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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과 친해지기 > *
달달한 달의 곁으로 파고들기이다. 달에 버금갈 정도로 서정적
이고 살갑게 묘사된 신비한 천체가 또 있을까? 유사 이래 헤아리
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글이나 문학 작품에서 그려지던 달은 인
류의 영원한 애인이며 상상 속의 안식처였다. 그래서 달이라고
하면 공연히 광대덕담이라도 늘어놓고 싶은 심정이다. 이달에 다
가가기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달의 모양은 변한다. 그 까닭은 달이 한 곳에
정지해 있지 않고 지구 주위를 돌기 때문에 한 달을 주기로 그 모
양이 바뀐다. 실제로 달은 한 달에 지구를 얼추 한 바퀴 돈다. 그
래서 달은 매달 음력으로 초승에서 그믐으로 가면서 초승달, 상
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 삭 등으로 나뉜다. 그 특징을 간추
리면 대강 이렇다.
초승달은 음력으로 초사나흘 무렵에 뜨는 달로서, 해가 뜬 직후
동쪽에서 뜨기 때문에 뜨는 모습이나 떠 있는 모습도 낮이라
서 보기 어렵다. 그리고 남쪽 하늘의 정중앙인 남중(南中)에는 정
오(正午) 위치하며, 해가 진 직후에 서쪽으로 지는 관계로 초저녁
에 그 모습이 서쪽 하늘에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이 초승달
과 유사한 뜻으로 각월(却月), 미월(眉月), 세월(細月), 신월(新
月), 옥구(玉鉤), 초월(初月), 현월(弦月)이라고 호칭한다.
흔히 상현(上弦)달과 하현(下弦)달을 들먹인다. 여기서 현(弦)
은 '활의 시위(弦)'인 줄에 해당하는 부분을 뜻한다. 그러므로 상
현달은 현이 위로 향한 형태의 달을 지칭한다. 그리고 하현달은
현이 아래로 향한 형태를 말한다. 그런데 상현달이라고 해도 현
이 늘 위쪽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달이 서쪽 하늘에 떠 있
을 때만 현이 위쪽으로 향한 형태를 띤다. 그런 까닭에 초보자들
은 음력 매월 상순인 초이레 혹은 초여드레에 뜬 달로서 '달의 오
른쪽 부분이 맑고 밝은 경우' 를 상현달로 보면 무난하지 싶다. 한
편, 하현달은 매달 음럭 하순인 스무이틀 혹은 스무사흘에 뜬 달
로서 '달의 왼쪽 부분이 맑고 밝다' 는 특징을 기억해 두면 헷갈리
는 혼란을 피할 수 있다.
상현달은 초승달과 보름달의 중간 모습의 반달로써 둥근 쪽이
아래를 향한다. 이는 정오 무렵 동쪽에서 떠오르고, 남중(南中)
시각은 해가 질 무렵이며, 자정(子正) 무렵에 서쪽으로 진다. 한
편, 음력 매월 상순(上旬)에 뜨는 달로서 달의 오른쪽 부분이 맑
고 밝다.
보름달(full moon)은 음력 보름을 전후로 보이는 원형으로 꽉
찬 달의 모습을 이르는 말로서 만월(滿月), 영월(盈月), 전월(全
月), 망월(望月) 따위로도 불린다. 달이 태양과 지구의 반대편
에 위치하여 완전히 빛나는 때가 만월 혹은 보름달이다. 그리고
보름달 중에서 지구와 달의 거리가 평소보다 가까워지는 시기에
뜨는 보름달을 슈퍼문(super moon)이라고 한다. 한편, 이 보름
달은 해가 질 무렵에 동쪽에서 뜨고, 남중에서 이르는 시각은 자정
이며, 동쪽에서 해가 뜰 때 서쪽으로 진다. 한편, 크리스마스 날
밤에 뜨는 보름달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뜻에서 럭키문(lucky
moon)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지난 1977년에 럭키문이 떴었
고, 금년(2015년) 크리스마스 날도 뜰 것이다.
블루문(blue moon)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양력 날짜로 한 달
에 보름달이 두 번 뜨는 현상에서, 두 번째로 뜬 달을 일컫는 말로
써 달의 색깔과는 상관없는 용어이다. 그리고 매년 첫 보름날에 뜨
는 보름달을 울프문(wolf moon)이라고 호칭한다. 아울러 태양, 지
구, 달이 일직선상에 놓여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개기월식
때 붉게 보이는 달을 블러드 문(blood moon)이라고 한다.* 이 블
러드문은 지구 대기를 통과한 빛 중에서 파장이 긴 붉은 빛이 보름
달에 도달해 달을 붉게 물들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현달은 초저녁에는 보이지 않고 자정에 동쪽에서 뜨며, 남중
에 이르는 시각은 해가 뜰 때이고, 정오에 서쪽으로 진다. 그리고
매달 하순(下旬)에 뜬 달로서 달의 왼쪽 절반쯤 보인다. 그러므로
달의 왼쪽 부분이 맑고 밝으면 하현달로 생각하면 된다. 결국 하
현달은 활(弓)의 현을 엎어놓은 형상이기 때문에 달의 둥근 쪽이
위를 향한 모양새이다.
그믐달(old moon)은 음력 스무엿새나 스무이레 경에 뜨는 달
로서 일출(日出) 직전 동쪽에서 뜨기 때문에 일출 바로 전 잠깐
동쪽하늘에서 보였다가 순식간에 해가 뜨면서 보이지 않는다. 정
오에 남중에 이르며, 해가 지기 직전에 서쪽으로 진다. 이런 연유
로 그믐달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일부러 보려고 벼르지 않으면
볼 수가 없으며 초저녁앤 보이지 않는다. 초승달의 반대로 작아
진 달로서 새벽녘에 잠시 보였다가 해가 떠오르면서 사라지기 때
문에 그믐달의 뜨고 지는 과정에 대한 관측 기록이 거의 없다.
음력으로 그믐을 삭(朔)이라 한다. 삭에는 달이 뜨지 않는다.
그러나 해가 뜰 때 동쪽에서 떠서, 정오에 남중에 이르렀다가 해
가 질 때 서쪽으로 진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결국, 달의 위치가 밝
은 태양 쪽에 있거나 달의 어두운 쪽이 우리를 향하고 있기 때문
에 숨바꼭질하는 꼴이라서 달이 뜨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날 초등학교 시절 달달 무슨 달 쟁반 같이 둥근 달로 시작
되는 '달', 얘들아 나오너라 달 따러 가자로 시작되는 '달 따러 가
자', 아가야 나오너라 달맞이 가자로 시작되는 '달맞이' 따위의 동
요를 배우며 상상의 날갯짓을 했었다. 계수나무 아래에서 토끼가
떡방아를 찧는다는 전설을 철석같이 수용한 채 아름다운 선계(仙
界)를 그리는 꿈을 키웠다.
학업을 위해 타지를 떠돌던 어린 시절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
아오는 사람없어 /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네" 라는
고향생각이라는 노래가 들려주듯이 달은 뺘저린 외로움을 달래
며 서러움을 마음속으로 삭이는 방편이 되었다.
질풍노도의 젊은 시절을 건너뛰고 장년에 이를 무렵 "이화(梨花)
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은 삼경(三更)인제 / 일지춘심(一
일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 다정(多情)도 병(病)인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라는 이조년(李兆年)의 다정가(多情歌)에 끌리
면서 돌아봄과 나의 존재를 생각하는 시간이 부쩍 늘어났다.
종심의 고개를 넘을 무렵부터 허허로움에 허덕이고 있다. 그래
서 이태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이란 시조 구절에 자꾸 마음이
끌린다. 이를 읊조리다 보면 달과 어울리는 신선 같은 풍모가 떠
오르고 달의 시인, 술의 시인의 면모가 돋보이며 달관과 조감의
지혜가 자꾸 그리워진다. "꽃 새에 놓인 술 한 동이 / 따라 주는
친구 없이 홀로 마시노라 / 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 / 그림자
더하니 세 사람이 되었고녀"
지난 1969년 7월 29일에 사건이다. 아폴로 11호를 타고 가서
인류 최초로 달에 첫발을 내디뎠던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
이 내뱉은 첫 마디이다. "이것은 비록 한 인간의 작은 발걸음에 지
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인류로서는 위대한 도약이다(That's one
small step for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그 순간 과학
이라는 가공할 핵폭탄이 수많은 사람들의 또랑또랑한 미지의 꿈
을 야멸차게 폭파시켜 산산조각내서 허공으로 날려 보낸 격이 아
닐까? 서정과 꿈의 대상이었던 달이 과학에 의해 강제로 발가벗
겨진 삭막한 세월에 달의 이모저모를 캐는 사고(思考)의 여정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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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望) : 음력 보름이나 지구를 중심으로 해와 달의 위치가 일직선이 되는
때 또는 그때의 달을 뜻한다.
* 양력으로 2018년 1월에는 보름이 두 번 있는 달이다. 즉 1월 1일은 음력
으로 2017년 11월 15일로 이날 뜬 보름달은 울프문(wolf moon)이다. 그리
고 1월 31일은 음력으로 2017년 12월 15일로서 이날 뜨는 보름달은 슈퍼문
(super moon)인 동시에 블루문(blue moon)이며 그리고 블러드문(blood
moon)이 되는데, 이는 지난 1983년 이후 35년 만에 맞는 특이한 경우라고
한다.
* 삭(朔) : 해와 지구 사이에 달이 들어가서 일직선으로 되는 때이다.
{ 출처 } 말밭 산책 ( 한판암 수필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