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 일요일 아침,
장마가 시작되려는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비오는 거리를 쏜살같이 달린다.
비오는 날의 드라이브는 또다른 행복을 맛볼 수 있다.
우리는 고속도로를 탈피해 풍경좋고 경치가 아름다운
1번 국도를 선택했다.
온통 비에젖은 들판은 모두가 초록빛이고
그 초록물결은 가도가도 끝이 없이 이어진다.
비오는 거리를 달리는 기분이란 말할 수 없는 낭만이 있다.
이렇게 비오는 날이면, 왠지 기분은 가라앉고
언제나 처럼, 한잔의 커피가 생각난다.
비가오면, 음이온이 발생하고..
음이온이 발생하면, 사람의 마음이 쌘치해 진다는데..
나는 정도가 좀 지나친것이 아닐까..?
이렇게 비오는 날이면,
뭔지 모를 아련함..
뭔지 모르게 가슴이 이토록 아려옴은 무슨 연유일까?..
그래도 비는 나는 너를 모르노라는듯,
자꾸만 자꾸만 내리고 있다..
오산과 송탄을지나 천안시 성환읍 대흥리에 이르러
우리는 묻고 물으며 근처를 몇번이나 왔다갔다 한후에 간신히
봉선 홍경사 사적갈비(奉先 弘慶寺 事蹟碣碑)를 찾을 수 있었다.
찾고보니 황당했다. 1번 국도상에서 불과 20m쯤 떨어져 있는 이앞을
우리는 몇번이나 오갔으면서도 찾지를 못했다.
이정표는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았고,
안내판은 땅에 떨어져 바람에 뒹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을 찾느라 1시간이나 허비했다.
또한 무관심으로 국보를 지척에 두고도 그것이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동네사람들..
당장보이는 화려함과 즐거움 그리고 폭발적인 감동만을 찾는 사람들..
월드컵의 열기는 하늘을 찌를 것만 같고..
히딩크의 인기는 영웅처럼, 높아만 가건만..
우리 선조님들의 넔과 철학과 귀중한 보물들은 철저하게 외면된채
이곳에, 이렇게, 외롭게 서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주차장은 제법 충분한 여백으로 만들어 졌고
조경도 꽤나 신경써 꾸민것 같은데..
관리가 되지 않는듯, 잡풀만 무성하고
많이 심어놓은.. 아름다운 들꽃인,자운영 군락마져도 잡풀에가리어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통탄할 일이다..!!
아~,통제라..!! 오~,애제라..!!
이렇게 막대한 자금을 들여 보수를 해놓고, 사후 관리를 하지않아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어 가는구나..
우리의 국보가 죽어 가는구나.....
碣碑란 비신의 위가 둥글고 비가 가는것을 말하며 흔치않은 문화재로
그 가치가 높은 보물이다.
이곳,봉선 홍경사 사적갈비는 국보 제7호이다.
옛날, 이곳은 호남과 한양을 잇는 갈래길로 교통의 요지였으며
갈대가 무성한 못이있고,
사람이 사는곳과 떨어져있어 강도가 자주 출몰하여
사람들의 왕래가 어려웠다한다.
이에 현종이 佛法을 펴고, 길가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하여
봉선 홍경사라는 사찰과 광언통화원 이라는 숙소를 세우도록 한 것이다.
지금은 모두가 소실되어 없어지고 갈비만 남은것을
비각을 세워 보호하고 있으며, 갈비공원의 주위는 모두가 논이다.
비는 거북모양의 받침인 귀부와 이무기를 조각한 덮개돌인 이수를
갖추고 있다. 귀부는 지대석과 하대석이 하나의 돌로 되어있고
비신받침인 하대석에는 연꽃을 엎어 놓은 모양의 복련이,
상대석에는 연꽃의 봉우리가 위를향한 앙련이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다.
魚龍의 머리는 몸에비해 커 위엄있어 보이며, 머리위에는 지느러미가
목덜미까지 달려있는 상상의 동물로 조각하였으며
사나운 표정으로 오른쪽을 보고 있어 길손을 지키려는 의지가 엿보이고 생동감이 있으며, 힘이 느껴진다.
두개의 콧구멍은 크게 뚫려있어 벌름거리며,
입은 크게 찢어져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둥근 눈은 위로 길게 찢기어져 사나운 모습으로, 여러개의 여의주를
눈에 담은듯 하다.
앞발과 뒷발은 잔뜩 구부려 포효하는 모습으로
마치, 먹이를 본 맹수가 땅을 박차고 힘차게 뛰어오르려 하는
느낌을 준다.
또한 꼬리는 길게.. 팔자로 부드럽게 구부러져 있어
살아 움직이는듯 하며, 한편으로는 여유로움도 보여준다.
귀부인 거북의 등에는 육각형의 희미한 등가죽위로
꽃잎 모양의 문양이 아름답게 조각되어있어 특이함을 더해준다.
비신의 앞에는 홍경사의 절이 지어진 배경이 설명되어 있고
양옆에는 추상적인 꽃잎이 조각되어 있으며,비신의 뒤는 비어 놓았다.
비신의 위는 둥글고 가늘어 碣碑만의 특이한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이수는 우람하지않게 얄상하며 이무기의 머리가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어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가 있다.
이 비는 1021년(고려현종12년)에 봉선 홍경사라는 사찰을 짓고,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1026년에 현종이 세운비로서
고려시대의 조각과, 금석문 연구에 중요한 자료이다.
지금도 비는 추적추적 내린다.
솔잎위로 떨어지는 솔방울 소리..
풀잎위로 뒹구는 빗방울 소리..
사각..사각.. 스르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