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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간단하게 본인이 전에 올렸던 글을 예문으로 삼아 내가 그 '시제의 불일치'만 잡아줄게요. 그리고 과거회상의 주의사항도 곁들이죠. 문장표현에 여러 문제가 있지만, 질문한 내용만 간단하게 봐줄게요. 잿빛하늘에 꾸물꾸물 흐르는 구름이 을씨년스러워 올려다보기조차 두렵다.(지금 현재진행인데 현재형 종결어미로 썼죠?) 아침께 스치며 들었던 기상청 예보에 의하면 오후 늦게나 비나 눈이 올거라 했는데 [(말이 안 되는 문장이에요. 잘 읽어봐요. '비가 올 눈치라곤 전혀 없는 하늘이다'라고만 해도 될 것을 '도저히'가 주는 한정을 받아줄 서술도 없고 '버리게 한다'면 누가 그렇게 시키는지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없어요) 도저히 비가 내릴거란 생각을 일찌감치 버리게 한다.] (역시 현재형이고) 살갗을 뚫는 것 마냥 바람은 그렇게 차가웠으니까. 입김은 기분 나쁜 담배연기 같아서 이내 입 속으로 쏙 들어가 버리고 교복 주머니에 얼어버린 손 좀 녹여보려 깊게 찔러 넣는다.(역시 또 현재형으로 일단 시제가 맞아요) 목에 단단히 맨 체크무늬의 목도리는 간신히 몸 속을 파고드는 2월 중순의 겨울바람을 막아주고 있었고(의미상 이미 한 문장이 끝난 상태로 쉼표도 들어가야 하지만, 갑자기 과거형이 쓰였어요. 과거 이야기가 아니고 현재 상황이잖아요. '있었고'를 빼고 쉼표만 넣어주면 돼요. 그리고 이 문장은 그 표현이 의미상 비논리적이에요. '목에 단단히 맨 목도리'가 '겨울 바람을 막아주고'를 제대로 수식해주려면 '몸 속을 파고드는 바람이' 강조가 되어야 하는데, '간신히'가 의미상 대조를 이루고 있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죠?) 나와 같은 모습의 사람들이 한곳을 향해 추위에 움츠린 채 걷는 모습이 둥그렇게만 고슴도치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났다.(여기도 종결어미에 과거형이 쓰였어요. 앞의 문장들과 같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꾸며져 나온 이야기이니, 과거형이 쓰이면 과거의 일이 되야 하는데 현재 이야기잖아요? 이를 '시제의 불일치'라고 해요)언제 칠했는지 다 벗겨져 흉물스런 실체의 교문이 (이 묘사도 문제가 많아요. 그냥 '페인트가 벗겨져 녹슬고 달아 빠진 교문이'라고 하면 될 것을 말이 꼬여 있어요) 어느 때보다 활짝 열려 분주히 드나드는 사람들을 환영이라도 하는 듯 하다.(다시 현재형으로 돌아갔죠?) 그 주변에는 [여기 이 뒤의 문장은 다 빼도 돼요. 그리고 '이미'만 붙여서 문장을 바로 이어요. 뻔히 누구나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묘사는 굳이 일일이 할 필요가 없어요. 그 풍경을 더 구체적이거나 강조해준다면 모를까요)아침 일찍부터 자신들의 하루 수입원들을 들고 나와 파는] (여기에 '이미')꽃장수들이 앞 다투어 자리해 있었고(다시 과거형) 역시 꽃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돈 몇 푼 내어주면서 한아름은 아니지만 한 송이나 [그보다 조금 크게(애매한 표현이죠. 작은 구체성이 좋아요)] 생화를 받는다. 그러면 받는 사람의 얼굴에는 잠깐 [사이(불필요)] 웃음이 피어오른다.(다시 현재형, 오락가락하고 있어요) 그 웃음을 지켜보다 한 꽃장수가 진열해 둔 꽃에 눈이 갔다.(또 과거형, 분명히 지금 주인공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상황이에요) 내가 지금 할 일이 많아서 여기까지만 할게요. 그리고 이 문장들은 현재진행, 즉 주인공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과거형이든, 현재형이든 하나의 시제만 택해서 써야 하는 내용이에요. 원래 소설의 시제는 이미 현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쓴이가 재구성하고 꾸며내는 만큼 과거형만을 썼었는데, 현대문학에 와서
소설 그 자체가 하나의 창조적 이미지 재현이라는 측면에서 현재형도 쓰기 시작했어요.(이 문장을 보세요. 종결어미를 '했어요'라는 과거형으로 썼는데, 중간에 보면 조건문으로 '썼었는데'하고 과가형을 이중으로 썼잖아요? 그럼 그 조건까지가 과거의 과거, 즉 더 큰 과거가 돼요. 이를 대과거라고 해요. 국문학의 이론에는 이 대과거가 원래 없어요. 소설의 형식을 외국에서 받아들여 발전시키며 자리잡은 문장 쓰임이죠) 문제는 그 둘 중의 하나만 선택해서 현재진행을 끌어가야 한다는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