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십여 년 근무하는 동안 학교분위기가 참 많이 바뀐 것을 실감합니다. 거대한 정보화의 흐름은 학교 업무 패턴도 바꾸어놓았고 그로 인하여 구성원들 간에 소통의 양식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업무의 양은 계속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또한 SNS의 등장으로 활발한 소통을 나누면서도 소통 부재로 인한 갈등의 양상은 늘어나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 ‘따로 또 같이’를 처음으로 이야기하던 시절을 돌아보니 벌써 20여 년 전 세월인데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학교와 그 속에 살았던 나를 돌아보며 ‘학교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 속에서 교사인 나는 어떤 변화를 시도했는지?’를 생각해보면 보람도 많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더 큰 걸 느낍니다.
이 아쉬움이란 ‘함께’, ‘같이’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초임 발령시기, 학교문화를 바꾸고자 했던 욕심으로 때로는 구성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알량한 전리품(?)에 기뻐하고 돌아보면 학교는 다시 그 이전보다 더 심각하게 얼음처럼 굳어있었습니다.
학교구성원끼리 공감대를 잘 형성해놓아도 인사이동으로 사람 하나 바뀌고 나면 금세 분위기가 서먹해지는 상황을 자주 접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이 사람의 문제였던 거죠. 지역교사들과 소통의 중요성은 실감하면서도 정작 만남은 배구나 축구를 통해서만 이어졌습니다. 물론 이 모임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교사들끼리 이렇게 부대끼며 정기적으로 얼굴을 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요. 아이 키우는 이야기, 누군가의 뒷담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처지를 공감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모임 속에서 학교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교사로 살아가는 삶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그런 갈증은 느끼고 있었지만 흥겨운 그 판을 깨고 싶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삶이 있는 학교 이야기’는 서로 모르는 체 했던 겁니다. 같은 지역에 근무하면서 서로 얼굴 보는 처지에 옆 반 교실에 노코멘트 하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우리는 그냥 그렇게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고 서로에 대해 참견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미덕이라 여기며 살았으니까요.
2. ‘따로 또 같이’를 꿈꾸며
그런데 말입니다. 학교혁신의 바람이 일면서 학교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부이지만 몇 개의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서로 모른 체 했던 학교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던 거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혁신학교운동에 대한 곱지 않은 소리들이 들리는 겁니다. 그 소리란 다름 아닌 “전교조가 하는 학교다”, “돈 주면 다 한다”, “교장을 무력화 한다”, “일부 학교에 대한 특혜다”, “당신들의 천국이다”, “그들만의 리그다”는 이야기들로 대부분 혁신학교에 대하여 원래부터 탐탁지 않게 여기던 마음들을 이렇게 표현했던 거죠.
물론 이런 말들은 혁신학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렇다고 이를 ‘혁신학교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처사’라고 치부하며 선긋기에 나선다면 이것만큼 위험한 것은 또 없습니다. 이는 의도하지 않지만 더 큰 화를 불러들이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2012년, 혁신학교 운영에 대한 전북도의회 조례가 만들어지면서 올해부터 혁신학교는 별도의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혁신학교평가단에 합류하여 몇몇 혁신학교를 방문하여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혁신학교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혁신학교에 근무하는 자부심도 대단했지만 위에서 언급한 심적 부담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령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창의적 체험활동의 영역 가운데 일부인 동아리활동에 외부강사를 채용하여 교육만족도를 높이고 있었는데 이를 두고 외부에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마땅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혁신학교 운영을 통해 교육만족도는 많이 높아지고 있고 긍정적인 학교문화는 점차 확산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런 인식이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는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따로’라는 인상을 주면서 ‘같이’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배구모임에서 학교 이야기를 나누기가 불편했던 것처럼 혁신학교 이야기를 이렇게 따로 모여서 나누어야만 하는 상황이 조금은 불편합니다.
상투적인 말 같지만 학교혁신의 바람은 들불처럼 번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혁신학교 숫자를 몇 개 더 늘리는 것보다 학교혁신의 마인드를 지역에서 함께 공유하는 것이 훨씬 더 시급한 과제입니다. 익산지역을 기반으로 한 교사공동체, 희망교실네트워크는 바로 이런 취지로 걸음을 시작했습니다. ‘따로 또 같이’, 그 가치를 느끼고 싶었거든요.
3. 희망교실네트워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희망교실네트워크는 지역교사들과 교실 문을 열고[열린교실], 수업친구가 되어 함께 배우며[배움교실], 교실문화를 나누며 성장하는[배움교실] 지역교사들의 공동체입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훨씬 낫다고 하니 지역교사들의 공동체 준비과정과 운영 사례를 잠깐 소개할까 합니다.
1) 혁신학급으로 제안
희망교실은 2011년 10월 전북교육정책연구소에서 주관하는 <현장교사에게 듣는다> 교육정책 제안의 장에서 혁신학교의 효과를 확산하고 일반학교의 상대적 소외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혁신학급의 어감을 순화하여 ‘희망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제가 제안하여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으나 혁신학교 예산이 삭감되는 등의 어려운 상황 등을 이유로 사업에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2) 지역에서 운영되는 소규모 교사모임 통합 방안 모색
2012년 말을 기준으로 익산지역에는 전교조익산지회를 비롯하여 익산아이랑, 좋은교사, 각 단위학교의 수업혁신동아리 등이 자생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임은 배구모임 등과 같이 운영되는 모임과는 다르게 공부모임 성격을 띠며 각자의 영역에서 구성원 간에 지속적인 연대를 통해 공감을 키워가고 있었지만 이 또한 몇몇 구성원간의 모임으로 개인의 성장에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같이의 가치’를 담아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자들과 협의하여 지역차원의 통합적인 교사모임을 꾸리는데 합의하고 그 모임의 성격은 교사공부모임으로 하고, 운영방식은 ‘느슨한 연대와 참여를 통한 공감’으로 잡아 취지에 공감하는 모든 교사들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지속적으로 만나 학교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선생님들을 지역에서 모집한 결과 30개 학교 60여 명의 선생님들이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모이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이 모임에 익산교육지원청 장학사님들까지 합께 하며 지역교사들과 인식의 공유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모임에 대한 정보를 뒤늦게 접하고 연수에 청강생의 입장으로 참여하는 선생님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모든 요인들이 우리 모두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습니다.
3) 현장지원맞춤형연수와 연계하여 활로 모색
운영 방식을 고민하던 중 전북교육연수원(이하 ‘연수원’이라 함)에서 운영하는 현장지원맞춤형연수는 좋은 매개 고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1, 2학기 두 개 강좌로 나누어 연중 실시할 수 있도록 계획서를 작성하여 연수원에 제출한 결과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연수 과정에 선정되어 강사 및 연수 장소를 지원 받게 된 것은 이런 움직임에 날개를 달게 되었습니다.
(희망교실네트워크가 연수 선정시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는 다음 두 가지 이다. 첫째, 연수 기간이 너무 길다. 둘째, 연수생이 너무 많다. 이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연수 선정시 어려움이 있었지만 취지를 적극 피력하여 마침내 현장지원맞춤형연수에 선정이 될 수 있었다. 이는 고마운 일이나 현장지원맞춤형연수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이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연수 기간을 늘려서 모집해야 한다. 현재 연수원에서는 연수 효과를 높이고 행정적인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두 달 이내에 연수를 마감할 수 있는 과정으로 연수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집중적인 이수로 단위학교 교사들에게 피로감을 줄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연수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둘째, 연수생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 현장지원맞춤형연수의 특성상 소그릅 위주로 편성이 되나 지역차원의 통합적인 네트워크로 구성해나가는데 있어서 이런 선정 방침은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
4) 토론협력형수업 선도학교와 연계하여 운영비 마련
모든 모임에는 운영비가 필요합니다. 60여 명이 모인 교사모임에도 당연히 운영비가 필요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마침 이런 모임을 준비하고 있던 2013년 2월 전라북도교육청에서 모집하고 있는 ‘토론협력형수업선도학교’ 공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계획의 취지는 단위학교의 토론협력의 문화 정착을 위해서 단위학교당 평균 1,000만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도교육청 담당장학사님께 희망교실네트워크의 취지를 설명하고 이 프로그램을 단위학교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차원에서 연대하여 운영하는 방식으로 응모가 가능한지 여부를 물었더니 긍정적인 답변이 와서 이를 계기로 지역차원의 희망교실네트워크 운영 계획서를 작성하여 응모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제가 근무하는 왕궁초등학교를 중심학교로 하여 30여 개 학교, 60여 명 지역교사들이 한 달에 한 번씩 공부모임을 할 수 있는 지역교사공동체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4. 희망교실네트워크는 어떻게 운영되었나?
1) 월1회 정기모임
현장지원맞춤형연수와 연계하여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정기모임으로 정하고 강의를 함께 듣고 뒷풀이를 겸하여 지역교사들의 커뮤니티 장으로 활용하였습니다.
2) 온라인을 통한 회원소통 공간 마련
페이스북에 ‘희망교실 이야기’라는 이름의 그룹을 만들어 서로의 학교 이야기, 교실 이야기를 나누는 회원 소통의 공간을 마련하였습니다.
3) 교실문화탐방
희망교실네트워크가 어느 연수와 다르게 가장 돋보이게 운영한 부분은 바로 교실문화탐방이었습니다. 보통의 연수라면 강사와 연수생이 있어야 하지만 이 과정은 특별히 선정된 강사가 없이 같은 연수생인 동료교사끼리 서로 멘토-멘티 관계를 맺어 서로의 교실을 탐방하여 교실문화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교실문화탐방 과정은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먼저 ‘회원들끼리 나누고 싶은 또는 듣고 싶은 학교 이야기’를 주제로 취합을 한 결과 비슷비슷한 주제끼리 엮어 총 12개의 주제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를 중심으로 모둠토의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4, 5명씩 모둠을 편성하여 총 13개의 모둠을 편성하였습니다. 특이할만한 점은 교실문화탐방을 연수 일정상 1회로 잡았지만 소모임 별로 별도의 시간을 잡아 지속적인 만남을 유지해가는 모둠이 있었습니다. 모둠별로 나누었던 학교 이야기들의 주제 목록은 <표 1>과 같습니다.
<표 1> 희망교실네트워크에서 나누었던 주제 이야기
- 수업친구 만들기
- 지역사회와 연계한 특별활동 프로그램
- 학습부진아, 부적응아 지도 방법
- 짬짬이 할 수 있는 교실놀이
- 학생동아리 운영, 청소년 문화의 이해
- 학생생활지도 및 학생과의 대화 기술
- 학급운영
- 학교/학급문화 1, 2
- 학부모와의 관계
- 수업기술 및 동기유발
- 수업컨설팅 및 수업협의회
- 상담, 인성교육, 감정코칭
4) ‘희망교실 이야기’ 자료집 발간
모둠별로 나눈 주제 이야기는 다른 모둠과 나누기 위하여 페이스북 그룹을 통해서 공유하였습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 이야기들을 <희망교실 이야기>라는 이름의 자료집으로 묶어 모둠별로 나눈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했습니다. 이는 계획서, 보고서가 아닌 학교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보고자 했던 노력의 일환입니다. (13개 모둠이 자유롭게 나누었던 이야기는 아래 주소를 통해 PDF파일로 확인할 수 있다. http://cafe.daum.net/jss5479/3ywI/57)
5) 상반기 워크숍
6월 연수 일정은 상반기를 총화하고 하반기를 준비하는 워크숍으로 계획하여 6월 28일(금)~ 29(토)일 1박2일 일정으로 운영하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승환 교육감님을 초청하여 현장교사들과 교감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으며, 교육혁신과 박일관 장학사님을 모시고 학교혁신의 방향과 전망을 주제로 희망교실네트워크의 비전과 전망을 모색해 보았습니다. 또한 사례를 중심으로 ‘수업대화’이야기를 들려준 삼우초 이옥형 선생님의 이야기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이 워크숍 일정 가운데 특이한 점은 협의를 통하여 희망교실네트워크의 하반기 운영 중점을 ‘동학년 커뮤니티’에 두었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한 요구가 얼마나 높은지는 학년별 모둠을 구성하여 첫날 저녁 9시부터 시작된 모둠토의가 자정을 넘어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진 모둠이 많은 것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5. 더 나은 지역교사공동체를 꿈꾸기 위하여
지금까지 이야기한 희망교실네트워크는 지역교사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느슨한 연대와 참여를 통한 공감을 목표로 하여 ‘열배나’(열린교실, 배움교실, 나눔교실의 첫 글자를 따서 이름 붙임)좋은 교실을 표방하며 만든 지역교사공동체입니다. 이제 막 그 첫걸음을 뗀 상황이라 성과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오히려 부담이 됩니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렇게 모인 우리가 앞으로 어디를 바라보고 뚜벅뚜벅 걸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작은 성과라도 우리에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의 불씨를 붙여줄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또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과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집단지성은 앞을 내다보는 혜안을 갖게 해 줄 거라 믿습니다. 이런 취지로 희망교실네트워크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1) 희망교실네트워크의 성과
1년여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상반기 짧게 운영한 희망교실네트워크의 성과를 논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 생각되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취지로 다음 두 가지로 그 의미를 짚어보았습니다.
첫째, 지역차원의 교사모임이 꾸려졌다는 점입니다. 연수, 교실문화탐방, 워크숍 일정에 참석한 선생님들의 평가에서 나왔던 의견들의 공통적인 부분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입니다. 즉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을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료교사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처지와 심정의 교감은 연대를 구축하는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하였습니다.
둘째, 느슨한 연대를 통해 혁신학교를 넘어 학교혁신으로 가기 위한 연결 고리를 찾았다는 점입니다. 희망교실네트워크를 통해 혁신학교와 일반교사들이 함께 모여 삶이 있는 학교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이 모임처럼 혁신학교 교사들만의 모임이 아니었던 겁니다. 희망교실네트워크에 뒤늦게 참여를 희망하는 선생님들의 문의가 종종 있습니다. 연수 과정으로 운영 중이라 중간에 합류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분들은 청강생의 입장으로 모임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는 희망교실네트워크에 이런 동력이 붙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느슨한 연대와 참여를 통한 공감의 확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속에는 전교조, 좋은교사, 익산아이랑, 특정 단위학교 동아리의 타이틀을 떼고 오로지 같은 교사라는 입장에서 서로 학교 이야기를 나누는 교사들만 있었던 겁니다.
2) 희망교실네트워크의 한계와 과제에 대한 고민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희망교실네트워크가 자생력을 갖춘 지역교사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뚜렷한 한계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한계와 과제에 대한 고민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규모의 적절성 및 운영 방법에 대한 고민입니다. 30명 정도 소모임으로 예상하고 시작했지만 막상 공개모집을 하여 60여 명 정도 규모가 되고나니 연수를 진행할 마땅한 장소 물색에도 어려움이 있었고 나아가 커뮤니티 형성에 방해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규모가 이렇게 커졌던 이유는 이를 현장지원맞춤형연수와 연계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즉 선생님들은 이왕 교사모임을 하면서 연수학점 이수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라는 생각을 했던 겁니다.
그러나 지역교사모임을 현장연수와 연계하여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바람직하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연수를 떠나 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합니다.
둘째, 운영비에 대한 고민입니다. 현재 희망교실네트워크의 운영비는 왕궁초등학교의 토론협력형수업선도학교운영비 1,000만원을 통해 충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특정 학교 교직원의 동의가 없다면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이와 같은 운영은 담당교사에게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고려 대상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가령 소소한 의견수렴과정이지만 30개 학교 60여 명의 의견을 취합하여 이를 예산과 결부시켜 집행하는 데에는 녹녹치 않은 시간이 필요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지역교사공동체를 토론협력형수업선도학교와 같은 해당학교의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운영하는 것이 마땅한지, 이 프로그램의 지속가능성은 있는지, 이를 벗어나 독자적인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 독자전인 활로에는 지역교육지원청에 일정 정도의 지역교사공동체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이를 지원해주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현장지원맞춤형연수에 교실문화탐방과 같은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어떤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현장지원맞춤형연수는 기존의 연수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연수 효과를 높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강사가 이야기하고 연수생이 듣는 방식의 연수이므로 한계가 있습니다. 즉 연수는 그 자리에서는 많은 깨우침이 있지만 연수가 끝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잊혀지곤 하는 경향이 있는데 현장지원맞춤형연수도 연수생이 수동적인 입장에서 강의를 듣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많은 교사들이 서로의 교실문화를 비교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교실문화탐방과 같은 연수패러다임을 적극 도입하고 확대하는 것이 어떤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넷째, 교실문화탐방 기회를 어떻게 늘려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희망교실네트워크의 상반기 운영이 끝나고 연수를 받은 선생님들이 연수 과정 가운데 가장 좋았다는 평가를 했던 부분은 바로 교실문화탐방이었습니다. 특정한 날도 아닌데 이웃학교에 있는 동료교사의 교실에 찾아가 수업을 참관하며 교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동료장학은 아직까지 제도권 장학이나 연수시스템에는 없던 새로운 방식의 장학이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이 교실문화탐방이 교사전문성 신장에 도움이 된다면 이런 소중한 경험들을 모든 선생님들이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는 연수가 아닌 컨설팅장학에 도입하면 된다고 봅니다. 즉 코칭이 아닌 견학 방식의 컨설팅장학을 일부 도입하는 것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이를 어떻게 적용해가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익산지역을 기반으로 운영해 온 희망교실네트워크의 운영 사례를 중심으로 지역교사공동체의 과제와 전망에 대한 논의를 했습니다. 특정 지역의 내세울 것도 없는 사례지만 이 이야기가 단초가 되어 지역교사공동체를 모색하는 작은 촉매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두서없이 내세워 보았습니다.
혼자 꾸면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합니다. 저는 꿈의 다른 이름인 희망이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이 말속엔 어떤 바람이 담겨있고 이 바람은 저에게 용기를 깨우쳐주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지금껏 꿈꾸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평생 꿈꾸며 살아갈 것입니다. 우리가 꿈꾸는 학교는 이런 용기 있는 희망을 ‘여럿이 함께’, ‘따로 또 같이’ 꿀 때에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꾸어왔지만 이제 우리 그런 꿈을 단위학교를 벗어나 지역교사들과 함께 나누어 꾸기를 바라며 부끄러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