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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목포여고 옥잠화모임 원문보기 글쓴이: 환타지(박상희)
[박상희의 수필과 비평] 앙암 바위의 전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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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처럼 아름다운 영산강 둑의 갈대들은 나를 향해 손짓하였다. 나는 바람 따라 갈대밭을 향해 마냥 달렸다. 같이 갔던 아이들도 따라 달렸다. 그러다가 어떤 아이 하나가 갈대밭에서 뒹굴었다. 그 모습을 나는 열심히 사진 찍기에 바빴다. 얼마 전에 나는 동네 꼬마들과 가야산을 간 적이 있었다.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산으로 산책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숲 속의 작은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니 빨갛게 단풍이든 나뭇잎들이 참 예뻤다. 산길은 아주 완만하여 초등학교 2학년이 된 금동이가 앞장서서 갔다. 산중턱에 오르니 여러 가지의 체조 기구들이 갖춰져 있었다. 철봉대, 시이소, 통 굴리기, 윗몸 일으키는 기구 등등 누각까지 예쁘게 지어져 있었다.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기구들을 차지했다. 그 중에서 초등학교 3학년 보라는 통 굴리기를 아주 잘했다. 꼭 원숭이가 재주를 부리는 것 같았다. 나도 금세 할 수 있을 것 같아 통을 굴려봤다. 서너 번 돌아가더니 아예 내 발까지 통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발을 빼다 기어코 넘어지고 말았다.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웃어댔다. 마음껏 웃었더니 속까지 후련했다. 다음엔 조금씩 경사가 심해졌다. 꾸불꾸불한 길을 따라가니 들국화와 조그마한 오랑캐꽃도 피어 있었다. 민들레는 이미 저버린 채 홀씨들로 하얀 봉우리를 간직하고 있었다. 짓궂은 금동이가 훅 불어대니 어디론가 흩어져 바람에 날아갔다. 이제 가야산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몹시 가파른 길이었다. 손에 손을 잡고 오르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더미 속에 한사람이 넘어지니, 도미노게임처럼 일제히 주르륵 넘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 7명은 배를 잡고 웃었다. 그 옆에 빨갛게 냉감이 송이송이 무더기로 엉켜 있었다. 아이들의 성화에 나는 그 냉감을 따다가 손에 가시가 찔리고 말았다. 그래도 아이들은 냉감을 목에 걸고 좋아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가야산 정상에 오르니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야호 야호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우리는 목이 말라 물을 벌컥 벌컥 마셨다. 준비해간 김밥과 감을 맛있게 먹었다. 정상에도 역시 생활체조 기구들이 갖춰져 있었다. 몸을 식히고 내려올 때는 앙암 바위가 있는 쪽으로 왔다. 산을 내려오면서 나는 아비사와 아랑사의 사랑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줬다. 영산강을 사이에 두고 앙암 바위의 허리쯤에 진부 촌이 있고 그 맞은편에 택촌이 있다. 삼국시대에 택촌에 사는 아랑사라는 어부가 고기잡이를 하는데, 건너편에서 여인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 진부촌에 사는 아비사라는 처녀였다. 그녀는 홀아비가 병들어 있는데 물고기가 먹고 싶다하여 강가로 나왔으나 고기를 잡을 길이 막막하여 울고 있었다. 어부는 그 고기를 대신 잡아 주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밤마다 앙암 바위에서 사랑을 속삭이곤 했는데 진부촌 젊은이들이 훼방을 놓아 어부를 앙암 바위 아래로 떨어뜨려 죽였다. 그 후로도 아비사는 앙암 바위를 찾아가곤 했는데, 마을 젊은이들이 이상하게 생각되어 그곳에 가보니 강에서 바위를 타고 오르는 커다란 구렁이와 아비사가 정사하는 것을 보고 그들을 바위 아래로 굴려 버렸다. 그 뒤 해마다 진부촌 젊은이들이 시름시름 앓다 죽어가고, 두 마리의 얽힌 구렁이가 밤마다 진부촌에 나타났다. 이에 노인들이 협의하여 무당들로 하여금 음력 8월에 씻김굿을 하여 그들의 넋을 위로한 뒤부터는 화를 면했다한다. 이곳은 나주 구진포에서 마주 보이는 가야산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인데 그 모습이 가히 선경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앙암 바위를 뒤로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갔다. 아이들은 어쩐지 으스스하다며 정말 구렁이가 있는 게 아니냐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딸아이는 수학여행 때, 부여 낙화암을 다녀왔는데 이곳 앙암 바위가 낙화암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고 했다. 언젠가는 이곳에 유람선을 띄울 계획이 있다고 하니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유람선을 타고 앙암 바위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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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름방 21:00
대단한 글재주,
나도 글감은 많은데 글재주가없어서,ㅎ,
그러다 다 잊혀져 버리는데
상희는 기록이 남아있어 참 좋겠다
고마워!
이 글은 십년 전에 쓴 거야
글에 나왔던 아니는 어른이 되었어
그때 내가 바랐던 꿈이 조금식 이루어지고 있네
영산강에 왕건호가 떴으니까.
우리 옥잠화가 갔었던 주몽촬영장 근처인 영산나루에서 배가 출발하여
죽산보, 승천보를 거쳐
영산포 선창까지 온다네~~
멋지지?
글이란 재주도 좋지만
진실한 감동이 더 좋은 글이야
그대 느낌대로 쓰면 되지
잊기 전에 빨랑 쓰시게나~~
난 요즘 동화에 푹 빠져서 행복하다네~~
점점 아이눈높이가 되어 가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