동시에 약간의 직접민주제도를 인정하였다. 한편 19세기적인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이념으로 하면서 20세기적 사회국가의 이념을 취하여 근대 헌법사상 처음으로 소유권의 사회성과 재산권행사의 공공복리 적합성을 규정하고, 인간다운 생존권을 보장하면서, 경제조항을 규정함으로서 20세기 현대 헌법의 전형이 되었다. 하지만 1933연의 히틀러 정권에 의한 수권법을 비롯한 일련의 입법에 의하여 사실상 폐기되었으나, 그 후 세계 민주주의를 채택한 여러 국가의 헌법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4. 서독의 본(Bonn)기본법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은 4대 강국의 점령하에 들어가게 되고 1949연에는 서방측 점령지역과 소련측 점령지역에 두개의 헌법이 성립하게 되었다.
1949년 5월 23일에 제정된 11장과 146조로 구성된 독일연방공화국의 헌법은 공식 명칭을 기본법이라 부르며 헌법이라 부르지 않았다. 이 같은 명칭은 전후 독일의 역사적 현실을 고려하여 의식적으로 붙이게 된 것이다. 서독기본법은 그 전문(前文)에서 민족자결에 의한 통일을 기술하고 있으며, 제146조에서는 민족자결에 의한 헌법이 제정될 때 기본법은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여 기본법이 잠정 헌법임을 선언하고 있다. 여기서 서독기본법상의 기본권리라 할 수 있는 것은 전문(前文)과 제20조, 제28조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간추려 보면 국제평화주의, 연방국가의 권리, 자유민주주의, 사회적 법치국가주의 등이라 할 수 있다. 서독기본법은 인간의 존엄성이 여지없이 유린되었던 히틀러치하에서의 경험 때문에 Weimar공화국헌법과는 달리 제1장에서 기본권을 규정하고, 특히 제1조 1항에서는 기본권의 가치체계에 있어서 최고의 가치로서 인간존엄성의 불가침을 규정하고 있다.
독일 연방헌법상의 ‘기본법’이라는 개념은 1945년 독일의 항복후의 상황으로부터 국가질서를 창설하기 위하여 생겨난 특수성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49년 헌법제정작업에는 동서독지역의 독일국민 전체가 참여할 수는 없었기에, 독일의 분단이 헌법제정작업에 의하여 심화 또는 영구화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독일연방기본법은 독일의 통일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임시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와 같은 성격이 동법은 헌법으로서가 아니라 단지 ‘기본적인 법’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독일연방기본법은 Weimar헌법 제2조와는 달리 연방영역에 관한 규정을 두고있지 않았다. 기본법은 적용범위를 규정하는데 그치고 있는데, 그 적용범위는 우선 연방기본법의 발효시에 존재하였던 당시의 제23조 제1문에 열거되어 있는 서독일의 여러 지방의 영역이 포함된다. 독일의 그 밖의 지역에 대해서는 독일연방으로의 가입 후에 기본법이 효력을 발휘하도록 예정하고 있었다(제23조 제2문). 현재 독일 통일로 종전의 기본법 제23조는 삭제되었으며 통일독일의 기본법은 전 독일지역에 효력을 갖게 되었다.
III. 현행 연방기본법
1. 前文
기본법의 전문은 제23조 및 제146조와 함께 독일의 분단상황을 전제로 하여 기본법의 과도기적 성격을 강조하고 있었다. 서독의 주민은 ‘민족적 그리고 국가적 통일을 확보’할 의지가 있으며 ‘과도기의 국가생활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기본법을 제정하여 ‘참여가 거부된 독일인(독일과 그 밖의 소련을 비롯한 공산국가에 살고있는 독일인)을 대신하여 행동’하였으며 ‘전체 독일인은 자유로운 자기결정에 따라 독일의 통일과 자유를 완수할 사명이 있다’는 것을 전문에서 밝히고 있었던 것이다. 통일조약에서는 전문을 개정하면서 이와 같은 과도기적 성격의 것을 모두 삭제하였다. 대신 ‘독일인은 자유로운 자기결정에 따라 독일의 통일과 자유를 완성하였다’고 하여 통일이 완결되었음을 천명하고 ‘이로써 독일기본법은 전체독일인에게 적용된다’고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문의 개정은 우선 독일의 통일이 완성되었다고 천명함으로서 영토에 있어서 완전성을 회복하였다는 것을 스스로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2. 총강
이 부분에서는 국가형태, 국가의 구성요소, 국가의 기본질서 및 기본제도에 대해 독일기본법의 규정을 알아보고 우리 헌법의 그것들과 비교해 본다.
(1) 국가형태
국가형태라 함은 국가의 조직형태와 기본적 가치질서가 어떠한 것인가를 기준으로 한 국가의 유형을 말하며 세부적으로 군주국과 공화국, 민주공화국과 전제공화국, 단일국가와 연방국가, 국가연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독일의 국가형태는 공화국, 민주공화국, 연방국가의 형태를 띠고 있다. 독일기본법 제20조 제1항에서 ‘독일연방공화국은 민주적, 사회적 연방국가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연방국가의 성격에 대해선 동법 제28조 제1항과 제2항에서 주의 헌법질서는 이 기본법의 의미상 공화적, 민주적 및 사회적 법치국가의 원칙에 부합하여야 한다고 하여 기본법상의 헌법질서가 주 및 지방에까지 미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시, 읍, 면에서는 법률의 범위 안에서 지방공공단체의 모든 사항을 자기의 책임하에서 규정하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아니된다고 표현되고 있으며 동법 제31조는 ‘연방법은 주법에 우선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2) 국가의 구성요소
① 주권의 소재 : 기본법 제20조 제2항에서 주권의 소재는 국민에게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즉,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권력은 선거 및 투표에 있어서 국민에 의하여, 그리고 입법부, 집행부 및 사법부의 특별한 기관에 의하여 행사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교 :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
② 국적의 취득과 상실 : 국적이란 국민이 되는 자격을 말하며 국적을 정한 입법례를 보면 단행법을 제정하여 이를 규정한 예(국적단행법주의), 헌법에 규정한 예(국적헌법주의) 그리고 민법에 규정한 예(국적민법주의)가 있는데 독일은 기본법 제16조 제1항에서 국적의 상실을 법률에 근거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도 제2조 제1항에서 국적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고 국적법에서 국적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국적단행법주의를 취하고 있다.
③ 영역 : 영역이란 국가가 국제법상 제한 없이 배타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영역은 영토, 영해, 영공으로 구성된다. 기본법 제23조는 ‘본 기본법은 바펜, 바이에른, 브레멘, 대베를린, 함부르크…등 제 주에만 적용된다. 독일의 기타의 영역에 대하여는 가맹에 따라 효력을 발생한다’고 규정되었으나 이 조항은 분단상황을 전제로 한 규정으로 통일이 된 현재는 삭제되었다. 즉 이제 통일이 됨으로써 이 조항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고 따라서 이 조항이 폐지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는 것이다. <비교 : 대한민국 헌법 제3조>
(3) 국가의 기본질서
① 민주적 기본질서 : 독일기본법에서는 民主라는 표현을 여러 곳에서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21조 제2항에서 ‘정당이 그 목적과 당원의 협동에 의하여 자유민주적인 기본질서를 침해 또는 폐지하거나 독일연방공화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위헌이다. 위헌의 문제에 관해서는 연방헌법재판소가 이를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방어적 민주주의란 표현으로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 그 자체를 파괴하려는 헌법질서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수호하기 위한 자기방어적인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비교 : 대한민국 헌법 제8조 4항>
② 평화주의 : 양차 세계대전의 참혹성과 비인간성을 경험한 독일인은 전세계적인 평화를 갈구하였고 그것이 대대적으로 기본법의 평화정신 선포로 나타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제24조 제1,2,3항에서 평화주의를 선언하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고 있으며(제12조 제2항) 주권의 국제기관으로의 이양을 인정하고 있다(제24조 제1항) <비교 : 대한민국 헌법상 평화주의 선언 : 前文, 침략전쟁 부인: 제5조 1항, 양심적병역거부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③ 국제질서의 존중 : 기본법 제25조는 ‘일반적인 국제법규는 연방법의 구성부분으로 한다. 일반적인 국제법규는 법률에 우선하는 효력을 가지며 연방영역의 주민에 대하여 직접 권리와 의무를 발생시킨다’라고 규정하여 조약의 효력을 헌법의 하위에 두나 법률보다는 상위에 두고 있다. <비교 : 대한민국 헌법 제6조 1항에서 국내법과 국제법을 하나의 통일된 법질서로 보는 일원론을 취하고 있다>
(4) 국가의 기본제도
제도적 보장이라 함은 정당제도, 선거제도, 지방자치제도, 직업공무원제도 등과 같이 국가의 존립이 되는 기본제도들을 헌법차원에서 보장해 법률로서 폐지하거나 그 본질을 훼손할 수 없게 하는 헌법적 보장의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제도적 보장이론은 Weimar공화국 당시에 사회민주적 질서의 채택 같은 혁명적 개혁으로부터 전통적인 개인주의적, 자유주의적 질서와 제도의 최소한 수호하려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었으나 간접적으로는 입법부의 자의적인 입법으로 인한 기존제도의 폐지 등 법실증주의로부터 기본적 인권을 수호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여기선 독일기본법에 명시된 정당제도와 선거제도, 지방자치제도 및 가족제도를 살펴본다. 정당제도에 관해선 동법 제21조 제1항에서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협력한다. 정당의 조직은 자유이다. 정당의 내부질서는 민주적 제 원칙에 일치하여야 한다. 정당은 그 자금의 출처에 관하여 공적으로 설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비교 : 대한민국 헌법 제8조 1,2,3항> 선거제도에 관해선 기본법 제38조 제1,2항 <비교 : 대한민국 헌법 제41조 1항과 제67조 1항>에 규정을 두고 있으며 가족제도는 기본법 제6조 제1항 <비교 : 대한민국 헌법 제36조>에서, 지방자치제도는 기본법 제28조 제1,2,3항에서 규정 <비교 : 대한민국 헌법 제117조, 제118조>하고 있다.
(5) 헌법보장제도
Weimar헌법이 파괴된 경험을 살려 독일기본법은 헌법보장의 방법을 가장 철저히 규정하고 있다. 첫째로는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금지를 규정하여 기본권을 보장하고, 둘째로는 헌법개정의 방법을 제한하고(제79조 제3항) 셋째로 헌법재판소를 두어 위헌법률의 무효를 선언하게 했고 넷째로 대통령과 법관에 대한 탄핵제도를 규정하고 다섯째로 위헌정당의 해산을 가능하게 했고 여섯번째로 기본권 남용자에게는 기본권 상실제도를 도입하였고 일곱번째로 국가긴급권제도를 도입하여 헌법보장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새로이 채택된 것이 예방적 헌법보장수단으로서의 위헌정당해산제도와 기본권상실제도라고 하겠다.
① 기본권상실제도 : 기본법은 기본권을 강력하게 보장하고 있으나 이러한 기본권이 남용되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 교수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통신의 비밀과 재산권 및 망명권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할 목적으로 남용하는 경우에 연방재판소의 결정으로서 기본권을 상실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형벌에 의한 제한이 손쉬운 현실에서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다.
② 위헌정당해산제도 : 위헌정당의 해산제도는 정당에 의한 헌법파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이다. 과거에는 입법기관의 위헌입법이나 행정기관의 위헌처분, 사법기관의 위헌판결에 의하여 헌법이 파괴될 우려가 있다고 하여 위헌법률심사제라던가 탄핵제도를 헌법보장의 수단으로 사용하여 왔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정당제 민주정치 하에 있어서는 정당이 필수적인 존재가 되었고 이 정당의 위헌적인 활동에 의하여 헌법이 파괴될 가능성이 생겼다. 이에 독일은 Weimar 헌법 하의 정당의 난립과 이에 따른 혼란 및 정당의 위헌적인 활동을 막고자 위헌정당의 해산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독일기본법 제21조 제2항은 ‘그 목적 또는 당원의 행위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거나 제거하고 또는 독일연방공화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정당은 이를 위헌으로 한다. 위헌문제에 관해서는 연방헌법재판소가 이를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헌정당에 대한 해산제소는 연방의회, 연방참의원 또는 연방정부가 할 수 있다. 이 신청에 따라서 연방헌법재판소가 위헌성을 결정하게 되는데 위헌결정이 있으면 당해 정당은 해산되고 그 재산은 몰수하게 된다. 이에 관해서는 두개의 판결이 있다. 첫째는 1953년 10월 23일의 사회주의국가당(SRP)에 대한 위헌판결이며 둘째는 1956년 8월 17일의 독일공산당(KPD)에 대한 위헌판결이다. 연방정부가 공산당을 위헌정당이라 하여 해산을 요청한 것은 1951년 11월 28일이었는데 판결은 5년이나 지나서 내려졌다. SRP의 위헌선언에 있어 연방헌법재판소는 위헌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나치의 지도자원리를 인정한 사람들에 의하여 지도되고 있는 SRP는 실제에는 구 국민사회주의독일노동당(NSDAP)을 계승하는 것으로, 독일에 있어서의 자유로운 민주주의 제도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 판결로 SRP는 해산되고 재산은 몰수되었다. 1956년의 독일공산당금지판결에서 연방헌법재판소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헌법의 기본적 원리이며 이러한 가치는 절대적 가치로 인정되며 따라서 어떠한 공격에 대해서도 방어되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정당해산제도가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하여 해산을 하게 하고 있다. 정당해산을 행정부의 행정조치가 아니고 독립한 사법기관에 의한 재판절차에 의하게 한 것은 그만큼 행정부의 자의를 예방하고자 노력한 것이라고 하겠다.
③ 저항권 : 저항권은 위헌적인 권력행사에 의해 헌법적 가치질서가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최후적, 예비적 헌법수호수단이다. 저항권은 국민이 직접적으로 행사한다는 점에서 기본권으로서의 성격과 함께 최후의 헌법수호수단으로서의 기능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또한 초실정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찬반 양론이 존재한다. 저항권을 인정하는 통설에 따르면 적법한 헌법구제수단으로 통제할 수 없는 헌법에 대한 침해의 상황에서 이에 대한 예비적, 최후수단적인 존재인 저항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며 초실정법적 성격 역시 이러한 저항권의 본질적 특성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기본법에는 저항권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존재한다. 즉, 히틀러의 나치스정권을 체험한 독일은 2차대전이 종결한 후 각 주 정부의 헌법을 중심으로 저항권을 실정법 안에 포함시키기 시작하였으며 독일기본법 역시 1968년 6월 4일의 개헌에서 제20조 제4항에 ‘모든 독일인은 민주적, 사회적, 연방국가적 질서를 폐지하려고 하는 자에 대하여 다른 구제수단이 불가능한 때에는 저항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명문의 규정을 두게 되었다. 이러한 규정은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한 1956년의 독일공산당에 대한 위헌판결에서 '명백한 불법정부에 대한 저항권은 현대적 법률관에 의할 때 당연한 것으로 인정된다. 불법정부에 대해서는 통상의 법적 수단이 무용지물임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항권은 법질서의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한 헌법수호수단이라는 보수적인 의미로만 인정될 수 있다. 그리고 저항권을 가지고 대항할 수 있는 불법은 명백한 것이어야 한다. 법질서에 따라 강구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수단이 유효한 구제수단이 될 수 있는 전망이 거의 없고, 저항권의 행사가 법의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하여 남겨진 유일한 수단이어야 한다’라는 판결에 의해 그 성격이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다.
3. 기본권
인권 또는 인간의 권리란 인간이 지니는 기본적 권리를 의미한다. Virginia 권리장전과 프랑스인권선언에서 인권 또는 인간의 권리로 표현된 것이 독일에서는 기본권이란 말로 사용되고 있다.
독일연방기본법 제1장의 제1조 제1항에는 ‘인간의 존엄성은 불가침이다’고 규정하고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권력의 의무로서 선언되어 있으며 동조 제3항에서는 ‘기본권은 직접 적용되는 법으로서 입법, 행정, 사법권을 구속한다’는 취지가 선언되고 있다. 또 제19조 제2항에서는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침해를 금지하고 있으며, 제79조 제3항에는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규정에 저촉되는 헌법개정을 금지하고 있다. 또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제15조 제4항에는 ‘누구든지 그 권리가 공권력에 의해 침해되어진 때에는 제소할 수가 있다’고 규정하여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를 절차적 기본권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기본법에 의해서 보장되고 있는 기본권으로는 제2조 제1항에 ‘인격의 자유로운 발전의 권리’를 보장하여 ‘누구든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며, 또 헌법적 질서 또는 도덕률에 반하지 않는 한 그 인격의 자유로운 발전의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제2조 제2항에 ‘생명, 신체의 안전성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여 ‘누구든지 생명 및 신체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 신체의 자유는 불가침이다. 이러한 권리는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면 침해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일반적, 포괄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또 고전적인 자유와 권리의 주된 것으로는 법 앞의 평등(제3조) <비교 :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신앙, 양심의 자유(제4조) 동조 제1항에 ‘신앙 양심의 자유 및 종교적, 세속관적 고백의 자유는 이를 침해하여서는 안된다’ 동조 제2항에서 ‘평온한 종교적 행사는 이를 보장한다’ 동조 제3항에서 ‘누구든지 그 양심에 반하여 무기를 가지고서 병역에 복무하는 것은 강제되지 않는다. 그 구체적 사항은 연방법률로 이를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비교 :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언론 출판의 자유(제4조) : 동조 제1항에서 ‘누구든지 언어, 문서 및 도서로서 그 의견을 자유로이 발표, 유포 및 일반에게 입수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알게 되는 것을 방해 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검열은 이를 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비교 :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예술, 학문, 연구의 자유(제5조) : 동조 제3항에서 ‘예술, 학문, 연구 및 학설은 자유이다. 학설의 자유는 헌법에 대한 충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비교 : 대한민국 헌법 제22조>
집회의 자유(제8조) : 동조 1항에서 ‘모든 독일인은 신고 또는 허가 없이 평온 또 무기를 휴대하지 않고 집회할 권리를 갖는다’ 동조 2항에서 ‘옥외의 집회에 대해서는 이 권리는 법률에 의하여 또는 법률의 근거에 의거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비교 :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결사의 자유(제9조) : 우리의 경우에는 집회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같은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독일은 별개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다.
통신의 자유(제10조) : 동조 1항에서 ‘신서의 비밀 또는 우편 및 전신, 전화의 비밀은 이를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비교 : 대한민국 헌법 제18조>
이전의 자유(제11조) : 동조 1항에서 ‘모든 독일인은 전 연방영역 내에서 이전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비교 : 대한민국 헌법 제14조>
직업선택의 자유(제12조) : 동조 1항에서 ‘모든 독일인은 직업, 직장 및 훈련소를 자유로이 선택하는 권리를 갖는다. 직업의 행사는 법률에 의해 또는 법률의 근거에 의거하여서만 이를 규제할 수 있다’ 동조 2항에서는 ‘누구든지… 특정의 노동을 강제 받지 않는다’ 동조 3항에서 ‘강제노동은 법원에 의해서 명하여진 자유박탈의 경우에 한하여 이를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비교 : 대한민국 헌법 제15조>
주거의 불가침(제13조) : 동조 1항에서 ‘주거는 이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였는바 독일과 일본과 같은 자본주의가 뒤늦게 발달된 국가에서 이 자유를 보장하게 되었고 1919년 Weimar헌법이 그 효시를 이루고 있다.
소유권, 상속권(제14조) : 동조 1항에서 ‘소유권 및 상속권은 이를 보장한다, 그 내용 및 제한은 법률로 이를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4. 통치구조의 원리
(1) 독일의 대의제도
영국과 프랑스에서 대의제도가 각각의 정치상황을 배경으로 이론적인 논쟁을 통해 일찍부터 뿌리를 내린 것과는 대조적으로 독일에서는 대의제도의 발전이 매우 뒤늦게서야 이루어 졌다. 영국에서는 일찍이 ‘의회주권’이, 프랑스에서는 ‘국민주권’이 굳어가는 동안에도 독일에서는 군주주권론에 따라 군주와 그에 봉사하는 관료조직만이 국민의 이익을 존중하고 공공복리를 실현시키는 국민의 대표자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의회가 국민의 ‘잠재적인 의사’를 대표한다는 대의의 논리가 쉽사리 발을 붙일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원인들로 독일에서는 대의제보다도 직접민주주의적인 통치제도가 더 큰 비중을 가지고 발전했다고 볼 수 있는 바 그 단적인 예가 Weimar헌법이다. 현행 독일기본법이 Weimar헌법의 부정적 경험을 거울삼아 직접민주주의적 통치방법을 배제하고 철저한 대의의 원리에 입각한 통치구조를 마련하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한 일은 아니다.
(2) 독일의 권력분립제
독일기본법도 권력분립의 권리를 통치구조의 구성원리로 하고 있다. 입법권은 연방의회와 연방참의원에 속한다. 연방의회는 국민의 보통, 평등, 직접, 자유, 비밀선거로 선출되는 국민대표로 구성되고 연방참의원은 주정부의 대표자들로 구성된다. 연방대통령은 임기 5년으로 연방의회에서 토론 없이 선출한다. 대통령은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권한만을 보유하지만 대외적으로 연방을 대표한다.
연방정부는 연방수상과 장관으로 구성된다. 의회는 내각에 대하여 건설적 불신임투표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불신임을 결의할 수 없는데 건설적 불신임제는 차기 수상을 의회가 과반수의 찬성으로 선출하지 아니하고는 연방수상을 불신임할 수 없게 하는 제도이다.
사법권은 연방헌법법원과 연방법원 그리고 주법원에 의하여 행사된다.
또한 독일의 정부형태는 강한 정부, 약한 의회의 형태를 가진 의원내각제로 연방의회가 건설적 불신임투표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부를 불신임할 수 없다.
(3) 통치기구(입법, 행정, 사법)
독일연방공화국헌법의 제20조 제1항에는 ‘독일연방공화국은 민주적, 사회적 연방국가이다’라고 규정하며 동조 제2항에는 ‘모든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권력은 선거 및 투표에 의해서 또 입법, 행정 및 사법의 특별한 각 기관을 통해서 국민에 의해 행사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Weimar헌법과 비교하면 직접민주제적인 요소가 약화되고 간접민주제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었다. 예를 들면 제54조에 보인 바와 같이 대통령은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해서가 아니고 연방의회(동조 3항)에 의해서 토론을 거치지 않고 선거되어 지도록 되어 있다.<비교 : 대한민국 헌법 제67조> 또 국민의 입법에의 직접참여도 주의 재편성의 경우, 국민투표의 경우로 한정되어 있다.
이 기본법에는 대의민주정원리를 강조하여(제20조 2항, 38조 1항) 연방의회의원을 보통, 직접, 자유, 평등, 비밀선거에 의해 선거되며 국민에 의한 정치를 가져오기 위해 언론, 출판, 결사 등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다음으로 연방의회와 연방정부와의 관계에 관해서는 제63조에 Weimar헌법과는 달리 연방수상은 연방대통령의 제청에 의하지만 전반적으로 연방의회의 의사에 의해서 선출된다. 또 그 퇴임여부는 단순히 불신임표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후임수상 후보의 지명을 수반한 불신임표명’(제67조)으로서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건설적 불신임제』라고 부른다.
한편 법치국가체제에 관해서는 제20조 제2항에 의해서 국가권력의 입법, 행정, 사법의 삼권분립의 원리가 규정되어 입법작용은 연방의회에 그리고 부수적으로 각 주 대표로 구성된 연방상원에 속하며(제78조), 행정작용은 연방정부에 속하고(제65조, 제83조), 사법작용은 헌법재판소 및 기타 법원에(제92조) 속한다. 그리하여 제20조 제3항에 의하면 입법이 헌법질서에, 행정, 사법이 법률과 법에 구속되며, 그 보장을 위해 헌법재판소 및 기타 법원에 의한 광범위한 사법적 통제가 작용되고 있다. 다음에 연방제에 관해서는 제20조 1항에서 독일은 연방국가임을 선언하고 연방제 유지를 위해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즉 제70조 이하에 입법에 관하여 연방의 전속적 입법사항, 연방과 주와의 경합적 입법사항, 연방이 범위를 정해 주가 그것을 구체화하는 사항을 각각 열거하여 그 이외의 모든 것을 주의 전속적 입법사항으로 하고 있고 제83조 이하의 행정에 관해 주에 의한 행정사무의 담당을 원칙으로 하여 주의 고유사무로 하고 그에 관한 연방의 권한을 감독에만 한정하여 약간의 것만을 연방으로 부터의 위임사무로 하고 있다. 또 제92조에 사법에 관해 재판의 중점을 주의 법원에 둠으로써 주의 국가로서의 독립적 존재성을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제28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해 연방법은 주법에 대하여 우위를 지닌다는 원칙이 채택되고 있다.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는 제1부회와 제2부회로 조직되어 각 부회의 8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다. 이들 재판관은 연방상원과 연방하원에서 각각 반수씩 선출되며 연방대통령이 임명한다. 연방헌법재판소의 권한과 관할은 기본법 제93조에 규정되어 있는데 그 권한은 법률의 위헌심사뿐만 아니라 탄핵심판, 권한쟁의심판, 정당해산심판, 헌법소원심판, 기본권상실, 의원자격심사 등이 주요 내용이며 법률의 위헌여부를 심사하는 경우에 구체적 규범통제는 물론 구체적인 사건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즉, 재판의 전제성이 필요없는) 추상적 규범통제까지 인정된다. 또한 법률의 위헌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 효력을 전면적으로 상실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