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연작시
10월 25일 도쿄(東京) 하네다공항에서 오키나와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가서 오키나와에서 일정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틈틈이 시를 썼습니다. 물론 도쿄(東京)에서도 썼는데 하루 총화를 개인적으로 하면서 쓴 것이고 오키나와에서는 비행기 위생봉투와 엽서를 가지고 다니면서 썼습니다.
일본은 크게 세 섬으로 되어있습니다. 일본 본토가 있고, 그 위에는 홋가이도 섬이 있고, 본토 아래는 오키나와가 있습니다. 세계 제2차대전에서 일본이 패하고 나서 미국(米国)은 일본에 미군(米軍)을 주둔시켰습니다. 일본 정부가 미군(米軍) 주둔비용을 전체 부담하고 있으며 미군(米軍)은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미군(米軍) 주둔의 주요 이유는 일본의 적(?)인 북한을 막아내기 위해서랍니다. 미군(米軍)과 일본 정부는 북한에 대한 악선전을 계속하면서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고, 일본 정부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오키나와에는 일본 전체 미군(米軍) 중에서 70%가 넘게 주둔하고 있습니다. 오키나와는 역사적으로 미군(米軍)과 일본 본토에 대한 적대감을 모두 가지고 있엇습니다. 전쟁 전후로 오키나와에서는 일본 군대로부터, 그리고 미군(米軍)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습니다. 원래 오키나와는 400여년 이전에는 중국에 조공을 받치는 왕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쳐들어와서 지배를 하기 시작했던 섬이었습니다.
오키나와에서 두가지 투쟁에 참여했습니다. 미군(米軍) 전투기 소음에 시달리는 각 지역의 사람들이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이번에 오키나와의 제단체가 연대하여 미군(米軍)기지반대 연대집회를 가졌습니다. 여기에 제가 해외 참가자로 연대연설을 했습니다. 그리고 26일에는 미(米)해군기지가 있는 헤노코 앞바다에 해상 활주로를 건설하려는 것을 매일 같이 카누를 타고 나가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는 헤노코 지역 주민들의 천막농성장에 지지방문을 하였습니다. 헤노코 앞바다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자연의 보물창고입니다.
오키나와에 가기 전에는 도쿄(東京)에서 일본 평화포럼이 주최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반전, 비핵화, 이를 위한 미군(米軍)기지 철거를 위한 전략회의, 심포지엄, 국제반전반미군기지집회, 요코스카 평화축제, 국제반전반미군기지음악회 등에 참가하였습니다.
여기에는 오키나와에 가면서, 그리고 도쿄(東京)로 돌아올 때까지 썼던 시를 연작시로 올립니다.
1. 도쿄(東京), 새로운 만남
하네다공항을 박차오른 비행기는
나에게 두가지 것만 보여주었다.
회색도시 도쿄(東京)와
구름 위에 떠 있는
먼 바다의 섬 같은
후지산을 보여주었다.
후지산을 돌아
오카나와로 가는 비행기는
더 이상 보여주지 않았다.
선입감을 털어버리고 떠나는 날
도쿄(東京)를 뒤로 하고
후지산을 따라 고개를 돌리다가
가토상의
사람사랑을 만나게 되었다.
2. 나는 보았다
해안선을 따라가는 비행기는
3층에서 날아가고 있었다.
층층이 두껍고
때론 얇은 구름들 사이로
새가 되어 있었다.
마냥 지상과 태평양을 구경하다가
운동을 보게 되었다.
태평양은 ML주의 철학에서 밝힌
양질의 전환법칙에 따라
운동을 하고 있었다.
바다와 구름과 태양이
별개(別個)의 것이 아니었다.
오키나와 미군(米軍)기지 반대집회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태운 태평양은
더욱 심하게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3. 헤노코여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오키나와는
신성(神聖)한 동물들의 형상을
여기저기서 보여주고 있었다.
누구는 사자라고도 하고
누구는 해태와 닮았다고도 하고
바다에는 인어가 헤엄친다고 하고
미군(米軍)이 탐을 내는
헤노코여,
산호초가 아름다운 섬이여,
모습을 드러낸
오키나와는
도쿄(東京)에서 보았던
오키나와 사람들의 정열이
그대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4. 오키나와 풍경
오키나와 어항에 눈이 끌렸다.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열대어는
산호 속으로 자꾸 몸을 숨겼다.
깃을 휘날리는 신기한 물고기는
헤노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의 고향을 지켜주세요."
순간, 어항 속의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일제히
방해전파를 보내고 있었다.
어항 앞에는
U.S ARMY 흑인병사가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5. 하이비스카스꽃
오키나와는 미군(米軍)에 의해 점령되어 있었다.
하이비스카스꽃이
미(米)해병대 철책선에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하이비스카스꽃은
흔들거리다가
태평양 미풍에 흔들거리다가
어느새 슬픔을 머금고 있었다.
미군(米軍)의 학살이 있었던 그날도
하이비스카스꽃은
알 듯 모를 듯 미소를 보내다가
참상에 경악하여
붉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고 한다.
오키나와는 아직도 미군(米軍)에 의해 점령되어 있었다.
6. 오키나와에서 쿠마테양이 생각났다
도쿄(東京)에서 만난 소녀는
요코스카 평화축제에서
자신을 곰이라고 소개했다.
"히라가라로는 '쿠마테'입니다."
"한자(漢字)로는 '熊手'라고 쓴답니다."
소녀는 큰 눈을 꿈벅이며
손을 들어 남쪽을 가르켰다.
"오키나와에 가면 꼭 헤노코에 가주세요."
"우리들의 천국을 잃어버릴 수 없답니다."
7. 오키나와, 그 현장(現場)
8.13 미군(米軍)헬기 추락사고 장소에는
불에 타다 만 나무가
그대로 있었다.
오키나와국제대학의 그 나무는
미국(米国)을 향한
섬사람들의
가운데 손가락 모양이었다.
Fucking U.S.A
8. 맑은 오키나와
오키나와 섬사람들은
투쟁을 하고 있었다.
미군(米軍)기지를 되찾으려는
투쟁을 하고 있었다.
미군(米軍)과 일본 본토로부터 침략해오는
생활문화적 수탈에 대항한
투쟁을 하고 있었다.
오키나와 방식으로
"오키나와 섬사람들은 미인(美人)을 아름답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맑다라고 합니다."
맑은 오키나와를 노래하는
우미세도 유다카는
태평양 같이 넓고 깊은 목소리로
의연하게 말했다.
잔잔한 바람이 불어왔다.
"우리에게는 적이 없습니다."
"오키나와 평화(平和)를 지킵시다."
9. 오키나와의 밤
"말을 안하면, 투쟁하지 안하면, 우리는 멸망합니다."
미군(米軍)기지 반대집회가
계속되는 동안
전투기 여섯대가 날아올랐다.
폭음(爆音)이 쏟아져 내렸다.
"저 사람들은 웃고 살지만, 우리는 울면서 살고 있지 않습니까?"
통역하던 가토상은 울먹였다.
"조용한 오키나와를 만듭시다."
"이 가을에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리는 오키나와를 되찾읍시다."
10. 집회실행위원장(集会实行委员長)
미군(米軍)으로부터 자유와 평화를 찾기 위한
집회가 끝나고 저녁식사 시간이었다.
안경을 쓰고 나이가 많은 실행위원장은
걸걸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하고 많이 닮았네."
"우리 조상은 원래 중국(中国)에서 건너 왔는데 자네도 조상이 중국(中国)사람 아닌가?"
순간 장내에는 폭소가 터졌다.
나는 웃으면서 농을 받아 주었다.
"아이고, 작은아버지!"
또 다시 폭소가 터졌다.
오키나와 밤은 깊어 가고 있었다.
11. 오키나와에서 만난 여자
도쿄(東京)와 오키나와는 틀렸다.
인심(人心)이 후했고
아와모리 술이 있었다.
오키나와 술집에서 만난
오키나와 여자는
인심(人心)이 후했지만 독했다.
일본주(日本酒)를 먹고 있었던 나는
그 여자와 대화하는 동안
아와모리를 마시는 듯 했다.
12. 오키나와를 떠나면서
용과 공작새가 살고 있고
헤노코 바다에는
인어가 사람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마을에는 사자가
액을 막아주고 있는 오키나와를
이젠 떠난다.
하룻밤이었지만
너무도 많은 여운이 남는다.
미군(米軍)기지에 황폐화 되어가는
오키나와를 살리기 위한
섬사람들은 순박했지만
불끈 쥔 주먹에는
집회 결의문이 꼬깃꼬깃 마구 구겨져
부르르 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