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는 MBC 월화드라마 ‘이산’을 봐야한다. 이산 속에는 한 나라의 지도자가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하는지가 나타나있다.
이산은 조선의 르네상스인 영조, 정조 시기를 다룬 작품. 지금까지 왕권을 둘러싼 갈등이 주요내용이었지만, 장면 장면을 살펴보면 백성을 향한 지도자의 자세를 읽을 수 있다.
장면 1(이산 7회)
조선과 협정을 맺고자 청국 태감이 찾아온다. 청국 태감은 다모인 송연(한지민)을 마음에 두고, 이에 조선의 관리들은 청국 태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그의 처소에 송연을 넣으려고 한다. 조선의 이익(국익)을 위해서라면 도화서 다모, 개인의 운명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도화서 화원은 이에 만류를 하지만 관리들은 “천한 화원 따위의 말을 들으냐”며 다모를 청국 태감의 처서에 보내려고 한다.
이 상황은 이산(이서진)이 “그 아이를 놔주라”고 역정을 내면서 정리가 된다. 청국 사신도, 조선의 관리도 놀라기는 마찬가지.
청국 사신은 “청국에선 다모가 관기(궁중에 속한 기생)와 같다”며 “저런 다모 때문에 청나라 태감과 청나라 황제가 모욕당했다”고 역정을 낸다. 조선의 관리들 역시 도화서 화원에게 ‘제정신이냐’고 질타하며, 청나라에 보내는 조공품을 잃어버린 마당에 청나라 사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선 안된다고 이산에게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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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태감의 무례한 요구를 일축한 이산 ⓒ MBC 캡쳐화면 |
이산도 자신의 행동이 청나라 태감의 비위를 거슬리게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산은 결국 송연을 청나라 사신의 처소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자신은 큰 공경에 빠진다.
“저하 천것 하나 때문에 나라 일을 그르칠 뻔 했습니다. 만약 일이 잘못되면 주상전하께서는 이 책임을 저하께 물으실 것입니다.”
“그만하시오. 만약 그렇다면 그건 내가 부족한 탓이오. 오늘 일은 태감이 무례했던 걸세. 그 아이(송연)때문이 아닐세.”
장면 2(이산 7회)
청나라에 보내는 조공품이 탈취되어 이산은 큰 위기를 맞는다. 이에 정후겸(조연우)이 등장해 청나라와 조선의 중재 역할을 맡는다. 정후겸은 유학시 청국 사신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
하지만 이것은 정후겸의 계략이었다. 조공품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화가 난 청나라 태감이 그 두 배에 해당하는 물품을 달라고 요구할 상황이기 때문. 결국 조공품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이산은 청나라의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었고, 운종가(지금의 종로)상인들에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돌아갔다. 상인들의 원성은 궁궐로까지 이어졌다. 이산 역시 이 원성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이산은 영조와 함께 궁 밖으로 가서 거리로 내 쫓긴 백성들의 처참한 현실을 두 눈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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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실수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백성들을 바라보는 이산(가운데) ⓒ MBC 캡쳐화면 |
다행히도 역시 송연의 기개로 이산은 위기에서 탈출한다.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이산의 마음과 이산을 위기에서 구하려고 하는 송연의 마음이 황우포를 백우포로 염색하는 새로운 시도를 만들어냈고, 결국 조공품을 청나라에 보낼 수 있었다.
또 백우포를 대신해 상인들에게 사들인 물품들도 다시 되돌려 줄 수 있었고, 상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음을 되찾는다. 이산은 다시 궁 밖으로 나와 이 모든 광경을 살펴보며 흐뭇해한다.
백성을 가장 먼저 생각한 이산
두 장면은 사례는 다르지만, 백성을 먼저 향하는 이산의 시선이 담겨있다는 점에선 같은 의미를 준다. 특히 한 나라 지도자가 되어가는 이산이 가장 우선시 하는 덕목이 무엇인지를 볼 수 있다. 그것은 ‘백성’이었다.
9일로 2007 대선은 71일만 남겨놓게 되었다. 대선은 한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것. 특히 올해는 ‘한미FTA무효, 비정규직 폐지’ 등 순간의 판단에 따라 국민의 처지를 개선시킬 수도, 퇴보시킬 수도 있는 정치적 문제들이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장면에서 조선의 관리와 이산도 모두 국익을 생각한다. 하지만 국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해선 차이가 있다. 관리들은 청나라와의 관계를 위해서 ‘천한’ 다모를 희생양으로 삼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산은 청나라와의 관계 회복보다 백성인 ‘다모’의 삶이 소중하다고 판단한다.
마찬가지다. 한미FTA 추진이나 비정규직 추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A를 선택해서 얼마나 이익을 보느냐’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국민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우선시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미국산 소고기 파동’에서도 마찬가지다. 광우병 위험인자가 검출되는 소고기들이 계속 수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을 가장 우선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은 ‘이산’을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각종 정책을 내세우기 전에 국민이 요구하는 것을, 국민의 처지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후보가 당선되길 기대한다. 아니 사회복지를 이야기 하기 전에 영등포역 노숙자들을 먼저 찾는 그런 후보가 당선되길 바란다.
/ 정혜규 기자
[뉴스엔 이현우 기자]
11월 12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이산’ 17회에서 이산(이서진 분)이 다시 한번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기며 정권잡기에 가속도가 붙었다. 영조(이순재 분)가 능행 도중 갑자기 쓰러지면서 세손 이산을 견제하는 정순왕후(김여진 분)의 행보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2라운드에 접어든 이산 대 정순왕후의 대결은 정순왕후-화완옹주(성연아 분)-최석주(조경환 분)-정후겸(조연우 분) 일당이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리며 반역음모와 가짜 휘지사건 등으로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던 1라운드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궁으로 돌아가기를 어명받은 이산은 홍국영(한상진 분),
익위사 관원들과 함께 궁으로 말을 달렸다. 세손 이산은 홍국영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정직하게 돌파할 것을 고집했다. 죽어도 함께 죽고 살아도 함께 살겠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것.
이산이 궁으로 돌아오는 것을 어떻게든 막으려 하는 정순왕후 일당은 궁으로 돌아오는 이산을 암살할 계획을 다시 한번 세웠다. 이미 능행을 출발할 때 한차례 암살시도에 실패했던 정후겸(조연우 분)은 이번에는 기필코 이산을 암살하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과는 또 한번의 실패로 끝났다.
이병훈 PD는 ‘이산’의 성공에 3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는 덕(德)이다. 끝까지 왕으로서의 인본주의 신념과 그에 대한 명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 두번째는 지(智)다. 홍국영이라는 지략가를 내세워 실리를 따져가며 유연하게 현재 상황을 대처하게 하는 점. 3번째는 충(忠)이다. 대수(이종수 분)와 익위사 관원들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산을 지키는 충성심에 불타고 있다.
정순왕후와의 대결 구도에서 일찌감치 안정적인 구도를 잡은 이산이 암살 외에는 비상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정순왕후와 정후겸의 음모에서 번번히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같은 구도를 너무 일찍 완성해 드라마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13일 방송될 18회 예고를 통해 이산은 정순왕후와 정면으로 맞서며 왕으로서의 권위를 주장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순왕후 일당이 어떤 비책으로 이산을 공격해 한쪽으로 치우쳐져 느슨해져버린 긴장을 원상복구할 지 주목된다.
이현우 nobody@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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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라이벌①]
‘이산’ 속 비운의 권력자 홍국영 VS 정후겸 닮은꼴
[뉴스엔 조은영 기자]
MBC 월화사극 ‘이산’에서 홍국영(한상진 분)과 정후겸(조연우 분) 두 맞수의 치열한 두뇌대결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후겸은 드라마 안에서 인척관계에 있던 홍인한에게 청탁을 넣으려 찾아 온 홍국영(한상진)과 스치듯 첫 만남을 가졌다. 그는 한눈에 홍국영의 비범함을 감지하고 본능적으로 자신의 곁에 두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 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홍국영은 함께 하길 원했던 정후겸의 프러포즈를 거절하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새 둥지로 세손 이산(이서진 분) 곁을 선택했다. 서로 피할 수 없는 일전을 불사하게 된 역사 속 라이벌 홍국영과 정후겸의 대립관계는 이렇게 시작됐다.
#. 젊은 야심가 홍국영과 정후겸여러 역사 기록을 살펴보면 홍국영과 정후겸은 라이벌 관계에 있었지만 꽤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두 사람이 활약하던 영조 말년의 정국은 왕실과 연혼 관계에 있는 이른바 탕평당 세력을 중심으로 혼탁한 정치가 펼쳐지고 있었다. 이는 출생에 대한 콤플렉스를 지녔던 영조가 자녀들의 혼사를 전통 있는 사대부 가문과 연결시키려 했던 것이 하나의 빌미가 됐다.
대단한 야심가였던 홍국영과 정후겸은 기본적으로 수완 좋고 두뇌회전이 빠른 영민함을 지닌 인물들이었지만 이같은 특권 외척 세력을 기반으로 매우 젊은 나이에 정부 요직으로 출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홍국영의 아버지는 권력에서 멀어진 선비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가문은 왕실과 연혼 관계를 맺으며 오랫동안 서울을 근거로 뿌리를 내린 특권적 문벌 가문 중 하나다. 혜경궁 홍씨의 아버지 홍봉한은 홍국영의 10촌 할아버지이며 홍국영의 어머니 김씨는 정순왕후와 인척관계다. 따라서 홍국영이 젊은 나이로 과거에 급제하자마자 왕위계승권자인 정조의 보좌역을 제수받을 수 있었던 것을 우연으로 보긴 힘들다.
영조의 사랑을 바탕으로 노론 세력에 뿌리를 두고 더 큰 권력을 휘두르길 원했던 화완옹주(성현아 분)의 양자 정후겸도 마찬가지다. 젊은 시절 남편 정치달과 어린 딸, 시부모를 모두 잃은 화완옹주(영조의 서녀)는 남편의 일가 중 집안이 몰락해 어업으로 근근히 끼니를 연명하던 정석달의 아들 정후겸을 양자로 들인다. 16세에 화완옹주의 양자로 들어간 정후겸은 1년 뒤 과거에 합격해 17세란 어린 나이로 관직에 오른 이후 옹주의 후광을 바탕으로 20세에 승지, 20대 중.후반 참판(종2품)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영조의 총애를 받았다.
#. 치열한 정치공작의 맞수 사도세자의 죽음에 연루돼 있던 벽파는 사도세자의 아들인 이산의 왕위계승권을 흔들기 위해 모함과 익명의 투서, 다양한 정치 공작을 획책했다. 당시 24세라는 어린 나이에 종 2품 병조참판에 올라 있던 젊은 척신 정후겸은 이같은 벽파의 정치공작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기록에 따르면 정후겸은 금서인 ‘정감록’에 심취해 있던 혁명적 야심가였고 권세를 이용해 사병을 조직해 조련했다고 전해진다.
때문에 세손 이산의 입장에선 벽파 세력이 정후겸이라는 젊은 척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으며 특정 정파의 손을 들지 않아 친구가 별로 없던 수완 좋고 눈치 빠른 젊은 설서 홍국영은 그의 방패막이가 돼줄 수 있는 존재로 여겨졌다.
실제로 홍국영은 세손에게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전해주는 정보통의 역할은 물론 영조가 세손에게 대리청정을 명하고 선위교서를 내리는 순간까지 자신의 라이벌 정후겸과 벽파의 끊임없는 모해 속에서 세손을 지켜냈다. 이 때문에 자신의 혁명적 야심을 이루기 위한 최후 수단으로 세손의 즉위만은 어떻게든 막아 보려고 했던 정후겸의 모든 노력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 비운의 권력자 정조 즉위 직후
동부승지(정 3품)에 오른 홍국영은 바로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탕평당 등 반대세력 축출과 와해에 몰두했다. 이것은 정조의 뜻과 홍국영 개인의 욕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정후겸의 경우 자신의 사병을 바탕으로 궁궐에 급습, 정조를 비롯한 시파 세력들을 죽이고, 은전군 찬을 보위에 앉히려 한 모역사건을 통해 일차적으로 제거됐다가 정조의 명에 의해 사사됐다.
이후 자신의 여동생을 정조의 후궁으로 들이며 이조 참판, 대사헌 등 요직에 두루 올라 당대의 세도가로 명성을 날린 홍국영 역시
효의왕후(정조비)가 자식 없이 요절한 누이의 죽음과 관련 있다고 믿고 그녀를 핍박한 것이 원인이 돼 집중적인 탄핵을 받고 실각하게 된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인물 중심으로 탕평정치를 달성하려 했던 정조에게 결정적인 장애가 돼 배척당한 면이 크다.
결국 분신과 같았던 정조에게 버림 받고 강릉으로 쫓겨난 홍국영은 매일 술을 마시며 통곡하다 일종의 울화병으로 34세. 짧은 생을 마감한다.
이처럼 역사 속에 너무 빨리 등장했다 빨리 사라져간 비운의 권력자 홍국영과 정후겸은 모두 정조에게 축출됐다는 점에서 그 최후까지 닮아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야심만큼 세상을 호령하지 못했다는 회한을 안고 조용히 역사 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조은영 helloey@news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