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앞의 우체통
당진의 면 단위 마을에서 등기를 부치기 위해 우체국으로 갔다
작은 우체국은 국장 이하 세 명의 직원이 모두 여성이었다
이제 우체국은 등기나 소포 아니면 올 일도 없을 것 같다
등기를 보내고 나서는데 우체국직원이 열쇠꾸러미를 들고 따라 나오더니
우체국 현관 앞에 세워진 빨간 우체통 문을 딴다
속은 텅 비어 있다
“아니~ 여기까지 와서 그 속에 편지를 넣고 가는 사람도 있습니까?”
“네 더러 있어요 ^^”
그랬다
밤새 쓴 편지를 들고 부치러 가는 발걸음이 어찌 그리 떨리는지
우체국에서 우표를 사서 붙였지만 직원 보는 앞세서 차마 넣지 못하고 우체국 앞 우체통에
그것도 누가 볼까 봐 얼른 밀어 넣고 돌아섰는데 갑자기 걱정이다
혹여 저 우체통은 상징적으로 세워놓은 것은 아닐까?
정말 저속에 있는 편지도 전해질까?
밤새 지우고 또 지우고 쓴 편지 파지들만 뒹구는 책상 앞에서 나는 눈을 감았다
편지를 받아 든 그녀의 모습을 그리면서
또한 어떠한 답장이 올까 기대하면서..
한 달이 가고,
더 가고
그 편지의 회신은 끝내 오지 않았다
맞아 그 우체통은 폼으로 있는 거야
다시 쓸까 생각 하였으나 첫편지에 너무 혼을 쏟아 부었는지 다시 편지 쓸 엄두가 안 난다
세월과 함께 그 편지를 받을 주인공도 잊혀가고
나에게서 우체국 앞의 우체통은 폼으로 서 있는 줄 알았는데
그 속의 편지도 가는구나
그때 답장이 아니 온건 아마도 주소가 틀려서 이겠지?
나중에라도 편지 보냈다는 말이라도 할걸…..ㅎㅎ
"딩동 딩동 ♪♬..."
얼마전에 새로 구입한 스마트폰에서 메일 왔다고 통지하는 소리다
업무메일이 아니고 누구의 편지글이면 좋으련만.....^^
첫댓글 유치환의 <행복>이 생각납니다.
사랑하는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달큼함이 아직도 남아 있는것 같으니...^^
아니 아니 그 우체통 폼으로 있었을거예요.
지금도 그 편지 그 빨간 우체통 속에 있을지도
한 청년의 혼이 든 편지의 주인공은 지금껏 기다리고 있을지도...
영화 "시월애"가 생각이 나구먼요 ^^
씰데없는 걱정 사서하는것 같은디 우체통에 넣으면 당연히 가는거지 이런 저런 걱정 나이먹은 탓이아닐런지
그럼 왜 답장이 안왔으까이? ^^
우리 모두 저마다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 한통씩 써서 우체국앞 빨간 우체통속에 넣읍시다~~~몇칠 남지 않은 4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반가운 편지 읽을 수 있도록 ㅎㅎㅎㅎ...
것도 피시로 치지 말고 반드시 잉크로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