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번 호 : 371/372 ▶ 등록자 : ALFYD │ │ ▶ 등록일 : 2000년 07월 21일 20:55 │ │ ▶ 제 목 : [후기] 사랑의 집 댕겨 왔어라~ │ └───────────────────────────────────┘
자오나눔 회원이 된 지 1년이 넘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소록도에만 몇 번 다녀왔을 뿐 육체적 노동 을 제공해야 하는 봉사활동에는 참여해 본 적이 거의 없다.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더 시간을 쪼개기가 힘이 들었다. 방학 하기만을 벼르고 있었는데, 광명 사랑의 집에 일정이 잡힌 하루 전날 방학식을 했다. 아이들 둘을 데리고 무엇이든 해야 할 때는 날씨에도 신경 이 많이 쓰인다. 바로 전날밤까지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다행히 눈을 뜬 당일 아침에는 비가 개인 상태로 하늘만 찌푸리고 있었다. 만나기로 한 시간은 11시. 30분전에 집에서 출발하면 소사역까지 가는 데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시계가 9시를 가리킬 때까지 느긋한 마음으로 통신에 들어와 있었다. 늦지 말라는 나눔님의 메모를 받고, 시간을 보니 열시가 다 되었다. 시계가 건전지가 닳았는지 한시간이 늦은 것을 모르고, 나눔님 의 메모가 아니었으면, 낭패를 당할뻔 했다. 급하게 아이들 옷을 갈아입히 고, 겨우 시간에 맞춰 소사역까지 갈 수가 있었는데, 만나기로 한 장소를 헤매다보니 십여분이 늦어버렸다. 감기몸살로 약까지 먹어가면서 운전과 봉사를 하시는 큰샘물님이 안쓰럽다. 처음 뵌 이정배님과 나란히 뒷자리에 앉아 광명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와 기다리고 계시는 루치아님을 태우게 되었다. 루치아님과는 작년 네오 오푸 때 보고는 거의 일년만에 만난 것 같다. 반가운 인사도 채 나누지도 못했 는데,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사랑의 집에 도착했다. 냉면으로 메뉴를 정해 도 됐을 텐데, 굳이 아이들에게 돈까스를 먹이고 싶다고 큰샘물님은 아픈 몸으로 고기를 사다가 밤새 양념하고 빵가루를 묻혀 냉동시켜 오셨다. 냉 동 돈까스를 기름에 넣고, 이정배님이 튀김을 맡으셨다. 양배추를 썰어 소 스에 버무리고, 단무지와 김치를 썰고, 급하게 밥을 해서 먹기 좋게 자른 돈까스위에 양념을 끼얹어 일인분에 한접시씩 보기 좋게 담아 낸다. 급하 게 부엌일만 서두르느라 아이들을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육체적으로 장애 가 심한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정신적으 로 어린 정신박약아이들이 많은것 같았다. 점심을 기다리는 동안 나눔님은 아이들에게 이야기도 들려주고, 하모니카도 불어주며 시간을 보낸다. 한시 가 조금 넘어 아이들과 봉사자들이 식사를 모두 마치고, 아이들은 단체로 서커스 구경을 간다고 저마다 옷을 잘 차려입고 나선다. 남은 사람들은 몸 이 불편해 움직이기가 힘든 아이들 몇명과 할머니들 몇 분이 계셨다. 나눔 님이 부르는 소리에 가보니, "남자애들 면도 좀 시켜줄래?" 하신다. "면도 한 번도 안 해봤는디요." 생전처음 날카로운 면도칼들고 설치다가 얼굴에 상처라도 내면 안되겠기에 못하겠다고 했더니, 이번엔 "그럼 목욕이나 좀 시켜줄래?" 하신다. '헉!~ 아무리 아짐이라도 그렇지, 다 큰 사내애들을 어케 날더러 목욕을 시키라 하신댜?'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 하고 있었더 니, 다행히 끝까지 하라고는 안 하신다. 설거지를 마친 후 봉사자들은 빨래터로 향했다. 50여명의 아이들이 벗어 놓은 빨랫감이 큰 고무통에 넘친다. 가루비누를 풀어넣고 물을 받아, 이정 배님이 맨발로 들어가 이불빨래하듯 밟아 놓은 후, 한 장씩 비누칠 해 가며 손빨래를 한다. 몇번 헹구고, 세탁기로 탈수를 시켜 낸 빨래가 서너바구니 가 나왔다. 루치아님과 둘이서 빨래를 널기 시작한다. 미리 널어 놓은 빨 래를 걷어 안으로 들여다 놓으면 서커스에 가지 않은 몇분 할머니들이 빨래 를 개신다. 날씨가 좋아 한쪽끝에서부터 널기 시작해 끝까지 가다보면, 먼저 널어 놓은 빨래는 거의 말라간다. 만약 한사람이 그것을 다 널었다면, 먼저 널어 놓은 빨래는 걷어도 될 거라는 수다를 떨며, 루치아님과 회포를 풀었다. 여름에는 찬물에 손 담그고 하는 일이라 할 만하겠다. 하지만 겨울엔 봉사 자들이 고생이 많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거의 빨래를 다 널어갈 무렵 어느 교회에서 많은 신도들이 옥수수와 수박과 몇몇가지 증정품을 들고 사랑의 집 을 찾아 오는 것을 보고, 우리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