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자락 우리집 넓은 터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작년부터 뜻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
한옥학교다.
그래서 강원도 한옥학교에 가서 6개월 동안 경험삼아
늙은(?) 학생들을 지도하며 경험을 쌓기도 했다.
기숙사를 비롯해 부대시설 문제로
초기에는 소수의 교육생만 수용가능하다.
집짓는 일이야 내 전공이 되었으니 재료만 구입하면 되는데.....
현판을 달려고 하니
글씨를 구할 수 없어서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 초딩 동창 친구 솔내음 미영이 묵향과 붓을 벗삼아 살아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시 찾은 지 얼마 안되었지만
실례를 무릅쓰고 동창이란 핑계로 현판글씨를 부탁했다.
친구는 흔쾌히 허락했고
지난 주에 글씨가 도착했다.
너무 소중해서 문에다 고정시키고
임시로 걸어두었다.
나중에 다시 잘 보관할 방법을 찾아야겠다.
이게 원본이고 친구는 친절한 금자씨처럼(?)
대형복사본까지 보내주었다.
내가 나무에 서각해서 현판을 달 계획이라고 하니
이미 경험이 많은 친구는 원본은 잘 보관하고 복사본으로 서각하라고 .....
글씨를 조용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한 획 한 획에서 에너지가 느껴진다.
난 서예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라서 잘 모르지만
마치 갈기처럼 휘날리는 붓터치가 일품이다.
어쩜 이리 글씨를 잘 썼을까?
덕유산한옥학교
소인공방
이 글씨에 걸맞게 서각을 해내야 하는데.....
보통 숙제가 아니다.
저 글씨의 힘과 날아갈 듯한 터치의 묘를 잘 살려야 하는데.....
반야심경!
절실한 불교신자인 솔내음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글씨를 써서
내게 보내주었다.
뜻은 잘 모르지만 십 수년 전에 강수연 주연의
"아제아제바라아제"란 영화가 생각난다.
상구보리와 하와중생이란 두 단어로 집약되는 불교의 핵심가르침을
아주 잘 표현했던 영화.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친구의 반야심경을 받았으니 ㅎㅎ
이것도 늘 볼 수 있도록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나중에 나무로 짜서 보관해야겠다.
나도 명절 전부터 친구에게 답례품으로 짜기 시작한 것!
고재(古材)로 짜는 좌탁인데
백여년 이상된 한옥을 해체할 때 나온 소나무다.
이미 사용했던 나무고 너무 오래되어서
흠이 많기 때문에 깔끔하거나 이쁘지는 않지만
고풍스럽고 소박한 멋 때문에 인기를 끄는 가구다.
그래서 지저분한 곳을 땜빵하고 말리기 위해 덕유산 집 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이 좌탁은 친구 서실 소파 사이에 손님들 용으로 사용할 것인가 보다.
길이 900* 넓이 450 * 높이 500
밑에는 한옥문살을 짜서 달아 선반으로 사용하도록 만들었다.
내가 보기엔 좋은 것 같은데 친구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
이 놈은 다탁이다. 친구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둘러 앉아
차를 마실대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길이 750* 넓이 420 * 높이 200
조그마한게 앙증맞다. 나 닮은 건가? 친구 닮은 건가? ㅎㅎ
마감은 콩댐을 했다.
우리 조상들이 전통적으로 했던 우수한 칠공예다.
콩댐은 한 때 니스나 페인트의 등장으로 사라졌다가 최근에 다시
친환경 칠공예로 등장했다.
콩댐 방법은 다음 기회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니스나 페인트를 칠하면 나무가 숨을 쉬지 않아서
속에서 썩어들어간다.
하지만 콩댐은 숨을 쉬기 때문에 나무가 오래동안 보존된다.
단 문제가 있다면
콩댐을 한 이 고재가구들은 아파트의 겨울 난방 때
끊임없는 건조에 반응을 한다는 점이다.
저렇게 꽉 짜맞춤된 것이 건조되며 틈새가 벌어진다.
여름 장마철에는 다시 붙고.....
실제로 덕유산 우리집의 문들은 여름 장마철에는 잘 안 닫히다가
겨울이면 잘 맞는다.
친구야!
고재가구 사용하려면 방 안 습도 잘 맞추어 주어야 한다 ㅎㅎ
예전 시골집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던 것이
아파트의 실내가 시멘트 양성 때 일어나는 수분탈취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니 틈새가 벌어져도 놀라지 않겠지?
좌탁의 밑부분
이 부분을 보면 진짜 고재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다.
만일 시중에서 구입한다고 해도 밑을 봐야 속지 않을 수 있다.
언젠가 '레조'라는 자동차 선전할 때
"안을 봐라!"하더니.....
다시 집 안으로 가지고 들어온 완성된 좌탁 사진들
콩댐까지 끝내고 이제 솔내음 친구에게 보내지기만을 남겨둔채......
초딩동창의 소중한 작품을 선물로 받고 답례를 할 수 있어서
천만 다행이다.
거의 40년 만에 다시 연락하며 지내며
이토록 소중한 인연이 되었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랴!
첫댓글 하늘재 ^^* 넘 좋다.. 좋아 ^^ 이렇게 귀한 재료로 만들어진 인찬의 작품... 그야말로 장인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는 작품을 받게 되어... 그것도 두 개나...^^* 넘 감사,,,고맙구..._()_ ^^* 이 작품은 늘 내곁에서 많은 이들에게 자랑으로 화재거리 되어 오래오래 그 모습을 보존하게 될거랍니다.^^*
^*지금 좀 여유가 있어 반야심경을 자세히 보고 있노라니~~~ 아제아제바라아제 할 때 '아' 字가 모두 다르게 쓰였네!! 그게 붓글씨의 매력인줄 오늘 처음 알게 되었어~~~ 서예의 진정한 멋을 좀 느끼게 되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하하^*
인찬 작품 만드시느라.. 특히 우리 집에 올 작품 만드느라.. 식사도 거르면서 만드신건 아닌감요 ^^ 행복합니다.^^* 가끔 가구점 앞을 지날 때면.. 늘 바라다 보곤 하던 탁자.. 그 탁자의 주인공이 되었으니,, 난 행복녀 ^^
에공 그리 좋아하다니 내가 좀 미안하네 오히려 저 글씨가 내겐 더 소중하고 귀한 걸 그래서 나도 우리 제자목수님들께 얼마나 자랑한다고 우리 초등학교 동창이 써준 글씨라고.....이런 친구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 하면서
대단한 두친구들의 오고감이 부럽고 질투난다이다
우리 마눌도 질투하고 난리도 아냐! 호호~~ 아싸^^ 질투는 나의 힘!!!
듣고 보니 좀 더 이해가 되네요 같은 글자가 반복되는데 모양이 똑같다면 직접 손으로 쓴 글씨의 예술성이 드러나지 않게 되겠군요.^*^ 참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하더니 새 절감하게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